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4. 행복한대화 (3) 전북 정읍
"싫은 사람에 대한 미움을 내려놓는 법"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구나!
알아차리면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 충주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마친 스님은 봉화 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봉화 수련원에 계시는 분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다 함께 수련원 뒷산을 올랐습니다. 가는 동안 산초를 따기도 하고 밤을 줍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봄나물이 많은 계곡을 알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산을 내려와서는 서울로 이동하여 한반도 평화 문제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서울에서 약속을 마친 후 오후에는 행복한 대화 강연을 하기 위해 정읍으로 이동했습니다. 도착 후 정읍시장님과 대담을 한 후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전북 정읍사예술회관은 7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꽉 메운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저는 딱히 여러분께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할 얘기가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서 그 문제를 함께 연구해나가 보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분들이 각자의 고민을 내어놓아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힘든 분이 있는가 하면 먼저 떠난 남편이 그리워 슬픈 분이 있었습니다. 청중들은 한 분 한 분, 질문해주신 분들의 사연에 함께 울고 웃으며 스님과의 대화에 집중했습니다.

오늘은 그중 “싫은 사람에 대해 미운 마음을 내려놓는 법”에 대한 대화를 소개드리겠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통해 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컸었는데요. 스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백일기도를 시작하고 30일이 되자 ‘남편은 저 혼자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 꽃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평소 불편한 감정을 느끼던 사람을 보면 싫어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옵니다. 그 사람들을 편한 마음으로 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말, 어떤 행동을 보면 그렇게 싫어져요?”

“딱히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냥 싫어져요. 마트에서 제 앞에 있는 두부를 먼저 가져가는 사람(모두 웃음), 차선 변경하는데 깜빡이 안 켜고 들어오는 사람을 봐도 그렇고요. 가장 심한 것은 남편의 술친구들입니다. 눈에 보이기만 하면 제 눈에 불이 납니다.(질문자 웃음) 그리고 시댁 식구들 중에도 몇 분계시고요.(모두 웃음)”

“제일 쉬운 방법은 괴롭게 사는 거예요(모두 웃음) ‘싫어하고 과보를 받는 방법’이에요.

우리의 마음에는 좋고 싫음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좋고 싫은 것이 있습니다. 여기 제가 한 번 물어볼게요.

개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개 싫어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아이고, 더 많네요.(웃음)

그럼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이렇게 똑같은 걸 두고 어떤 사람은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거예요.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그걸 내 중심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개를 싫어할 수 있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싫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내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함에 사로잡힌다’라고 해요. 그러면 상대가 나쁜 사람처럼 생각되어 '미워'집니다.

좋아하는 것도 그래요. 좋아하는 것 자체는 내가 마음대로 못 해요. 저절로 일어나요.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좋아함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싫다고 해도 내 ‘좋아함’밖에 생각 안 하는 거예요. 이런 걸 두고 ‘사로잡힌다’고 해요. 그러면 '집착'하게 됩니다.

좋고 싫음이 일어나는 것은 통제할 수 없어요

이런 좋고 싫음의 바탕을 불교 용어로 ‘업식’, 인도어로 ‘까르마’라고 합니다. 일종의 습관이라는 거예요. 습관이라는 건 나도 모르게 일어납니다.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내가 ‘안 싫어하겠다!’ 해도 싫음이 일어나고, ‘좋아하겠다!’ 해도 좋음이 안 일어나요. 이건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이걸 의지로 통제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좋고 싫고는 나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좋다고 반드시 그걸 가지려고 하거나, 싫다고 그걸 밀쳐내면 그게 곧 사로잡히는 거예요. 자기 업식에 사로잡히는 거예요. 그러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참거나, 터지거나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일단 참아요. 그러면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참느라 압력이 생기니까 두 번, 세 번 참다가 못 참고 터집니다. 한국 사람은 세 번 이상 못 참는다고 하죠?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이러면서 터지거든요.(모두 웃음)

터지면 갈등이 생기죠. 갈등이 생기면 손실이 따릅니다. 손실이 따르니까 또 반성을 해요. ‘아, 참을걸. 괜히 그랬다’ 이래가지고 또 참아서 압력을 쌓고, 또 터지고, 또 반성을 해서 참아 압력을 쌓고, 또 터지고, 이게 반복되는 게 우리의 인생의 대부분입니다.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가면 간헐천이라는 게 있어요. 지하에 지하수가 모여서 꽉 차면 밑에서 팍 하고 분수처럼 올라왔다가, 한 번 물이 빠져버리면 또 가만히 있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또 팍 터집니다.

우리 인생이 그래요. 참다가 터지고, 참다가 터지고 이러거든요. 개중에 한 번도 못 참는 인간이 있으면 ‘성질 더럽다’ 소릴 듣고, 세 번, 네 번, 다섯 번까지 참는 인간은 ‘착하다’ 소리를 들어요.

그런데 많이 참았던 사람이 세게 터집니다. 착한 사람이 사실은 무서운 사람이에요. 잘 참는 사람은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나한테 표현을 안 하니까 '괜찮겠지’ 이렇게 방심을 하거든요. 그러다가 놓쳐요. 그래서 제가 ‘우리 남편이 착해요’라고 하면 ‘조심하세요’라고 합니다.(모두 웃음) 어떤 인간도 좋고 싫고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걸 많이 참으면 남이 볼 때 착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살 때는 오히려 착한 사람을 잘 살펴야 합니다.

질문자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번도 잘 못 참는 사람 축에 들어가는 것 같은데요.”(모두 웃음)

“맞습니다.”(질문자 웃음)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이렇게 좋고 싫고를 금방 표현하는 사람은 사실은 솔직한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은 큰 사고는 안 쳐요. 그렇지만 남한테서는 성질 더럽다는 소리를 듣죠.

질문자에게 선택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 이 성질 갖고 그냥 생긴대로 사는 거예요. 그러면 손실을 감수해야 해요.두 번째, 참지 말고,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질문자는 애초에 못 참는 사람이에요. 깜빡이를 안 켜는 것을 내가 싫어하는 건 맞는데, 그걸 미워한다는 것은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상대를 나쁘다고 보는 거예요.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상대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납니다. 그러니까 ‘나하고 다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괴롭지 않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싫어하고 좋아하는 그 자체는 잘 안 바뀌어요. 괴롭지 않게 살려면 싫어하지만 싫음에 사로잡히지는 않아야 합니다. 좋아하지만 좋음에 사로잡히지는 않아야 해요. 이 정도만 되면 이게 대도(大道)를 행하는 자예요. 수행이라는 게 그겁니다. 그래서 《신심명》에 ‘지도무난(至道無難)이요 유혐간택(唯嫌揀擇)이다’라고 했어요. 지극한 도는 어렵지가 않아요. 사랑하고 미워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이때 ‘사랑하고 미워한다’는 게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이 말은 좋고 싫음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좋다’고 잡으려고 하고 ‘싫다’고 떼내려고 하니까 괴로운 거예요. 싫은 마음에서 미움이 생기고, 좋은 마음에서 집착이 생기거든요. 그러니까 집착하고 미워하지 않으면 돼요. 이걸 한자로는 갈애(渴愛)와 혐오(嫌惡)라고 해요. 갈애하거나 혐오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질문자가 좋아하더라도 꼭 쥐려고 하지 말고, 싫어하더라도 꼭 미워하지 말고, 항상 이렇게 마음이 일어나면 ‘아, 내 까르마에서 일어나는구나’ 이렇게만 보면 돼요. 앞사람이 두부를 가져갈 때 싫은 마음이 딱 일어나면 ‘어, 내 까르마가 작동하는구나’ 하세요. 저 사람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내 까르마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달이 나를 슬프게 했습니까?

비유를 들어볼게요. 동산에 뜨는 보름달을 보면서 내가 슬퍼지고 눈물이 났다면 달이 나를 슬프게 한 거예요, 아니면 내가 달을 보고 슬퍼한 거예요?”

“제가 달을 보고 슬퍼한 거죠.”

“확실해요?”

“네.”

“이럴 수도 있잖아요. ‘달이 안 떴으면 안 슬플 거 아니냐!’”(모두 웃음)

“달이 없어도 다른 걸 보고 슬퍼했을 거예요.”

“그래요. 달을 보고 슬퍼할 때 ‘달 너 때문에 내가 슬프다!’ 이러는 게 우리 인생이에요. 그런데 이 슬픔은 달이 아니라 ‘나’로부터 일어나는 거예요. 그렇듯 모든 괴로움은 나로부터 일어나는 거예요. 이 싫음이 두부를 가져간 그 사람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런 경계에 부딪혔을 때 내 속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럴 때 그 사람을 보지 말고 나를 보라는 거예요. ‘아, 내 까르마가 지금 싫어하는구나’, ‘아, 내 까르마가 지금 좋아하는구나’ 이렇게요.”

“왜 그런 마음이 일어나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는 건가요?”

습관은 형성되어진 것

“그건 형성되어진 거예요. 오랜 습관이에요. 엄마가 그렇게 했으면 그걸 본받아서 그렇게 되든지, 내가 그걸 오래 하든지 한 거예요.

예를 들어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 한국 사람은 킁킁거리면서 냄새 맡을 때 벌써 입안에 침이 돌잖아요. 그러면 청국장의 성질이 원래 그럴까요?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그걸 먹은 습관 때문에 그래요. 서양 사람이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 구역질이 나요. 그렇다고 청국장이 구역질을 하게 한 게 아니에요.

우리가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 치즈 만드는 동네에 가면 꼭 뒷간 같은 냄새가 나요. 썩는 냄새가 나죠. 우유를 썩혀 보면 냄새가 고약하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맡았기 때문에 그 냄새를 구수하다고 해요. 반면에 우리는 구역질이 나는 거예요.

이것은 다 습관이에요. 그걸 두고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천성이다. 사람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라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습관을 바꿀 수는 있어요. 그러나 습관이라는 게 쉽게 잘 안 바뀌어요. 바꾸려고 해도 잘 안 바꿔지니까 자기를 한탄하게 되죠. 그러니 질문자는 한탄하지 말고 ‘어, 내 업식이 일어나는구나.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구나’하고 알아차리세요. 그래서 싫음은 일어나지만 사로잡히지는 마세요. 알아차리면 사로잡히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물에 지금 남편한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한 번 대응해 보세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이 외에도 가게를 인수해준 전 주인이 동종업을 바로 옆에 크게 해서 미운 분, 여자 친구가 자신의 방탕한 과거를 알고 헤어졌는데 다시 만나고 싶은 분, 아이에게 엄마 역할을 충분히 못해 후회하는 분, 일본의 자연재해가 인과응보 때문인지 궁금한 분 등 갖가지 상황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배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강연장에 오셔서 스님의 하루에 다 담기지 못한 대화들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평택, 상주, 김해에서 법륜스님의 행복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럼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리포터 김선숙 사진 김순자 녹취 손명희 _제보_수행팀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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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지금의 저에게 꼭 필요한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2022-10-25 15:04:08

정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저에게 큰 위로 되는 말이었습니다.

2019-08-13 15:04:24

송민정

그렇구나..했다가도 금새 또 잊어버리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업식의 뿌리는 정말 깊습니다. 부지런히 기도정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18-10-12 00: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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