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2.10 스님의 하루
“성질이 급한 아내와 같이 살기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 내내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북미관계 대화주선을 위해 노력하시는 외국분과 조찬을 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사회 문제점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해 장시간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오후에는 다음날 새벽부터 진행되는 불교대학 특강수련 강의를 위해 문경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문경에 도착한 스님은 곧 있을 KBS 방송 강연을 위해 제작진 쪽에서 보내온 녹화관련 문서를 꼼꼼히 살피며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미팅만 하고 강연 일정은 없었는데요. 그래서 지난 6일 부산 강연에서 있었던 질문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내와의 관계가 안 좋은데, 어떻게 하면 관계를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 공교롭게도 제가 19년 전에 여기서 결혼식을 했는데 오늘 이런 질문을 하게 되네요.(모두 웃음)

아내는 제가 자기 의견을 자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고, 또 약속을 잘 안 지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년 간 함께 지내왔지만 저한테 변화의 가능성이 안 보이니까 이제는 지쳐서 포기한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현재 저희는 냉랭해서 대화도 없고, 같이 보내는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어쩌다 대화를 하면, 집사람 성격이 급한 편이라 금방 언성이 높아져서 제가 자꾸 대화를 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더더욱 대화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이런 아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처음에 아내 입장에서 질문하신 분과 만나서 두 분이 이것을 얘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모두 웃음) 아내 말을 들어보면 남편이 진짜 나쁜 사람 같고, 남편 얘기를 들어보면 아내가 진짜 문제인 것 같은데, 양쪽 얘기를 다 들어보면 아내는 아내대로 힘들고, 남편은 남편대로 힘들다는 걸 알게 돼요. 우리가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어서 좋은 점이라는 게 이런 거지요.

부모가 자식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식이 부모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고 하는 건데 자식은 부모 잔소리 때문에 죽겠다고 합니다. 또 자식은 자기 나름대로 뜻을 가지고 해보려고 하는데 부모는 자식이 말을 안 들어서 죽겠다고 그래요. 이렇게 서로 달라요.

여기서 제 역할은 뭘 해결해 주는 게 아니에요 서로 소통이 안 되는 관계 사이에서 입장을 바꿔놓고 한번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이지요. 질문자는 아내에게 뭐가 제일 불만이에요?”

“신경질을 잘 내요. 아내는 몇 마디 말이 오가면 바로 언성이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질문자는 말을 하기 싫다는 거죠?”

“그렇죠. 아내가 화내지 않고 좋게 이야기한다면 저는 충분히 아내 의견도 받아들이고, 제 의견도 전달할 것 같은데, 아내 성격이 급하다 보니 그게 좀 문제입니다.”

“그게 아내의 성격이잖아요. 19년 동안 겪어봤으면 그 성격이 바뀔지, 안 바뀔지 알 거 아니에요?”(모두 웃음)

“안 바뀌...겠지요?”(모두 웃음)

“예, 아내의 성격이 ‘안 바뀐다.’ 이걸 전제해야 돼요. ‘저것만 바뀌면 좋겠는데...’ 하는 건 꿈이에요. 그건 꿈꿔봐야 소용없어요. ‘아내는 성격이 급하다’는 걸 알고 아내의 언성이 높아지는 걸 가만히 들어주면 되요.”

“예, 그러면 되겠지요...”

“왜냐하면 아내가 안 바뀔 거니까요. 그러니 아내의 언성이 높아지면 가만히 그냥 한번 들어주는 거예요. 언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그 사람의 자란 환경이나 여러 가지 이유가 성격에 끼친 영향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래서 아내도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는 거예요.”

“예, 제가 봤을 때도 그래요.”

“그렇지요?”

“예.”

“그런데 뭐가 좋아서 결혼했어요?”

“오래 연애하다보니까 하게 됐습니다.”

“연애는 왜 했어요?”

“그땐 예쁘고 좋았으니까 했겠지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쥐가 쥐약을 먹은 거네요. 얼굴만 보고 연애했으니까. 그런데 옛날로 돌아가서 생각해봅시다. 아내랑 연애할 때는 아내가 급하게 굴어도 질문자가 예쁘게 봐줬을 것 아니에요?”

“예, 그렇기도 했고요, 그때는 급한 성격이 자주 안 튀어나왔어요.”

“보통 결혼을 선택할 때 뭘 봅니까? 첫째 인물을 보고, 둘째 능력을 봅니다. 어느 학교 다녔는지, 어느 직장 다니는지,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 집안은 어떤지, 부모님은 뭐 하시는지, 이런 걸 묻는 게 능력을 보는 거지요. 그런데 같이 살면 얼굴 때문에 싸울 일은 없지요?(모두 웃음) 사람이 같이 사는데 아무 관계없는 얼굴에 50점 이상 주기 때문에 문제예요.

그럼 부부가 같이 살 때 갈등을 일으키는 핵심은 뭐예요? 두 가지예요. 첫째가 성격, 둘째가 생활태도입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저녁에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 옷을 벗어서 아무 데나 던져놓는다, 잘 안 씻는다, 좌변기에 서서 오줌을 눈다.’ 이런 게 생활태도예요.

실제로 살면서 제일 많이 부딪치는 게 생활태도지요. 그리고 성격이고요. 그런데 연애할 때 정작 이런 건 안 본다는 거예요. 맞선 볼 때도 이런 건 잘 안 보고요.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면 이런 게 제일 많이 부딪치지요. 그래서 결혼생활은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의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결혼할 때 아내의 얼굴만 봤지, 성격을 중요시 여기지 않거나 기회가 없어서 못 봤다는 거지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그런 성격이 드러나는 거예요. 우리가 밤송이에 든 밤을 까먹으려면 밤송이를 까야 되겠지요? 그런데 밤송이 가시에 찔리기 싫으면 밤을 안 먹어야 되고, 밤을 꼭 먹고 싶으면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까야 돼요, 안 까야 돼요?”

“(대중들) 까야 돼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아내의 성격을 가시라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어떻게, 그 가시에 잘 찔리든가요.”(모두 웃음)

“예, 가시만 어떻게 잘 해 보겠습니다.”(모두 웃음)

“그런데 그 가시 속에는 뭐가 들어있습니까? 알밤이 들어 있잖아요. 성격이 급한 사람은 뒤끝이 없어요. 그리고 성격이 급한 사람은 속임수가 없어요. 보통 말이 없는 사람이 나중에 뒤끝이 커요.(모두 웃음) 여자가 말을 안 하고 꽁하고 있으면 그 심정을 모르는데, 오히려 질문자의 아내 같은 경우에는 자기 얘기, 자기 속에 있는 얘기를 막 하니까 속이 뻔히 다 보이잖아요.

적을 알면?(모두 웃음) 조절하기가 쉽지요. 아까 첫번째 질문자는 남자가 말을 안 해서 죽겠다고 하잖아요?(모두 웃음) 말을 안 해도 문제고, 해도 문제네요.(모두 웃음) 막 성질을 내면 그걸 소나기라고 생각하세요. 그때만 조금 피하면 되는 거예요. 그때 자꾸 아내에게 말대꾸를 하지 말고 ‘아이고, 여보, 화났어? 그래, 그래.’ 그러기만 하세요. 질문자의 아내니까요.

그렇게 했다가 아내의 화가 조금 가라앉으면 평소에 ‘당신, 내가 당신하고 살긴 살지만 당신 화났을 때 어떤지 알아?’ 이렇게 얘기해 주시고, 막상 성질이 났을 때는 건드리지 마세요. 그때만 잠시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이 또 가시가 돋았구나’ 하면서 조금 기다려서 가라앉도록 한 다음에 다시 얘기를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또, 부부가 살면서 옳고 그른 걸 밝히려고 하면 안돼요. 옳고 그른 건 없어요. ‘아내 마음이 저렇구나. 지금 성질이 났구나.’ 이렇게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걸 자꾸 옳고 그름에 기준을 두면 안돼요.

그래서 첫 번째 질문하신 분은 제가 볼 때 제일 큰 문제는, 옳고 그른 것이 너무 분명하다는 거예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첫 번째 질문자가 엉터리는 아니고 본인 스스로는 삶을 영리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영리하게 사는 사람들이 문제예요. 오히려 어리벙벙하게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잘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괜찮은데, 착한 사람들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만 이 세상에서 착하고 나머지는 다 잘못된 사람들 취급을 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착하다는 소리 들은 사람, 또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신랑감이나 신붓감으로 안 좋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만 그렇게 착하면 되는데 남까지 착하라고 해요. 자기만 그렇게 노력하면 되는데 남까지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는 살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까 ‘아내 마음이 저렇구나. 성질이 또 저렇게 났구나.’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어요. 질문자부터 한번 노력해 보세요.”

“예, 노력하겠습니다.”(모두 박수)

내일은 문경에서 특강수련이 있습니다. 추운 날 감기 조심하세요.

함께 만든 사람들
정란희, 김미정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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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형

감사합니다

2023-02-02 21:05:28

조수진

스님.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017-12-15 22:52:31

정지나

'아~저 사람은 저렇구나...."
참 간단하고 명쾌한 사실.
또 잊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2017-12-13 09: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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