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20 두북 농사
봄을 만끽합니다

새벽입니다. 스님은 예불과 천일결사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기도 후 아침 공양을 하면서 스님은 오늘 할 일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오늘은 무엇보다 감자밭에 감자를 심는 일이 중요합니다. 스님은 감자 심는 일감을 설명하였습니다.

“먼저 감자를 잘라서 심을 준비를 해야 해. 준비가 되면 다 같이 올라가서 감자를 심고 멀칭을 하자. 감자를 심고 멀칭하는 방법이 있고 멀칭을 하고 감자를 심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 다 해보도록 하자.”

공양을 마치고, 아래 창고에 있던 싹이 난 감자를 꺼내 잘랐습니다. 밖에서 자르려고 자리를 폈다가 너무 추워서 다시 방으로 들고 들어갔습니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합니다.

스님은 감자 자르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냥 자르는 것이 아니라 씨눈을 포함해서 잘라야 합니다. 행자님 두 명은 감자 자르기, 스님과 나머지 한 명은 자른 감자에 묻힐 재를 준비하였습니다. 재는 자른 감자면의 수분을 차단하여 썩지 않도록 하면서 소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른 감자를 재에 묻혔습니다. 통일감자, 감자, 자주감자로 나누어 준비해두었습니다. 감자에 묻히고 남은 재는 부추 밭에 뿌려주었습니다. 재를 뿌리려고 비닐을 살짝 들어 올려 보니 벌써 부추가 많이 자라 초록이 무성했습니다. 부추는 우리가 보든 보지 않든 변덕심한 봄 날씨에도 비닐을 이불삼아 열심히 자라주었습니다.

감자 심는다는 소식을 듣고 선주법사님도 오셨습니다. 두북보다 양지바른 곳에 있는 지리산 수련원에서는 봄 농사 준비를 완료했다고 하시며 일부러 거들러 오셨습니다.

삽, 호미, 괭이, 멀칭 비닐을 수레에 싣고 감자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지난번에 소똥을 펼쳐 꺼멓게 만들어서 뿌듯해했는데 이제는 잘 갈아엎어 두둑까지 만들어져있었습니다. 황토빛 두둑이 저 끝까지 만들어진 것을 보니 뭔가 제대로 나올 것 같습니다.

스님은 통일씨감자가 내일모레나 도착하니까 두렁을 구분해서 심어보자고 하였습니다. 일반 감자와 통일씨감자의 성장을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니까 우선 오늘 준비한 감자는 25센티미터의 간격을 두고 심고, 바로 옆 고랑은 나중에 도착하는 통일씨감자를 심도록 비워두었습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은 감자 심을 위치를 표시해주고 한 사람은 감자를 심고 흙을 덮어 주었습니다. 스님은 감자의 싹이 위로 올라오도록, 심을 때도 깊이 심고 덮을 때도 흙을 충분히 올려 주라고 하였습니다. 대충하지 않고 감자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말입니다.

감자가 많지 않아 심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밭 위쪽에는 대나무 밭이 있었는데 대나무 그늘이 생겨서 햇빛이 충분하지 않을 것을 고려해 그늘이 생기는 쪽은 감자를 심지 않았습니다.

감자를 다 심자, 멀칭을 하였습니다. 오늘 감자를 심은 곳은 투명한 부분이 있는 비닐로 멀칭하고 통일씨감자를 심어야 할 빈 두둑은 전체가 까만 비닐로 멀칭 하였습니다. 비닐을 잘 당겨서 흙과 비닐이 밀착되도록 하였습니다. 오늘 심은 감자를 보니 통일 감자, 일반 감자, 작년 통일씨감자, 자주감자였습니다. 팀을 이루어 하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하였습니다. 미처 두둑을 만들지 못한 남은 짜투리 밭에도 두둑을 만들고 멀칭을 해두었습니다.

스님은 그러고도 남은 모서리 면에 잡초를 뽑고 호미로 흙을 뒤엎어 잘 갈아두었습니다. 지난번에 뿌리고도 많이 남은 고소 씨앗을 뿌리자 하였습니다. 짜투리 밭에는 고구마와 야콘을 심는 것이 어떠냐고 선주법사님이 제안하였습니다. 다들 고구마와 야콘을 좋아하니 대찬성이었습니다.

마치고 내려오니 1시 반, 오늘은 참 빨리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공구를 정리하며 지난 주에 심어 둔 대나무 화분에 물을 주고 화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와, 할미꽃이 올라왔다! 네 군데나 싹이 돋아났어.”

스티로폼 미니비닐하우스도 살짝 들춰보니 꺾꽂이한 줄기에 더해 싹이 났습니다.
“스님, 실험용 꺾꽂이 감자에도 싹이 났어요.”
“국화꽃밭, 튤립꽃밭에도 싹이 무성해요.”

그냥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고개를 낮추어 마음을 실어서 살펴보니 초록색 생명이 한창이었습니다. 지난 주, 꽃봉오리를 한껏 숨기고 있던 작은 매화나무도 탐스런 꽃을 피웠습니다. 이 작은 매화나무는 두북에 올 때마다 스님이 눈여겨보았지만 매번 반응이 없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꽃을 피운 것입니다. 다들 흰 색인 듯 분홍인 듯 화사한 빛깔과 작지만 탐스러운 꽃봉오리에 감탄하였습니다.

감나무 가는 길목에 잎들을 무성하게 피웠습니다. 스님은 원추리를 칼로 톡톡 캐면서

“오늘 저녁은 원추리나물을 먹어야겠네.”

하였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소쿠리 하나씩을 가지고 나물을 캐러 갔습니다. 달래, 쑥, 민들레, 명아주가 그득했습니다. 스님은 ‘너무 어린 것은 캐지 말고 좀 자란 것’으로만 캐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15분쯤 잠깐 앉아서 캔 것이 소쿠리에 가득 찼습니다. 각자 소쿠리 하나씩을 허리에 끼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봄을 만끽하는구나!”

스님의 한 마디였습니다. 이 봄에, 한 낮의 햇빛과 새싹들과 꽃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감자밭 일감이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되어 여유가 생겼습니다. 공중목욕탕에 목욕 갈 채비를 하고 나섰습니다. 나선 김에 새갓골 진달래가 궁금해졌습니다. 지난주에 겨우 꽃 핀 걸 보았는데 오늘이라면 어떨까? 화단에 작은 매화꽃도 꽃을 피웠으니 새갓골엔 진달래가 가득이겠다는 생각이 막 들었습니다. 확인(?)할 겸 새갓골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난 주 올라갔던 그 길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만개한 진달래들이 있었습니다. 활짝 열린 진달래를 보자 스님 얼굴이 활짝 열렸습니다. 활짝 열린 꽃과 활짝 웃는 스님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용산서원’에도 잠깐 들렀습니다. 경주 교동 최부자 댁의 선조인 의병장 정무공 최진립 장군을 배향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였습니다. 생각지 않았던 나들이를 목욕으로 마무리 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녁 공양 상에 낮에 캤던 원추리, 민들레, 명아주가 맛있는 봄나물이 되어 올라왔습니다. 원추리나물이 아삭아삭 하였습니다. 명아주는 부드러웠습니다.
스님은

“봄나물로 풍성한 공양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나물을 무쳐 준 최보살님께
인사하였습니다.
공양을 준비해주신 최말순 보살님은
“맛 볼 수 있게 봄나물 캐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셨습니다.

하루 종일 봄이 가득한 날입니다.

신간 <야단법석2>가 출간되었습니다.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15

0/200

봄 내음 물씬 나는 스님의 하루인것 같습니다
감자농사 잘 될거같아요~

2017-03-23 11:34:36

몽실이

전해주신 봄소식에 제마음도 가벼워집니다. 감사합니다.
감자심는법도 제대로 배워갑니다.
스님,선주법사님,보살님들 모두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7-03-23 06:09:55

^^^^

아휴 스님~~아직 바람끝이 찹니다ㅜㅜ농사지으실때 잠바라도 좀 입으시죠ㅠㅠㅠ봄나물반찬 인사하시는 스님도 귀여우시고,그인사 받으시는 최보살님도 정말 센스만점이시네요^^*

2017-03-22 22:24:1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