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10 평화재단 회의, 마닐라 출국
어떤 일도 잘 된 일로 만들어 봅시다

오늘도 스님은 7시 30분부터 평화재단에서 회의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길림성 도문시 종교국장을 지내셨던 김학길 님 내외분이 손녀딸과 함께 방문하셔서 스님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김학길 님은 해마다 여름이면 중국으로 떠나는 역사기행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봉오동 전투터나 대종교 3인묘 등의 유적지는 출입이 복잡하고 까다로운데 김학길 님이 행정에 밝으셔서 안전하게 유적지에 입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김학길 님은 도문에서 가장 큰 축제인 ‘두만강 축제’를 몇 차례 준비하면서 조선족의 문화를 알리는데 헌신하였습니다. 내외분은 짧은 시간이나마 스님과 조선의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살려나가는 방법에 대해 의논하며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이상효 종무관 님이 스님께 인사하러 오셔서 불교전통문화재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스님은 신라불교 초전 법륜성지 구미 아도 모례원 복원 불사 현장에 연수 교육장이 없어 청소년들에게 선조들의 얼을 심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오후 4시가 되자, 스님은 며칠간 목이 붓고 몸살기가 있어 이비인후과에 들렀다가 공항으로 갔습니다. 내일은 마닐라에서 동남아지역 불교대학 졸업식과 수계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 소식은 마닐라 현지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어제 마산 지역 ‘행복한 대화’에서 있었던 스님과 질문자와의 대화 내용입니다.

“스님께 위로와 용기를 얻고 싶어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7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접었습니다. 건강도 좋지 않고 장사도 안 되어서 접기는 했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앞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 앞으로 갈수록 사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특정 후보가 새 대통령이 되면 경제 문제가 해결될까요? 누가 되어도 쉽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경제는 누가 하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나빠지는 속도를 좀 늦출 수는 있습니다. 잘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빠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겠고, 못 하는 사람이 되면 더 나빠지겠죠. 그러나 누가 하더라도 좋아지게 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여러분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전 세계가 처한 형편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현실

그래서 누가 이번에 새로 대통령이 되더라도 잘 할 것이라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좋은 대통령이 되기 어려워요. 국민은 이 문제를 해결해내라고 요구하고, 1~2년 지나도 해결해내지 못하면 또 대통령을 반대하겠죠. 그런데 이 문제는 해결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이렇게 말부터 앞서지 않겠지요. 그리고 자기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처음부터 책임을 나눠야 해요.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국무총리는 다른 당한테 주고, 부총리는 또 다른 당에 주는 식으로 나눠서 하면 잘못해도 최소한 그 비난을 나누어서 감당할 수 있지요.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은 권한이 너무 세서 뭐든지 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공동체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너무 집중되니 당연히 일이 잘 되기가 어렵고, 또 그 책임도 혼자 다 지니까 대통령 혼자서 욕을 먹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이 책임을 나누려는 생각을 안 해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누군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예전보다는 낫다는 걸 잊지 말고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아, 비관적이구나!’ 이렇게만 생각하면 안 돼요. 아무리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나빠진다 하더라도 30년 전보다는 낫잖아요. 그리고 ‘30년 전에도 문제없이 잘 살았고, 20년 전에도 잘 살았으니 지금도 잘 살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여기서 정체되어서 더 이상 개선이 안 되거나, 혹은 약간 나빠진다 하더라도 옛날보다는 형편이 좋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계속 좋아지는 상황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지금 나빠지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지금까지 발전한 것처럼 계속 발전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까요.

변화되는 미래, 급격한 빈부격차

요즘 55세나 60세에 은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평균 수명이 예전처럼 길지 않으면 여생동안 소일하다 죽으면 되겠지만 요즘은 8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냥 가만히 20년, 30년을 놀기가 꺼려집니다. 그리고 55-60세면 아직 신체도 건강하겠다, 은퇴 자금도 받았겠다 하니 가게를 열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 가게는 잘 되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통닭집이 우리나라에 100개가 적정한데 150개가 생겼다, 국수집이 100개가 적정한데 200개가 생겼다면 당연히 장사가 안 되겠지요. 개업할 때만 반짝 하지, 금방 문 닫게 됩니다. 한 가게가 문 닫으면 가게 수가 줄어드느냐 하면 그렇지 않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가게를 해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재산을 3억, 5억씩 가지고 있던 중산층이, 가만히 생활비로 썼으면 한 30년 동안 유지했을 것을 장사해서 3, 5년 만에 다 까먹게 됩니다. 그러고는 빈곤층으로 떨어져요. 그래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빈부 격차가 심해집니다.

두 번째, 앞으로는 직장의 수도 줄어들어요. 인공지능이며 기계 노동이 자꾸 생기니까요.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가 나오면 택시 기사도 머지않아 직장을 잃게 되겠죠. 전부 인터넷 뱅킹을 하니까 은행 직원도 팍팍 줄어요. 요금 정산소나 주유소도 전부 셀프로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은 갈수록 일거리가 없어져요.

단순한 지식도 필요 없어집니다. 그때그때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요. 몇 번 눌러서 검색하면 나오는 지식을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16년 간 그것만 공부를 한 거예요. 그러니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오면 그런 지식들이 아무 쓸모가 없어져 버려요.

향후 20년 안에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직업 중 750만 개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직업이 250만 개가 생긴다고 하고요. 그 직업이 구체적으로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렇게 되면 산술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니까 그만큼 직장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그러면 소수의 창조적인 사람은 수입이 더 많아지는 반면, 일반 지식수준을 갖춘 사람은 기계가 그 노동을 대체하면서 직장이 없어지니까 일반적인 노동을 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더 저임금을 받게 되겠죠. 이렇게 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수가 자꾸 많아지고 고임금을 받는 소수의 소득은 점점 더 높아지는 현상을 국가가 방치해버리면 빈부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버립니다. 거의 귀족과 노예 수준으로 갈라질 거예요.

국가의 조정기능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 해요. 세금 정책을 통해 부자한테는 돈을 많이 걷고, 그렇게 거둔 세금을 재정 정책을 통해 복지비로 써서 사회의 불균형을 조정해줘야 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생활을 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본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자꾸 만들어가야 사회가 유지되지, 안 그러면 과거의 노예제 사회처럼 엄청난 빈부 격차의 사회로 가게 돼요.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이 그렇게 돼 있어요.

제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질문자가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장사도 못하고 몸은 아프고, 이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고민을 털어놓으셨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 문제는 가능하면 국가에서 보험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또 그렇게 바뀔 겁니다.

다만 질문자가 옛날처럼 풍족하게 살기는 좀 어려워요. 그렇지만 나이가 들었으면 기본적으로 연금이 나오잖아요. 그걸로 기본 생활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조금 돈을 벌어서 생활에 보탠다는 쪽으로 생각하세요. 그러다가 기회가 되면 또 사업을 할 수도 있고요. 자꾸 옛날 생각만 하면 길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있는 돈도 다 까먹어요.”

“그럼 앞으로 식당은 전망이 없겠네요.” (질문자 웃음)

미래는 창조적 사고로

“아니죠, 식당도 식당 나름이에요. 예를 들어 일본의 어느 큰 스시 식당에 가면 종업원이 스시를 안 만들어요. 기계가 착착 만들지요. 10, 20년만 지나면 서빙도 전부 로봇이 하게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들의 공부도 ‘대학 나왔네, 안 나왔네’ 이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은 안정된 직장이 공무원이라고 하니까 서로 하려고 경쟁하죠? 이제 그런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다시 말해 자기 머리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요. 즉,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은 마치 조선 말엽과 비슷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출세라면 서당에 다니면서 한문을 배워서 과거 급제하는 길밖에 없었잖아요. 그런데 산업화 과정에서 과거 제도가 폐지돼 버리자 서당에서 공부한 애들은 배운 지식이 쓸모가 없어졌어요. 상놈들이라고 멸시하던 소학교 다닌 애들이 더 쓸모가 있는 시대가 왔죠.

그런 시대처럼, 지금이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마지막 시간이에요. 지금 이 시기를 우리 역사 속에서 비유하자면 1850년대쯤에 해당합니다. 아직은 과거 제도가 있지만 한 20년 지나면 과거 제도가 없어지는 거예요. 우리는 그런 시대를 지금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 교육이 전부 바뀌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렇게 살아온 경험밖에 없기 때문에 애들도 이런 식으로 죽어라고 공부를 시켜요. 애들 공부시키느라 돈은 어마어마하게 들지만, 그렇게 돈을 들여 공부한 아이가 그만큼의 수입을 건질 수는 없어요.

옛날에는 초등학교만 나와도 공장에 가서 일하면 어릴 때부터 돈을 벌 수 있었어요. 그러니 교육 투자를 하면 교육비는 조금 드는 반면 투자한 본전을 쉽게 다 뽑고도 남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교육을 서른 살까지 시켜야 해요. 대학 졸업하고, 유학 다녀오고, 또 무슨 자격증 딴다며 학원도 다녀야 해요. 그런데 그렇게 투자한 교육비를 뽑을 수가 없어요.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상이다 보니 부모가 자식을 열심히 공부시켜도 투자한 교육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요. 우리가 지금 이런 시대에 살고 있어요.

불안하면 행복하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우리가 자랄 때보다는 훨씬 더 잘 먹고 잘 살고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미래의 희망이 별로 없어요. 우리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나와도 노력하면 나중에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애도 낳았는데, 지금 청년들은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스스로 번 돈으로 집을 살 수가 없어요. 결혼해서 애 낳아 키우기도 힘들고요.

이런 시대로 점점 가다 보니까 나이 많은 주부들이 일을 하게 돼요. 남편은 조기 은퇴해서 집에 있고, 옛날 같으면 취직을 했을 자식도 아직 일자리를 못 구해 집에 있으니까 요즘은 엄마가, 아내가 일하러 나가요. 내내 집에 있다가 나이가 50이 넘고 60이 다 되어서 일을 하려니까 전문 기술직을 구할 수가 없잖아요. 그저 수입 100~150만 원의 저임금 노동을 빼면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막노동을 하니까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져요. 겉으로는 50대 여성의 취업률이 급격하게 높아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게 전부 이런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거리예요.

그래서 요즘은 낮에 집에 있는 전업주부의 수가 자꾸 줄어들어요. 몇 시간짜리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 사람들이 극빈층이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에요. 집도 있고 살림도 있는데, 남편은 집에 와 있고, 자식은 아직 직장을 못 구했고, 가지고 있는 돈만 쓰려니 불안하니까 직장에 나가게 돼요. 그렇게 불안하다보니 지금 다들 행복하지 못한 거예요.

느긋한 마음으로 자신의 행복을 우선해야 해요

이럴 때일수록 생각을 좀 바꾸셔서 느긋해지셔야 해요. 남편이 그나마 직장이라도 다니면 구박을 안 해야죠. 지금 직장 다니느라 바쁘다고 힘들어하지만 그 직장에서 떨어지면 어떡하겠어요? 그나마 힘들어도 직장이 있는 게 좋아요. 그러니 그나마 직장이 있는 걸 좋게 여기고, 애들 크는 걸 좋게 여기세요. 곧 애들도 다 크고 나이가 50, 60살쯤 되면 일이 없어서 저절로 놀게 돼요.

마찬가지로 여러분들 지금 일 없어서 놀게 될 때 마음껏 노세요. 그러면 또 일 찾아다닌다고 못 놀죠? 자기 일이 있을 때는 또 놀고 싶어서 일이 안 되고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건강이 안 좋은 김에, 가게도 안 되는 김에 일찍 문 닫은 건 잘 된 일이에요. ‘오늘 스님 얘기 들으니까 잘 된 일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돈을 많이 까먹는 것보다는 덜 까먹는 게 좋잖아요. 질문자가 지금 돈을 못 벌어서 걱정인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가게를 계속 하면 더 많이 까먹을 걸 그나마 지금 닫았기에 덜 까먹은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편안합니다. 아시겠지요?”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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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들의 공부도 ‘대학 나왔네, 안 나왔네’ 이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은 안정된 직장이 공무원이라고 하니까 서로 하려고 경쟁하죠? 이제 그런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다시 말해 자기 머리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요. 즉,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합니다.]
[ 지금 상황은 마치 조선 말엽과 비슷합니다........그런 시대처럼, 지금이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마지막 시간이에요. 지금 이 시기를 우리 역사 속에서 비유하자면 1850년대쯤에 해당합니다. 아직은 과거 제도가 있지만 한 20년 지나면 과거 제도가 없어지는 거예요. 우리는 그런 시대를 지금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 교육이 전부 바뀌어야 해요. ] 햐~스님 정말!

2017-03-16 02:40:20

행복

덜 까먹는걸 다행으로 여기겠습니다

2017-03-14 11:02:09

수원의 별

수준을 좀 낮추고, 먹고 사는 것만도 다행이다 하면서 즐겁게 살겠습니다. 요즘은 굶어죽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80년대 보다는 살기좋은 세상이라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2017-03-13 1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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