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3.10. 제9차 천일결사 7차 백일기도 회향식 및 8차 입재식
“나는 괜찮은 사람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정토회의 만일결사 중 제9차 천일결사 7차 백일기도 회향식과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부산 KBS홀에서 부산울산지부, 경남지부, 대구경북지부 정토행자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외 전국 109개 법당에서 4천여 명의 정토행자가 생방송으로 입재식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 봉독을 시작으로 먼저 전국에서 모인 정토행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먼저 전국 법당의 참가자를 영상으로 만나본 뒤 사회자 김병조 선생님이 KBS홀에 있는 지역을 소개하자 호명되는 지역에서는 일제히 일어나 준비된 구호와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정토행자들을 반겨 주었습니다. 특히 가장 멀리서 온 해외활동가 40여 명이 참석하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해외활동가들은 어제 새벽까지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힘차게 “2차 만일은 해외!”라고 외쳤습니다.

이어서 김해정토회 이지영 님이 ‘님이 오시는지’, ‘꽃구름 속에’라는 가곡을 아름답게 불러주었습니다. 봄을 노래하는 가사에 고운 목소리가 더해지니 장내에 봄기운이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다음은 지난 백일 간 정토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백일 간의 발자취’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2018년을 마무리하고, 2019년을 준비하며 수행, 보시, 봉사로 알차게 백일을 달려온 정토행자들의 모습이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다음은 정토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분들의 수행담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창원정토회 정채인님은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직장을 옮기고, 연봉협상이 잘 안되어 우울하고 괴롭던 중 정토회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 무렵 저는 아이들 앞에서도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엄마는 자식에게 신이다. 자식에게 절대로 엄마의 업을 물려주지 마라.’는 말씀을 듣고 정신이 반짝 들어 바로 집 근처 법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법회를 듣다 불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저는 제 꼬라지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 완벽하게 잘하려고 애쓰고, 내가 원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는 가차 없이 자신을 미워했습니다.

내가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돌아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장애인이십니다. 아버지는 말을 잘 듣지도, 하시지도 못 합니다. 어머니는 다리를 절고 등도 굽으셨습니다. 부모님은 안 그래도 눈에 띄는데 술만 드시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 그 아버지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큰딸인 저에게 풀었던 어머니... 저는 실수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나를 발견하니 제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내 업식을 물려받는다니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래서 죽을 각오로 수행했습니다. 법당을 다니면서 단 한 번도 기도를 빠트리지 않았고 수업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친정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서 부모님에 대한 참회기도를 하는데 첫 절에 염주를 집어던지고 울었습니다. 숙이고 또 숙이며 한 배 한 배 절을 하다 보니 어느새 부모님의 깊은 마음이 보였습니다. 삶이 너무 고달파 서글피 우는 어머니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외롭고 답답했을 아버지의 불안한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이 이해되니 그런 부모님을 미워하던 나의 어리석음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 저를 키워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아직도 많이 넘어지지만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바로 나 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힘들었지? 지금 내 마음이 그렇구나. 괜찮아. 아무 문제없단다.’

정토행자가 된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오늘의 나를, 지금의 나를 사랑합니다.”

자신을 괴롭히며 살다 자신을 이해하고,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 정채인 님의 이야기에 많은 청중들이 감동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수행을 하게 된 계기도 수행을 해 나가는 동력도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어서 울산 정토회의 조인숙 님의 수행사례담은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조인숙 님은 중학교 선생님을 하며 남편은 한의사, 유학 간 딸은 의대에 진학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지만 정작 본인은 무척 괴로웠습니다. 효자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또 방황하는 딸을 지켜보며 마음은 시커멓게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상에는 남편, 아내, 딸이 번갈아 나오며 8년 전 힘들어서 기도를 시작하던 때부터 편안해지기까지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제 제가 부부간 고부간 전문가입니다. 제 인생이 행복해졌으니까 너무 감사해요. 이런 걸 두고 기적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청중들도 그들의 모습을 함께 울고 웃으며 수행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3.1 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맞아 지난 기념 토론회에서 상영했던 용성조사님의 독립운동사를 담은 영상을 보았습니다. 큰스님의 일생과 유훈을 보며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법륜스님이 법상에 올라 제9차 천일결사 7차 백일기도 회향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앞서 두 분의 수행담을 언급하며 수행자는 어떤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소중한 가르침을 들려주었습니다.

“두 분의 수행담에서 우리는 삶의 변화를 봅니다. 두 분은 괴로워하면서 살도록 되어있는 운명 같았지만 그 괴로움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길에 들어섰습니다. 달리 말하면 운명이 바뀐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전생 때문이라면 전생이 바뀐 것이고, 만약 이것이 사주팔자 때문이라면 사주팔자가 바뀐 것이고, 만약 이것이 하나님 때문이라면 하나님의 은총을 받으신 거예요. 그러나 이 변화는 누가 만든 것일까요? 바로 나 자신이 만든 것입니다.

어떻게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내가 나를 알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에요. 두 분 모두 ‘내가 집착이 많구나’, ‘내가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구나’, ‘내가 욕심이 많구나’ 이렇게 나에 대해서 내가 알기 시작한 거예요.

쉽게 말하면, 성질이 날 때 성질이 나는 나를 알고, 화가 날 때 화나는 나를 아는 것입니다.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나의 마음도 모르면서 어떻게 참나를 찾아요? 참나를 본 적이 있긴 해요?(모두 웃음)

자꾸 이렇게 추상적으로 흘러가면 안 됩니다. 지금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온 세상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그런 나에 대해서도 내가 모르잖아요. 수행은 그런 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내 자신에 대해서만 제대로 알아도 삶이 변합니다. 그래서 수행은 옛날식으로 말하면 사주팔자를 고치는 것이자 전생을 바꾸는 것이고,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것이에요.

천일결사, 나아가 만일결사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들의 삶의 목표는 내가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상대가 말하는 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를 벌컥 낼 때는 나 자신보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이론이나 이념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에요. 나보다 그것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에 나를 괴롭히면서까지 화를 내는 거예요.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합니다. 그 어떤 믿음, 종교, 이념, 사상 등의 형이상학적인 것도, 그 어떤 재물, 권력, 명예, 인기 등의 형이하학적인 것도,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이것을 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신들의 세계, 즉 관념의 세계와, 저 인간의 세계, 즉 욕망의 세계를 통틀어 그 가운데 우리들 하나하나의 존재가 가장 존귀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어리석고 허황되어 괴로움 속에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괴로움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깨우쳐서 자기가 가장 소중한 줄 알게 하여 그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의 의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의 요지가 바로 이것이기에, 즉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뜻이 이것이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부처님께서 태어날 때 일성(一聲)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라고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지난 100일을 회향하면서, 얼마나 절을 했는지, 몇 시에 일어나서 절을 했는지를 점검하는 것보다 이것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나는 옛날보다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는가? 그래서 나를 괴롭히는 행동을 줄였는가? 전에는 이 소리 저 소리, 이 모양 저 모양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는데 이제는 이런 소리, 저런 소리에 마음이 덜 흔들리는가? 예전에는 파도가 치면 배가 뒤집혔는데, 이제는 파도 물결을 따라 휘청거리며 배를 타고 나아갈 수 있는 기술을 터득했는가?’

늘 이것이 점검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늘 흔들리기 때문에, 이것을 점검하려면 수행하기로 한 것을 놓치지 말고 해야 합니다. 5시 또는 108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매일 5시에 일어나기로 했으면,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5시에 일어나는 것을 고수하는가. 매일 108배를 하기로 했으면, 108배하는 것을 고수하는가. 이것을 놓치지 않고 점검해가면 내가 나를 알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을 지킨다는 건 내가 나를 알아가고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주는 징표입니다. 새벽 4시에 들어와서 1시간 자고 5시에 일어나서 기도할 때, 얼마나 간절하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거예요. 이게 간절하지 않으면 졸린 게 우선이니까 자고, 먹는 게 우선이니까 먹게 되는데, 4시에 들어와서 눈을 잠깐 붙이고 5시에 기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 몸이 아픈데도 108배를 매일 하는 모습을 보면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도 시간을 지켰는지, 108배를 했는지 점검하는 거예요.

하고 싶을 때 108배 기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들 때 그걸 해내고, 정말 일어나기 힘들 때 일어나서 하고, 하기 싫을 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 무엇을 먹거나, 무엇을 입거나, 무엇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게 되는 겁니다.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알 수 없지만,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진을 꼭 해야 합니다. 물론 더 살면 좋지만 설령 내일 죽는다고 해도 특별히 아쉬울 게 없어야 해요. 여러분은 아쉬운 게 있어요?”

“...”

“뭐가 그렇게 아쉬워요?(모두 웃음)

그렇다고 죽겠다는 게 아니라 살면 또 나름대로 살겠지만, 설사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해도 뭐가 아쉬워요? 만약 아쉬운 게 있다거나, 겁이 덜컥 난다면, 지금 정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오늘 병원에 가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앞으로 1년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시다. 그래서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해진다면 그건 정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거예요.

어떤 상황이든 아무렇게나 되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되어도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보다 나쁘긴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큰일도 아니에요. 여러분들 죽기 전 눈감을 때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때 생각해도 그게 그렇게 큰일일까요?

딸이 의과대학에 들어갔다가 그만두었다고 하면서 슬퍼하는데,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큰일처럼 느낄 수 있어요. 들어가기 어려운 의과대학에 입학했는데 중간에 그만둔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그게 정말 큰일일까요? 의과대학을 그만두고 영어선생님을 하거나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그게 뭐 그리 큰일이에요? 본인이 행복하면 되는 거죠. 그게 큰일이라면 여전히 가치를 세속적인 것에 두고 있기 때문이에요.

말로만 수행자라고 하지 말고, 실제 부딪치는 경계와 상황에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덜 흔들리는 건 누구를 위해서예요? 여러분이 덜 흔들리면 법륜스님한테 좋은가요? 내가 덜 흔들리면 남편이 좋은가요, 아내가 좋은가요? (모두 웃음)

덜 흔들리면 바로 자기 자신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덜 흔들리는 게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가요? 아닙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일은 이 사람이 이익을 보면 저 사람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에요. 그런데 수행은 상생(相生)입니다. 수행은 나에게도 이익이고 남에게도 이익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다시 한번 지난 100일 동안 수행정진을 제대로 해왔는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점검해보니 조금 부족했다면, 그건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에요. 지나가버렸는데도 그걸 붙잡고 있으면 ‘집착’이라고 해요. 지금이라도 못했다는 것을 자각했으면 ‘다음 100일은 제대로 해야 되겠다’ 이렇게 다짐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 오후에 바로 입재식이 있으니까 다음 100일은 바로 오늘 오후부터 시작이에요. 그러니 점심 맛있게 먹고, 오후부터는 새롭게 다짐하시기 바랍니다. 잘했든 못했든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고, ‘아, 내가 지난 100일은 못했으니 다음 100일은 잘해야 되겠다’ 이렇게 다짐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후에 새로운 마음으로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 자신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수행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한 후 타인에게 행복을 전하는 ‘불교대학’ 홍보와 ‘행복학교’ 홍보도 힘써줄 것을 독려하였습니다.

“이렇게 부처님 법을 만나서 행복해지는 이런 인연을 맺어주는 게 소중합니다. 앞의 두 분의 발표를 들어보면 그분들이 괴로워하다가 불교대학에 인연이 되었잖아요. 이번 봄학기에 많은 분들이 인연이 돼서 이 좋은 부처님의 법을 만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스님은 지난 백일 동안 모두 수고했지만 특히 로힝야난민 50만 명이 쓸 수 있는 가스스토브 10만 개를 지원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하며 JTS의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에 곳곳에서 기쁨의 웃음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렇게 오전 1부 프로그램을 마친 후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가 내려 KBS홀 복도에서 도반들과 도시락을 나누어먹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2부 프로그램은 춤과 공연이 어우러진 정토행자 한마당으로 시작했습니다. 첫 순서는 부산울산지부에서 준비한 ‘정토행자 노래자랑’이었습니다. 불교대학, 행복학교를 맞춤으로 안내하는 유쾌한 모습에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창원정토회에서 108명의 공연단이 나와 ‘고향의 봄’과 ‘남누리 북누리’를 불렀습니다. 봄이 오듯 한반도 평화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절반은 빨간 옷을, 절반은 파란 옷을 맞춰 입고 나와 태극무늬를 만들며 풍물소리에 맞춰 서로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신명 나는 풍물소리 때문인지, 남과 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 때문인지 무척 가슴 뛰는 공연이었습니다.

“남누리 북누리 빼앗긴 우리 누리 그 누가 찾을 건가
우리뿐일세 우리뿐일세
이 땅에 딛고설 우리뿐일세.”

다음은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이 있었습니다. 모두 이번에 처음으로 천일결사에 입재한 분들인데, 법요식 순서에 따라 식이 진행된 후 바로 옆에 앉은 선배 천일결사자가 예비 천일결사자에게 염주를 걸어주었습니다.

스님은 새로 입재한 500여 명의 신규 입재자를 위하여 축원하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 삼배로 발원하였습니다. 그리도 뒤돌아 먼저 입재한 선배 행자들에게 인사를 하자 선배 도반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습니다.

“이 땅에 정토를 실현하고자 9차 천일결사 제8차 입재식에 새로운 천일결사자 516명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잘한다고 잘한 것이 늘 결과는 나빴습니다. 나는 왜 이럴까. 나를 자책하다가 또 나를 원망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 법 만나 돌이켜보니 이것이 바로 독을 약인 줄 착각한 나의 어리석음 때문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남을 원망하거나 미워하거나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던 삶에서 나를 소중히 귀하게 사랑하는 삶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길을 함께 가기로 약속하였으니 제불보살님들은 이들의 서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옹호하여 주십시오.”

이어서 어떻게 하면 기도를 빼먹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매일 해나갈 수 있는지 축하 인사와 더불어 격려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작심 백일은 해야 해요. 백일을 해보고, 도움이 안 된다 하면 그만둬도 됩니다. 사람이라면 백일은 하고 그만둬야 해요.(모두 웃음)

백일이 까마득하다는 분들을 위해 비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루에 한 번만 하면 됩니다. 매일 아침에 눈떠보고 안 죽었으면 한 번 기도합니다. 죽으면 안 해도 됩니다. 면제해드리겠습니다.(모두 웃음) 백일 동안 안 죽고 살면 100일 기도가 저절로 되고, 천일동안 안 죽고 살면 1000일 기도가 저절로 됩니다. 죽고 안 하는 게 낫겠어요, 살고 하는 게 낫겠어요? 발심을 하면 저절로 되게 되어 있습니다.

수행이란 것은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돌이켜보면 모든 일은 다 내가 어리석어서 일어난 줄 아는 것입니다. 이제는 어떤 일도 남 탓하지 말고, 화내고 짜증내고 남 탓하는 것이 바로 나를 괴롭히는 것인 줄 알아 항상 자기를 아름답게, 소중하게 여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수행은 꾸준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할 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해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낙숫물이 바위를 뚫으려면 얼마나 떨어져야 할까요? 이렇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하는 것을 꾸준하다고 해요. 다생겁래로 지은 업식도 꾸준히 정진하면 변화가 일어나고 소멸이 됩니다. 오늘 첫발을 내디뎠으니 꾸준히 정진해서 그 원을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예비 입재자들은 스님이 알려준 마음자세를 명심한 후 지금의 원을 늘 마음에 새겨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수행정진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다음은 법륜스님께 8차 백일기도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9-8차 백일 기도를 시작하며

“이제 우리는 제1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27년째에 들어섰습니다. 만일이면 30년입니다. 오늘은 9차 천일결사 중 여덟 번째 입재식입니다. 날짜를 세어보면 이제 8,700일이 지나고 8,800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만일결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몇 명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여기까지 오다 보니 참여자도 늘어나고 우리가 하는 일도 세상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원(願)을 세우고 활동해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래처럼 흩어져서 여느 세상 사람들처럼 살아갔을 것입니다.

정토회의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특별히 잘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고만고만한 사람들이에요.(모두 웃음) 그렇지만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조금씩 돈을 모으니까 북한사람들도 도울 수 있었고, 로힝야난민들을 돕는 데에도 세상 어떤 단체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조금씩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하고 있는 덕분에 국내 162개 법당과 해외 20여 개의 법당이 운영되고, 각 법당에서 정토불교대학과 정토 경전반 그리고 행복학교도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토회에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정토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의 보시와 봉사 덕분입니다. 정토회를 도와주는 재벌이 있다는 소문 들어본 사람 있어요? 어느 정치인이 정토회의 뒤를 봐준다는 소문 들어본 사람 있어요?”(모두 웃음)

“없어요.”

“조그마한 절에만 가도 그 절에는 소위 큰 손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보시를 많이 하는 대보살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정토회에는 큰손이 아무도 없어요. 모두 고사리손이에요. (모두 웃음)

그렇지만 이런 작은 돈을 알뜰하게 모으고,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모여 조금씩 봉사를 해서 정토회가 유지되고 발전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들의 공로입니다.

정토회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모든 돈을 여러분이 내고, 모든 일을 여러분이 하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한 결정 또한 여러분 중에 대의원을 뽑아서 결정합니다. 모두 다 여러분이 하기 때문에 그 결정을 제가 또는 법사님들이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중에 뽑힌 대의원들이 모여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도 하고 그에 따른 예산도 편성합니다. 그 이유는 그 일을 할 사람도 여러분이고, 필요한 돈을 낼 사람도 여러분이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일에 필요한 결정들도 여러분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토회는 우리 모두가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다릅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여러분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어떤 분은 사무를 보는 역할을 하고, 어떤 분은 밥을 하는 역할을 하고, 어떤 분은 청소를 하는 역할을 합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다를 뿐 높고 낮은 것은 없습니다.

이 모든 힘은 우리가 매일 정진하는 데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매일 정진하지 않으면 이런 힘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설령 사람이 한번 마음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매일 정진하지 않으면 그걸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정토회가 하는 일은 예산의 규모만 놓고 보면 다른 단체에 비해 그리 큰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토회의 활동이 더 빛나는 이유는, 어려운 가운데 대중들이 스스로 이것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큰 사찰의 권위나 돈에 의지해서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한 푼 두 푼 내서 가정집에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만 보고 비슷하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여기에 쌓인 공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옛말에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고 하듯 정토회는 쉽사리 무너질 수가 없습니다. 법륜스님 한 사람에 의해서만 모였다면 스님이 사고로 죽으면 하루아침에 해산될 수 있지만, 정토회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쌓이고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당장 내일 법륜스님에게 사고가 생기더라도 약간 위축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다짐해야 합니다.

‘스님께서 그렇게 이루려고 하던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슬퍼하기보다는 우리가 그 일을 해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스님을 기리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를 추종하는 것은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금방 무너집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정진하는 게 무엇보다 소중해요.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성숙하는 것이 정토회의 큰 자산입니다.

작은 힘들이 모여서 정토세상을 만듭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여러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모두 자기 이익만 생각하잖아요. 남북평화를 생각하고, 세계평화를 생각하고, 지구환경을 생각하고, 굶어 죽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여러분은 모두 귀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도 주변에 가족과 친구들을 한 번 둘러보세요. 그중 일상에서 그런 대화를 하는 사람 있어요? 잘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활동을 하니까 너무나 귀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여기 있는 귀한 사람들을 위해 큰 박수 한번 칩시다.(모두 박수)

그리고 다 같이 한 번 따라 해 봅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나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보호자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평화지킴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수행자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이렇게 되려면 매일 정진을 해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네!”

대중들은 모두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노고를 알뜰히 챙겨주며 수행 정진해나가도록 독려해주는 스님의 모습에 모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새로운 백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정진을 이어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이어서 특별공연이 있었습니다. 달서정토회에서 준비한 ‘정토회의 역사!’였는데요. 전국 법당에서도 미리 연습하여 다 함께 흥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백일 동안의 실천과제가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백일 과제에 이어서 이번 백일 과제도 ‘불교대학, 행복학교, 행복 강연 홍보하기’가 주어졌습니다. 요즘 정토불교대학 신입생 모집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인연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어느덧 입재식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해외활동가들과 함께한 입재식의 의미를 살려 미국 콜럼버스법당 하일숙 님의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흰머리가 고운 하일숙 님은 해외에서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해외 전법에 힘써왔습니다.

끝으로 함께 손잡고 산회가를 부르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다음 9차 백일기도 입재식은 광주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6월 16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행사를 모두 마친 후 스님은 해외활동가 평가회의를 위해 두북수련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내일 스님은 해외활동가 평가회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방송문화연극예술인들의 모임 ‘길벗’을 위한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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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데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나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보호자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평화지킴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수행자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감사합니다.~~^^

2020-03-30 20:10:18

보리수

\'\'정토회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쌓이고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듯 쉽게 무너지지 않을거라는 말씀.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사람이라는 말씀 와 닿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

2019-03-15 17:05:03

선광

새벽 기도
깨어나고 움직이면 시작이라
감사합니다.

2019-03-15 03: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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