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6.1 해외 활동가 수련 & 수원 행복한대화 강연
언론보도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까지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매일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아침을 여는 스님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수련 중인 해외 활동가들을 위해 어제 포항 강연을 마치고 오는 길에 경주에 들러 황남빵을 사왔습니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해외 활동가들은 스님이 사온 황남빵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스님이 “어젯밤에 쌈채소를 따고 씻느라 밤 늦도록 일하고 새벽에 도착했다” 고 말하자 해외 활동가들은 “아침에 황남빵도 맛있게 먹었는데...” 하며 모두들 스님에게 고마워하면서 감사 인사를 하였습니다.

훈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해외 활동가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이 아니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해보라” 고 하면서 장을 열어주었습니다. 그 동안 활동하면서 갖고 있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실무 부서의 업무분장 문제, 천일결사 나누기 밴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분별이 난다는 분의 고민, 서원행자의 마음가짐, 열린법회의 재정 규정, 연세 드신 정토회 회원들의 봉사시간 문제, 회원들 간의 상거래 문제, 수행모임에 방해되는 이유로 정토회에서 금하고 있는 사적인 모임의 정의, 강연 봉사자 교육 영상 요청 등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졌습니다.

해외 특성상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왔습니다. 해외는 워낙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보니 책임자가 다른 국가에 있는 열린법회를 관리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 가까운 지역 법당으로 가서 법회를 듣거나 불교대학을 들을 수 없는 어려움, 법사님이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발심행자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웃 나라로 깨달음의 장을 가야하는 어려움, 해외에서 영상으로 명상수련을 진행할 수 있겠는지, 스님이 직접 촬영한 해외 순회강연 홍보 영상 요청 등도 정말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서로 손을 들며 열띤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런던법회 불교대학 팀장은 “이번 9월 유럽·독일에서 열리는 합동 불교대학 졸업식에 런던 불교대학 학생들이 참석 못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스님이 런던에 왔을 때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이라도 직접 줄 수 있겠는지?” 요청했고, 스님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 고 대답해서 요청한 팀장이 매우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또 남다른 분별심을 가졌다고 자신을 소개한 분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분별과 분석이 어떻게 다릅니까?”

“머리가 아프면 분별이고, 머리가 명석해지면 분석입니다.” (모두 박장대소)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큰 박수가 나왔습니다. 이번 수련 중에 가장 큰 박수와 박장대소가 나왔고, 많은 대중이 명쾌한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활동가들의 수행 관점을 명쾌하게 잡아주었습니다.

“소임을 놓치게 되면 성과가 안 나고, 수행을 놓치게 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그 둘 중에서 수행이 먼저예요. 소임을 잘 하려고 열심히 하다보면 괴로우니까 소임을 놓으려고 해요. 소임을 그대로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게 수행입니다.”

이어진 시간에는 “저는 정토법회 책임자인데요. 예전에는 오전에 교회 가고 오후에 법회를 갔는데, 지금은 교회에 안 갑니다. 다른 사람들이 왜 교회 안 나가냐고 말할 때 떳떳하게 대답하고 싶다.” 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스님은 아래와 같이 답변했습니다.

“답변이 궁색하다 싶으면 틈 날 때 교회에 한 번씩 가면 되죠. 지금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정토회 책임자라고 지역에 소문이 날 것 아니겠어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죠. 앞으로 정토회 나오는 사람들 중에는 불교신자가 있을 수 있는데, 아마도 ‘어떻게 절 책임자가 교회를 다니느냐’ 라고 컴플레인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에요. 내가 책임자가 아닐 때는 함께 다녀도 문제가 안 되는데 책임자가 되면 그런 문제가 생깁니다. 질문자의 현재 형편상 정토회의 얼굴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요일마다 교회에 간다고 하면 대중의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정토회에서 책임을 맡았으니까 이 임기 동안은 교회를 쉬겠다 하거나, 둘째, 한 달에 한 번이나 크리스마스 때 등 1년에 몇 차례 가든지 해서 부드럽게 문제를 푸는 겁니다.”

점심시간에는 스님이 직접 따서 씻어온 쌈채소를 감사히 먹었습니다. 파릇파릇한 쌈채소가 풍성하게 담겨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바라지 분들이 정성스레 만들어준 반찬과 다식을 나누어 먹으며 도반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도 질의응답이 활기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질문자가 너무 많아 주제별로 질문을 묶어서 하도록 하였습니다. 웬만한 의문이 거의 다 해소되자 스님은 “오늘 저녁 수원에서 강연을 해야 해서 회향식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 고 하면서 “회향식은 법사님들과 함께 하면 좋겠고,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어려움은 연구를 해서 극복할 대상이지 괴로움의 원인이 되지 않아야 한다” 는 말씀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아침부터도 하루 종일 시간을 내어 질의응답을 해준 스님에게 해외 활동가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삼배를 드리려 하니 스님은 “제가 더 고마운데, 제가 삼배를 해야죠?” 라고 말했습니다. 스님의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더 고맙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달려온 스님은 저녁 7시부터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총 13명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남편과 아들의 사이가 안 좋아 고민인 50대 여성 분, 사주를 봤는데 안 좋다고 나와서 고민인 20대 여성분, 스트레스를 받아서 머리가 아프고 갑상선 결절이 생겼는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묻는 40대 여성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속상한 10대 중학생, 집을 떠나거나 외박을 하면 두려움이 생긴다는 30대 여성분, 18살 아들이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걱정인 50대 여성분 등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언론 보도로 인해 아동 학대 의심을 받는 것이 고민인 한 교사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7년차 교사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아동을 학대하는 소수의 교사들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교사들이 학부모님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전혀 아동 학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런 오해를 받는 걸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마음도 많이 아프고, 이 직업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할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일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평생 직업으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런 의심은 받지 않으면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의심은 내가 하는 건가요, 다른 사람이 하는 건가요?”

“다른 사람이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내가 어떡하겠어요? (청중 웃음) 지금 질문자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의심은 다른 사람이 하는 거니까,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비록 다른 사람이 오해하더라도 내 마음이 편안한 길은 찾을 수 있지만, 의심을 하고 의심을 하지 않고는 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이고 내가 그들을 어찌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건 불가능한 요구예요.”

“그러면 저는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까요?”

“그건 개인의 자유예요. (청중 웃음) 다른 사람이 의심하는 것과 내가 직업을 그만 두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내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으면 계속 하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두면 되는 것이지, 그들의 의심이나 비난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관련을 지을 이유도 없습니다.”

“아.. 우선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계속 가르치면 되죠.”

“그런데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면…”

“의심의 눈초리를 조금 받아가면서 하면 되죠. (질문자 웃음) 의심하고 의심하지 않고는 그들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그런 의심을 받을 때 회의감이 느껴져요.”

“그러면 정작 아이들이나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런 마음이 든다면 이 일을 통해서 칭찬받고 싶은 것이지 아이들에게 관심 있는 게 아니에요. 칭찬해주면 일을 계속 하고 싶고, 칭찬해주지 않으면 하기 싫은 수준인 거예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이 비난을 해도 계속 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필요 없는 일이라면 칭찬을 해도 그만해야 하잖아요?”

“저는 칭찬을 받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건 아니고…”

“그런데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건 달리 말하면 칭찬을 듣고 싶다는 거 아니에요?”

“저는 칭찬이라기보다는, 제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보일 때, 특히 안 좋은 행동을 하던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그게 곧 칭찬을 바라는 거예요.”

“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바라는 게 아닌데…”

“지금 아이로부터 좋은 반응을 바라고 있잖아요? 아이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는 것도 칭찬 듣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다른 사람에게서 어떤 반응을 기대하거나 저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냥 제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칭찬은 해주지 않더라도 비난은 하지 말아달라는 거잖아요?”

“네.”

“그것도 욕심이에요.”

“저는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는데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그래요.”

“지금 재판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그분은 안 한 것 같아요.”

“지금 억울하다며 모든 혐의를 다 부정하고 있는데도요?”

“그래도 정황상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그건 우리가 보기에 그런 것이지 당사자 입장에서는 안 그래요. 당사자는 지금 자기에게 씌여진 혐의들이 터무니없이 느껴질 거예요. 그러니 법정에서도 ‘이건 인정하지만 저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음모이고 터무니없는 혐의라고 진술하고 있잖아요. 지금 질문자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청중 웃음)

“그래도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질문자 웃음)

“그렇게 보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어요. ‘저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어요.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건 곧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하는 거잖아요? 우리에게는 달리 보이더라도,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니 ‘아, 저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겠다’ 하고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지금 질문자가 정황상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듯이, 다른 사람들도 질문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바라보고 안 보고는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민들이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서 그런 시선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상대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부터도 그런 의심을 쉽게 떨칠 수 없듯이, 질문자가 다른 사람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어주세요’ 한다고 해서 그들이 고쳐지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거예요.”

“그러면 제가 그런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그런 행동은 없습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의심하고 하지 않고는 상대방의 몫이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결혼을 한 다음 배우자가 의심하는 행동을 안 하고자 한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그런 방향으로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상대방의 의심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의심은 상대방이 일으키는 것, 즉 의심하고 하지 않고는 상대방의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설령 나는 학교 친구를 만났는데도 상대방은 의심할 수 있고, 질문자는 스님을 만나러 강연장에 왔는데도 남편은 의심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상대방이 의심하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면 저는 이 일을 계속 하려면 그런 것을 감수해야 하는 건가요?”

“감수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원래 그런 거예요.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을 이해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렇지 않기를 바라면 참거나 감수해야 할 일이 됩니다. 그들이 의심하고 하지 않고는 그들의 문제이고, 이 일을 계속 하고 하지 않고는 내가 결정할 문제예요.”

“언론에서 그런 이슈를 터뜨리기 전에는 부모님들이 많이 신뢰해 주시고, 저도 힘을 내서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저의 의지나 행동과는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서 이런 의심을 받게 되다보니…”

“그게 공업(共業)이라는거예요. 우리가 받는 업보 중에는 개업(個業)과 공업(共業)이 있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비난을 받는 것이 개업(個業)이고, 나는 잘못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으로 인해 같이 비난 받거나 책임지는 것이 공업(共業)입니다.

요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데, 주된 환경오염 국가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 등 선진화된 나라들이지만 사막화가 먼저 일어나는 지역은 아프리카입니다. 정작 아프리카 사람들은 환경오염에 거의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자기들부터 피해를 먼저 보니까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또 다른 예로, 중국에서 공장을 많이 짓다보니 미세먼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영향을 우리나라도 받고 있잖아요?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곳에 함께 살기 때문이에요.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지구에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함께 책임을 지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스님들이 돈을 모으거나 여자관계 등으로 신문에 나오면 저도 덩달아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일이 생깁니다. 같은 스님이라는 이유로 그런 의심을 받는데(청중웃음) 이것도 공업(共業)이에요.

이외에도 공업(共業)의 예는 많습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나라가 부유해지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 혜택을 받잖아요? 그리고 동남아에 한류 바람이 불 때 그곳에 놀러 가면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환영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 건 우리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받는 혜택이잖아요? 이렇게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받게 되는 칭찬이 있는 것처럼,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비난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것처럼 유치원 선생님,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구설에 오르다보니 같은 직업을 가진 질문자 같은 사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거예요.

실은 어제 강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질문이 있었어요. 연말이 되거나 재난이 있으면 자선기금을 모으곤 하는데, 가끔 모금액을 유용해서 신문에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기사가 신문에 나오면 사람들의 모금 참여율이 평소보다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아무리 착실한 운영을 해 온 단체라도 그 영향으로 모금액이 덩달아 줄어들어요. 이 역시도 같은 부류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칭찬이나 비난을 받는 공업(共業) 중 하나입니다.

또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일본 사람들은 나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정작 그 일과는 관련이 없는 일본 사람들 개개인이 들으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런데 원래 세상 일이라는 게 그런 거예요. 세상 일에는 개인적인 일 뿐만 아니라 이렇게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도 모든 사람들이 다 부정을 저지른 게 아니라 그 중에는 착실한 사람들도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 책임을 함께 하니까 다 같이 비판을 받기도 하는 거예요. 그렇게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일은 좋은 일이 생기면 이익도 같이 보고, 나쁜 일이 생기면 손해도 같이 보는 거예요.

요약하면, 개인이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거나 개인이 잘못해서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을 개업(個業)이라고 하고,?다 같이 책임을 지는 것을 공업(共業)이라고 해요. 세상일에는 이렇게 개업과 공업이 함께 있습니다.

동업중생(同業衆生)이라는 말도 들어보셨죠? 이 말도 일부가 잘하거나 잘못을 했을 때 전체가 칭찬을 듣거나 비난을 듣는 것을 일컫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스님 몇몇 혹은 목사님 몇몇이서잘못을 했는데 그 집단 전체가 비난 받을 때, 이럴 때는 스님들 모두 혹은 목사님 모두가 동업중생이 되는 거예요.

이런 일은 세상을 살다보면 자연스레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공업(共業)이다’ 혹은 ‘동업중생(同業衆生)이다’ 생각하고 욕을 조금 먹으면 됩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스님들이 술 먹고 싸운 이야기도 매스컴에 많이 나오고, 불미스러운 일들도 많이 일어나서 저도 얼마나 욕을 많이 먹었는지 알아요?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청중 웃음) 지방에서 열린 어느 즉문즉설이었는데, 나이가 많이신 분께서 일어나시더니 ‘요즘 중놈들은 뭘 먹길래 그렇게 뚱뚱하냐’ 라고 노골적으로 질문을 하셨어요. (청중 박장대소)

어느 날은 부산에서 강연을 마치고 서울에서 다른 강연을 해야 하는데 일정이 늦어져서 도저히 승용차로는 제 시간에 도착을 못할 것 같은 거예요. 하는 수 없이 부산에서 대구까지는 차로 이동을 하고, 대구에서부터는 KTX를 타고 올라왔는데, 급하게 표를 사려니까 일반석은 모두 매진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특실을 타게 되었어요. 그런데 타자마자 어느 한 승객이 ‘중은 원래 옛날부터 걸어 다녔는데 KTX 특실이 웬말이냐’ 며 큰 소리로 비난을 하는 거예요. (청중 웃음) 옆에 있는 부인이 하지 말라고 말려도 계속 하는 바람에 그냥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욕을 먹고 올라왔어요. (청중 웃음)

세상 일이 원래 이런 걸 어떡하겠어요? 사람들이 그런다고 저도 스님을 그만둘까요?”

“아니요.” (질문자 웃음)

“강의하는 걸 그만둘까요?”

“아니요.” (청중 웃음)

“그런 건 그냥 욕을 조금 얻어먹으면 될 일이에요.”

“알겠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공업(共業)으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개업(個業)을 수양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중 박수)

“네, 이런 예는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죠? 여름에 어떤 횟집에서 회를 먹고 식중독 걸렸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그 근처 횟집들은 한동안 다 힘들어집니다. 라면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도 몇 개월 동안 라면 매출량이 확 줄어 들잖아요.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사실 그렇게 대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횟집은 횟집마다, 라면은 라면마다, 또 사람은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 일반화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의 심리는 그렇게 반응을 하니 그것을 이해해야지 달리 어쩔 수가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강연을 마친 스님은 오늘 강연을 준비해 준 수원 행복학교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 행복학교는 가정, 직장, 학교 등 다양한 삶과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법륜 스님의 강연을 영상으로 보고, 듣고, 이야기하며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나이, 종교, 성별에 관계 없이 가까운 지역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함께 나누는 모임입니다.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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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스님을 그만둔다고요?
그 보다 더좋은 직업이 있겠어요?

그만두면 교회 목사밖에 더 하겠어요.!!

2017-07-13 17:35:28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7-06-06 15:49:39

무량덕

어떤 경우에도 내마음이 편하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나도록 수행하겠습니다.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17-06-05 12: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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