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17 스님의 하루
“부모님의 부부싸움, 어떻게 하죠?”

어제 여수 강연을 마치고 새벽에 도착한 스님은 아침에 국제경제 전문가와 차담이 있어 평화재단으로 출근하였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토회 국제국 김순영 국장님과 워싱턴 정토회 김지현 총무님이 찾아왔습니다. 간단하게 국수로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내년의 국제국 사업방향과 일정에 대해 논의를 하였습니다. 내년에는 스님의 쉬운 불법이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좀 더 널리 전해질 수 있도록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통역법회를 올해 보다 확대하여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오후에는 방송국 제직진이 찾아와 신년특집으로 방송될 법륜스님편의 기획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촬영일정을 조율하였습니다.

이 후에는 다음 주 대만에서 열릴 INEB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자비를 통한 동아시아 지역의 갈등해소 방안’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작성하였고 각 부서에서 올라온 부서별 점검 요청 사항에 조언을 주셨습니다.

저녁에는 연구원 운영위 회의에 참가하여 지난 한달 활동 현황을 보고 받고 다음 달 열릴 연구원 워크샵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일정을 조율하였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하루 종일 미팅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15일 충주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네요. 나이 드니까 세월이 참 빨리 지나가죠? 봄이 온 듯하더니 여름이 오고, 여름이 온 듯하더니 가을이 오고, 또 가을이 시작된 듯하더니 또 날이 겨울처럼 추워졌어요. 아직 11월 중순 늦가을인데 이렇게 벌써 겨울 분위기가 나네요.

오늘은 또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고 해요. 저는 서울에서 그걸 느꼈습니다. 사무실에서 너무 피곤해서 잠시 소파에 누워 있는데 흔들흔들했어요. 그래서 ‘지하철이 지나간다고 이렇게 세게 흔들리나?’ 라고 생각했는데 좀 있다 보니까 지진이더라고요. 다들 느꼈어요?”

(대중) “네.”

“여기서는 서울보다 더 가까웠으니까 더 많이 느끼셨겠어요.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완전히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3대 지구대라는 게 있어요. 지구대라는 것은 단층이 생기면서 지층이 뚝 떨어진 부분이예요. 서울과 원산 사이에 있는 추가령지구대, 포항에서 양산까지 연결되는 형산강지구대, 북한에서 지금 핵실험 하는 곳 가까이에 있는 길주명천지구대, 이 세 곳이 우리나라 3대 지구대예요.

그런데 남한은 불안정한 단층 지역인 형산강 지구대 위에 월성 원자력 발전소와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여럿 세워서 문제고, 북한은 길주명천지구대 가까이에 핵실험장을 마련해서 문제예요. 지층이 안정된 지역이 아닌 소위 활성 단층지대라고 하는 지대에 북쪽은 핵실험을 하고 남쪽은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서 조금 불안해요.

그런데 이런 자연의 변화라는 것은 길게 보면 늘 있는 거예요. 자연이 살아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어쩌다가 있으면 특별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경주와 포항 사람은 굉장히 불안하대요. 정토회에서도 지진이 일어났던 포항 북구에 있는 법당에는 깔아놓은 바닥이 다 일어나고, 불안해서 사람들이 안에 못 들어간다고 할 정도였어요. 아무튼 이렇게 놀라신 분들을 위로하면서 오늘 강연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즉문즉설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삶의 애환과 어려움들을 갖고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말할 건 없습니다. 인생은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자기 좋을 대로 살아가는데도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면 그걸 가지고 대화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정말 이게 괴로워할 만한 일인가, 아니면 괴로워할 만한 일이 아닌가를 두고 같이 대화를 나눠보자는 거예요. 이게 즉문즉설입니다. 자, 무엇이든지 질문해보세요.”

“저는 부모님과 같이 왔어요. 결혼을 해서 살다 보니까 갈등이 생기고 다투는 와중에 스님을 알게 되어 지금은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제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을 뵈면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많이 다투셨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다투고 사시거든요. 이런 부모님이 좀 안타까워서 질문이라기보다는 스님께 저희 부모님을 위한 말씀을 청하고 싶습니다.”

“질문자나 잘 사세요.(모두 박장대소) 부모님은 싸우더라도 질문자 자기만 잘 살면 돼요. ‘아,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싸우니까 참 안 좋더라’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가 남편이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안 싸우면 되잖아요. 그런데 부모님이 질문자보다 똑똑하다는 건 인정해요?"

“...” (질문자 침묵)

"인정을 안 하죠? 부모님은 질문자보다 똑똑해요. 왜 그럴까요? 첫 번째, 질문자를 낳아서 키웠어요. 두 번째, 두 분은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의견 차이가 나도 지금까지 안 헤어지고 살았어요. 세 번째, 그런 와중에도 질문자를 버리지 않고 잘 키웠어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런 부모님한테 질문자가 무슨 할 말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스님께 여쭙는 거예요." (질문자 웃음)

"아니, 둘은 잘 산다니까요. 걱정 안 해도 돼요.(모두 웃음) 싸워가면서도 질문자를 낳고 질문자를 키우고 지금 시집까지 보낸 정도가 됐잖아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애를 더 낳아서 키울 일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좀 싸워도 괜찮아요.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가 자랄 때는 싸우면 어린애였던 질문자한테 피해가 좀 갔겠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부모님 사이에 의견 차이가 날 때 질문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분이 안 싸우면 좋겠다는 바람은 스님도 이해해요. 그런데 안 싸우면 좋겠다고 해서 안 싸우는 게 아니에요. 질문자도 살아보면 알지만 살다 보면 싸울 일이 생기잖아요. 그럼 그걸 인정을 해야 해요.

그런데 두 분은 그렇게 싸우면서도 안 헤어지고 지금까지 살았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돼요. ‘싸울 만하다’ 이걸 인정하고 ‘그래도 두 분은 싸우면서도 계속 같이 사실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러면 행복하지 않지 않을까?’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엄마 아빠가 싸우는데 질문자가 엄마한테 ‘아빠하고 싸우지 마세요.’ 하면 엄마가 질문자 말을 들을까요? 안 들어요. 아빠한테 ‘엄마하고 싸우지 마세요.’ 해도 아빠가 질문자 말 안 들어요. 두 분 다 질문자보다 똑똑하니까요.

그러면 질문자는 어떻게 되느냐? 엄마가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엄마가 미워져요. 아빠가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아빠도 미워져요. 그러면 엄마하고 아빠가 싸우고 나하고 엄마도 싸우고 나하고 아빠도 싸워서 삼각형을 이루는 세 변이 다 싸워요. (모두 웃음)

나하고 엄마하고 관계가 좋고, 나하고 아빠하고만 관계가 좋으면 돼요. 둘 사이는 나빠도 괜찮아요. 첫째, 자기들 문제는 자기들이 해결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해결을 못해도 나하고 엄마하고의 관계가 좋고, 나하고 아빠하고의 관계가 좋기 때문에 나중에 그 문제가 심하게 나빠졌을 때 내가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생겨요. 지금은 질문자가 나서면 오히려 관계를 더 나쁘게 만들어요.

아마도 엄마가 질문자한테 하소연을 해서 질문자도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엄마는 남편하고 싸우고 나면 하소연할 데가 없기 때문에 딸한테 하소연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누구한테 하소연을 하겠어요? 아빠도 아내하고 싸우고 나면 하소연할 데가 없는데 누구한테 하겠어요? 딸한테 하소연해야죠. 그러니 질문자는 그냥 하소연을 들어주면 돼요. 엄마가 뭐라고 하면 ‘아이고, 그래, 그래, 그랬어요? 아이고, 엄마 힘드셨겠어요’ 이러면 되고, 아빠가 또 뭐라고 하면 ‘아빠, 그랬어요? 아이고, 아빠가 힘드시겠네요’ 이러면 돼요. 아빠 말을 듣고 엄마를 비판해도 안 되고, 엄마 말을 듣고 아빠를 비판해도 안 돼요. 그러면 나중에 그 말을 엄마, 아빠가 듣고 굉장히 기분 나빠 해요.

두 번째, 엄마 말을 듣고 엄마 말에 너무 동조해서 아빠를 비난해도 안 되지만 엄마한테 자꾸 ‘엄마가 잘못했다, 아빠한테 잘 해라’ 이런 말을 해도 안 돼요. 그러면 엄마가 기분 나빠지거든요. 자기 하소연을 안 들어주니까요.

그래서 엄마 말을 들을 때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엄마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아빠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아빠하고 질문자가 원수가 되고, 엄마 말을 들으면서 엄마 보고 ‘아빠 좀 이해해라’ 이렇게 말하면 엄마하고 원수가 됩니다. 그러니까 그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에요. 엄마 말을 들어만 주면 돼요. 엄마가 그렇게 괴롭다는 얘기지, 그게 아빠 책임이라고 생각 하면 안 돼요. ‘엄마가 이렇게 힘드시구나’ 이렇게만 생각하세요.

질문자가 어린애면 부모님이 하소연도 안 할 거예요. 질문자가 다 컸으니까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엄마 아빠한테 지금까지 이렇게 큰 은혜를 입었으면 하소연 정도는 좀 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고 지금 스님한테 묻는 거예요. 엄마 아빠를 위해서 묻는 게 아니라 자기가 힘들어서 묻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신경 끄라는 얘기예요.(모두 웃음) 질문자만 신경 끄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해가 됐어요? 지금 질문자 말을 듣고 엄마 아빠가 변할 것 같아요, 안 변할 것 같아요?”

“오면서도 변하실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그래도 같이 와주신 것에 감사하고요...”

“그래요. 부모님이 같이 와 준 건 ‘너나 변해라!’ 이 얘기 들으려고 따라온 거예요. (박장대소) ‘우리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네가 문제다. 가면 틀림없이 스님이 네가 문제라고 얘기할 거다’ 이렇게 두 분은 스님을 확 믿고 따라온 거예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자식이 스무 살이 넘으면 자식 인생에 간섭하지 마세요. 또 자식은 절대로 부모 인생에 간섭하지 마세요. 이건 서로 꼭 지켜야 합니다. 인생에 너무 간섭을 하기 때문에 내가 괴롭고 관계가 나빠져요.

행복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이런 거예요. 예를 들어 엄마, 아빠가 갈등이 있어서 자기가 힘들다고 할 때 오늘 즉문즉설 같은 걸 보고 관점 바꾸기를 합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1주일간 기도를 해요. 지금까지는 ‘엄마 아빠, 싸우지 마세요’ 이 관점만 가졌으니까 이 문제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싸우시면서도 저를 키워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는 거예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두 부부가 너무너무 사랑하고 서로 정이 지극하다면 거기서 난 아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을까요, 아니면 두 부부가 맨날 원수 같이 싸우는 가운데 난 아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을까요? 어느 쪽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데서 난 아이요.”

“전자라고요? 그러니까 어린 거예요. 왜 그럴까요? 부부 간에 사이가 좋은 사람은 아이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좋아서 살잖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두 부부가 맨날 싸우면서도 사는 거는 자기들이 좋아서 사는 게 아니라 애 때문에 사는 거예요. 이렇게 힘들어도 애 때문에 사니까 그 애는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적게 받았어요?”

“많이 받았어요.”

“그래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싸우는 집에서 태어난 애들이 오히려 엄마 아빠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거예요. 애 아니었으면 안 살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니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보면서 ‘싸우면서도 저를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자꾸 하면 둘이 싸워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경지에 들 수 있어요. ‘엄마 아빠가 안 싸워야 내 문제가 풀린다’라는 게 지금까지의 관점인데, ‘둘이 싸워도 나는 괜찮다’ 이게 새로운 해법이에요. 이걸 해보면 잘 안 돼요. 우리는 늘 남을 바꾸려고 하니까요. 그래서 1주일 동안 집에 가서 이걸 연습해보면 편안해지는 거예요.

아이와의 갈등도 그래요. ‘애가 내 말을 들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이게 지금까지의 관점이에요. 그런데 자식 잃은 부모들 얘기 들어봤죠? 애가 죽고 나면 공부 1등도 관심 없고 그저 학교 갔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와 주기만 해도 고마운 거예요. 그러니까 문 열어보고 안 죽은 것만 해도 ‘아이고, 네가 살아 있어서 고맙다’ 이렇게 관점을 딱 바꿔 버리면 애한테 시비가 안 일어나요. 스마트폰을 보느냐, 안 보느냐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래도 안 죽고 살아 있고 학교 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거예요. 학교 안 가는 사람 천지잖아요.

‘우리 아들은 꼴찌예요!’ 이게 부정적 사고예요. ‘그래도 학교는 잘 가요.’ 이게 긍정적 사고예요. 학교를 가야 꼴찌를 하잖아요. 학교 안 가는 게 낫겠어요, 학교 다니면서 꼴찌 하는 게 낫겠어요?(모두 웃음)

이처럼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가 있어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현재 상태 그대로에서도 내가 편안해질 수 있어요. 나부터 행복하고 편안하면서 아내나 남편, 자식을 비롯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건 말이 되지만 내가 괴로우면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러니까 이런 걸 하나의 테마를 정해서 해보는 거예요. 그냥 혼자서 유튜브만 보지 말고 이렇게 해보세요. 집에 가서 1주일 동안 그 관점에서 연습해보고, 모여서 ‘어쨌나?’, ‘아이고, 나는 안 되더라’, ‘나는 되더라’ 이렇게 얘기도 나눠보고, 다음 주에 또 바꿔서 또 해보고요. 이렇게 한 달 정도에 걸쳐서 네 번만 해보면 삶의 지혜가 생깁니다. ‘아, 내가 어떻게 해서 관점을 잘못 잡아서 인생이 이렇게 피곤하구나’ 이렇게 알게 돼요.

이건 종교와 아무 관계가 없어요. 교회 다녀도 되고, 절에 다녀도 되고, 아무 종교 없어도 돼요. 이렇게 공부를 하셔서 나날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가을이 담긴 사진 함께 띄우며, 맑고 아름다운 가을날처럼 행복하시길 바래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손명희, 김미정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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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충동이 드는데 하소연은 왜 자식한테 해 그렇게 잘났으면 스스로들 알아서 풀지 자식이 감정쓰레기통이야? 당신이 무슨 부모밑에서 자라봤다고

2019-06-14 00:06:39

정지나

"관점을 바꾸면 현재 상태 그대로에서도 내가 편안해질 수 있어요"
탁! 탁! 탁! 알아차리고 내려놓고 그리고 고집스러운 내 관점 바꾸기.
감사합니다^^

2017-11-22 09:06:43

관점

이게 괴로워할 만한 일인가, 아니면 괴로워할 만한 일이 아닌가를 두고 같이 대화를 나눠보자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해서 관점을 잘못 잡아서 인생이 이렇게 피곤하구나.

2017-11-20 17: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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