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2.24 서원행자대회 (1)
“첫째,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앞서 있었던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대의원들이 오랜만에 만날 다른 지역의 도반을 기다리는 가볍고 빠른 몸놀림에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아 자리를 정리하였습니다.

자리 정리가 다 끝나가자 340여 명의 서원행자들이 모였고 드디어 스님의 입재법문으로 서원행자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정토회가 3년마다 새로 제시하는 목표를 보면 언제나 첫 발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행자로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이지, 일반인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첫째, 수행자로서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즉 나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 또한 행복할 수 있도록 잘 쓰여야 되겠습니다. 이게 기본 입장입니다. 이건 정토행자라면 누구나 다 해야 할 일입니다.

두 번째, 정토행자를 많이 양성해야 합니다. 수행자를 많이 양성하려면 첫째, 널리 법을 전해야 합니다. 인연을 많이 맺어줘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문경수련원에서는 깨달음의 장을 보다 확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의 기회를 줘야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특별히 노력을 안 해도 지난 세월에 우리가 노력한 공덕으로 깨달음의 장 신청자가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정도입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장이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특별히 홍보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다만 깨달음의 장을 마친 분들에 대한 지속적인 수행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불교대학도 좋은 전법의 기회입니다. 매년 봄에 4000에서 5000명, 가을에 3000에서 4000명, 이렇게 해서 연 8000에서 9000명의 사람들이 불교대학을 통해 정토회와 인연을 맺고 1년간 함께 지냅니다. 불교대학은 변화를 위한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니 불교대학이 개강하는 3월 전까지는 부지런히 홍보를 해서 많은 학생을 모집해야 되고, 또 입학이 끝나면 교과과정을 잘 관리해서 그들이 수행자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우리가 솔선수범해서 도와야 하겠습니다.

또 그들 중에 발심을 해서 경전반까지 진학하는 사람은 진정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외에도 법회라든지 명상수련이라든지 여러 통로를 통해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보살펴서 그가 수행자로 거듭 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깨달음의 장이나 불교대학을 통해 정토회에 오는 사람들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인연이 되는 경우이고, 그렇지 않은 인연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가 사회를 좀 더 평화롭고 정의롭게 바꿔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환경운동, 평화를 유지하는 평화운동,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인권운동, 기아, 질병, 문맹 퇴치를 위한 구호활동 등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우리끼리만 할 게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사회단체들과 함께 해도 좋습니다. 이게 바로 ‘정토행자의 목표’이지요. 그런 것을 부분, 부분 나눠서 정리한 게 ‘10대 목표’입니다.

우리가 매일 정토행자의 10대 목표를 읽고 있는데, 그냥 건성으로 읽지 마시고 잘 인지하셔서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이 이 목표를 성취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서원행자대회는 자신의 삶을 수행과 정토를 향해 헌신하겠다는 신규 서원행자들을 위한 축하의 자리이기도 하고, 또 대의원들의 사업보고도 듣고, 또 만민공동회처럼 자유롭게 의견개진도 하고, 분과별로 토론도 하고, 또 전체 대중공사의 시간도 있습니다. 시장터처럼 시끄럽게 하지는 마시되 편안하게, 웃는 얼굴로, 기쁜 마음으로 마음껏 얘기하는 자리, 또 다른 의견도 경청하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한반도는 지금 올림픽을 통해서 마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도래하는 것처럼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기운이 도래해 있습니다. TV를 보니까 돈을 좀 들이긴 했지만 경기장 시설이나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좋음’이 물위에 뜬 뗏목 같고, 모래 위에 쌓은 성 같이 바탕이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대량살상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 한반도입니다. 남북관계는 조금 긴장이 풀어져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세계최강국인 미국은 ‘북한 핵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고, 북한은 그런 미국에 결연히 맞서서 ‘우리도 핵을 갖겠다. 너희는 가지면서 왜 우리는 못 갖게 하느냐?’며 대응하고 있지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북한이 미국에 맞서는 바람에 전쟁의 기운이 있긴 한데, 이것도 더 크게 보면 북한이 핵심은 아니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입니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힘겨루기가 한반도에서 이런 저런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이건 남북문제가 풀린 뒤에도 계속 될 겁니다. 중국과 미국의 충돌로 인해서 한반도에는 지진이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거예요. 이걸 우리가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가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4월 위기설’이니 ‘8월 위기설’이니 계속 위기설이 제기됩니다마는 이런 와중에도 좋은 점은 한국 사람들이 불안해하지도 않고, 그래서 라면도 하나 안 사고, 물도 하나 안 사고 있다는 거예요. 이런 와중에 주식도 오르고, 땅값도 오르는 걸 보면 참 대단한 민족이다 싶어요.(모두 웃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법화경에 나오는 화택(火宅)의 비유처럼, 한국 사람들이 불나방 같아요. 곧 죽게 될 것도 모르고 불난 집에서 장난감 가지고 노는 아이 수준이라는 거예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는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상태라는 겁니다. 이런 측면이 동시에 있습니다.

그래서 ‘불났다!’고 너무 큰 소리로 떠들면 애들이 놀라서 집을 뛰쳐나오다가 오히려 불에 타죽을 수도 있잖아요. 즉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하면 자기가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고 그 안에서 놀기 바쁠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우리는 위험은 자각하되 부화뇌동하지 않는, 즉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이 위험을 자각해서 결국 위험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3, 4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런 대응을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다른 단체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런 준비를 못한 것에 대해서 너무 나쁜 평가를 하지 마세요. 그들은 아무런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그런 거니까요. 그러니까 준비된 우리들이 조금 앞서서 나가고, 또 그들을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이 위기를 우리가 극복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토행자들 중에서도 스님 얘기를 자기 편한 대로 듣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늘 개인수행과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균형을 잡고 얘기한 것 같은데,(모두 웃음) 댓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스님은 법문만 했으면 좋겠다’거나 ‘정토회에서 수행만 했으면 좋겠다. 왜 자꾸 통일 얘기하고, 평화 얘기하고, 사회문제를 얘기하느냐?’고 합니다.

제가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얘기할 때도 ‘부처님께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만 얘기하지 않으셨고,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도 얘기하셨다’, ‘상구보리(上求菩提)만 말씀하지 않으셨고 하화중생(下化衆生)도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했는데, 그런 얘기는 안 들렸나 봐요.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듣다가 자기 마음에 드는 얘기를 하면 훌륭한 스님이라 그러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얘기를 하면 나쁜 스님이라고 하는 겁니다. 한 개인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자, 정토행자’가 그러면 안 되지요.

정토회의 설립취지가 뭡니까? 개인적 변화를 통한 자기완성과 사회적 변화를 통한 정토건설이거든요. 이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그런 걸 못 알아들었다고 해서 나무라거나 원망하기보다 여러분들이 깨우쳐 주는 역할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자, 그러면 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요, 이제 공양을 드시고 힘을 내어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입재법문이 예정보다 30분 일찍 마쳤습니다. 대중들은 스님 법문의 감동을 재빨리 갈무리한 채 삼삼오오 모여 수다와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입재식을 마치고 반가운 이들끼리 모여 앉아 집에서 가져온 반찬과 수련원에서 제공한 밥과 국으로 저녁 공양을 하였습니다. 저녁 공양 중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재잘재잘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공양을 마쳤습니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다음에 있을 지부별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도반들의 준비과정이 즐겁고 행복해보였습니다. 여기 저기 모여서 까르르 웃기도 하고, 퍼포먼스를 구성하느라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하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재기발랄한 소품을 가지고 와 연습했습니다. 마치 운동회를 앞둔 초등학생들보다 더 들뜨고 기뻐하는 듯 보였습니다.

7시에는 모든 대중이 수련장에 모여 예불을 올렸습니다. 수련장에 가득한 대중들이 한 목소리로 올리는 예불은 경건하고도 장엄하였습니다.

예불이 끝나고 자리를 정리한 후, 화광법사님의 민요 한 자락으로 행사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힘 있는 목소리로 구성지게 부르자 대중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하였습니다. 이어진 거사님과 법사님의 노래도 도반들의 마음을 흥겹게 해주었습니다.

신규서원행자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영상으로 이번에 새로 선정된 신규서원행자를 한 분씩 소개할 때마다 환호성과 큰 박수로 환영해주었다. 신규서원행자들은 촛불을 든 선배도반들의 환영을 받으며 연등을 들고 일렬로 앞에 나갔습니다. 모두가 숙연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바칩니다!’라는 노래로 축하해주었습니다.

신규서원행자를 대표해서 정형련 님이 발원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자기에게 닥친 불행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통에 짓눌려 살던 어느 날, 자식들이 눈에 들어온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지인이 <깨달음의 장>을 소개해주어 스스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4박 5일 동안 머리가 아프도록 울면서 자기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 깊은 아픔에서 빠져나왔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는 법사님들을 찾아가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도반들을 이해하고 도반들과 마음 맞추어 기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서원행자는 나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며, 부처님의 딸이 되어 확실하게 살아가겠다고 서원을 낭독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발원문 낭독이 끝나자 법륜스님께서 ‘상구보리 하와중생’하는 삶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도록 간절하게 축원해주셨습니다.

다음은 지부별 소개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서울제주지부는 ‘된다. 된다. 된다. 통일이 된다.’라는 구호를 힘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강원경기동부지부는 정토회별로 소개를 하고 분단된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평화올림픽, 평창올림픽’을 자랑하고 ‘통일도 신나게 하자’라는 힘찬 구호를 외쳤습니다.

인천경기서부지부는 노란 보자기를 입은 슈퍼맨이 되어 ‘평화를 이루자’에 맞추어 신나는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대전충청지부는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흔들며 ‘신 독립군가’를 열정적으로 불러주었습니다.

광주전라지부는 ‘군사행동 안 돼’ ‘코피 안 돼’ ‘대화로, 통일로’ 등 다양한 피켓을 들고 우승하는 컬링 경기의 감동을 재현해 주었습니다.

대구경북지부는 짝퉁 현송월이 나와서 진품 현송월보다 더 강한 통일의 열망으로 재치있는 입담과 함께 관중들을 열정과 환호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짝퉁 현송월은 진품 현송월보다 더 맛깔 난 노래로 대중들과 하나 된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부산울산지부는 통일을 주제로 개사한 노래를 재미있게 불러주었습니다. 경남지부는 각 정토회에 맞추어 개사한 ‘정토 달타령’을 민요 가수보다 더 멋지게 불러주었습니다. 뒤에서 춤을 추는 도반들도 멋지게 한 몸인 듯 잘 짜인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는 ‘날아라. 슈퍼맨'을 통일노래로 개사한 노래에 맞추어 모두 하나인 듯 멋진 춤을 보여주고 통일 구호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서울공동체는 ‘갈팡질팡하지 마’ 노래에 맞추어 진정으로 갈팡질팡하는 몸짓을 보여주어 대중들이 한바탕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법사단은 ‘낭랑 18세’ 노래로 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어설픈 듯 짜인 몸짓들은 참석한 모든 도반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흥겹고 신나는 소개의 시간이 끝나고 잠시의 휴식을 가진 뒤 자산관리부, 공동체, JTS, 좋은벗들, 에코붓다, 평화재단, 통일특별위원회, 콘텐츠사업국, 국제국, 불사팀, 법사위 순으로 보고와 질의응답을 진지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언제 즐겁고 신나는 공연을 보았는가 싶게 단정하게 앉아서 진지하게 보고를 받고 있는 대중들의 모습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습니다.

10시에 모든 보고를 끝으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 새벽 4시 30분부터의 일정을 위하여 모두가 편안한 잠자리로 들어갔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안정미, 이일중, 정란희

▼ 삶을 바꾸는 공부,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정토불교대학
http://edu.jungto.org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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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03-04 06:46:16

정지나

개인의 행복한 변화에서 주변 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보자 그것이
수행자에 목표이며 삶에 관점이다.스승님에 말씀 듣고, 듣고
되새기며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옴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02-28 09:33:20

선광

늘 언제나 행복하게 지내세요.
감사합니다.

2018-02-28 0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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