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11 해외 즉문즉설 강연(15) 스위스 취리히
외국인 남자친구 따라 한국을 떠나왔는데, 헤어지게 될까 걱정이예요...

스님은 오전 2시 30분에 일어나 원고를 보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3시30분부터 각자의 자리에서 새벽예불과 천일결사기도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기도 후 베를린 총무 이희정님과 수행팀 최말순님이 미역국을 끓여 간단히 아침공양을 준비하였습니다.

이희정님은 최근에 이 집으로 이사했는데 정원이 아름답고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베를린법회는 법회가 있는 날에만 법당 공간을 대여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마땅히 회원들과 모임할 공간이 부족했는데 이희정님이 이 곳에서 회원들과 모임도 하고 기도도 할 수 있도록 거실에 방석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베를린 정토행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스님도 필요한 곳에 쓰라며 작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부추꽃과 각종 꽃들이 활짝 핀 앞마당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강연준비에 수고한 이희정 총무와 인사하고 수속대로 들어왔습니다. 시간여유가 있어 수행팀은 취리히행 게이트앞에 앉아 잠시 업무를 보았습니다.

9시 15분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가 거의 1시간 정도 연착하여 10시 10분경에야 겨우 출발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베를린을 가로질러 흐르는 슈프레강이 멀리 보입니다.

베를린은 독일의 북동쪽에 있고 스위스 취리히는 독일 남서부국경에서 더 남쪽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먼저 취리히로 내려갔다가 다시 독일로 올라와 뮌헨,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강연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니 취리히 법회 부총무인 김옥선님과 김순조, 전복덕님이 반갑게 스님께 인사합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전복덕님의 한의원으로 이동했습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의원에 도착하자 취리히 법회 회원들이 취리히를 찾아주심에 스님께 삼배로 반가움의 인사를 올렸습니다. 취리히 법회 회원들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말린 가지 나물 등 각종나물과 텃밭에서 키운 상추 등으로 정성스런 점심공양을 준비해주어 한국에서보다 더 맛난 한식으로 점심공양을 마쳤습니다.

전복덕님이 운영하는 한의원은 취리히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한의원건물 지하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명상실을 방문해보았습니다. 이곳은 스위스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명상실인데 취리히법회에서 불교대학 수업이 있는 날과 수행법회가 있는 날 대여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갈한 공간이 법회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취리히(독일어: Z?rich)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취리히 주의 주도이며, 취리히 호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취리히는 스위스의 주요 상업, 문화 중심지이자 때때로 스위스의 문화수도로 불리워집니다. 국제 축구 연맹(FIFA)의 본부가 있으며 취리히 공항과 중앙역은 스위스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넓습니다.(출처: 위키피디아) 주에는 약 20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취리히시에는 약 35만명이 산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한인은 700명 정도이며 스위스 전체에 살고 있는 한인은 약 1,400명 정도라고 합니다.

스님은 목상태가 좀 안 좋아 강연 전까지 휴식하였고 수행팀은 시내를 걸어다니며 잠시 취리히 시내관광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되어 스님은 시래기죽으로 요기하고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취리히를 가로지르는 리마트강은 취리히 동쪽에 위치한 취리히 호로 연결됩니다. 도시는 리마트강을 중심으로 발달해있습니다. 스님은 시내를 가로질러 오늘 강연이 열리는 Kirchgemeindehaus Zurich Enge (교회)로 이동하였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열심히 안내와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반갑게 스님께 인사하였습니다.

시간이 조금 일러 스님은 강연장 주변을 산책하였습니다.

강연장 교회 언덕 위로 성당이 보여 성당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2014년 세계 백강때 스위스에서 숙소를 제공한 박향숙, 하인즈 님 부부가 강연 전 대기실에 있던 스님을 찾아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고 오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위스에 젊은 사람이 많네요. 스위스가 뭐가 좋아 여기 와서 이렇게 많이 살고 있어요? 저는 스위스는 몇 번 방문했고, 베른에서 강연도 했습니다. 취리히에서 즉문즉설 강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나 부처님의 말씀은 중생의 고뇌를 소멸시킵니다. 그런 말씀은 지식이 아니고 지혜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설교라고 하고, 부처님의 말씀은 설법이라고 하여 ‘설’자를 씁니다. 오늘 저와 여러분의 대화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답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고민을 함께 얘기하는 것입니다. 고민을 얘기하다보면 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꿔서 보게 되고, 그러면 ‘별 문제가 아니네’ 하고 의문이 풀어지거나 고뇌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것을 ‘즉문즉설’이라고 합니다. 원래 부처님의 말씀은 이렇게 다 대화식이었습니다.

2600년 전 부처님의 본모습은 오늘 우리들이 만나서 대화하듯이 많은 사람들의 고뇌를 듣고 대화하면서 고뇌가 사라지도록 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강연장소를 만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부처님은 걸식했기 때문에 밥을 드시고 차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얘기하고 대화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부처님을 자기 집에 식사초대하면 식사가 끝나는 자리에서 공양올린 사람에게 설법으로 보답하였습니다. 그런 것이 편집된 것이 경전입니다. 그러나 경전이 점점 지식화 되면서 어려워지고 관념화되고 권위적이 되었습니다. 2600년전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부처님과의 대화방식을 살려 오늘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가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특별히 종교적인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함께 대화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서두를 열면서 취리히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취리히 강연에서는 약 120여명이 함께 하였고 자원봉사자는 16명이었습니다.

8살 된 아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전에 굉장히 불안해 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묻는 분, 보수적인 경상도 시골에서 남녀차별이 심한 환경에서 자라 이성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어 이 문제를 고치고 싶다는 분, 남자친구 따라 스위스에 왔는데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학에 진학하려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고민스럽다는 분, 혼자 명상한 지 5년 이상 되었는데 2년 전부터 명상 중에 목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 분, 아들이 너무 착해 무소유주의자인데 경쟁사회인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걱정된다는 분, 스위스 회사에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사람인데, 사람들이 북한정세에 대해 물어보는데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묻는 분, 인터넷 악플과 지인들의 뒷담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분 등 총 7명이 질문하여 스님과 대화하였습니다.

이 중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사귄 지 10년 가까이 되는 외국인 남자 친구가 있는데, 한국을 오가면서 장거리 연애를 했습니다. 그 동안 저는 한국에서 기업에서 일했고 남자 친구는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자 친구와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외국 생활도 좋아하는 편이어서 2~3년 정도 시도를 해보고 안 되면 돌아가지 하는 생각으로 작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에 와서 현재까지 구직 중입니다. 그런데 이곳 노동시장이 꽤 폐쇄적이어서 기본적으로 유럽인을 우선하는 정책이 있고, 유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노동 허가를 주지 않아서 구직이 어려워요. 한국과의 기업 거래도 크지 않다 보니까 한국인에 대한 수요도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여기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요.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어서 고민이 됩니다. 이곳에서 얼마나 살지 알 수 없는데 이렇게 3년 정도의 긴 시간을 들여서 자격을 취득하는 게 마땅할지도 고민이 되고, 남자 친구와 사귄 지는 오래 되었지만 그렇게 안정적인 관계는 아니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을 오래 투자해서 공부했는데 만약 헤어지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있어서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문명의 전환이 일어난다’,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해온다’ 라고들 해요. 4차 산업 혁명의 특징 중 하나가 노동의 과잉 현상입니다. ‘아이를 적게 낳아서 인구가 줄어든다. 그래서 사람이 부족하다’ 라고들 하지만 그건 굉장히 부차적인 문제예요. 인공지능 같은 것들이 자꾸 나오면서 경제는 성장할지 몰라도 노동 관련 직종은 자꾸 줄어드는 쪽으로 가게 돼요.

노동 과잉 현상이 나타난다는 건 필요로 하는 직종의 사람은 임금이 점점 높아지고, 그렇지 않은 일반 직종의 노동은 임금이 낮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빈부 격차가 갈수록 급속도로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로 가게 돼요. 임금 면에서 보면 고대 노예제 사회와 비슷해지는 겁니다.

이 문제를 극복할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산업화 과정에서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계 파괴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새롭게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기본소득 개념입니다.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무조건 기본소득은 얼마를 주고, 그런 뒤 남거나 부족한 부분은 사회보장으로 보충하는 거예요. 사회보장을 그때그때 적용해주는 게 아니라 무조건 기본소득으로 해결을 하겠다는 문제의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스위스에서 제일 먼저 기본소득을 월300만 원 정도로 잡아서 시도했다가 국민투표에서 일단 부결이 됐죠. 이번에는 부결됐지만 결국에는 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내버려두면 사회가 완전히 계급사회로 전환 될 위험이 있으니까요. 빈부격차를 조정해서 앞으로 도래할 사회를 안정화시키려는 시도 중의 하나가 기본소득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국적이 아닌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게 갈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자기 나라 국적자에게도 이미 일자리를 더 줄 수 없거든요. 외국인을 차별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 시민권자에게 먼저 일자리를 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미국처럼 이제까지 개방된 사회가 오히려 이민자를 규제하고, 멕시코 사람을 못 들어오게 하거나, 한국 사람을 포함해서 불법 체류자를 다 내보내잖아요. 미국의 국가이념에 안 맞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이미 미국 시민권을 가진 기득권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정책이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도 지금 이런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어요. 이성적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이익이 걸려 있다 보니까 극우세력 지지율이 자꾸 높아져요. 영국에서도 젊은이들은 EU에 소속되어 활동무대를 넓히는 게 필요하지만 연세 드신 분들은 어쨌든 자기들의 이익이 유럽 전체로 나눠지는 것을 찬성하지 않다 보니까 EU를 탈퇴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작게 보면 하나의 특별한 현상이지만 크게 보면 이 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가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징후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지금 이곳에 와서 새로 자리를 잡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보면 됩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10년, 20년, 30년 전에 왔던 사람들처럼 쉽지는 않아지는 게 일반적인 추세예요. 정치적으로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이 되어가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 자체도 사회 환경이 그렇게 이미 변해가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거든요.

그러니 질문자는 이렇게 막연하게 있지 말고 제일 먼저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먼저 결혼을 할 건지 안 할 건지를 선택해야 해요. 그렇다고 남자한테 ‘너 나하고 결혼 할 거야, 안 할 거야?’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요즘은 그러면 다 싫어해요. (청중 웃음)

질문자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남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 남자하고 결혼하는 쪽으로 내가 마음을 굳혔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굳혔다면 결혼이 안 되더라도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도전을 해볼 수 있겠죠. 여기 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여기에 직장을 구해야 하고, 질문자가 얘기했듯 학교를 다니든 뭘 하든 여기 직장을 구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니까 시간투자를 할 수밖에 없겠죠.

만약 결혼이 안 되면 어떡하느냐? 그것까지 다 고려해서 머리를 굴리면 너무 복잡해요. 그건 그때 가서 또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내가 갈 길에 대한 중심을 딱 잡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결혼에 너무 목매달면, 결혼생활에서 을로 전락하기가 쉽습니다. 그렇게 결혼하면 결혼 생활이 별로 행복하지 못해요. 또 30년 전도 아니고 지금 한국도 다 살 만한데 외국 남자라는 이유로 질문자가 을로 전락해서까지 결혼할 필요도 없잖아요.

제일 먼저 남자 친구와 결혼할지에 대해 마음을 정해야 해요. 멀리 떨어져서 연애만 하다가 요즘은 가까이에서 얘기도 해보니까 그 사람이 어떤지 대충 알 수 있잖아요.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면 이 선택에 조금 유의해야 해요. 먼저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결혼상대자를 선택할 때 제일 먼저 선택하는 게 인물, 즉 외양입니다. 선을 볼 때 사진을 먼저 보내달라는 건 인물을 본다는 거잖아요. 키가 어떠냐, 얼굴이 어떻게 생겼냐, 인물을 봅니다.

두 번째로 능력을 봅니다. ‘재산이 얼마 있느냐’, ‘직업이 뭐냐’, ‘수입이 얼마냐’, ‘가문이 어떠냐’, 이런 건 능력을 보는 것이거든요. 대부분 50퍼센트 이상은 인물이고, 30퍼센트 이상이 능력입니다. 이게 결혼을 선택할 때의 주요 선택 조건이에요.

세 번째, 위의 것들에 더해서 성격이나 생활 습관 같은 걸 보겠죠. 그런데 성격이나 생활 습관은 이렇게 가끔 만나는 관계만으로는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연애를 10년 해도 막상 결혼을 해보면 성격이나 생활 습관은 전혀 예측 못 했던 게 나타나요. 연애 기간 중에는 자제할 수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두 사람이 같이 살아보면, 키와 인물은 선택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지 몰라도 사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이것 때문에 살고 안 살고가 판가름 나지 않아요. (청중 웃음) 능력은 사는 데 필요하긴 해요. 그런데 함께 살면서 생기는 감정적인 스트레스는 능력하고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살면서 생기는 감정적 스트레스는 대부분 성격과 생활 습관 때문이에요. 이게 거의 80~90퍼센트를 차지해요.

결혼생활이 대부분 실패하는 건 실제 생활하면서 나타났을 때 부딪치는 문제와 결혼을 선택할 때 보는 관점이 이렇게 정반대여서 생기는 문제예요. 그런데 미혼인 사람들은 이걸 몰라요. 그렇다고 결혼을 두세 번씩 해볼 수도 없고요. (청중 웃음)

두 사람이 같이 살려면 실제로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집에 사는데 여자는 한 번 쓴 수건은 반드시 세탁해서 새로 써야 한다고 하고, 남자는 말려놨다가 다시 쓰는 식으로 일주일은 써야 한다고 하면 이게 작은 문제 같지만 계속 부딪힙니다. ‘지저분하다’, ‘멀쩡한 수건을 왜 또 빠느냐’ 이러고 부딪혀요. 샤워하러 들어갈 때도 벗은 옷을 개어 놓는지 아무렇게나 던져 놓는지부터 시작해서 음식 먹는 습관, 방 사용하는 습관 등 다 문제가 돼요.

그리고 서로 자기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도 중요합니다. 룸메이트 사이에서는 식사 당번 제대로 지키고 청소 당번 제대로 지키는 것 등,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신뢰가 중요해요. 인물이 룸메이트가 되는 조건에서 뭐가 중요하겠어요? (청중 웃음)

결혼해서 같이 산다는 건 룸메이트끼리 사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면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느냐? 약속을 하면 제대로 지키느냐?’ 이런 신뢰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만나면 막 사랑이 따끈따끈한 건 잠시이지 죽을 때까지 그러면 정신질환 환자예요. (청중 웃음) 같이 산다는 건 룸메이트와 사는 것과 비슷하니까 좋은 친구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연애에서는 이런 게 전연 고려가 안 되죠.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과 실제로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기본이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부분의 결혼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들 잘 사는 걸 보면 굉장히 용합니다. (청중 웃음) 굉장히 인내하고 사는 거겠죠.

맞춰가면서 사는게 결혼생활입니다. 산다는 게 맞춰가는 과정이에요. 처음부터 관점을 이렇게 딱 잡았으면 결혼생활이 쉽지만, 실제로 살아보기 전에는 관점을 바꾸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내가 어떻게 저런 인물하고 살지?’, ‘친구들이 나보고 뭐라고 할까?’ 이런 걱정부터 해요. 그런데 친구가 사는 데 밥 먹여주지 않아요.

결혼과 관련해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기에는 질문자가 결혼에 너무 목매달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어쨌든 결혼을 중시하겠다고 목표를 정했다면, 이런 상황 하에서 직장을 구하기 좋은 조건을 찾아봐야죠. 남자 친구가 한국이나 독일 갈 생각은 없어요? 스위스와 독일은 가깝고 언어도 통하니까 질문자가 스위스보다는 독일에 직장을 구해서 국경 근처에 같이 살거나 왔다 갔다 하면 되겠는데요.(청중 웃음) 나라가 큰 것도 아닌데 꼭 스위스에서 살아야 해요?

프랑스가 직장 구하기 쉬우면 프랑스 쪽에 가서 살아도 돼요. 이건 남자 친구가 독일어를 하는 남자인지 프랑스어를 하는 남자인지에 따라 또 달라지겠죠. 프랑스어를 하는 남자라면 프랑스 가까이에 살면서 질문자는 프랑스에 직장을 구하고 남편은 스위스에서 다닌다든지 할 수 있겠죠. 독일어를 하는 남자라면 질문자가 뮌헨이나 스투르트가르트 같은 여기서 가까운 독일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면 되잖아요. 예를 들면 그런 것도 좀 생각해보세요.

스위스보다는 독일에서 직장을 구하는 게 좀 더 쉬울 거예요. 독일에는 한국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있고, 프랑크푸르트 같은 곳엔 지사도 많으니까 거기에 취직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왔다갔다 하며 연애하는 것에 비하면 여기가 훨씬 가깝잖아요.(청중 웃음) 비행기 타면 한 시간이고 기차 타도 몇 시간이면 되니까요. 요즘은 생활환경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으니까 꼭 스위스여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을 고려해서 직종을 선택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학교를 다니는 건 투자가 너무 많고 결혼은 불확실하다. 기껏 공부해서 졸업했는데 만약 결혼은 안되면 너무 낭비가 많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하기 쉬워요. 그걸 낭비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그 남자 덕택에 내가 스위스 법학 공부를 잘 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결혼 안 될 바에야 괜히 헛일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건 거의 투기 수준이에요.(청중 웃음)

만약 3년쯤 살다가 못 살겠다고 해서 헤어지게 돼도 ‘결혼에 실패했다’라고 보면 안 돼요. 그러면 그건 자기 인생의 낭비예요. ‘그래도 스위스 남자하고 한 번 살아봤다!’ 이렇게 생각해야죠.(청중 웃음) 관점을 이렇게 잡아야 자기 삶에 도움이 돼요. 이미 지나가버린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스위스 사람하고 한 번 살아봤으니까 다음에는 한국 사람하고 살아보자’ 라든가 ‘이번엔 독일 사람하고 한 번 살아보자’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청중 웃음) ‘결혼에 실패했다. 남자 따라 왔다가 결국엔 바람 맞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 인생이 자꾸 초라해집니다.

관점을 바꿔서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해요. 그러면 제가 볼 때는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안 그러면 문제가 돼요. 지금 질문자가 말한 관점은 제가 볼 때는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아서 낙동강 오리알이 될 처지예요.(청중 웃음) 한국의 좋은 직장도 버리고 남자 따라 여기 왔다가 결혼도 못 하고, 학교는 다녔는데 졸업도 못 했다면 나이 40도 안 돼서 질문자의 인생이 초라해져 버려요.

‘한국에서 좋은 직장도 한 번 다녀봤겠다, 스위스에 와서 공부도 한 번 해봤겠다, 남자하고 연애도 한 번 해봤겠다, 결혼도 한 번 해봤겠다, 그 정도 경험이면 이제 내가 뭘 해도 괜찮겠다. 프랑스 남자하고 살아봐도 괜찮고, 독일 남자하고 살아봐도 괜찮겠다.’

관점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꾸면 뭘 해도 괜찮아요. 선택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이 사람과 결혼하려고 대학 가는 건 안 좋아요. 지금 이 나이에 하기 싫은 공부를 무엇 때문에 억지로 해요?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다 못하고 죽을 세상인데요.

그러니까 공부를 하려면 ‘그래, 유럽 법학도 한 번 공부해 보자. 앞으로 이 남자하고 결혼 안 하게 되더라도 유럽에서 활동하는 변호사가 돼서 한국과의 관계도 발전시켜 보자’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럴 때 제가 보기엔 스위스보다는 독일이 더 나을 것 같아요. EU 차원에서 보면 독일에서는 직장을 못 구했을 때 프랑스 가도 되고 안 되면 폴란드 가도 되는데, 스위스는 좋은 면도 있지만 제가 볼 때는 좀 확장성이 적어요.(청중 웃음)

그렇게 생각을 좀 바꾸면 좋겠다 싶어요. 똑똑한 젊은이들이 이러면 안 돼요. 생각을 탁 넓혀서 세계를 바라보고 살아야죠. 한 남자만 보고 살지 말고요.” (모두 웃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큰 박수)

7명의 질문자와 대화하고 나니 2시간 4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스님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안된다고 괴로워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못해준다고 또한 괴로워합니다. 이제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하며 오늘 강연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이 큰 박수로 장시간 강연하신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올해 해외 강연장은 확실히 이전보다 젊은 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유튜브 동영상 법문과 팟캐스트 법문 덕분인 것 같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입구에서 바로 책사인회를 하였습니다. 참가자들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인근 루체른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취리히에 살고 있는 분들도 루체른에 있는 분들도 스님의 말씀은 늘 명쾌하기 때문에 참 좋다고 합니다. 강연이 시내에서 열렸기 때문에 기차시간에 맞추어 서둘러 떠난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2014년 세계 100강을 기념하여 펴낸 <야단법석 1>에 사인해서 박향숙님과 하인즈님께 선물로 드리고 여기에 하인즈님의 인터뷰가 실려있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감사함과 반가움을 표했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단체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봉사자들은 묘덕법사님과 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오늘 숙소인 김말순님 댁으로 먼저 돌아왔습니다. 남편분이 밤늦은 시간임에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방을 배정받고 나니 1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독일 린다우까지 차로 이동한 후 린다우에서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이동합니다. 유럽에서 두 번째 강연, 올해 해외강연15일째 일정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마무리됩니다. 내일은 독일 뮌헨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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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님의 노고가 있었기에 법륜스님의 말씀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2017-10-07 15:14:17

감동

정말 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한번씩 읽어보면서 제 인생을 자세를 고쳐야겠습니다.

2017-09-18 22:33:26

엄청 멋진 말씀에 감동받았습니다 ㅜㅠ

2017-09-18 2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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