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5.31 해외 활동가 수련 & 포항 행복한대화 강연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해서 너무 힘듭니다.

아침 일찍 문경에 도착한 스님은 정토회 해외지부 활동가 수련이 진행되고 있는 명상원에서 해외활동가들과 함께 아침 예불을 했습니다. 예불 소리와 함께 뻐꾸기 소리, 이름 모를 새들이 내는 소리가 평화롭게 문경수련원의 아침을 열었습니다.

이후 참석자들은 해외지부와 국제국의 9차 천일결사(2017-2019년) 사업목표 발표를 듣고 지역별 모둠으로 나뉘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정토행자를 양성해나갈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스님이 강연 다녀오는 길에 선물 받은 호두과자를 나눠주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수련 잘 하고 있어요?” 라고 인사한 스님은 각 모둠의 토론내용 발표를 듣고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여러분이 애쓰시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두번째는 연구해가며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이 되고 안 되고에 너무 목표를 두면 안 됐을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일이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연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도 괴롭지 않고, 연구를 해서 되도록 해나가는 과정 중에 능력이 생깁니다. 일이 안 되어야 능력이 생깁니다(모두 웃음).

일이 되면 되어서 좋고 안 되면 연구를 해서 하기 때문에 역량이 커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발표 내용 모두 연구하는 자세가 돋보여 아주 좋았습니다.

사람을 중요시 한다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어떤 일을 처음 할 때는 잘 몰라서 일을 잘 못합니다. 반면 오래 일한 사람은 타성에 젖어서 관념화되기 때문에 역시 잘 모릅니다. 하나는 무지해서 모르고, 하나는 타성에 젖어서 안 보이고 안 들린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살피고 깨어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옛날에 법당에서 전화 받는 걸 보면, 상대가 서초동 가는 길을 물으면 자기 아는 대로 ‘서울 고등학교 옆에 있다’, ‘예술의 전당 옆에 있다’, ‘지하철 3호선 타고 오면 된다’ 든지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안내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다 알아들을 것 같지만 그 곳에 처음 가는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먼저 물어봐야 돼요. ‘버스, 승용차, 전철 중에 어떤 것을 타고 오십니까’. 버스라고 대답하면 ‘몇 번 버스 타고 오십니까’. 또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서 그 정류장에서 어느 쪽으로 와야 되는지 안내해야 합니다. 택시로 온다고 하면 ‘어디로 가자고 하십시오’ 이렇게 안내해야 합니다. 상대는 처음 오는 사람이라 길을 모르니까 물어보지 길을 알면 물어볼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이렇게 안내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오는 사람 입장에서 길을 안내하는지 자기 입장에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화장실 위치를 물어도 ‘저 뒤에 있어요’ 라고 하면, 처음 오는 사람은 뒤에 있다는 말만 듣고는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내할 때는 첫째, 본인이 업무파악이 되어있어야 되고, 둘째, 상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전제로 해서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합니다. 보통은 자기도 잘 모르고, 안내도 자세하지 않습니다.

강연의 예를 들자면, 강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사회자 멘트가 이어져야 합니다. 그 사이에 30초나 1분 간격이 생기면 청중의 절반이 일어나게 되고, 일단 일어나면 다시 앉아서 사회자의 공지를 듣기는 매우 어려워집니다. 또 강의가 30분쯤 늦게 끝나면 사회자가 진행을 좀 빨리 해줘야 하는데, 고지식하게 사회자 멘트를 천천히 모두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어도 청중 절반이 일어나서 집에 가게 됩니다.

너무 사람들 비위에 맞추라는 얘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주로 자기 생각만 하게 됩니다. 대중에게 맞추는 것도 자의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재미있게 한다고 말을 너무 장황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우리가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매뉴얼대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조절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님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처럼 ‘스님도 우리의 질문에 항상 우리 입장에 서서 상세하게 알려주는구나’ 싶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정토회 전체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새로 만들어진 국제국 업무에 대해서도 2차 만일결사의 사업방향과 함께 브리핑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외활동가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상세하게 안내해주니 2차 만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희망과 가슴이 떨립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질의응답은 내일 이어서 하기로 하고, 곧이어 스님은 저녁 강연이 열리는 포항으로 출발했습니다.?

포항 강연장에는 연일 계속되는 때 이른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많은 봉사자들과 행복학교 활동가들이 강연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새터민의 흥겨운 노래공연이 있은 후 곧바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북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요즘이라 그런지 새터민의 노래가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경상도 말로 뭐라고 하는 줄 아느냐?” 라고 물었습니다. 대중이 웅성거리자 “말라꼬 왔노” 라고 한다는 말에 관중석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강연의 문을 연 스님은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총 7명이 현장 질문을 하고, 1명이 영상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1) 화가 나면 마음에 없는 말로 상처를 준다는데 상처 주는 말을 덜하고 싶다는 분, 2) 복막암에 걸린 엄마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궁금하신 분, 3)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해서 고민이라는 분, 4) 자존감을 회복하고 남편과 잘 지내고 싶은데 스님께 조언을 구하는 분, 5) 아이의 진로 선택에 고민인 분, 6) 남편의 간암으로 힘들어하시는 분의 질문과 7) 지역에서 시민운동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영상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해서 고민이라는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셔서 너무 힘이 듭니다.”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는데 왜 힘이 들어요?”

“제가 괴로워서요. 결혼하고 싶은데 결혼식장에 부모님이 안 들어오실 것 같아서요.”

“우리끼리 결혼해버리면 되잖아요.” (청중 웃음)

“가능하면 행복한 결혼을 하고 싶어서요.”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왜 행복한 결혼이 안 돼요? 반대하는 건 부모님 입장이고, 결혼하고 싶은 건 내 입장이에요. 질문자는 20살 넘었으니까 그냥 결혼하면 돼요. 법적으로 20살이 넘으면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도록 권리가 주어져 있는데 무엇 때문에 허락을 받아요? (청중 박수)

부모님한테 ‘저 결혼하겠습니다’ 하고 얘기해서 부모님이 ‘잘 됐다’ 하고 얘기하면 ‘결혼식 하는 데 오시겠습니까?’ 하고, ‘오겠다’ 하면 ‘고맙습니다’ 이러면 되고, ‘안 오겠다’ 하면 ‘나중에 결혼하고 찾아뵙겠습니다’ 이러면 되죠. 질문자가 돈이나 뭐 원하는 게 있으니까 괴롭겠죠.” (청중 웃음)

“안 그래도 그 동안 즉문즉설을 들어서 스님이 어떻게 대답해주실지 대충 알기 때문에 분명히 돈을 원하냐고 하실 것 같았어요.” (질문자 웃음)

“그러면 무엇 때문에 그래요? 결혼해버리면 되잖아요. 근처 절에 가서 부처님께 꽃다발 하나 올리고 둘이 맞절하고 결혼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할 마음을 둘이서는 먹고 있거든요.”

“마음만 먹고 있지 말고, 그냥 결혼을 하라니까요.(청중 박장대소) 마음만 먹고 있고 안 하니까 여기 와서 물을 일이 생기잖아요. 해버렸으면 스님한테 물을 일이 없잖아요.”

“지금은 기다리는 중이에요. 몇 달 정도 기다려보면 부모님 마음이 혹시 돌아오실까 해서 마음만 먹고 있고, 그 몇 달이 지나고 나면 실행에 옮길 생각이거든요. 남자친구나 제가 서로 마음에 안 들어서 그 핑계로 어떻게 하려는 건 전혀 아니고요.”

“모르죠, 그 사이에 깨질지.” (청중 박장대소)

“그리고 상대방 부모님께 되도록 상처를 안 드리고 싶어요. 저희 부모님은 딸이 너무 잘난 줄 아시거든요.”

“상대방 부모님께 상처 줄 게 뭐 있어요? 둘이 찾아가서 절하고 ‘저희 결혼하겠습니다’ 하고 상대방 부모님이 동의를 하면 ‘그런데 죄송합니다. 저희 부모님이 반대를 하셔서 결혼식에 참여를 못 하시니까 양해를 해주십시오’ 하면 되죠. 하객들 눈치가 보이거나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면 대리 부모님을 구하면 돼요. 요즘 결혼식에는 대리 부모님을 세우는 거 알아요? 부모도 ‘렌트’해주고 하객도 ‘렌트’해줍니다. 그러니까 그런 건 전혀 걱정 안 해도 돼요. (청중 웃음)

그렇게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는 게 최고예요. 남자친구 쪽에서 ‘너희 부모님이 찬성할 때까지 기다리자’ 그러면 좀 기다려볼 수도 있겠죠.

그러니 그런 핑계 댈 필요가 없어요. 스님이 말하는 요지는 이거예요. 부모님은 마음에 안 드니까 충분히 반대할 수 있어요. 그런데 부모가 반대할 권리를 왜 질문자가 빼앗으려고 해요? 왜 부모님은 무조건 찬성만 해야 해요? 질문자도 가끔 부모님 말 안 들을 때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부모님도 자식 말을 안 들을 때가 있는 거죠. 부모님 의사를 존중해 주라는 거예요. ‘반대하면 그냥 내 마음대로 해버려라’ 이런 이야기가 아니에요. 반대 의견도 존중해주라는 거예요.

질문자의 부모님께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돼요. ‘부모님이 찬성하실 때까지 결혼 않고 기다리겠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부모님이 반대하셔도 저는 결혼하겠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그러면 저희도 6개월 간 기다려보겠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요. 그런데 6개월 기다린다는 건 6개월 안에는 찬성하라는 뜻이 들어 있으니까 약간 강요하는 거예요.

자식이면 부모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부모님 의사를 전혀 존중하지 않으면 불효고, 부모님 말만 무조건 따르면 노예예요. 나는 부모님의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니까 결정은 내가 하는데, 동시에 나는 부모님이 사랑하는 자식이기도 하니까 부모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존중이 지나치면 노예가 되고, 자기 결정이 지나치면 불효가 될 수도 있어요. 부모님의 의사를 존중하되 질문자는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요.

질문자가 결혼하는 걸 부모님이 반대하는 게 강할까요, 제가 스님 되는 걸 부모님이 반대하는 게 강할까요? 어느 쪽이 더 강할 것 같아요?”

“스님이 되겠다고 하면 반대를 더 많이 하시겠죠.”

“그래요. 제가 부모님이 승낙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죽을 때까지 스님이 못 됐을 거예요.(청중 웃음) 제가 일단 스님이 된 것처럼 질문자도 일단 결혼을 하면 돼요. 그러면 부모님이 한 3년이나 5년쯤 외면하다가도 감정이 풀리면 다시 만나게 돼요.

반대하는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면 질문자가 힘들거나 괴로울 일은 없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힘들다고 하니까 하는 이야기예요. 찬성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게 괴로울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괴로울 일은 아닌데 괴로우니까 그게 제 문제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래요. 괴로울 일이 아닌데 괴로운 건 미친 거죠.(청중 웃음) 괴로울 일이어서 괴로운 건 이해가 되지만, 괴로울 일이 아닌데 괴롭다니까 그건 질문자가 좀 문제예요.”

“부모님과의 사이에 원래 갈등이 깊어서 그런 문제가 저한테 더 괴롭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해요.”

“네.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되 나는 20살이 넘었기 때문에 내 결정은 내가 내리는 거예요. 결혼을 못 한 것을 마치 부모님 때문인 양 핑계대면 안 돼요. 질문자가 안 하는 거지, 부모 핑계대지 마세요. 그래서 만약에 이 결혼을 안 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과 결혼 하거나 아예 결혼을 못하면 평생 부모를 원망합니다. ‘엄마 때문에 혼기를 놓쳤다’, ‘엄마 때문에 이 결혼이 불행하다’ 라고 하면서요. 그건 무책임하다는 거예요. 누가 뭐라고 하든, 누가 반대하든, 그건 그들의 문제이고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거예요. 내 인생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져야 해요. 다른 사람 핑계를 대면 안 됩니다.

찬성하는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반대하는 결혼을 할 수도 있어요. 제가 출가할 때 부모님이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는 것과 같아요. 제가 오늘 이렇게 법문하는 것도 어떤 사람은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싫어하잖아요. 그걸 내가 컨트롤할 수는 없어요. 그건 그들의 문제고 나는 내 길을 가는 거예요.

그러니 어떡할래요? 내일 결혼할래요?” (청중 웃음)

“...” (질문자 침묵)

“해버리면 이 문제는 안 괴로울 거예요. 지금은 하기 전이니까 괴롭죠. 그러니까 내일 빨리 해버려요.” (청중 웃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포항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60대 남성분은 스님의 강연을 일일이 메모한 것을 보여주며 시간이 짧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재미있었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우리가 하는 생각이 사실은 어리석음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2시간이 넘는 강연을 마친 스님은 곧바로 로비로 나와서 스님의 책을 들고 줄지어 있는 사람들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사인을 마친 스님은 봉사자들과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봉사자들을 둘러보며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라고 인사한 후 스님은 깜깜한 밤길 속에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김순영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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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결혼을 하셨나요? 소식이 궁금하네요
잘 되셨기를....

2017-06-26 03:06:54

임무진

내가 자유로운 삶을 살듯, 남도 그들의 삶을 살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늗나고 미워하지 않습니다.

2017-06-19 17:59:20

108번

18번 있잖습니까?
지금 사귀는 사람하고 결혼하지 않으면
단명한다고 하면 됩니다.
그러면 반대할 부모 아무도 없습니다.

2017-06-05 18: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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