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0.30 한국사찰림연구소와 협약식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른 아침 외부에서 조찬 모임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온 스님은 사찰림의 지속가능한 보존, 복원, 활용과 관련 한국사찰림연구소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정토회 대표 김은숙 보살님이 사인을 하고 스님은 한국사찰림연구소 자문위원으로 위촉장을 받았습니다.

점심부터 저녁 무렵까지 계속 찾아온 정치인들을 맞아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합심해서 전쟁 방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저녁에는 연구원 운영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콜로키움 진행사항과 11월에 열릴 심포지엄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를 받고 12월에 진행될 연구원 워크샵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남기정 교수님의 ‘2017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의 숨은 그림 찾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듣고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향후 일본의 변화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북핵문제와 한반도의 현재 위기사항을 풀어가는데 있어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할도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오늘은 그저께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스님과 청년들과의 즉문즉설 내용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날 스님은 연애, 결혼, 학업,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주었는데, 한 청년은 사회 변화를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현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통찰력 있는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요즘 양극화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로 인해서 집단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도 점점 심해지고 있고요. 기득권층은 자기네 욕심을 버리려고 하지 않고 있고,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희가 이런 사태를 바꿀 수 있을지 스님의 혜안을 듣고 싶습니다.”

“뭔가를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에요? 어려운 일이에요?”

“예, 쉽지 않습니다.”

“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을 해야 돼요. ‘어려운 일이니까 못한다’고 하면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지고, 앞으로 발전도 기약할 수가 없어요. 또 ‘바꿔야 된다’며 금방 바꾸려고 하면 바뀌어지지 않으니까 좌절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버려 둬도 안 되고, 조급하게 바꾸려고 해도 안 됩니다. ‘어렵지만 바꿔야 되겠다’라고 판단한다면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 꾸준히 안 합니다. 꾸준히 하는 게 바로 ‘운동’입니다. 운동은 꾸준히 해야 효과가 나지, 반짝하고 마는 건 효과가 잘 안 나요. 그래서 화가 나서 폭력적으로 하는 건 짧은 기간에 뭘 바꾸기에는 효과적입니다만 그렇게 했는데도 바뀌지 않으면 포기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도 ‘폭동, 민란, 봉기’는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적어도 혁명이나 개혁을 하려면 꾸준히 지속성을 갖고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경제가 많이 좋아졌지요? 지난 반세기 동안에 우리 나라 국민의 1인당 GDP는 300배 정도 올랐습니다. 굉장한 발전이에요. 기적이라고 할만큼이요. 그럼에도 지금 질문자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아주 심합니다. 그러니까 배고픈 건 해결이 됐는데, 배 아픈 건 아직 해결이 안 된 거예요. 빈부격차가 크면 사람들이 먹고 살만해도 불만이 많아집니다. 질문자가 얘기했듯이, 한국이 경제적으로 좋아진 건 맞은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빈부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니까 그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 하는 데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세금을 어떻게 거둘 거냐는 조세정책과 그 거둔 세금을 어디에 쓸 거냐는 재정정책을 통해서 빈부격차를 좀 조정하는 사회적, 정치적, 행정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이게 지금 미흡한 겁니다. 왜? 질문자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기득권층의 저항이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건 꼭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만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빈부격차를 완화시켜야 됩니다. 지금은 계속 벌어지고 있거든요. 옛날에는 ‘20 대 80의 사회’라고 했어요.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80%의 소득과 맞먹는다는 의미였지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 대 90의 사회’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 얘기를 합니까? ‘1 대 99의 사회’라고 하잖아요.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99%의 소득과 같은 사회로 가고 있는 거예요. 이건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한국은 더 심합니다. 한국이 OECD 가입국 중에 빈부격차 심한 정도로는 2, 3위이니까요. 한국사회의 구조 자체가 국민 행복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어요. 우리가 이걸 개선해야 됩니다.

그 다음에,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굉장히 발전했습니다. 작년에 촛불시위 같은 것은 세계민주주의의 모범이다 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에는 굉장히 민주적으로 잘 선출하는 편인데, 대통령이 되고 시장이 되고 군수가 되고 나서 이 사람들이 그 행정력을 집행하는 과정을 보면 민주적이지가 못합니다. 거의 옛날에 왕이 할 때와 똑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이다, 이런 비판이 있잖아요. 소위 말해서 갑질을 하는 거예요.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집행을 하는 게 아니라 독선적으로 집행을 한다. 그래서 이걸 불공정이라 그래요. 특히 재벌기업과 중소기업의 이 불공정 정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걸 시정하기 위해서 공정거래위원회 라고 하는 정부기관이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그 감독관들도 또 불공정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이 불공정 정도가 높으니까, 어떤 게임이 공정하지 못하면 패자가 승복할 수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사회적으로 불만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마지막으로, 안전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반 안전은 굉장히 잘돼있는 편이에요. 여성이 밤에 택시를 타고 다녀도 될 정도이니까요. 제가 언젠가 설악산엘 갔더니 여성 둘을 밤에 산속에서 만났어요. ‘길이 깜깜한데 뭐하느냐?’ 고 물으니까 야간등반을 한대요. 여성 단둘이서 야간등반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다섯 나라도 안 될 겁니다. 한국과 일본 등 몇 나라 안 돼요. 그만큼 우리나라가 일반 치안은 잘 되어있는데, 사건, 사고는 거의 제3세계 수준이에요. 세월호 사건을 보세요. 우리가 속도전, 성장중심으로 달려오다 보니까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문화가 있어서 이게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의 위험입니다.

세계 200여개 나라 중에 전쟁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중동과 한반도인데,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의 전쟁위험도가 가장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한반도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량살상이 일어날 만큼 화력이 집중 배치된 지역이에요. 게다가 지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적인 문제까지 결합이 되면서 전쟁위기가 굉장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수백 만 명이 죽고, 헤어지고, 재산은 다 파괴되는 등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한국인들의 안전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굉장히 위험한 상태인데도 우리는 지금 그걸 잘 못느끼고 살고 있어요.

제가 지난달에 미국 워싱턴 D.C.에 있으면서 한반도의 이런 군사적인 충돌위험 때문에 전문가들과 얘기를 해 봤는데, 지금 한반도는 군사적 충돌위험이 굉장히 높다는 거에요. 그런데 한국 신문들을 보면 지금 태평성대입니다. 국민들도 그렇고, 정치인들도 그렇고. 국내의 작은 문제 갖고 싸우고 있거든요. 마치 아이들이 불난 집에서 장난감 갖고 노는 것 같은 수준이에요. 우리는 빨리 이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국사회는 아주 좋아진 사회예요. 민주주의도 발전하고, 경제도 성장하고요. 그래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우리 나라만큼 발전을 이룬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잖아요.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불평등도나 불공정도나 불안전도가 심해서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한 겁니다. 미래에는 뭐가 제일 귀한 가치가 될까요? 바로 ‘행복’입니다. 행복이 가장 큰 가치인 시대가 도래 중인데, 우리는 지금 이렇게 행복하지 못할 요소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각 개인들이 수행을 통해서 행복도를 좀 높여야 되겠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특히 현재 남북 간, 또는 북미 간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올 때 ‘우리 한국 국민들은 정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인 건 맞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걸 강제적으로 멈추게 하려고 전쟁의 위험이 있는 군사적 행동을 하는 것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하게 얘기해야 돼요. 왜? 우리는 지난 60 몇 년간 전쟁 없이 살았잖아요.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는 항상 전쟁 중인 나라입니다. 지금도 하고 있어요. 거기다 한 번도 자기 나라에서는 한 적은 없어요. 미국은 이렇게 늘 전쟁을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 하는 이런 생각이 없어요. 미국에게 전쟁은 ‘늘 있는 일, 필요하면 하는 일’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이 필요하다면 능히 한반도에도 군사적인 행동을 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한국 사람이 죽는 거지, 미국 사람이 죽는 거 아니지 않느냐’는 이런 말이 지난번에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의 입에서 나왔지요.

‘미국에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올 때, 또는 미국을 향해서 ‘한국 사람들은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군사적인 행동은 원치 않는다. 좀 어렵겠지만 가능하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자’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안 하잖아요. 저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왜 우리에게 굉장히 위협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을까요? 제가 미국 백악관 앞에 가봤는데, 한 500명이 모여서 전쟁반대 데모를 하고 있더라고요. 대부분 미국사람들이었고, 그 중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 사람은 10명쯤이었어요. 그만큼 우리는 개인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지, 사회적인 정의나 안전을 위한 행동인 소극적이다 싶어요.

질문자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제가 단답을 드린다면 이렇습니다.

‘사회적 불평등은 해소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미래적 과제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행복도가 높아진다. 그럼 어떻게 할 거냐?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된다. 제일 중요한 건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의 변화인데, 이런 이슈를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우리의 대리인인 정치인들에게 강력하게 제기해야 되고, 선거할 때 이런 것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질문 내용에 대해 충분한 답변이 되었나요?”

“네, 감사합니다.”

김은경 (글, 사진) 정란희 (녹취)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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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꾸준히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1-07 09:08:58

그런가요

제왕적 대통령이란는 것과 갑질이라는것은 개념이 좀 다른것 같구요, 세월호사건이 생명경시 풍조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2017-11-05 18:14:01

^^^^

[ ‘미국에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올 때, 또는 미국을 향해서 ‘한국 사람들은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군사적인 행동은 원치 않는다. 좀 어렵겠지만 가능하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자’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안 하잖아요. 저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왜 우리에게 굉장히 위협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우리는 개인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지, 사회적인 정의나 안전을 위한 행동인 소극적이다 싶어요. ]

2017-11-05 05: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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