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30 즉문즉설 대전 서구청, 즉문즉설 남도소리울림터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아침 일찍 울산 두북에서 출발한 스님은 강연시간에 임박해서 대전 서구청에 도착했습니다. 11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대전 서구청에서 법륜 스님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콧등과 귓불까지 얼얼한 찬바람이 불었지만 따스한 햇볕이 서구청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대화 강연은 대전 지역의 사람들이 2주 전부터 준비하였습니다. 강연보다 3시간 정도 먼저 온 봉사자들이 여는 모임을 했습니다. 스님의 강연을 위해 기꺼이 휴가를 내고 왔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오전에 진행한 강의라 시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시끄럽지 않게 준비하고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스님 강연 1시간 반부터 혼자서 온 분도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서 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스님이 오기 전, 참석자들은 부스에 들려 캘리그래피로 만들어진 스님의 글귀도 읽고 행복학교 접수처에서 대전의 행복학교 개설 지역도 확인하며 보냈습니다. 강연 시간이 되니 청중들이 꽉 찼고 자리가 부족한 나머지 통로에도 앉은 채로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470명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현재 한반도의 위기에 대한 말씀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새벽 2시 북한에서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남북관계는 긴장이 고조되었기에 현재 한반도 정세와 일말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막기 위해 우리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님의 여는 말씀이 끝나고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문제부터 사회문제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부정적인 아내 때문에 힘이 든다는 남편, 종교와 과학이 어떻게 하면 양립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 최근에 천주교인이셨던 어머니를 여의고 아미타 정근을 열심히 하는 게 모순인 거 같은데 이게 옳은 방법인지 묻는 질문, 어둡고 부정적인 남편과 있으면 물들어서 힘이 든다는 질문, 일본인 남편과 일본에서 사는데 정서적 교감이 안 돼서 힘이 든다는 질문, 서른 넘은 아들이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 못하고 경제활동을 안 해서 괴롭다는 질문, 북한이 동해에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동해에 항공모함을 배치하면서 전쟁이 날까봐 두렵다는 질문까지 총 7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세 번째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스님. 법문을 들으면 온 세상이 환해지는데 어둡고 부정적인 사람과 오래 있으면 물이 들고 맙니다. 사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습관으로 굳어져서 부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이 늘 제 곁에 있는데요, 그에 물들지 않고 맑고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자기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모두 웃음) 그렇게 되기가 쉽지가 않아요. 욕설하는 사람하고 같이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욕설하기가 쉬운 게 사람이에요. 그래서 거기에 물들지 않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부처님 정도 되면 그렇게 돼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지금 자기를 부처님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부처님처럼 되려면 참선을 하거나 염불을 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상대가 성낼 때 한 번 웃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안 돼요.(모두 웃음) ‘너만 성 내나? 나도 낸다!’ 이것 때문에 부처가 안 되는 거예요. 사실은 하나도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러니 질문자는 오늘부터 연습을 해보세요. 부처 되는 게 다른 게 아니에요. 상대가 성낼 때 한 번 웃기만 하면 돼요. 되는지 연습을 해봐요. 상대가 성내면 나도 모르게 같이 성을 팍 내버릴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딱 명심해서 ‘아무리 상대가 성을 내도 나는 웃는다’ 이것만 지키면 물 안 들 수가 있어요. 부처님은 물이 안 들었어요. 물이 안 드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에게 물을 들였죠.

그래서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첫 번째는 물드는 사람이에요. 질문자나 저나 1번, 물드는 사람이에요.(모두 웃음) 범부 중생이죠.

두 번째는 물이 안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말처럼, 이런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게 두 번째 단계예요. 그래서 출가 수행자들은 결혼도 안 하고 직업도 안 갖고 깊은 숲 속에서 수행해요.

세 번째 단계가 물들지 않는 존재예요. 담배 피우는 사람과 같이 있어도 나는 담배 안 피우고, 도둑질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도 나는 도둑질 안 하고, 욕설을 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도 나는 욕설을 안 하는 게 세 번째 단계예요. 보살의 삶이죠.

이 사람들은 세속에 나와서 세상 사람들과 같이 살아도 물이 안 들어요. 마치 진흙 속에서 피어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 같죠. 그래서 상징이 연꽃이에요.

네 번째 단계가 바로 물들이는 존재예요. 물이 안 드는 정도가 아니라 물을 들입니다. 이 단계가 교화예요. 내가 도둑놈하고 같이 살면 내가 도둑질 안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도둑놈이 시간이 지나면 도둑질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원효 대사가 500여명의 도둑들하고 같이 도둑소굴에서 살았는데 한참 지나니 이 500명이 전부 다 출가를 했어요.(모두 웃음) 이게 물들이는 존재예요.

세상에는 이렇게 네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주위사람이 괴로워한다고 덩달아 괴로워하는 사람, 괴로워하는 사람과 안 만나는 사람, 주위사람이 괴로워해도 나는 괴롭지 않는 사람, 괴로워하는 사람의 괴로움을 없애는 사람, 이렇게 네 종류가 있어요. 첫 번째 단계에서 너무 한꺼번에 멀리 가려고 하지 마세요. 첫 번째 단계에서 물 안 드는 존재가 되려면 일단은 격리를 해야 해요. 머리 깎고 절에 보내는 건 다 격리시키는 거예요. 그냥 있으면 쉽게 물드니까 우선 격리시키는 거죠.
그런데 그게 목표는 아니에요. 격리가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시 이 세상에 나오더라도 물이 들지 않아야 해요. 세속에 섞여 있어도 물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게 보살의 단계예요. 그보다 더 나아가서는 맑음을 주위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스님은 닫는 말씀을 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목표를 ‘행복해야 한다.’로 잡아야 합니다. 삶의 가치를 돈에도 두지 말고, 출세에도 두지 말고 행복에다가 둬야 합니다. 행복에 삶의 가치를 둔다면 건강이 굉장히 중요하죠. 그러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또 집착하면 계속 심리적으로 불안해집니다. 그러니 집착을 내려놓으시고 여러분들의 마음을 잘 다스리세요. 또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개인의 관점 변화뿐만 아니라 좀 더 안전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러긴 위해선 한반도에선 다시는 전쟁은 없어야 하고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도록 사회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개인과 사회를 함께 변화시켜나가서 국민 행복도 1위인 나라로 만들어가 봅시다.”

강연이 끝난 후 돌아가는 청중들에게 기억에 남는 구절을 인터뷰 했습니다. 주름살이 깊게 파인 할머니께서 나이가 들다 보니 주름이 불만이었는데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라는 글을 보여주면서 “주름이 삶의 여정을 보여주니, 이 주름이 이제는 고귀해 보인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대전에서의 즉문즉설을 마친 스님은 목포로 즉문즉설을 하러 떠났습니다.

저녁7시에 목포 인근 남도소리울림터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며칠 지속되던 미세 먼지가 걷히고 맑은 날이었지만, 성큼 다가온 겨울에 바닷바람이 더해져 무척 쌀쌀한 저녁입니다.

일찍부터 행사를 준비하며 즐거운 봉사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은 행복학교 봉사자 53명이 준비하고, 목포법당이 같이 지원했습니다. 봉사자들의 도움 덕분에 553명이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강연 30분 전에 도착하셨습니다. 봉사자들과 미리 인사하시며 대기실로 들어가셔서 국정교과서 조사위원장 고석규님과 차담을 나누셨습니다.

그 사이 강연장에는 오늘 행사를 주관한 ‘행복학교’가 영상으로 소개되고, 강연에 앞서 재능기부로 대금 연주자 서성조님 과 해금 연주자 차양호님의 작은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자연을 닮은 남도소리가 가득 울리는 ‘남도소리울림터’가 되었습니다. 특히 대금과 해금의 협연으로 ‘목포의 눈물’이 연주될 때는 청중들이 함께 손뼉 치며 박자를 맞추어 분위기가 활기를 띠었습니다. 이어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입니다. 날씨도 우리 마음대로 안 되듯, 모든 일이 내 맘대로 될 수 없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이러한 이치를 알면 괴로울 리 없습니다.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일들이 정말 괴로워할 일인지 구체적인 예로 대화를 시작해봅시다!”

스님의 여는 말씀이 끝나고 18명의 질문 신청자 중 8명이 추첨이 되어 질문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수시입학원서 낸 곳에 모두 떨어지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새로운 일을 하기가 두렵다는 고3 학생. 갑상선암 수술에 이어 폐암 수술까지 받고 나니 금방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공황장애가 생겨 이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질문한 40대 분. 남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공황장애 증상이 있어 걱정된다는 분. 대학에 합격한 예비 대학생인데, 새로운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 두렵다는 고등학생. 집에 짐이 주인이 된 듯 정리를 못 하고 살고 있으며 집 밖으로만 도는 상황 가운데 뇌 질환 경계 판정을 받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질문한 50대 분. 말실수를 많이 하고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많이 부족한 본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묻는 두 번 이혼한 분. 너무 생각이 많아 괴롭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해 자살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는 아이를 둔 분. 대학 안 가면 인생 살기 어려울 것인지를 묻는 고3 학생.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의 질문과, 몸의 병은 잘 치료하지만 정신의 병은 잘 치료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정신질환에 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이 중 공황장애가 있는 남편이 걱정이라는 분의 질문을 짧게 소개합니다.

40대 여성분이 남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인데 공황장애까지 와서 휴직한 상태이고, 본인에 대한 건강염려증 뿐 아니라 아들에 대한 건강염려증까지 있다고 불안감이 큰 남편이 걱정되어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남편의 공황장애가 걱정되어 질문하였지만, 그로 인해 본인이 스트레스받고 힘들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게 문제의 본질임을 말했습니다. 질문자가 자기 생각에 빠져 있어 스님 말씀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몇 번의 문답을 통해 깨달아갔습니다. 질문자는 한참을 답답했겠지만,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청중은 쉽게 문제의 본질이 이해되어 웃음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과 문답을 주고받은 질문자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제 의도와 다르게 질문을 받으셔서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스님 말씀 끝나고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있던 남편이 '스님이 하신 말씀이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라고 했어요.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속마음이 다 드러나 창피했지만, 남편과 서로 마음을 알게 되어서 관계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 좋습니다.”

질문의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에게 미안한 스님은 아홉 명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연의 핵심을 요약 정리했습니다. 강연을 준비해준 ‘행복학교’는 ‘행복도 배울 수 있다’는 행복 배움 프로젝트이며, 행복하기 위해 관점을 바꿔보면 좋겠다는 당부 말씀으로 마무리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대전 강연 글을 쓴 대전 정토회 대전법당 청년희망리포터 배성화입니다. 강연장에 오기 전에 사진 촬영과 스님의 하루 스케치 작성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청중처럼 편하게 스님의 강연만 듣고 싶다는 마음이 났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스님의 법문대로 지금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줄 알겠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행복하고 자유로워지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행복한 존재임을 깨우쳐주는 스님의 여정에 작은 역할로나마 동참할 수 있어 기쁜, 광주정토회 목포법당 희망리포터 이미라입니다. 강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찰자로 바라보는 일이 흥미롭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모든 상황이 더 잘 보입니다. 내가 마주치는 문제들도 이렇게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질문자 인터뷰할 때 질문자 남편분이 했다는 ‘스님이 하신 말씀이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말을 듣고 스님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에 새삼 감탄했고, 이런 스님 강연에 동참하는 게 보람 있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미라, 배성화, 손명희

전체댓글 13

0/200

고경희

법문이 스며듭니다.

2017-12-06 22:07:02

명법정도

이미라 배성화 손명희 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살아계신 아난존자님들입니다.

2017-12-06 06:37:04

박미란

스님 감사합니다.^^

2017-12-05 00: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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