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24. 전국 대의원 회의 입재식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름없는 여러분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국 대의원회 회의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더니 세상이 온통 하얀 눈 세상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서울에서 3시 30분에 출발하여 6시에 문경 정토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내려서 풍경은 참 좋은데, 차가 이동하기에는 많이 불편했습니다. 회의 시작 시간이 되었지만 많은 대의원들이 아직도 오는 중에 있고, 차가 도랑에 빠져서 레카 차를 불렀는데도 소식이 없다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스님이 타고 오던 차도 정토수련원 언덕길을 올라오다가 미끄러져서 도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차를 도랑에서 빼내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다가 입재식 시간이 다 되어 결국 차를 그대로 두고 스님은 걸어서 언덕길을 올라갔습니다.

한편 문경 수련원 상근활동가들과 백일출가 행자님들은 눈이 얼지 않도록 아침부터 쉼 없이 눈을 쓸었습니다.

오후 회의 때 성원 보고를 하기 때문에 많은 수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11시에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입재 법문에서 스님은 “대의원들이 ‘대의원의 역할’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이 덜 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대의원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정토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그 의사를 일상적으로 반영하는 그룹은 두 그룹입니다. 첫째, 법사단 회의입니다. 법사님들이 모여서 정토회를 어떻게 운영했으면 좋겠는지 회의한 결과를 정토회 운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둘째, 행정처에서 일하는 분들이 집행위원회를 통해서 결정한 결과를 정토회 운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의 일반회원들, 즉 정토회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회원들은 일상적으로 정토회의 운영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특히 정회원이 많아지면 앞으로 더 하겠지요. 정회원들이 자기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는 법당에서 하는 회의에 참여하는 정도입니다.

규모가 전국적인 데다가 이런 중앙 운영 방식으로는 다수 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정회원들의 의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를 고민한 끝에 나온 방안이 정회원 10명당 1명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방안입니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정토회 운영에 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자고 해서 생긴 제도가 ‘대의원 회의’입니다.

행정처 집행부는 ‘사업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를 주 현안으로 삼아서 연구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라면, 대의원 여러분들은 ‘정토회 회원들의 뜻을 어떻게 정토회의 운영에 올바르게 반영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을 예로 들면 자신의 직위를 벼슬로만 여기고 자기 권한을 행사하는 데만 주로 신경을 쓰지, 실제 지역구 주민들의 뜻을 받들어서 국정에 반영하는 역할은 거의 못하는 걸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국회가 있으나마나다’ 이런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신뢰를 잃고 있지요.

대의원 여러분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정토회 사업에 대한 계획을 확정 지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토회에 대한 정회원들의 관심사나 의견을 대변하여 그것을 정토회 운영에 늘 반영해 주어야 합니다.

둘째, 예산의 편성과 결산에 대한 감사입니다. 정토회에서 쓰는 돈은 다 회원들이 낸 돈이에요. 그래서 정토회의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문제는 사실 회원들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봐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의 편성과 결산에 대한 감사는 대의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실제 예산을 편성하는 건 행정처에서 하더라도 그것을 심사해서 결정해 주는 건 대의원들의 고유권한입니다.

셋째, 행정처나 정토회의 여러 임원들의 인사를 추인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면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서 그 인사를 검증하여 추인하듯이, 우리도 지역 정토회 팀장은 지역 정토회가 추인하지만 전국 임원단이나 국장급 인사는 대의원회에서 추인을 합니다. 이렇게 대의원회는 인사에 대해 일부 권한이 있습니다.

넷째,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를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서 이렇게 사업을 결정했습니다’ 하고 회원들에게 알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회원들이 대의원들처럼 직접 회의에 참석하여 의사를 표명하고 그것이 사업에 반영된다면, 그 사업을 집행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겁니다. 거기서 내려진 결정은 자기가 참여해서 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회원들 개인은 자기 의사가 반영이 됐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정을 집행할 때 제대로 참여를 안 할 수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의원 여러분들은 적극적으로 회원들에게 홍보해서 ‘우리가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이 사업의 집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십시오’라고 해야 합니다. 거기에 오해가 있을 때 설명하는 역할도 대의원들이 해 줘야 됩니다.

대의원들은 민심을 수렴하는 역할도 해야 되지만 그 결정을 회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홍보하고 설득하는 역할도 해 줘야 합니다. 이것이 기본적인 대의원회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만든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이상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정토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라가기도 해야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 가르침을 구현할 때는 민주적으로 운영해서 구현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들의 의사를 받아들여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세속에서는 대중의 뜻을 받아들여서 모든 일을 하고, 종교계에서는 종교지도자의 뜻을 받아들여서 모든 일을 하고, 이렇게 정반대로 하고 있죠.

부처님의 법, 즉 진리의 측면에서는 내 생각을 버리고 법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세상에서 행정적으로 일을 해 나갈 때는 대중의 뜻을 받아들여서 운영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하려면 모순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겁니다.

내 마음 속에 불편함이 있거나 불만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내 수행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법을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내 마음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에 문제가 있을 때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대중의 뜻을 받아들여서 개선을 해야 합니다. 부당하거나 부조리한 게 있으면 개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수행만 강조하다 보면 부조리한 것을 그냥 용납하고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잘 살펴야 해요. 반면에 부조리한 것을 개선하겠다며 변화를 추구할 때는 자꾸 자기 불편한 걸 가지고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럽고 시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잘 조화시켜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자기 변화와 사회변화를 함께 한다’, ‘일과 수행을 통일시킨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표현을 어떻게 하든 핵심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열반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법입니다. 이것은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법을 받아들여야 될 일이지, 이걸 민주적으로 하겠다고 접근하면 안 돼요. 또 우리가 이 세상 일을 할 때는, 즉 회의를 해서 결정을 하고 집행을 할 때는, 대중의 뜻을 받아들여서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이것이 세상의 일입니다.

회원들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과 법을 받아들이는 것, 이 둘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이 두 가지 모순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일되게 하는 게 해탈이에요.

우리는 보통 세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마음속에 분노를 갖고 일합니다. 반대로 마음이 편안하면 세상에 대해 외면을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마음의 평화를 갖고 세상의 정의를 실현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이 법을 자기 생각을 비운 자리에 받아들여야 해요. 그리고 대중의 뜻을 받아들여서 정토회를 운영해야 해요.

오늘 회의를 할 때도 대중의 뜻을 수렴한다는 관점에서 예산 편성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정토회가 하는 일이 일상적인 일이다 보니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토회가 하는 일은 문명전환적인 일입니다. 환경이나 첨단기술에 대해 얘기하는 걸 갖고 문명전환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건 어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들처럼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는 게 미래의 추세입니다. 우리 개개인은 굉장히 미약하지만 모자이크 붓다의 형식을 취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 때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는 미래 사회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예측하고 거기에 맞게 아주 작지만 조금씩 준비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행복학교와 또 앞으로 개설할 행복센터는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전초기지이자 미래사회의 핵심 가치인 국민 행복을 위한 전초기지이기도 합니다. 10차 천일결사 때는 정토회가 일반 국민들에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 봅시다. 이것은 어제, 오늘 시작한 일이 아니라 정토회를 창립할 때부터 꿈꿨던 일이에요.

1박 2일 동안 안 돌아가는 머리로 애쓰셔야 할 텐데, 그래도 여러분들이 이렇게 대신 머리를 써주셔야 정토회가 대중들의 뜻을 수렴할 수 있으니까요. 허리 아프고, 졸리고, 힘드시더라도 잘 검토하셔서 예산을 잘 편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대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님의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정토회에 대의원 제도가 생긴 지는 10년 정도 되었는데요. 정토회 30년 역사 중에 대의원 제도 없이 운영해 온 세월이 20년이나 보니 변화된 체제가 자리 잡는데 아마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법문을 마치면서 스님은 몇 가지 공유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바로 오늘 JTS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위해 제작한 10만 대의 가스버너 중 3만 5천대가 선적되어 중국 항구를 출항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구호 소식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JTS 사상 단일 건으로는 제일 많은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 지금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 난민에 대한 지원입니다. 로힝야 난민들에게 가스 스토브를 10만 개를 지원할 계획인데, 얼마 전에 가스 스토브를 다 만들어서 지금 1차, 2차 선적 중입니다. 3차는 12월 4일에 선적할 예정인데, 그러면 아마 배분은 12월 말 내지 1월에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지난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큰 지진이 있었는데, 그곳에 보낼 물품을 지금 준비 중이고 곧 지원할 예정입니다.”

10만 대의 가스버너가 무사히 난민들에게 전달되어 땔감을 구하러 멀리까지 가야 하는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안전과 공부할 시간을, 황폐화된 산림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제공된 식량의 완전조리를 통해 영양실조 결핍을 완화하는데 잘 쓰이기를 기대합니다.

입재 법문을 마치고 대 수련장을 나오니 눈이 더욱더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대중들은 회의용 책상을 깔기 위해 모두 실내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스님은 “여기는 다니는 길인데, 사람들이 눈을 밟으면 나중에 얼음이 굳어져서 미끄러진다” 하면서 대중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눈을 쓸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눈을 쓴 곳은 오후가 되어도 얼음이 되지 않고 다니기가 수월했습니다. 행자님들도 눈삽을 들고 수련원 곳곳을 다니며 눈을 쓸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눈과 사투를 벌인 날이네요.

이번 전국 대의원 회의는 올해 결산과 내년 예산을 집중 검토하는 회의입니다. 대의원들은 각 분과별로 흩어져서 올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내년 예산이 제대로 수립이 되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토의했습니다.

내일은 전국 대의원 회의 2일째 날로 스님은 회향 법문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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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승

🙏

2021-02-28 08:55:27

정지나

내 자유와 행복, 우리들에 평화는 다른 것이아님을
부처님 법속에서 다시 살핍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16 08:40:24

무지랭이

희망을 봅니다_()_

2018-11-29 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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