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대의원회의 첫째 날
깊이 탐구하는 자세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새벽 4시 30분. 똑 똑 똑 똑 ..... 도량석 소리가 서초동 정토회관을 깨우자마자, 법륜 스님과 수행팀 일행은 차량에 짐을 싣고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새벽 공기가 꽤나 차서 차 안이 온기로 데워지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고속도로를 1시간 남짓 달리니 동이 터오기 시작했습니다. 상쾌하고 또렷한 기운이 함께 밀려옵니다.

오늘은 9차 천일결사를 준비하며 첫 대의원회가 구성되고 두 번째 열리는 대의원회의 날입니다. 스님은 일찌감치 수련원에 도착해 전국에서 모일 대의원을 맞이할 준비를 마음으로 하였습니다.

10시 반, 대수련장에서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정토회 9차년도 천일결사를 이끌어 갈 행정처 구성원과 대의원을 합한 170여 명은 합장하여 목소리를 맞추었습니다. 이번 대의원은 대부분이 처음 대의원으로 뽑힌 분들로 대의원 경험이 없는 분들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스님은 입재법문의 앞부분에는 정토회의 조직 구성, 그 안에서 대의원의 역할, 대의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 차근차근 짚어가며 안내해주었고 후반부에는 정토회 대의원의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중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싣습니다.

“… 제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대의원회는 정토회 최고 의사 결정 기구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에 의해서 정토회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결정됩니다. 물론 법사단에서 감사 기능을 하고 있지만, 여러분들의 결정이 정토회의 최종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회의에 임할 때 ‘내가 결정하는 이것이 곧 정토회의 최종 결정이다’ 이런 사명감을 갖고 신중하게 의사를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토회 대의원회는 내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회원의 의견을 내가 대신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토회 회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돈을 이렇게 쓰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이렇게 쓴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것을 늘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해야 해요.

국회의원들은 지역 주민의 의사를 정국에 반영을 해야 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자기 개인의 이익을 취하거나 개인의 주장을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 정국이 그렇죠. 예를 들면 국민의 75퍼센트가 탄핵을 지지한다고 해요. 지역별로 차이가 나긴 하지만 많은 곳은 80퍼센트 이상, 적은 곳도 70퍼센트 가량이 탄핵을 지지합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은 그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데, 국민의 의사와 아무 관계없는 자기 개인의 생각을 내세우거나 자기가 줄선 윗사람의 의사를 반영하기 급급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이것은 국민의 대의기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항상 이런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내가 우리 정토회 정회원 10명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이 회의 자리에서 ‘우리 정토회 정회원 10명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 정회원 10명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보겠느냐?’를 염두에 두면서 의견을 내고 대변하면 됩니다. 반드시 자기가 말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바와 같다면 굳이 내가 중복해서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의무입니다. 즉 대의원이 해야 할 일은 회원의 의견을 정토회 운영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내가 대신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3년 제1차 만일결사를 시작해서, 지금은 그 중 제8차 천일결사를 마치고 제9차 천일결사를 준비 중입니다. 물론 정토회는 만일결사가 시작되기 전, 1988년에 창립되었으니 이제 30년이 가까워집니다.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여덟 번의 천일결사가 지난 24년에 걸쳐 진행되어 왔는데, 그 기간 동안 정토회는 꾸준히 다양한 사업을 확대·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업들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확대·발전시켜온 것은 아닙니다.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우리가 이러한 사업들을 하자고 사업의 전체적인 틀을 크게 세워두었습니다. 그 틀 위에 시간이 지나면서 인연 닿는 대로, 형편 되는대로 조금씩 보완해 온 것입니다.

정토회가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처음 구상한 것 중 아직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거나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학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초해서도 그렇고, 미래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어릴 때부터 창조적인 훈련을 받는 학교가 있어야 합니다. 즉, 어릴 때부터 수행자로서 교육받고 훈련을 받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전통적인 출가는 20세 이상부터 허락이 되었지만, 부처님의 아들부터 시작된 사미·사미니라는 20세 이하의 출가 승려를 받는 제도를 통해서 훌륭한 스님이 되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물론 우리는 승려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에서 창조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자기 수행이 되어 있으면서도 세상에 큰 보탬이 되는 사람을 배출하기 위함입니다. 그런 학교를 만드는 일은 만일결사의 초기 구상에도 있었는데 아직 시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곳 문경수련원에서 ‘행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백일 출가와 행자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행자 교육도 어떤 측면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학교를 만드는 실험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공기입니다. 공기가 나빠지면 우리의 건강을 빠른 속도로 해치게 됩니다. 게다가 나빠진 공기는 대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나아가 어느 한 나라가 잘 대처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가령, 우리나라가 대기 환경 정책을 잘 편다고 해도, 중국의 오염이 심해지고 중국으로부터 황사·미세먼지가 날아오면 우리의 건강도 덩달아 해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은 전 세계가 함께 협력을 해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물과 음식입니다. 수질이 나빠져도 인체에 해롭고, 음식은 우리의 몸을 지탱해주는 양약입니다. 우리의 삶을 유지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인데, 많이 먹거나, 비싼 것을 먹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게 먹더라도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음식이 상업화되기 시작하면 그 음식에 농약·비료·방부제 등의 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업적이지 않은 음식, 마치 자기가 생산해서 자기가 먹는 것처럼 음식을 생산하는 ‘정토농장’을 설립해서 기초적인 식료품을 생산해내고, 그 외 우리에게 필요한 생필품들은 여건이 되면 우리가 생산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탁을 하고 그런 단체와 유통구조를 형성해서 정토 회원들이 건강에 안전한 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만일결사 초기부터 구상해온 또 하나의 사업 계획입니다.

지금 정토회에서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해주고 계십니다. 아직까지는 어떤 측면에서 의무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회원들의 자원봉사 정도를 각자 적립하도록 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중 웃음) 일종의 지역화폐 개념이지요. 각자의 자원봉사 시간을 ‘정토 마일리지’로 적립을 해서 ‘정토 유통센터’에서 식품을 구입할 때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구입하는 겁니다. 그러면 정토회에 와서 봉사를 하면 월급은 못 받아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은 구할 수 있겠지요? 즉, ‘정토 마일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구입을 하고, 정토회에 소속되지 않은 외부 사람이 구하고자 할 때에는 돈을 주고 구입을 하는 방식을 구축하는 구상입니다.

또 하나의 아이디어는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한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각자 개인만 생각하니까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새로 구입을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두게 됩니다. 그런데 상호 물물교환을 하게 되면 서로 필요한 물건들을 교환할 수 있으니 보다 효과적으로 쓸 수가 있습니다. 가령, 정토 회원들끼리 날짜를 정해서 ‘나눔 장터’를 운영한다면 내가 쓰지는 않지만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들을 내놓아서 다른 회원들 누구나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값싸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그러면 내가 필요한 것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별장이나 콘도 등도 다른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해 나간다면 비록 개개인은 가진 것이 많지 않을지라도 전체적으로는 매우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나이가 들어서도 따로 노후 보장 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꾸준히 수행하고 봉사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정토회에 들어오면 먹고 자고 입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재정을 어떻게 정토회에서 다 감당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현재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이 월 20만 원 정도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금액은 3, 40만 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정토회에서는 모두가 검소하게 살아가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노후생활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많은 젊은 시절부터 검소하게 사는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검소하게 사는 훈련만 되면 정말 검소한 가운데에서도 풍요를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서 전문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학교 시스템이나 사회 시스템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머지않아 현재의 일자리 가운데 7백만여 개가 사라지고 2백만여 개가 새로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해요. 그럼 차이는 5백만여 개지요? 이건 머지않아 5백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달리 보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들 중 이 많은 것들이 쓸모가 없어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을 해나가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가령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상담하거나 수행 지도를 하는 일들은 부분적으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인공지능이 쉽게 대신해 줄 수 있는 일들은 아닙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미래에 아주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교육을 제대로 받으려면 연수원 시설이 갖추어져서 상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에 주6일 근무를 하다가 요즘에는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주 4일 근무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주 4일 근무제가 정착하게 되고, 한 가지 기술만 가지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나아가 주 3일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주된 일로 주 3일제 직장에 다니고, 부업으로 주 2일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검소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은 주 3일만 직장에 나가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부업을 구하는 대신 주 4일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미래의 사회적 환경에 대비해서 앞서 말씀드린 정토농장, 다른 유통 시설들을 구축하고, 동시에 검소한 생활과 창조적인 일을 하는 훈련을 받아나가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착실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학교라면, 우리는 연수원을 만들어서 평생 교육원을 운영해나가야 합니다.

… 지금까지 우리에게 남은 과제들을 말씀드렸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정토회의 2차 만일결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국에 정토회 세계 진출의 중심지를 마련해두고, 서구권으로 나아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 동남아로 나아가는 작업은 한국이 그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동남아에서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일을 하는 나라만 해도 9개국이나 됩니다. ‘JTS 다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이미 들어와 있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돕고 그들을 수행적으로 훈련된다면, 훗날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그들의 인연으로 정토회가 동남아로 진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토회가 앞으로 해나가는 활동에 대한 꿈을 여러분들이 가지셔야 합니다. 정토회가 그저 종교 단체 중 하나가 아니라, 미래 문명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 단체로 미래를 향해서 우리는 어떤 실험들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문명의 특징은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공유, 둘째가 연대, 셋째가 자율, 넷째가 창조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은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모습을 보고 ‘왜 하나가 살기 위해서 다른 하나가 죽어야 하는가? 왜 둘 다 사는 길은 없을까?’하는 문제의식을 가지셨는데, 이것이 바로 공유의 핵심사상입니다. 그리고 불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覺者) 즉, 깨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바로 자율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면서 동시에 손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데, 이것이 연대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는 창조가 생깁니다.

이러한 불교의 가르침이야말로 미래 문명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행자의 서원’에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한계점들, 즉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환경 파괴라는 위기가 있는데 불교의 근본 가르침 속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는 서원이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1992년에 이런 입장을 밝혔으니, 이미 25년 전에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던 겁니다. 그리하여 깨달음의 장도 1992년에 시작을 했고, 깨달음의 장에서 읽는 ‘미래문명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간상 ? 보살’ 이라는 글이 있는데 불교의 근본 가르침 속에서 그 대안을 찾자고 제가 1992년에 쓴 글입니다.

그 글을 쓰게 된 것은 미국에서 ‘세계 불교 · 기독교의 대화’가 있었는데 그 주제가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환경 파괴’였습니다. 주최 측에서 이 주제에 관하여 불교적 관점에서 발표할 사람을 찾았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대중 웃음)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도 그 요청이 돌고 돌아서 발표해 줄 사람을 물색하다가 저에게까지 왔나 봐요.

그래서 요청을 받고 급하게 며칠 만에 글을 써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그게 현재 깨달음의 장을 마치면서 읽는 글이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 가서 티벳의 달라이 라마 (Dalai Lama),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 캄보디아의 고사난다 스님, 스리랑카의 아리야라트네(Ariyaratne) 박사, 태국 방콕의 슐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 박사 등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들과의 인연도 맺고 활동도 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제가 따로 외부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으로서 볼 때, 불교적인 가치를 그저 종교적인 가르침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조금 더 깊이 탐구하는 자세를 갖고 받아들이면서 이 안에서 미래에 대한 무궁무진한 비전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토행자의 서원에서도 현대 문명의 위기를 불교의 근본 가르침 속에서 해결책을 찾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행복학교도 이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불교라는 울타리, 혹은 정토회라고 하는 울타리를 넘어서서 일반 국민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확산된다면, 이 모델을 국제화하는 것은 그 초기 정착 과정에 비해 훨씬 수월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가르침은 더 이상 한 종교, 한 집단, 한 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직장 생활도 해야 하니, 정토회까지 와서 봉사활동을 하기는 많이 바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개인적인 삶에서 조금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줄여서, 즉 외식 두 번 할 것을 한 번만 하고, 밖에 나갈 일이 세 번 있는 것도 두 번으로 줄여서 미래 문명을 함께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다른 불교 단체나 종교 단체가 정토회를 방문하고,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방문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 대한민국의 복지 시스템,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에 대한 시스템을 배워가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이웃에 있는 다른 불교 단체나 다른 종교 단체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그러니 옆 단체가 조계종인지 아닌지를 따질 필요가 없고, 교회에 나가는 인구가 많은지 적은지를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안목을 키우고 앞으로 올 미래 사회를 향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큰 포부를 가지시고,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정토회 사업 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서도 세부 사항은 세밀하게 검토를 하되, 늘 마음 한 켠에는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관점을 가지고 검토를 해주시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법문을 경청하는 초선(?) 대의원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했습니다.

입재식을 마치고 점심 공양 시간이 되자, 간단하게 공양을 마친 스님은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주변 산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쌀쌀하던 기운이 한 낮이 되자 풀려서 두꺼운 외투를 입지 않고 걸어도 견딜만 하였습니다. 바람만 아니면 완연한 봄 햇살이 기분 좋은 오후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왔습니다. 스님께서 참석할 시간이 몇 시인지를 물어오는 전화였습니다.

“이번에 처음 대의원 되신 분들이 많으니 문서 보는 것도 회의 진행하는 것도 너무 서두르지 않도록 시간 안배를 하세요. 무엇보다 논의하는 시간은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하고요. 저는 오라는 시간만 알려주면 그 때 가겠습니다.”

과거에는 대의원회의는 하루, 서원행자대회는 대의원회의에 이어 이틀 진행했는데, 이번 회의 일정은 대의원회의가 이틀, 서원행자대회를 하루로 배정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봅니다.

가볍게 산책을 마치고 스님은 ‘대의원 소개’ 시간에 함께 자리하였습니다.

지부별로 나와서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8개 지부별로 나와 각자 이름과 소속지역을 말하였습니다. 특히, 대경지부에는 신정렬, 신정덕 자매 대의원과 전병찬, 전병득, 전병화 삼형제 대의원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서로 자랑(?)하며 재치 있게 소개하여 모두들 즐거워하였습니다. 또, 상임대의원에도 서울제주지부의 김기진, 마경숙 님 부부 상임대의원이 있어 9차년도 대의원은 가족 분위기가 대세인듯 하였습니다.

오늘은 같이 웃다보니 대의원회의의 첫째 날이 벌써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하루 종일 회의하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할 대의원님들이라 조금 일찍 자기로 하였습니다.

문경의 밤은 도시의 밤과 달리 새까맣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땅에는 고라니 소리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심규선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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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

감사하고 수고 많으십니다
지금 이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행동하고 실천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2017-02-28 08:00:33

^^^^

스님은 꿈도 참 많으시네요^^*첫 대의원분들 위해 시간을 여유있게 배정하라시는 스님의 속 깊으신 배려심..^^형제자매분들이 함께 그길 걸어가시는 모습들도 정말 좋아보이구요^^글도 참 상큼하게 잘 써주셔 마무리에도 산뜻함이 느껴져요^^*

2017-02-28 02:08:04

이기사

모든 인연들, 고맙습니다_()_

2017-02-27 18: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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