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21 용성조사 열반일 기념식, 청년 강좌 동아대 다우홀 편
나는 괜찮은 사람이에요

밤 새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새벽 3시 20분쯤 되니 새소리가 새벽을 깨웁니다. 스님 방에도 불이 켜졌습니다. 오늘은 용성진종조사 77주기 열반일 기념행사가 장수 죽림정사에서 있어서 일찌감치 나서야합니다. 예불과 천일결사기도 시간을 조금 당겨 4시 30분에 시작하였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스님은

“지금 공양을 하고 밭에 씌운 비닐에 고인 빗물을 털어내자. 그때쯤이면 비가 그친다고 하네.”

하였습니다. 비닐 아래로 쑤욱 올라온 싹들이 빗물에 짓눌리는 것을 염려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아침공양을 간단하게 마치고 뒷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스님과 함께 비닐에 고인 빗물을 빗자루로 털어내는 사람, 공양 후 설거지를 하는 사람, 쓰레기 정리를 하는 사람, 타고 갈 차량 정비를 하고 미리 짐을 실어두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져 짧은 시간에 뒷정리를 하고 6시 10분, 장수 죽림정사로 출발하였습니다.

스님은 고속도로에 차가 오르면 원고를 보거나 지도를 살펴봅니다. 오늘은 지도를 살펴보며 바뀐 도로를 체크하였습니다. 장수 번암면으로 들어가는 톨게이트 위치가 동남원 쪽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4킬로미터 가량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스님의 도로정보는 전국을 다니며 실제 도로와 지도를 비교하며 체크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최신 도로정보를 접하는 셈입니다.

도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죽림정사에 도착하였습니다. 스님은 먼저 대웅전에 참배하고 용성진종조사 행적비와 도문 큰스님의 유훈실현비를 살펴본 뒤, 77회 용성스님 열반일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와주신 손님들께 인사드리고 교육관으로 갔습니다.

아침 9시 30분부터 유수스님의 인례로 다례제가 봉행되고 있었습니다. 스님과 대중은 부처님을 비롯한 역대 전등 제대 조사님들께 다례를 올리고 10시 30분, 기념식을 시작하였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국민의례 후, 용성진종조사 행장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지고 광복회 전북지회 전 지회장 이풍삼 목사님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불심 도문 큰스님과 30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오면서 전북지역의 독립운동 역사를 보존하는 일을 해오고 계십니다. 목사님의 생생하고 따뜻한 축사 후, 백용성 조사께서 직접 작사한 ‘온겨레의 노래’를 다같이 힘차게 부르고 기념 법문을 청하였습니다.

법륜 스님은 법상에 올라 오늘 행사의 의미를 설명하였습니다. 전국 정토회 주간 경전반 사찰 순례의 프로그램으로 참가하게 된 대중들은 이곳 죽림정사와 열반일 행사가 처음인 사람들이 많아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는 스님의 눈길 따라 집중하며 들었습니다. 바로 뒤 이어 즉문즉설 시간이 있었습니다.

경전반에 다니며 배운 내용들을 일상에 적용시킬 때 어려운 점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었는데 딸과의 관계를 개선해보고 싶은 주부의 사례를 실어봅니다.

“저는 12세 딸아이를 하나 둔 결혼 12년차로 경전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에다 활동적이었는데, 남편의 ‘나만 아니면 돼’ 하는 식의 성격과 부딪히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 신랑과 지내면서, 신랑과 똑같은 모습의 딸을 키우면서 제 성격도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성격이 부정적으로 바뀌다보니 자꾸 화를 내게 되고, 자꾸 불안감이 생깁니다. 그런 불안감 때문인지 저도 바깥 생활을 자유롭게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힘들게 지내다가 스님의 유튜브를 보고 정신과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쁜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듣고 정신과 처방도 받았는데 약을 먹을 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다시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딸아이가 미워질 때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까 질문자 스스로 본인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라고 하셨지요?”

“네.”

“그럼 질문자는 괜찮은 사람이에요, 형편없는 사람이에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긴 했는데요…”

“그냥 평소 생각하는 대로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본인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네!”

“그래요, 괜찮은 사람이에요. (청중 웃음)
그런데 스님이 몇 가지 물어볼게요.
두 부부가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어 버렸다고 해봐요. 두 부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들이 기르는 아이가 생물학적으로도 자기 아이인 줄 알고 키우는 거예요. 우리 주변에도 아주 가끔 이런 경우가 있잖아요? 이럴 때 아이는 키우는 엄마의 성격을 닮을까요, 생물학적인 엄마의 성격을 닮을까요? 질문자 생각은 어때요?”

“키우는 엄마의 성격을 닮을 것 같아요.”

“확실해요?”

“법문도 그렇게 들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청중 웃음)”

“아니, 들은 이야기 말고요. (청중 웃음) 질문자 생각은 어때요? 한국 아이인데 태어나자마자 미국에 입양 되어서 미국에서 자라면, 그 아이는 커서 한국 사람처럼 행동할까요, 미국 사람처럼 행동할까요?”

“미국 사람처럼 행동해요.”

“그럼 조금 전 아이가 바뀐 두 집에서는 아이가 자라면서 성격이 점점 낳은 엄마를 닮아갈까요, 키워준 엄마를 닮아갈까요?”

“키워준 엄마를 닮아갈 것 같아요.”

“이번엔 확실해요? (청중 웃음)”

“네.”

“스님이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아니면 질문자 스스로 생각해도 그럴 것 같아요? 이 부분부터 확실해야 해요. 질문자가 생각해도 키워준 엄마를 닮아갈 것 같아요?”

“네, 그렇습니다.”

“좋아요. 그러면 질문자의 딸은 질문자를 닮았을까요, 아빠를 닮았을까요? (청중 웃음)”

“둘 다 닮았어요.”

“육체적인 부분은 놔두고, 성격은 어때요?”

“성격은 아빠를 조금 더 닮았습니다. (청중 박장대소)”

“그럼 앞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들과 다르잖아요. (스님, 청중 모두 웃음) 그래서 스님도 차근차근 물어온 건데, 이렇게 대답하면 앞에 나눈 이야기가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청중 웃음)

앞의 사례들과 비교해서 잘 생각해봐요. 얼굴이나 신체는 엄마, 아빠를 반반씩 닮죠? 그런데 말하는 습관이나 행동하는 버릇은 엄마를 더 닮을까요, 아빠를 더 닮을까요?
아이를 낳자마자 질문자는 아이 근처에도 안가고 아빠가 주로 데리고 키웠어요, 아니면 질문자가 주로 아이를 키웠어요?”

“주로 제가 키웠습니다.”

“그러면 아빠를 닮았을까요, 엄마를 닮았을까요?”

“저를 닮았겠습니다. (청중 웃음)”

“그런데 왜 자꾸 남편을 닮았다고 해요? (청중 웃음) 벌써 그 부분부터 생각이 잘못 되었잖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도 질문할 때의 생각 그대로예요? 아니면 듣고 보니 ‘아, 내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구나’ 싶어요?”

“…”

“‘나는 남편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를 닮은 거였구나’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니면 아직도 남편을 닮았다고 생각해요?”

“…”

“생각나는 대로 그냥 이야기 해봐요.”

“그래도 ’나만 아니면 돼’하는 부분은 남편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청중 폭소)”

“조금 다르게 봅시다. 질문자가 주로 키웠으면 아이가 질문자를 닮을까요, 남편을 닮을까요?”

“저를 닮았습니다.”

“그건 확실해요?”

“네.”

“그래요. 그런데 질문자는 아까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죠?”

“네.”

“그럼 질문자를 닮은 아이는 괜찮은 아이예요, 문제가 많아요?”

“괜찮은 아이입니다.”

“그럼 걱정할 일이 있어요, 없어요?”

“없습니다.”

“그래요. (청중 웃음과 박수)”

“…”

“아마 집에 가면 다시 안 괜찮아질지도 몰라요. (청중 웃음) 질문자는 ‘나는 남편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닮은 거구나’하고 생각을 탁 바꾸어야 해요. 남편을 미워하니까 딸이 남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이까지 미워지는 거예요. ‘나를 닮았다’는 걸 알면 괜찮아집니다. 그리고 나를 닮은 건 아는데 거기서 또 내가 내 마음에 안 들면 아이는 다시 미워집니다.

다행히 질문자는 스스로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또 아이는 그런 질문자를 닮았으니까, 질문자가 잘 사는 것처럼 아이도 잘 살아가겠지요? 그렇게 생각의 중심을 잡고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나를 닮았으니까 괜찮아’라고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크게 개의치 마세요. 누가 뭐라고 해도 위축되지 말고, 질문자 스스로 ‘나를 닮았으니 괜찮아’하고 떳떳하게 지내면 됩니다.

이렇게 알고 있는데도 계속 조마조마한 마음이 든다면 그건 아이 문제일까요, 질문자 자신의 문제일까요?”

“제 문제요.”

“그래요, 그 마음 기억해서 위축되지 말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지내세요.”

인생이 힘들다고, 삶이 어렵다고 질문을 시작하지만 어느새 스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웃음이 만발하게 됩니다. 청중들도 스님의 질문에 동참하면서 다 함께 대화에 몰입하게 되지요. 이게 바로 삶의 이치를 알아가는 즉문즉설의 묘미입니다. 스님은 여덟 명의 질문자와 대화를 마치고 참가자 전체와 대웅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녁 강연 전에 양산에 들러야 했으므로 서둘러 점심 공양을 마치고 출발하였습니다.

어젯밤, 오랫동안 활동하신 정토회 활동가의 거사님이 급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가기로 하였습니다. 양산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부산, 울산지역 정토회 회원들이 염불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고인에게 삼배로 예를 갖추고, 슬픔에 잠겨있는 상주인 아들과 딸을 위로하고 곁에서 서 계시는 보살님을 다독였습니다.
스님은 장례식장에 있던 정토회 회원들 모두와 함께 천도기도를 하였습니다.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앉아 목소리를 맞추어 정성으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장엄염불 후, 고인과 남은 가족들을 위해 발원을 하였습니다. 천도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함께 기도한 대중 가족들에게

“다들 함께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강연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봄은 슬픔이 있거나 기쁨이 있거나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양산에서 부산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는 목련이 만발하고 벚꽃도 꽃망울을 터뜨려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교차로 중앙 화단에 피어있는 진달래를 스님이 먼저 발견하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는 진달래인데 부산에는 이렇게 활짝 피어 있다니요. 스님은

“이 방향은 정남향이라서 꽃이 빨리 핀 거야. 두북은 같은 울산지역이라도 산골이라 온도가 2도 가량 낮거든. 그래도 꽃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네. 이 정도면 4월에 청년들이 경주 올 때는 꽃이 지고 없겠는걸.”

하였습니다.

꽃 이야기, 날씨 이야기, 행사 이야기, 두북 정비 이야기로 봄맞이 이야기를 한참 하는 중에 강연장에 도착하여 강연장 바로 앞에 있는 국수집에서 저녁 공양을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7시 30분,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16개의 쪽지가 들어와 있어 여는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고 바로 질문지를 뽑았습니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단상 아래로 내려가려 했지만 조명도, 마이크 줄도 충분치 않아 그냥 마련된 연단에서 하였습니다.
아래는 일곱 번째로 질문한 여학생과 스님의 대화를 옮긴 것입니다.

“저는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인데, 옆에서는 계속 저더러 ‘너는 꿈도 없냐? 너는 어떤 직장 다닐 거냐?’며 압박을 넣어요. 그러면 제가 점점 위축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저도 괜찮다는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청중들 웃음)

“솔직히 말해서, 질문자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지금 안 괜찮네요.(청중들 웃음) 자기가 지금 안 괜찮으니까 ‘괜찮다’는 위로의 말이 필요하지요, 질문자가 괜찮다면 왜 위로의 말이 필요하겠어요? 질문자에게는 괜찮다는 위로의 말이 필요 없는 거예요.”

“...”

“못 알아들었어요?(청중들 웃음)”

“그러면 제가 그냥 안 괜찮다고 생각하고 살아가야 된다는 말씀이세요?”(청중들 웃음)

“자, 여기 금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와, 그거 금 같네.’라고 칭찬할 필요가 있을까요? 금을 앞에 두고 ‘야, 그거 금 같네.’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고요. 금이 아닌 걸 두고 ‘야, 그거 참, 금 같다. 금만큼 좋아 보인다’라고 말하는 건 위로가 되고, 칭찬이 되겠죠? 그러나 금한테 ‘금 같다’고 말하는 건 칭찬이 아니지요? 그런데 금한테 ‘금 아닌 것 같다’고 한다고 금이 위축될까요, 안 될까요?”

“안 돼요.”

“예, 그런 말에 위축되지 않지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제가 위로해 줄 필요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다시 말해서, 질문자가 ‘스님, 저 좀 위로해 주세요’라고 말한다는 건 지금 질문자가 괜찮은 상태라는 거예요, 안 괜찮은 상태라는 거예요?”

“안 괜찮은 상태라는 거예요.”

“예. 안 괜찮은 사람한테 제가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위로를 해 주면 약간 격려는 되겠지요?”

“예.”

“그럼 제가 질문자한테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해 주려면 일단 질문자가 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게 확인이 되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질문자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제가 굳이 그런 말을 질문자한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어요.”

“예. 금을 보고 ‘금 같다’고 말하는 건 흉이에요, 칭찬이에요?”

“흉이요.”

“예. 그러니까 제가 질문자한테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건 질문자한테는 흉이란 말이에요.”

“아...”

“왜 흉이냐 하면, 질문자는 본래 괜찮은 사람이니까요.”

“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는데요... 청중들이 모두 웃고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 같아서요...”

“스님이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돈도 안 받고 강연을 하면서 질문자를 비웃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제가 질문자를 비웃는다고 해서 저한테 도움 될 게 하나도 없어요.(질문자를 포함해서 모두 웃음)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질문자를 비웃어서 무슨 이익을 얻겠어요?”

“그건 맞는 말씀이십니다.”

“즉문즉설을 들어봤죠? 스님이 사실을 말하던가요, 과장해서 말하던가요?”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스님이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말했을 때 이 말은 사실일까요, 아닐까요?”

“사실 같아요. 저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청중들 웃음)

“예, 맞아요. 질문자는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괜찮은 사람 같다’는 말은 질문자한테 흉이에요.”

“(작은 목소리로) 예..., 그런데 제가 느끼기엔 뭔가, 진심 같지가 않아요.”(청중들 웃음)

“스님이 거짓말을 하거나 질문자를 비꼬고 있다는 얘기네요?(청중들 웃음)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는 성경 구절도 있는데, 스님이 진실을 얘기해줘도 질문자가 못 믿겠다면 할 수 없지요, 뭐. 질문자는 믿음이 없는 사람이니까 구원도 없겠어요.(질문자와 스님이 함께 웃음, 청중들 박수)
꿈이 있는 사람에게 ‘너는 꿈을 갖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가 있겠어요, 없겠어요?”

“없어요.”

“그럼 꿈이 있는 사람에게 ‘꿈을 갖는다는 건 좋은 거야’라고 말해 줘도 되겠지요? 그런데 굳이 따져보자면 꿈이 있는 게 좋아요, 꿈이 없는 게 좋아요?”

“꿈이 있는 게 좋아요.”

“꿈이 없는 게 좋지, 왜 있는 게 좋아요? 잠잘 때 꿈을 안 꾸는 게 좋아요, 꿈을 꾸는 게 좋아요?”

“안 꾸는 게 좋아요.”

“예, 잘 때는 꿈을 안 꾸고 잠만 자는 게 좋지요. 그러니까 ‘꿈을 꾼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어도 ‘꿈을 꾸는 게 좋다’고 말할 순 없는 거예요. 이해가 되세요? 다른 한편, 꿈이 있는 사람은 그 꿈을 실현하지 못 하면 괴로워요, 안 괴로워요?”

“괴로워요.”

“예. 그러니까 꿈이 없다면 괴로울 일도 없잖아요. 이해하셨어요?(청중들 웃음)

옛날에 제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먹고살기가 힘든 때였어요. 그런데 그런 때에도 젊은이들 중에는 음악가나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그 시대에는 부모도, 선생님도 그런 젊은이들한테 ‘네가 그거 해서 밥 먹고 살겠느냐?’며 그런 꿈을 버리게 했어요. 그래서 그런 꿈을 가졌던 젊은이들은 그 꿈을 버리고 상대나 공대를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이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 돈을 벌어도, 지위가 높아져도 자기가 진짜 해 보고 싶은 걸 못 해 봤다는 아쉬움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취미로 음악을 하거나 운동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음악이나 운동을 한다고 굶어죽을 일은 없고, 밥은 먹고 살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어른들이 ‘이거 해도 밥 먹고, 저거 해도 밥 먹고 살 바에야, 너 하고 싶은 걸 해라. 네가 꼭 하고 싶다면 한번 해 봐. 그거 한다고 굶어죽진 않으니까’라고 권유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다들 ‘꿈을 갖는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젊은이들이 꿈을 갖고 도전해 보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니 꿈을 가져라’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학교선생님이나 학부형들, 자기네가 어렸을 때 꿈을 말하면 어른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며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해서 자기네가 괴로웠기 때문에, 이제는 시절이 바뀌어서 뭘 해도 굶을 걱정은 없으니까 아이들에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한번 해 보라’면서 권유를 하며 한다는 말이,
‘너는 뭐하고 싶니?’
‘그림 그리고 싶습니다.’
‘좋다. 한번 해 봐라.’
‘그럼 너는 뭐하고 싶니?’
‘저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그래? 꿈이 없다는 건 문제다.’
이런단 말이에요. 여러분,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는 문제아예요?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건 좋은 거예요.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으니까 아무거나 해도 되잖아요. 그렇지요?”

“예.”(청중들)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져요. 꿈이 장애가 되던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꿈이 더 이상 장애가 아닌 시대가 되자 ‘좋은 시대가 됐다’고들 했는데, 거꾸로 이제는 꿈이 없는 사람을 문제아 취급한단 말이에요. 그럼 요즘 학생들에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때 ‘저는 00을 진짜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10명 중에 7, 8명이나 될까요? 아니면 10명 중에 2, 3명밖에 안 될까요?”

“2, 3명이요.”(청중들)

“그래서 옛날에는 2, 3명이 괴로웠다면 요즘은 7, 8명이 괴로운 시대가 됐어요.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나 많은 젊은이들이 ‘저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저는 꿈이 없어요’라고 하소연을 하는 겁니다.
온 세상이 다 ‘꿈을 가져야 된다’며 강요를 하니까요. 꿈은 가지고 싶다고 가져지는 게 아니고, 저절로 생기는 거예요. 살면서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면 스스로, 저절로 뭐가 되고 싶다는 게 생기면 그냥 생기는 대로 해 보면 되고, 안 생기면 아무거나 하면 돼요.
토끼나 노루가 꿈을 좇아서 살까요? 아니에요. 그래도 잘 살잖아요. 그러니까 꿈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아요. 꿈은 있든 없든 아무 문제가 없는 건데, 자꾸 우리는 문제를 만들어요.

우리는 지금 꿈이 없는 걸 문제 삼는 시대에 와 있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꿈을 가진 걸 문제 삼는 시대였기 때문에, 꿈대로 못 살게 해서 꿈을 가진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데, 요즘은 꿈이 없는 걸 문제 삼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꿈을 갖고, 안 갖고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누군가 질문자한테 ‘네 꿈이 뭐냐?’라고 물으면 ‘예, 잠 잘 때 꿈 많이 꿉니다’라고 하세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런 말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럼 이제는 질문자가 한번 말해 보세요. 질문자 스스로 생각할 때 질문자는 괜찮은 사람이에요, 안 괜찮은 사람이에요?”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누군가가 질문자에게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해 줄 필요가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예.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면 남이 그런 말을 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렇게 남들 칭찬의 노예로 살 필요가 없어요. 남이 나더러 안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도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면 남들 말에 휘둘리지 않는 거예요. 질문자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청중 박수)

죽림정사에서 질문한 주부도, 부산에서 질문한 여대생도 자기 긍정성을 바탕으로 해야 바른 길을 빨리 찾아나갈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지가 많아도 끝까지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져 마지막 하나를 남겨 놓고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인회를 하면서 스님과 악수하고 셀카를 찍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발랄해보였습니다.

내일 아침 일정이 서울에서 있어서 스님은 오늘도 늦은 밤, 차 안에서 잠을 청하였습니다. 이제는 방에서 잠을 자면 곧잘 깨어서 꿀렁거리는 차를 타야 깊이 잠을 자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스님 앞에서 행자님들은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하였습니다.

전체댓글 19

0/200

봄봄

맞습니다
오늘도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에 감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04-21 19:54:08

제비꽃

참 감사합니다

2017-03-26 09:38:38

님채

명쾌하신 스님 덕분에 마음의 평안을 얻습니다.
스님 말씀을 이렇게 잘 정리해주시는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17-03-25 15:07:3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