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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정토회 기장법당]
나는 왜 봉사를 하는가
두북 김장봉사 다녀온 최이준 님 이야기
지난 11월 28일, 울주군 두북수련원에서 김장봉사가 있었습니다. 최이준 님과 봄불교대생 한 분, 이제 막 법당을 찾은 새 도반과 총무 등 네 분의 도반들이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마음을 내어 주셨습니다.
직접 두북 김장봉사를 다녀온 최이준 님의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기장법당 봉사자들이 제일 먼저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봉사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먼저 부처님 전에 예를 올리며 오늘 하루 잘 쓰이겠다고 엎드려 다짐했습니다.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법사님의 일 나누기와 명심문을 시작으로 다시 차를 20여분 타고 배추 밭으로 갔습니다.
인적 드문 너른 밭에서 배추가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농부의 사랑과 정성과 땀을 고스란히 머금은 배추를 보니 저와 봉사자들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뚝뚝 흙에서 떨어져 나온 배추는 자신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원하지 않나 봅니다. 잎을 내주고 잘려나간 배추의 뿌리와 바래지고 만신창이가 된 겉잎. 어쩌면 자신을 버리고 희생과 봉사를 하는 거룩한 분들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배추 밭에서 김장용 배추를 거둬 들이는 봉사자들
예전에는 배추를 짚으로 묶어 배추가 알이 단단히 꽉 차게 했는데 요즘은 나일론으로 된 노끈으로 묶습니다. 그러다보니 농작물 수확을 하고 나서 버려지는 나일론이 많은 게 아쉬웠습니다. 우리는 먼저 배추 뿌리를 자르고 나일론 노끈을 끊은 다음 단단히 알이 꽉 찬 배추들을 자루에 담았습니다. 그러면 장정인 봉사자 분들이 차에 옮겨 싣고 예정된 장소로 갔습니다. 봉사자들은 트럭에서 부려놓은 배추들을 절반으로 쪼개어 소금에 절였습니다. 파란 배추잎 속에 계란 노른자처럼 샛노란 배추 속이 군침을 돌게 했습니다. 농부와 자연과 배추의 노력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배추에 다시 우리 봉사자들의 정성이 깃들어져 맛깔스럽고 먹음직스런 맛난 김치로 탄생될 것입니다.
저는 오늘 봉사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의 외출! 그것이었습니다. 아무나 봉사할 수 있나요.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선뜻 실천에 옮기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을까요? 오늘 하루 부처님의 품안에서 잘 쓰이고자 모인, 부처님을 그대로 닮은 도반들과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봉사하는 것은 고된 일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선택 받았다는 기분이 드는, 참으로 보람되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깨끗해 티가 없는 너무도 천진한 미소를 가진 봉사자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어 제가 오히려 기를 듬뿍 받고 왔습니다.
▲ 이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보신 적 있나요? (맨 왼편이 최이준 님)
저는 최이준 님을 보면서 매우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봉사라지만 어떻게 고되게 일을 하고 와서 저리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고요.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왜 봉사를 하나요?
왜 봉사를 하느냐? 물으시면 참 난감하네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경전 공부할 때나 스님의 즉문즉설 법문을 들을 때 많은 공부가 되고 스스로 몰랐던 밑마음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봉사할 때가 그래도 가장 깊이 있게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보람도 있고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께서 세밀한 부분까지 수행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으신 깊은 뜻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즘도 내 뜻에 맞지 않거나 내 생각과 다르면 수시로 올라오는 분별심을 빨리 알아차리고 길게 가지 않음이 수행, 봉사, 보시 덕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물론 있었지요. 전혀 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소임이 맡겨졌을 때와 집에서 힘든 일이 있었을 때도 맡겨진 소임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을 때 힘들었습니다.
보람이 있었을 때는요?
전혀 생소한 일을 ‘봉사’라는 단어만으로 하나하나 배우며 해내고 있을 때와 그 작은 노력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된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면 봉사하면서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요?
정토회 일원으로 유니폼을 입고 많은 갈등 속에서도 함께 하는 분들과 동화되어 JTS 거리모금에 참여하여, 나의 작은 정성이 또 다른 이의 희망이 되고, 힘이 된다는 사실에 참 행복했습니다.
봉사하는 것이 보람되고 좋은 일인지 잘 알지만,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사실, 저도 ‘봉사’ 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다만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 마음을 내려놓고 넘어지면 일어서겠다는 자세로 조금씩 걷다보니 그 걸음이 ‘봉사’ 라는 말로 표현하게 되더군요. 해서 처음부터 봉사한다는 마음보다는 자기를 내려놓고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마음이 봉사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이준 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봉사든 무엇을 하든 마음은 저렇게 내야지 싶습니다. 두북 김장 봉사를 즐겁게 다녀온 도반의 이야기를 전해 듣다 보니, 저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해졌습니다. 나는 왜 봉사를 하는가? 나는 왜 봉사를 해야 되는가? 마음 속을 헤집으며 수없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몸을 맡기다 보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봉사’ 라는 거 그것, 바로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불가결한 것이라는 사실을.
글_조원희 희망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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