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27 불교대학 담당자 가을 나들이 & 경전반 특강 수련
“아이의 요구에 맞춰줘야 할지, 독립하게 해야 할지, 헷갈려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정토불교대학 교실 담당자들과 가을 나들이를 한 후 저녁에는 경전반 특강수련에 참석해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 온 뒤라 쌀쌀하다고 예보했으나, 해가 뜨니 따스한 기운마저 돌아 한껏 나들이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습니다. 가는 길은 온통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감탄을 연발했고, 단풍놀이 가는 설렘을 가득 안고 문경 용추 계곡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전국에서 불교대학 담당, 부담당을 맡고 있는 270여 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가을 정취를 스님과 함께 느끼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입재식을 하는데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산행을 하는 내내 날씨가 궂었다 개었다 변화무쌍합니다. 누군가는 비옷 자락을 날리며 산행을 하고, 누구는 흩뿌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가을 정취에 흠뻑 취했습니다.

스님은 “어제 평화재단 원로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하면서 천천히 가는 연습을 했다” 면서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가자” 라고 한 뒤 잠시 사진 찍을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가려면 노래를 부르며 가야 한다”고 하면서 스님이 솔선수범하여 노래를 부르고, 뒤이어 선주 법사님이 한 곡을 부르고, 대중들도 덩달아 추억의 노래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나면 나는 대로, 그대로 자연을 받아들이며 미끄러운 발길을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중간에 일행이 떨어지자 스님이 “정토회 활동도 힘들 때가 있지만, 중간에 떨어지지 말고 계속 나오세요” 라고 말해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선유동 계곡에 군데군데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소박한 도시락이지만 더욱 맛납니다. 점심을 먹고 노래로 한층 흥을 돋운 뒤 선유동 연수원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선유동 연수원은 봉사자들이 틈 날 때마다 청소하고 갈고 닦은 덕택에 밖은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가고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정성으로 내년이면 이곳에 모여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맙고 기쁩니다. 아직 곳곳에서 공사 중이긴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이곳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실을 정성껏 운영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위해 격려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능력이 부족하고 아는 게 부족하다 하더라도 어쨌든 정토회에서 부족한 여러분들 말고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여러분들한테 불교대학 담당자라는 소임을 주었을까요?”

“안 줘요.”

“예, 안 주겠지요. 그런데 대안이 없어요. 그러면 요만한 역할이라도 하는 게 낫겠어요, 아예 안 하는 게 낫겠어요?”

“하는 게 나아요.”

“예, 하는 게 나아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부족한 것에 대해 너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부족하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이거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고, 내가 이거라도 하는 게 학생들한테 도움이 된다.’

이렇게 자부심을 가지세요. 저는 여러분을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편안하게 생각을 하세요. 그래도 이왕 하는 거니까 잘하면 좋겠죠. 그러니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서라도 맡은 역할을 잘해 봅시다.”

“예.”

“내가 많이 부족하고 내가 못해서 학생들한테 피해가 된다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여러분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 웃음) 그런데 이왕 하는 거 너무 잘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부족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알아봐서 조금이라도 더 잘하면 좋겠지요. 너무 잘하려고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 ‘조금만 잘 하겠다’고 생각하세요. (모두 웃음)

저는 어릴 때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그 친구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요. 그게 당시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이렇게 긴 세월을 지나고 보니 수평적 관계에서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불교대학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는 이런 경험이 자기 수행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여러분들은 각자 자신을 ‘나는 수준이 안 되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더라도 학생들이 볼 때는 그래도 여러분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합니다. ‘저 사람은 정토회를 다닌 지 벌써 몇 년 됐다니까 수행이 잘 됐겠지’ 이렇게 생각해요. 여러분들은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좀 조심을 해야 될까요, 안 해야 될까요?”

“조심을 해야 돼요.”

“예, 그게 선생님 역할의 핵심이에요. 인도에서 저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 역할을 맡깁니다. 그러면 어린애 같던 학생들이 중학교 1학년을 거치면서 어른이 돼버려요. 왜냐하면 손도 안 씻던 애가 이제는 유치원 아이들 손 안 씻은 것을 검사하다 보니 자기 손은 씻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자기가 누군가를 가르쳐보면 오히려 자기가 어른이 돼요. 가르치면서 더 큰 것을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총무 소임 하기가 제일 힘들다고 해요. 그런데 총무 소임을 3년 동안 하고 나면 수행이 일취월장합니다. 그냥 혼자 법당에 와서 법문만 듣고 가는 사람은 늘 자기 보호만 할 뿐이에요. 그런데 총무를 하게 되면 봉사만 하는 데도 다른 사람들은 총무가 무슨 돈이라도 많이 받고 일하는 사람처럼 총무한테 온갖 것에 대한 책임을 묻거든요. 그러니 사람이 미친단 말이에요. 그래서 도망가는 사람도 있는데, 어쨌든 임기 3년을 채우려면 수행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수행이 돼요. (모두 웃음)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30명이 모인 법당을 운영하다보면 집에서 남편이나 애가 속 썩이는 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 고마운 줄도 알고, 자식 고마운 줄도 알게 되면서 공부가 저절로 됩니다. 법당에서 봉사하는 게 어려운 건 저도 이해를 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을 극복하면 그게 내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너무 물러나는 마음을 내지 마세요. 힘들다고 자꾸 입을 내밀면 다른 생에는 아예 입이 나와 있는 돼지가 되어 버려요. (모두 웃음)

‘이왕 맡은 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한번 해 보자.’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임해봅니다. 아시겠죠?”

“예.”

스님의 격려를 듣고 있다 보니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었던 마음은 슬며시 사라지고 어느덧 기운이 생겨납니다. 청소만 하는 사람, 공양만 하는 사람, 보시만 하는 사람, 법문만 듣고 가는 사람, 기도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이 소중하고 필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장장 3시간 동안 총 10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함께 웃고 나니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습니다. 답변 내용을 다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질문 내용만 소개해 드립니다.

  • 참회 기도를 할 때 관음정근을 하는데 그래도 참회가 되나요, 선정을 닦는 데 염불 수행이 도움이 되는 걸까요?
  • 정토회 정회원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능력이 안 되는데 담당을 맡아서 부담스러워요.
  • 학교 선생님이 아이가 감정표현을 잘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화학물질이 공중에서 살포되고, 미국이 자기장을 이용해 기후를 조작한다고는 뉴스를 봤는데,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 9살, 10살 연년생을 키우는데, 아이들이 엄마와 놀고 싶다며 정토회에 나가지 말라고 울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 개편된 불교대학 교과가 흐름이 끊겨 나누기가 원활하지 않아 불편한데 개선하면 좋겠어요.
  • 4년 전 무릎을 다친 이후 병원에서는 절대 절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계속 절을 해야 할까요?
  • 정일사 정진할 때 왜 매일 300배를 해야 하나요?
  • 친한 친구가 힘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들어주기가 힘들어 요즘은 형식적인 답변만 하게 되어서 고민입니다.
  • 도반들의 마음나누기를 녹음하여 한글로 정리해서 나눠주는데, 도움이 된다면 계속 그렇게 해도 될지 궁금해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공지사항이 있다고 하며 선유동 연수원 불사에 많은 대중들이 봉사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여기 와서 보니까 어때요? 연수원의 겉모습은 괜찮죠?”

“예.”

“이 건물은 굉장히 싸게 구입했어요. 스님이 비싼 거는 구입을 안 하잖아요.(모두 웃음) 그래서 손 안 대고 그대로 쓸 수 있으면 진짜 싸게 구입한 게 되는데, 와서 보니까 너무 낡아서 그냥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리모델링 견적을 내봤더니 구입비용보다 더 들게 생긴 거예요. 그래도 새로 짓는 것에 비하면 싸지만 그렇게 되면 싸게 구입한 맛이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의논해 봤는데, 우리 정토행자들 중에 갖가지 재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재능 보시를 받아서 자체 수리를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래서 지금 자체공사를 하는 중입니다. 아주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정토행자들이 자원봉사로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여러분들도 시간 날 때 괜히 골프 치러 가거나 해외여행 가지 말고, 시간을 조정해서 여기 와서 봉사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여러분들 주위에 있는 분들께도 널리 알려서 같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으니까 가서 청소나 좀 하겠다’ 하고 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부엌 살림이나 의자 같은 건 전부 새 걸로 안 사고 헌 것을 쓰려고 해요. 그럴 때 헌 것은 돈 주고 사는 게 낫겠어요, 얻는 게 낫겠어요?”

“얻는 게 낫죠.”

“예, 그런데 여기는 가정에서 쓰던 물건은 안 맞습니다. 누가 큰 식당을 하다가 문을 닫을 때 ‘가져갈 사람은 가져가라’ 라고 하는 일이 있다면 그런 걸 소개해 주세요. 그렇다고 무조건 준다고 다 받으면 안 됩니다. 여기서 쓸모없는 건 또 쓰레기가 되니까, 연락을 주시면 여기 봉사자가 가서 한번 보고 어떻게 할 건지 안내를 할 겁니다.

또, 여기 와서 봉사를 할 때는 너무 자기의 전문지식이나 기술만 고집하면 안 돼요. 개인 사업할 때는 그렇게 해도 되지만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서 하는 곳이니까 자기가 잘 아는 일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맞춰서 해야 됩니다. 전문적인 견해는 말하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맞춰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봉사는 수행삼아 하는 거니까 시작할 때 마음나누기를 하고, 또 작업이 끝나고 나서도 마음나누기를 해야 됩니다.

이런 기회가 있으니까 주위에 널리 알려서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안에 수리가 끝나면 내년 봄부터는 정말 잘 쓸 수 있겠지요?”

“예.”

“계곡도 좋잖아요. 여기 오시면 수련할 때 이렇게 앉아서만 하지 않고, 주위 산책도 하면서 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이렇게 바닥에 앉아있지만 저 식당 옆에 있는 강당에서 한다면 의자에 앉아서 할 수도 있고, 문경수련원에서처럼 한 방에 200명씩 같이 안 자도 되고, 이제는 한 방에 7~8명씩 잘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많이 달라지고 좋아질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꼭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은 공지사항이었습니다.” (모두 박수)

200명이 강당에서 침낭 깔고 함께 자야 했던 수련 풍경이 이제는 좀 바뀌겠구나 싶어 기대가 됩니다. 대중들이 자원봉사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참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행사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스님은 곧바로 경전반 특강을 하기 위해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보통 경전반 특강은 일요일 새벽에 있는데 이번에는 내일 있을 통일의병대회로 인해 토요일 저녁 7시에 열렸습니다. 오늘은 광주, 전라,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경전반 공부를 하고 있는 260여 명의 학생들이 특강에 참석했습니다.

경전반 학생들이 모였기에 인생 고민보다는 경전반을 공부하며 생긴 의문을 위주로 질문이 이뤄졌습니다. 스님은 “금강경 공부 할 만 해요?” 하는 인사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총 10명이 질문했는데요. 그 중 자녀 교육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대중의 공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동안 아들에게 20살이 넘었으니 독립을 하라며 용돈도 주지 않고, 청소도 아들더러 하라고 하고, 밥도 직접 차려 먹으라고 했는데, 어느 날 절을 하는데 ‘오직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이 된다’는 수행문에 마음이 탁 걸렸습니다. 제가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이라면 아들이 뭔가 요구했을 때도 ‘예’ 해야 되는데, 어떨 때는 ‘예’ 하다가 어떨 때는 ‘너도 성인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거예요. 제 행동에 일관성이 없는 거죠. 스님, 제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기에 이렇게 중심을 못 잡을까요?”

“어떤 여자가 저한테 결혼하자 그러면 저도 중생의 요구에 수순해서 그 여자 말을 따라야 될까요?” (모두 웃음)

“아닙니다.”

“왜 아니에요? 지금 질문자의 말대로라면 저도 그 여자 말을 따라야죠. 중생의 요구에 수순해야 된다면서요.”

“그런데 제가 정토수련원에서 봉사할 때는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게 되는데, 아들한테는 왜 안 될까요?”

“수련원에서 봉사하는 것은 5일만 하면 되는데 엄마 노릇은 죽을 때까지 해야 되니까 그렇죠. 많은 남자들이 자기 부인은 짐도 안 들어주고, 차문도 안 열어주면서 어디 가서는 남의 부인 짐도 잘 들어주고, 차문도 잘 열어줘서 여러분들 불만이 많잖아요. ‘왜 딴 여자한테는 잘 해 주고 나한테는 못 하느냐?’ 하는데, 다른 여자들한테는 잠시만 해 주면 되지만 자기 부인한테는 영원히 해 줘야 되니까 마음내기가 어려운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다 잔머리를 굴리거든요. (모두 웃음)

그리고 남편들이 부인한테는 화를 버럭 버럭내면서 다른 여자들한테는 상냥하게 잘하잖아요. 왜냐하면 다른 여자는 아니꼬와도 한 시간만 참으면 되는데 부인한테는 영원히 참아야 되니까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겠어요. 편하니까 화도 내고, 짜증도 내는 거예요. 또 남한테 화를 내면 과보가 크지만 제 마누라한테 화를 내면 과보가 있긴 있어도 서로 봐주니까 좀 덜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안 되는 내’가 ‘되는 내’가 되기 위해서 절에 와서 봉사하고 훈련하는 거죠. 또 그런 훈련을 잘 받아서 집에 가서 남편이나 자식한테 잘 해 주면 좋지요. 그런데 운전교습소에서는 연습을 잘 했는데 막상 도로에서 운전하려면 잘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운전교습하면 뭐 하냐? 도로에서 안 되는데.’ 하고 집어치워야 되겠어요? 안 되니까 다시 교습소에 가서 연습하고, 다시 도로에 가서 해 보고, 그러는 것이죠. 그리고 운전교습소에서 연습이 잘 됐다고 해서 도로에서 운전을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실제로는 도로에서 진짜 잘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러니 아들이 ‘밥 좀 차려주세요’ 했을 때 능히 차려줄 수도 있지만 아들을 위해서 ‘자립하려면 스스로 차려먹는 연습을 해 봐라’고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질문자는 아들한테 밥 차려주는 게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라 아들의 자립을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요. 마찬가지로 저도 그 여자 분한테 ‘나하고 결혼하고 싶은 건 이해가 되지만 나는 그러기가 곤란하니까 다른 남자한테 가 보세요’ 하면 되는 거죠.”

“예, 알겠습니다. 연습 많이 하겠습니다.” (모두 박수)

“아들이 20살을 넘는 순간 칼같이 독립시키라는 게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안 해 줘도 되는 일을 해 주는 것과 내가 마땅히 해 줘야 될 일을 해 주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안 해 줘도 되는 일을 해 주는 건 봉사나 보시에 해당되고, 마땅히 해 줘야 될 일을 하는 건 의무에 해당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아이들에게 화내고 짜증을 내면 아이들은 심리가 억압이 됩니다.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아이들 버릇이 나빠져요. 엄마가 화를 내고 야단을 쳐서 아이들 심리가 억압이 되면 아이 정신건강에 안 좋아요. 그렇다고 내버려 둬서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면 그것도 아이에게 나쁩니다. 그런데 엄마들은 밥을 차려놓고 ‘밥 먹어라’ 했을 때 안 먹으면 ‘도대체 왜 빨리 안 오느냐? 뭐하고 자빠졌냐?’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습니다. ‘밥 먹어라’ 해서 안 먹으면 그냥 자기만 먹고 치우면 되지, 아이를 야단치지는 말라는 거예요. 아이들한테는 욕설을 하거나 때리거나 야단을 치지 마세요.

그럼 버릇 나빠지지 않느냐고 하는데, 안 나빠집니다. 그냥 자기만 먹고 치우면 되고, 아이가 나중에 와서 ‘밥 달라’고 하면 ‘찾아먹어라’ 라고 하면 돼요. ‘차려줘’ 그러면 ‘엄마 할 일은 끝났다’ 라고 하면 되고요.

‘엄마가 할 일을 안 한 게 아니라 엄마는 할 일을 했는데 네가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 할 일은 끝났고 네 할 일만 남았다. 배고프면 네가 차려먹고, 아니면 저녁때까지 참든지, 굶든지, 네가 알아서 해라.’

이렇게 말하면 돼요. 그때 아이가 데굴데굴 굴러도 놔둬야지 ‘이게, 아까는 먹으라고 해도 안 먹고 이제 와서 그러냐?’ 하면서 야단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아무 할 일 없이 논다면 밥을 차려줘도 되는데, 그러면 아이는 늦게 먹는 버릇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차려주지 말라는 거예요.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아이가 시간 맞춰서 밥을 먹거나 스스로 찾아서 먹게 됩니다.

아이 버릇도 나빠지지 않게 하고 심리적인 상처도 안 줘야 됩니다. 그런데 욕을 하면서 밥을 차려주면, 아이들 버릇도 나빠지고, 심리적인 상처도 받게 됩니다. 여러분들, 그렇게 해요, 안 해요?”

“그렇게 해요.” (모두 웃음)

“그러니 먼저 아이와 이렇게 의논하세요.

‘얘야, 엄마는 너를 사랑해. 그런데 네가 20살이 넘었으니 앞으로 장가도 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너도 밥도 좀 차려먹을 줄 알고, 방청소도 좀 할 줄 알아야 된다. 지금 그게 연습이 안 되면 결혼해서 네 부인이 엄마처럼 고생하게 돼. 엄마는 여자로서 그런 문제로 부부가 갈등을 일으키고, 고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늘 너를 보살펴 주고 싶지만 오늘부터 네 방 청소는 네가 하고, 엄마가 바쁠 때 네 밥은 네가 차려먹어라. 어떻게 생각하니?’

‘싫어요.’

‘싫어도 할 수 없다. 엄마는 그렇게 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이렇게 대화를 해야지 내내 밥을 잘 차려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안 차려주면서 ‘20살 넘었으니까 이제는 네가 차려먹어라’ 하면 안 돼요. 성인식도 거창하게 치러주면서 이렇게 의논을 하면 더 좋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첫째, 질문자가 버릇을 고쳐야 돼요. 아들이 딱 성인이 되면 경어를 써야 돼요. 그래서 아들이 ‘엄마, 왜 그래?’ 하면 이렇게 말해 주는 겁니다.

‘이웃집 청년한테도 엄마가 경어를 쓰는데, 우리 아들은 이웃집 청년보다 소중하니까 우리 아들한테도 경어를 써야지. 엄마가 너한테 경어를 쓰는 건 엄마가 너를 어른으로 대하겠다는 뜻이야.’

그러면서 질서를 잡아나가야 합니다.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아이 스스로 성인이 되기를 바라면 안 돼요. 그래서 옛날부터 성인식을 해줬던 거예요. 성인식을 해서 아이 스스로도 본인이 성인임을 자각하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 자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청년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많은데요. 예전에는 산에 오를 때 제가 늘 앞장섰는데 지난 1월에는 산에 오르다가 숨이 차서 ‘얘들아, 먼저 올라가라. 나는 뒤에 갈게.’ 했어요. 제가 태어나서 그렇게 한 게 처음이었어요. 그럴 때 저도 ‘오, 내가 늙었구나.’ 하고 자각했어요.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을 자각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인생이라는 건 늘 똑같지가 않아요. 여러분들은 인생이 늘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인생살이를 너무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인생살이가 피곤한 거예요. 제가 ‘스님’이라는 직위를 굉장한 줄 생각하고 살면 사는 게 피곤해 집니다. 여러분들한테 잘 보이려고 신비의 장막을 쳐야 하기 때문에 사는 게 힘들어져요. 아무 데나 눕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해요. 그래서 저는 마 이렇게 대강 사는 거예요. 여러분들한테 ‘에이, 법륜스님, 별 거 아니더라.’ 이런 소리 듣는 게 저는 괜찮아요. 그래야 제가 살기 편하니까요. (모두 웃음)

여러분도 삶을 좀 열고 사세요. 너무 욕심내고 어깨에 힘주지 말고요. 남편과 아내한테 이겨서 뭐할 거예요? 지금 남한은 북한한테도 이기지 말자며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한 이불 밑에 자는 남편과 아내한테 이겨서 뭐할 거예요? 꼭 이겨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평생 누구한테 못 이기고 살아봐서 남편 하나라도 이겨보겠다는 거예요? (모두 웃음)

여러분들에게 절을 많이 하라고 하는 이유는 ‘져주고 살자’는 거예요. 자존심 없이 비굴하게 살라는 게 아니에요. 남편과 아내한테 져준다고 해서 별 문제 아니에요.

아이가 제대로 살도록 도와주는 게 엄마잖아요. 엄마 심정으로야 언제까지나 살뜰하게 밥 해 주고 빨래해 주고 싶겠지만 그게 아이한테 결코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감수하면서라도 아이를 위해서는 하고 싶은 걸 안 할 수도 있어야 하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라도 아이의 자립을 위한 일이라면 아무리 일으켜 세워주고 싶어도 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너무 다 해줘버리면 아이는 영영 못 일어납니다. 엄마의 사랑이 결과적으로는 아이를 망치는 거예요. 아이를 학대하거나 과잉보호하지 말아야 되는데, 여러분들은 학대도 하고 과잉보호도 합니다. 그렇게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버릇도 나쁘게 만드는 겁니다.”

오늘은 마치 대화하는 것 같이 질문자가 질문하고 스님이 답을 하고 또 질문자가 그 답에 대해서 질문하고 스님이 대답하는 모양으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경전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기에 그 만큼 애정을 갖고 말씀하시는 스님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하루 종일 불교대학 담당자 나들이를 함께 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스님은 10명의 질문에 밤늦께까지 정성들여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경전반 특강이 끝나자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하루 종일 통일의병대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도경화 유종훈 노희동 정선옥 정란희

전체댓글 7

0/200

정지나

각자에 자리에서 그렇게 자유롭게!
감사합니다꾸벅^^

2018-11-07 08:51:07

정명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가자” 감사합니다.~~^^

2018-10-30 20:38:13

이기사

감사합니다

2018-10-30 16: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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