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2. 기자회견 & 부산 행복한 대화 강연
“어떻게 하면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아침부터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자회견 일정이 있었습니다.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된 가운데, 각 계의 원로 분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전쟁방지를 기원하는 종교 · 사회 · 정치 원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헌정기념관 2층 실내가 취재진과 사람들로 서서히 들어찼습니다. 기자회견은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님의 인사말씀과 취지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선언문에 서명하신 원로 분들은 과거에도 몇 차례 함께 모여 시국선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반도 전체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종교를 초월하고 정파를 초월해서 함께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어서 박종화 목사님은 오늘 선언문 낭독에 참석하신 다른 일곱 분의 원로 분들을 차례로 소개하셨습니다.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 외에 김대선 교무님 (전 원불교 평양교구장), 김명옥 목사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도법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박남수 교령님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나를 만나는 숲 이사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까지 총 8 분이 자리를 함께하셨습니다. 이 외에도 선언문에 종교·사회·정치 원로 총 24분이 서명해주셨습니다.

오늘 참석한 원로 8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례대로 선언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원로 분들의 선언이 대한민국 곳곳으로 퍼져 평화의 목소리에 물꼬를 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는 오늘 기자회견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민병두 국회의원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이어서 단체 사진촬영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로 분들은 국회의장실을 방문했습니다.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원로들은 오늘 낭독한 시국선언문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며 각 계 원로들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스님은 오후 강연을 위해 부산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에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습니다. 하늘이 현재 한반도 상황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전쟁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부산 시 중서부에 있으며 대표적인 공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사상구에서 540명의 시민들이 행복할 권리를 찾고자 발걸음을 해주었습니다. “송정에서 딸과 차를 2시간동안 타고 왔어”라는 60대 어머니의 말 속에서 간절함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강연 시작도 하기 전에 동영상에서 나오는 법륜스님께 합장을 하며 3배를 올리는 한 어머니의 경건함을 통해서 행복학교의 존재의 근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45명의 행복학교 부산지역 봉사자들이 환한 미소와 친절한 말씨로 강연장을 찾아온 청중들을 맞이합니다. 분홍색 상의를 입고 머리띠를 하며 행복학교 홍보를 하는 봉사자들의 몸짓이 청중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한쪽에서는 법륜스님의 모습이 담긴 액자와 함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좌석표를 받으러 30m 이상의 긴 줄을 서 있으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스님께 질문을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느라 끙끙 앓는 청중도 눈에 띕니다. 곧 스님의 명쾌한 즉설로 행복해지겠지요.

오늘은 총 10명의 질문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1. 친정 부모님이 계속 싸웁니다. 지켜보자니 괴롭기만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2.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뭔가를 선택하려는 게 두렵습니다. 현명한 처방 부탁드립니다.
  3. 전역이 6개월 앞둔 군인입니다. 제대 뒤 무엇을 할지 고민입니다.
  4. 소상공인입니다. 거래처에서 물품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데 지혜롭게 받아내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5. 남편이 겨울에만 일을 하고 나머지는 놉니다. 가정형편도 좋지 않은데 나머지 기간에도 돈벌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6. 남편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입니다. 주위에서 점 또는 굿을 하자고 하는데 해야 할까요?
  7. 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잠이 많습니다. 뇌수술을 받은 후유증인지, 문제가 되는지요?
  8. 40대 중반 독신남입니다. 결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요?
  9. ‘상가매매 되게 해달라’고 소원성취기도를 올렸는데, 잘 안 됩니다. 기도방법이 잘 못 된 것인가요?
  10. 나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직장동료가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 중에서 결혼을 하고 싶은 40대 남성분의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스님, 반갑습니다. 제 걱정은 결혼하는 건데요. 인물도 괜찮고 키도 훤칠하고 보기에는 누구도 아저씨라고 보지 않을 정도로 다 괜찮은 편인데 어떻게 하면 아내를 맞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모두 웃음)

“지금 몇 살이에요?”

“40대 중반입니다.”

“그러면 50대 중반에 아이 다 키워놓은 아주머니하고 결혼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전에도 한 번 결혼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얼마나 드신 분이었어요?”

“한 3년은 살았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가 버렸어요. 제가 부족했는지 좀...”

“갈 수도 있어요. 꼭 그렇게 계속 살아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남자로서는 꼭 또 한 번 용기를 내서 살아보고 싶은데요.”

“질문자가 40대 중반이고 한 번 살다가 헤어졌지만 질문자가 스스로 생각해도 키도 괜찮고 조건이 괜찮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질문자가 보기엔 그렇지만 여성이 볼 때는 좀 안 좋은 요소가 있을 수도 있죠. 그러면 거기에 열등의식을 갖지 말고 그걸 질문자가 감안하면 돼요.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 40대 중반이면서 30대 처녀하고 결혼하겠다, 인물도 예쁘고 키도 크고 늘씬한 여자와 결혼하겠다면 그건 잘 안 맞는다는 말이에요. ‘내가 원하는 결혼’은 어렵지마는 결혼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베트남 같은 데서 온 외국인 여성하고 결혼하는 방식도 있고 여러 가지 방식이 있죠. 지금 질문자의 고민은 결혼을 하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원하는 결혼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 아닐까요?”

“한국 사람하고 생활도 많이 해봤고요, 베트남 사람하고 3년 정도 사귀어도 봤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젠지 돈만 벌고 도망가 버리니까 또 어디서 찾아야 될지 좀 난감한데요.”

“질문자가 돈을 준 거예요?”

“돈을 2천만 원 정도 줬습니다.”

“질문자가 돈을 주니까 그랬죠. 만약 돈 때문에 결혼한 여성이라면 돈을 가져갈 만큼 가져간 뒤엔 가는 게 당연하죠. 안 그러겠어요? 그걸 잘 봐야 하는 거예요. 돈 때문이 아니라 나이나 조건이 나보다 조금 못 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나 조건이 많지 않은 사람이면 괜찮지만, 뭔가 조건이 많은 사람을 구하면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같이 살다가 갈라질 위험이 높아요. 그럼 베트남 여성하고 3년 살다가 그 여성이 가 버린 거예요?”

“예. 살다가 다른 데서...”

“아기는 없었어요?”

“아기는 없었습니다. 그냥 돈만 벌고 그냥... 저는 사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건 그럴 수 있죠. 베트남에서 한국에 오고 싶은데 그냥 오면 불법체류가 되잖아요. 그런데 돈을 받아서 가족들한테 주고 결혼해서 살다가 이혼해버리면 체류 허가도 얻고 돈도 벌 수 있잖아요. 꼭 사기였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예요. (질문자 한숨) 그분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지 않는 이상 그건 지금 확정지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포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아뇨, 결혼을 왜 포기해요? 한 번 더 결혼해 보세요.”

“예, 한 번 더 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모두 웃음)”

“한 번만 더 하면 어떡해요? 일곱 번까지는 해도 돼요. (모두 웃음) 스님 생활을 하다가 ‘이제 스님 생활 못 하겠다’ 할 때 승복을 입은 채로 따로 여자를 두면 계율을 어긴 파계가 됩니다. 그게 아니라 내가 승복을 벗어서 스승한테 갖다 바치고, 즉 계를 반납하고 나가서 살다가 다시 수행을 하겠다고 들어오면 받아줍니다. 그런데 또 나갈 때 파계를 하면 다시는 안 받아줘요. 계를 정식으로 반납하고 나가면 다음에 들어올 때 또 받아줍니다. 이렇게 7번까지 받아줍니다. 부처님이 진짜 포용력이 크죠? (모두 감탄, 웃음)

그런데 계를 어기면, 즉 파계를 하면 그건 그냥 다시는 안 받아줘요. 그런데 자기가 정식으로 계를 반납하고 나가면 밖에서 살다가 언제든지 다시 들어와도 돼요. 질문자가 이 여자와 살다가 내가 싫다고 해서 버리고 또 저 여자하고 살다가 버리고 이러면 안 돼요. 그건 나쁜 놈이에요. 그런데 여자가 도망가 버려서 또 다른 여자하고 결혼하는 건 아무 문제가 안 돼요. 7번까지는 괜찮아요. (모두 웃음) 내가 버린 게 아니라 상대가 그런 건 내가 또 결혼하면 돼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세요.”

“아직 늦었다는 얘기는 안하시는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마지막에 따뜻한 닫는 말씀도 덧붙였습니다.

“진리는 재미있어야 하고 유익해야 합니다. 재미만 있으면 나중에 남는 게 없고, 유익한 것만 강조하면 지금 지루하잖아요. 재미는 지금이고, 유익은 나중이듯이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게 진리입니다. 오늘 나온 즉문즉설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안녕하세요. 오늘 글을 쓴 저는 사하정토회 희망리포터 조재범입니다. 행복할 권리를 찾는 일에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어 저도 행복합니다. 부디 <스님의 하루>를 통해 많은 분들이 조그마한 변화가 있었으면 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먼저 행복해지겠습니다.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진리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너무도 쉬운 일상적인 언어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안내하고 공감시키는 모습이 마치 부처님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조재범(글) 김사문(사진) 손명희(녹취) 박효정(편집)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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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감사합니다.^^

2017-11-10 09:20:16

^^^^

일반 즉문즉설 제목 말고,그냥 기자회견이라는 제목말고,전쟁반대 시국선언이라고 제목을 올리셨더람 ,평화를 촉구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의 귀한 가치가 더 돋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잼있고 정성가득한 글 잘읽었고 고맙습니다^^*

2017-11-07 23:06:46

보승

조재범 도반님. 고맙습니다. 유익한 스승님의 즉문즉설 잘 경청하였습니다.

2017-11-06 16: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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