스님의하루

2016.9.22 해외 즉문즉설 강연(18)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한국 교민들도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인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에서 해외 즉문즉설 18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정토회 미주 서남부 지구장인 김명례님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문 스님은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렌지카운티 법당이 너무 좁다고 해서 값싸게 나온 건물들을 몇 곳 둘러본 후 LA 도심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 LA 다운타운

 

오전 10시부터는 북미 서남부지구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 졸업식 및 수계식이 LA정토법당에서 열렸습니다. 

 


▲ LA정토법당

 

LA정토법당은 지난 10여 년 동안 스리랑카 템플 안에 장소를 빌려서 법당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졸업식 전에 스님은 잠시 시간을 내어 스리랑카 템플 스님들에게 찾아가 잠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스리랑카 스님들은 법륜 스님의 활동에 대해 잘 알고 계셨는데,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입각해서 불교를 지도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스리랑카 스님들은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책을 스님에게 선물했고, 스님은 스님의 법문을 영어로 번역한 책을 선물하며 서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해외 정토불교대학은 LA, 뉴욕, 워싱턴, 콜럼버스, 독일 다섯 곳에서 2003년도에 처음 시작된 이후 현재는 8개 지부 37개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북미 서남부 지구에서는 LA 2명, 오렌지카운티 16명, 샌디에고 3명, 샌프란시스코 6명, 라스베가스 2명, 하와이 4명 등 총 33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경전반은 LA 5명, 오렌지카운티 5명, 샌디에고 1명, 샌프란시스코 4명 등 총 15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난 1년 동안 수행, 보시, 봉사 프로그램에 부지런히 참여해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된 졸업생들은 오늘 스님으로부터 삼귀의 오계 수계를 받은 후 졸업 기념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 졸업장 수여식 

 

스님은 계율을 청정히 지킬 것을 약속한 졸업생들을 위해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그동안 정토불교대학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 말씀을 해주면서 졸업 이후에도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 것을 당부했습니다. 

 

“불교의 궁극적 목표는 해탈과 열반, 즉 참자유와 참행복입니다. 죽어서 좋은 데 가는 것도 아니고, 복을 비는 것도 아니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지금 여기에 내가 깨어 있어서 항상 내 삶을 맑고 밝고 가볍게 가져서 행복하게 사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이런 불교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빌거나 제사를 지내서 해탈하는 것이 아니고 무지를 깨우쳐서 해탈하는 것입니다. 즉 알아차림을 통해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이 관점이 분명하지 않으면 늘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첫째, ‘불교란 무엇인가’ 하는 관점을 분명히 잡아야 합니다. 수행자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닦는 사람입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둘째, 이런 좋은 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2,600년 전에 인도 북쪽의 히말라야 산기슭에 자리한 카필라성에서 태어나신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분이 깨달음을 얻어 이 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분은 어떤 사람인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고, 어떤 고민을 했고, 왜 출가를 했으며, 출가 후 어떤 수행을 했고, 어떻게 새로운 길을 걸어가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가? 깨달음의 내용은 무엇이고, 다른 이에게 무엇을 전했으며, 어떤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전해 듣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가?’

 

이런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간 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이라는 교과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공부를 한 이후에는 인도성지순례를 직접 가봐야 해요. 부처님이 태어났다는 룸비니가 어디인지, 자라났다는 카필라 성은 어디인지, 6년 고행했다는 전정각산은 어디인지,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드가야는 어디인지, 최초로 설법하셨다는 사르나트는 어디인지, 돌아가신 쿠시나가르는 어디인지, 붓다께서 45년 동안 설법하신 여러 곳을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여기서 어떤 설법을 하셨는지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오면 부처님이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우리와 같이 고뇌하는 존재에서 고뇌 없는 존재로, 신들에게도 스승이 되는 존재로 사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읽는 경전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설해졌는지 직접 가서 보는 현장학습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서 모든 고뇌에서 벗어난다’라고 들었으면 내가 그것을 직접 경험해 봐야 합니다. 빌어서 복을 얻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하면 정말 그렇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는지 직접 경험해봐야 해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깨달음의 장’입니다. 5일만 경험해봐도 훨씬 마음이 가벼워지고 괴로움이 적어진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대학에서 첫 번째 과목인 ‘불교란 무엇인가’를 공부하고 나면 반드시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두 번째 과목인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고 나면 반드시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합니다. 

 

세 번째 과목은 ‘불교의 근본교리’입니다. 불교의 근본 교리를 공부하고 나면 반드시 명상수련에 다녀와서 붓다의 가르침의 요지를 직접 체험해봐야 합니다. 그 가르침의 요지는 중도(中道),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십이연기(十二緣起), 오온(五蘊), 12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입니다. 가르침의 요지를 공부한 뒤에는 명상수련을 해서 직접 그 가르침대로 실천을 해 봐야 합니다. 

 


 

네 번째 과목은 ‘불교의 역사’입니다. 그 분의 가르침이 원래는 이랬는데 왜 지금의 불교는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2,600년에 이르는 불교의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그 2,600년의 역사 중에서 근본 가르침은 소승불교가 되었고, 소승불교가 원래 가르침에서 벗어나자 다시 본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고 나온 것이 대승불교입니다. 그리고 대승불교가 학문화되니까 다시 본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고 일어난 것이 선불교입니다. 이 선불교가 다시 종교화되었기 때문에 정토회는 다시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운동을 지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수행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수행의 길이 부처님께서 가셨던 길이고 그 이후에도 대승보살들과 선사들이 가셨던 길입니다. 이렇게 정체성을 알고 직접 체험해봐야 여러분이 수행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해야 스리랑카 불교, 티벳 불교 등 세계의 여러 불교 종파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불교가 지금의 모습들을 갖게 된 이유를 알고, 그들 각자가 갖는 장점과 모순을 알아서 다른 불교들을 배타하지 않고 포용하는 한편 자기중심성도 정확히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불교의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4가지 과목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체험해야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불교 지식을 공부하려면 4년을 배워도 부족하지만 불교의 요지만을 공부하려면 정토불교대학보다 더 체계적으로 정리된 곳은 없을 겁니다. 제가 평생 동안 공부한 것을 짧은 시간에 배워서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교과과정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졸업을 하게 되는 여러분들은 이제 이 좋은 부처님의 법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널리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1차 만일 결사 기간에는 우리가 태어난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는 일을 한다면, 2차 만일결사는 전 세계로 불법이 퍼져 나가도록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한국 사람이기에 지금껏 1차 만일결사 기간 동안 그 법의 혜택을 입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한국 사람이기도 하지만 또 외국에 살기 때문에 그동안 받은 은혜를 이제 외국인들에게 갚아야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한 첫 번째 좋은 길이 여러분들의 자녀들, 즉 이민 1.5세들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법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느냐 여부는 여러분들의 삶이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절에 열심히 다니고 불교를 잘 아는 척 해도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에이, 별로네’ 이렇게 생각한다면 법은 확산력이 없습니다. 자식이 엄마를 보았을 때, 혹은 남편이 아내를 보았을 때 ‘절에 미쳐서 다닌다’라고 해버리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거예요.(청중 웃음) 

 


 

매년 독일에 강의를 하러 갈 때마다 한국말도 모르는 독일 남자들이 와서 봉사도 하고, 세 시간씩 되는 강의를 뒤에 앉아서 내내 듣기도 합니다. 한국말을 아냐고 물으니까 모른대요. 앉아 있으면 지루하지 않냐고 했더니 재미있대요. 전에는 부부가 같이 살면서 힘들었는데 부인들이 바뀌어서 요즘 자기들 삶이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부인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따라와서 거들어 주고, 부인이 듣고 기뻐하니 자기도 옆에서 같이 기쁘다는 거예요. 이런 자기 변화가 백 마디 말보다 낫습니다.”(청중 웃음)

 

졸업생들은 스님의 법문을 듣고 기쁜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약속한 졸업생들을 위해 스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수계식과 졸업식을 모두 마치고 나서는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먼저 수계를 받은 전체 대중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이어서 각 지역별로, 마지막에는 수계자 한 명 한 명이 스님과 일대일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수계식과 졸업식을 모두 마치자 오후 3시가 넘었습니다. LA 정토법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후 6시가 넘어서 저녁 강연이 열리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 교회 건물로 향했습니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 교회 앞에는 LA정토법당 회원들이 곳곳에서 어깨띠를 메고 주차 안내를 하며 반갑게 청중들을 맞이해 주고 있었습니다. 

 


▲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 교회

 

저녁 7시가 되어 스님이 연단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청중석에는 500여 명의 교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높은 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총 9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인 40대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40대 부부입니다. 사귄 지 4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해서 이제 결혼한 지 1년이 되었어요. 친정엄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결혼하는 것이 소원이셔서 결혼을 했는데 엄마 소원이 또 하나 생기셨대요. 이제는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아직 아이가 생기지 않아요. 한약도 먹어보고 이것저것 해보고 검사도 다 해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대요. 어떻게 하면 마음 편하게 아이가 생길 수 있을까요?”

 

“아무리 온갖 질문을 다 하라고 해도 그 질문을 꼭 스님에게 해야겠어요?”(청중 웃음)

 

“아무것이나 질문해도 된다고 말씀하셔서요.”(질문자 웃음)

 

“그래요. 그것도 좋아요.”

 

“제가 이걸 스님께 여쭤보면 너무 실례는 아닐까, 좀 어리석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 질문을 하면서 제 스스로 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실례는 아니에요. 하나 물어볼게요. 질문자는 엄마의 노예예요? 아니면 자유인이에요?”

 

“자유인...이죠.”(청중 웃음)

 


 

“자유인이라고요? 그러면 엄마의 소원이 딸 결혼한 걸 보고 싶다고 해서 결혼하는 게 자유인이에요?”

 

“그건 아니예요. 엄마 말씀 때문에 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 40년 동안 결혼을 안 한 거죠.”

 

“그러면 내가 좋아서 결혼한 건데 왜 엄마 핑계를 대요?(청중 웃음) ‘엄마가 원해서 결혼을 했다’, 이 생각은 나중에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게 될 소지를 벌써 안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자식을 낳고 싶다고 낳아지는 게 아니에요. 낳고 싶어도 안 생기면 못 낳아요. 그런데 엄마 소원이기 때문에 낳겠다고 해서 제가 이렇게 물었던 겁니다. 질문자는 엄마의 노예예요, 자유인이에요?”

 

“제 질문이 좀 잘못되었던 것 같습니다.”(모두 웃음)

 

“아이가 생겨도 키우다가 나중에 아이가 말을 안 듣고 고생을 시키면 그 때 또 엄마를 원망하게 됩니다. 엄마가 자꾸 낳으라 해서 낳았더니 자식이 이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자신의 부모를 존경해야 하는데 질문자의 사고방식과 말하는 내용만으로만 보면 엄마와 앞으로 갈등이 생길 원인을 스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엄마를 위해서 낳는 겁니까? 질문자가 자식을 낳고 싶은 겁니까?”

 

“제가요.”

 

“그러면 질문자가 ‘제가 아이를 낳고 싶은데 아이가 안 생깁니다’라고 해야지, 왜 그렇게 엄마 이야기를 해요?(청중 웃음) 엄마가 질문자더러 결혼했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은 엄마의 바람이잖아요.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내가 결혼하고 싶으면 하고, 내가 안 하고 싶으면 엄마가 아무리 바라더라도 안 하면 됩니다. 질문자는 스무 살이 넘은 성인, 즉 자유인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아무리 아기를 바라더라도 질문자가 낳고 싶으면 낳는 것이고 낳기 싫으면 안 낳는 거예요. 엄마의 말은 엄마의 바람일 뿐입니다.

 


 

그러니 결혼을 한 것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입니다. 부모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다 상대가 결혼하자며 따라다니니까 ‘너를 위해서 결혼해준다’라는 생각으로 결혼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는 싸우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 결혼 문제에서도 자식 문제에서도 부모는 떼어내고 생각하세요.

 

부모를 떼고 다시 생각해봅시다. ‘결혼하고 1년이 되었는데 아직 아이가 없다, 신체 건강을 조사해봤지만 부부가 생물학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 이게 고민이지요?”

 

“네.”

 

“그러면 첫째, 아이가 생기면 어떨까요? 질문자가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안 써도 돼요?”

 

“많이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남편에게 그만큼 신경을 못 쓰겠지요. 그러면 신혼생활이 없어집니다. 둘이 정답게 잘 보내려고 결혼했잖아요. 결혼의 목적이 아이 낳는 것에 있어요? 아니면 둘이 좋아서 함께 지내고 싶어서 결혼했어요?”

 

“둘이 좋아하는 데 목적이 있죠.”

 

“그래요. 그러면 아이가 없는 동안 둘이서 좋은 시간을 더 만끽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아이가 생겼을 때 지울 수는 없어요. 부부 둘이 좋다고 제 자식을 죽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난처해질 텐데, 아이가 알아서 안 나와 주니 얼마나 좋아요?(청중 웃음) 

 


 

그런데 왜 아이가 없는 게 고뇌가 돼요? 아이가 안 생길수록 신혼이 길어지는 거예요. 1년이든 2년이든 3년이든 우리 부부 둘이 보내는 좋은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면 우리가 잘 지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아이에게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그래도 질문자는 계속 고민이 돼요?”

 

“아뇨.”(질문자 웃음)

 

“이 문제는 질문자가 인생의 관점을 잘 못 잡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좋은 복인데 질문자는 이 문제를 마치 무슨 재앙처럼 생각하고 있어서 그래요.

 

두 번째, 여러 가지 조건에서 질문자가 아이를 가지고 싶다면 요즘에는 좋은 방법이 많아요. 옛날에는 무슨 굿을 한다, 무당을 부른다 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인공수정을 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검사해보니 신체에 이상이 없다는 것은 수정이 잘 안 되거나, 수정이 되어도 착상이 잘 안 된다는 뜻일 겁니다. 아이를 정말로 원한다면 인공수정을 하면 됩니다.

 

세 번째, 인공수정도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면 입양을 하면 됩니다. 낳아놓고도 못 키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다 소중하잖아요. 아이가 꼭 나의 생물학적 자손이어야 된다는 것도 집착입니다. 이미 태어났는데 친부모가 못 키우는 아이를 내가 키우면 내 자식이 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길이 있으니까 지금 이 문제는 고뇌할 만한 문제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기도를 하는 것이 좋다고 전통적으로는 말해요. 신체적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안 생기는 것을 굳이 종교적으로 설명하자면 ‘아이가 지금 태어나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안 태어나는 것’입니다. 즉 질문자가 아이를 키울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는 뜻이에요. 신체는 준비가 되어 있을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아이가 태어나면 잘 키울 수 있는 준비가 안 되었다는 거예요. 부부가 행복할 때 아이가 행복합니다. 질문자 부부가 서로 더 사랑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부부가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네, 감사합니다!”(청중 박수)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질문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청중들도 격려의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8명이 더 스님에게 질문을 했고, 스님은 자상하고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어 청중들과 질문자를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헐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하고자 미국에 온 사람이었는데,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헐리우드에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온 지 5년 됐습니다. 5년 동안 연기를 하고 있는데, 미래에 대해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스님은 ‘지금 여기 깨어있기’를 해법으로 제시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수행을 자꾸 기술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데, 수행은 기술이 아니에요. 내가 지금 불안하면 ‘내가 불안하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내가 좀 잘 해보고 싶어 하면 ‘내가 좀 잘하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렇게 자기를 알아차리면 긴장할 게 없습니다. 논문을 쓰는 사람이 긴장해서 논문을 잘 못 쓰는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실력이 안 되는데 좋은 논문을 쓰려니까 논문 쓰기가 어렵고 써놓은 논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자꾸 찢어버리는 거예요.

 

시험을 치고 나면 모든 아이들이 ‘이번 시험은 망쳤다’라고 합니다. 다들 자기 실력보다 성적이 잘 나오기를 바라는데 자기가 원하는 만큼은 나오지 않으니까 그래요. 한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한 반이 10명이면 10명이 다 잘 못 쳤다고 합니다. 우리의 실력이 100이라면 실제 테스트에서는 70밖에 안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도 실력이 100이면서 120이 나오기를 자꾸 바라니까 항상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해요. 

 

제가 오늘 강의에 여러분들이 호응을 잘 해주길 바란다고 여러분들이 호응을 해줄까요? 여러분들이 얼마나 현명한 사람들인데 제가 원한다고 제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겠어요? 제 생각이야 어떻든 여러분은 나가면서 ‘에고, 그것도 법문이라고 하나?’, ‘야, 그거 괜찮던데’ 이렇게 다들 자기 나름대로 평가하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합니다.(청중 웃음)

 

남에게 잘 보이겠다는 것은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평가할 권리를 빼앗아서 ‘이렇게 평가해라, 저렇게 평가해라’ 이렇게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내 일이 아닌 것에는 신경을 끄는 것이 좋아요. 평가는 그들의 몫이니까 그들이 이렇게 평가하든 저렇게 평가하든 그것은 그들의 문제입니다. 그런 집착을 끊고 살면 질문자에게 좋아요.”

 

“그런 것들을 제가 너무 지식으로만 받아들이고 산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이 올라오면 ‘아, 내가 또 그런 모습이 올라오는구나’ 이렇게 인정하고 가면 되는 것인지요?”(질문자 웃음)

 

“자꾸 이론으로 만들지 마세요. 자꾸 말 꼬리를 이으면서 이론으로 만들고 또 이론으로 만들고 하지 말고 그냥 생각을 끊어요! 선(禪)에 ‘thinking stop’, 즉 ‘생각 정지’라는 말이 있잖아요. ‘Thinking stop!’ 이란 말 알아요?”(청중 웃음)

 

“아, 네. Thinking stop! 감사합니다!”(질문자 웃음)

 


 

“연기하는 사람이 그래 가지고 좋은 연기가 나오겠어요? 청소부역을 맡으면 청소부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고 청소부가 되어버리는 게 연기예요. 그게 수행입니다. 식당의 주방장 연기를 맡으면 내가 주방장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내가 주방장이 되는 거예요. 청소할 때는 내가 청소부가 되는 게 수행입니다. 

 

이게 바로 물이 세모 통에 담기면 세모꼴이 되고 네모 통에 담기면 네모가 되는 원리입니다. 제법이 공(空)한 가운데 이렇게 그 인연을 따라 나투는데, 우리는 한번 세모 통에 담겼던 물을 네모 통에 남아도 세모꼴을 계속 움켜쥐고 있는 꼴이에요. 그래서 네모 통 안에 안 들어가고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질문자가 ‘항상 깨어 있는다’라고 한 말도 운전하는 동안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린다는 뜻이 아니에요. 운전을 하면 딱 운전에 깨어 있는 겁니다. 운전을 하는 상태에 딱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연기를 할 때는 연기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생각을 다 놓아 버리고 청소할 때는 청소에 집중하고, 잠 잘 때는 잠만 자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자라고 하면 잠 안 온다며 뒤척거리고, 공부하라고 하면 앉아서 내내 졸고, 똥 누러 가서는 밥 생각하고, 밥 먹으면서는 똥 생각합니다. 

 

도는 별 게 아닙니다. 더우면 옷을 벗고, 추우면 옷을 입고, 배 아프면 똥 누러 가고, 배고프면 밥 먹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한번 주먹이 쥐어졌는데 펴지지 않으면 문제이고, 펴졌던 손이 다시 오므려지지 않아도 문제입니다. 손이라는 것은 폈다 오므렸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해요. 물건을 쥘 때는 오므려지고 놓을 때는 펴는 것이 인연을 따라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여러분들의 삶도 그렇습니다. 내가 엄마와 만나면 딸이 되고, 남편과 만나면 아내가 되고, 아이와 만나면 엄마가 되고, 차를 타면 승객이 되고, 가게에 가면 손님이 되고, 절에 오면 신도가 돼요. 이렇게 실제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거예요. 

 

남편이 죽으면 나는 더 이상 아내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큰 물건 옆에 있을 때 이 물건을 가리켜서 작다고 하지, 그 물건 홀로 있을 때는 그 크기를 두고 작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남편이 있을 때는 내가 아내이지만 남편이 없으면 나는 아내가 아닙니다. 아이의 엄마일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아내는 아니에요. 그러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도 자유로운 겁니다. ‘죽은 남편을 두고 내가 왜 다른 남자를 만나겠어?’라고 하는 것은 꿈속에 살고 있는 거예요. 이런 걸 두고 과거를 먹고산다고 해요. 무슨 열녀라고 칭송받을 대상이 아닙니다. 그냥 꿈속에 사는 사람이지요.

 

지금 여러분들이 스님의 강의를 듣는 것도 그냥 강의를 들으면 되는데, 지금 강의를 들으면서도 ‘강의가 늦어지네. 늦어지면 집에 어떻게 들어가지? 저 스님은 왜 이리 늦게까지 이야기를 계속하지?’ 이렇게 내내 생각하고 있잖아요. 다들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현장에 있지 않아요. 몸만 이 자리에 있지, 다들 생각의 날개를 펴고 딴 데 가서 놀고 있는 거예요.(청중 웃음)

 

 

깨어 있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여기’에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거예요. 이것이 삶입니다. 깨어 있는 순간순간이 연결되어서 우리의 삶이 유지되는 거예요. 오늘은 괴롭지만 내일은 좋으니까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사는 게 아니에요. 항상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원하든 일이든, 원치 않던 일이든, 건강할 때든, 아플 때든, 매일 매일이 다 내 삶입니다. 

 

여러분들은 자꾸 안 아프면 좋겠다, 어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고 바라기 시작하면 날씨 갖고도 싸웁니다. 자기 생각에는 오늘 맑아야 하는데 비가 오니까 ‘날씨가 왜 이 따위야!’ 하면서 시비하는 겁니다.(청중 웃음)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우산 들고 나가고,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모자 쓰고 나가면 돼요. 그것이 바로 자유입니다. ‘비 오지 마라!’라고 하면 비가 안 오고, ‘맑아라!’ 하면 맑은 게 자유가 아닙니다. 그렇게 조금 더 인생을 자유롭게 사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마지막 당부 말씀에 청중들도 기쁜 마음이 되어 활짝 웃었습니다. 

 

이어서 교회당 맞은편 체육관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500여 명이나 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그런지 사인회 시간도 꽤 오래 걸렸습니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모든 분들에게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눈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 책 사인회

 

다음은 오늘 강연을 준비한 LA정토법당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홍보, 부스 설치, 주차 안내, 마이크 셋팅, 질문자 안내 등 곳곳에서 강연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봉사자들은 “수고했어요”라는 스님의 격려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LA정토법당 회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스님은 강연을 총괄한 LA정토회 대표 및 총무단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LA정토회에서는 지난 3일 동안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 LA, 3개 도시에서 각각 강연을 주최했는데요. 오늘 LA 강연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 (왼쪽부터) 하보경님(LA정토회 총무), 고본화님(LA정토회 대표), 전은영님(오렌지카운티정토법당 부총무), 김혜진님(샌디에고정토법당 부총무), 이원심님(LA정토법당 부총무)  

 

스님은 봉사자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꼭 잡아주며 격려를 해준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LA를 출발한 스님은 헐리우드 거리를 지나 LA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밤12시 무렵에 수련원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 헐리우드(Hollywood)

 

내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수련원 법당에서 예불을 한 후 수련원 주위를 한바퀴 산책하고 나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저녁 7시에 St.Tomas Episcopal Church에서 해외 즉문즉설 19번째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 2017년 1월에 진행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지금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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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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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뜬구름

온라인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는 걸 금방 알아냈습니다. 적으나마 정성을 표시했고 앞으로 정기적으로 기부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합장.

2016-09-27 14:19:50

yoonh

감사합니다 스님..

2016-09-26 02:53:09

이기사

잘 읽었습니다_()_

2016-09-25 15: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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