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안법당
명절을 쇠고 나면 대한민국 며느리의 수명이 줄어든다?

설날은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고 친지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함께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하지만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명절이 가족 간의 갈등으로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며느리들은 ‘수명이 줄어든다’라고 해서 ‘명절’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며느리들의 대다수는 명절증후군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정토행자 며느리들의 명절을 맞이하는 마음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정토행자 며느리 두 분의 명절 나기를 소개해 봅니다. 

 


 

[최OO 님의 명절 나기]

복잡한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 시댁에 도착했습니다. 최근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동서는 설 명절을 친정에서 보내겠다고 갔고 시어머니께서는 교회에 갔습니다. 제가 먹으면 한 달을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전 재료와 프라이팬을 펼쳐 놓고 일단 방긋 웃어 봅니다. 1년에 두 번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노동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내 봅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는 여러 가지 분별심이 많았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시아버지 때문에 왜 나만 허리 빠지게 일을 해야 하는지, 평소에는 설거지며 청소 등 집안일을 곧잘 도와주는 남편은 왜 시댁에만 오면 방에서 뒹굴뒹굴하며 손도 까딱하지 않는지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나는 이 음식에 절대로 내 마음과 정성을 담지 않겠다'라는 소심한 복수를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가 바뀌게 된 건 2014년 불교대학 문경 특강수련에서, 나 하나 먹고 살기 위해 내가 직접 한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부터입니다. 누군가는 나를 위해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나를 위해 옷을 만들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위해 집을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세상 만물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작은 것 하나도 재고 따지고 절대로 손해 보지 않겠다며 계산하고 살아온 제 삶이 몹시도 부끄러워졌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일인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부터 내보자 생각하니 모든 분별이 사라졌고, 명절의 노동도 가벼워졌습니다. 이렇게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하나씩 세상에 진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저는 정토행자 며느리입니다.

 

[박OO 님의 명절 나기]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모이는 시댁 가족들이 잘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살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준비하는 마음은 어렵고 일은 힘들었기에 누군가가 뭔가 불편했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어머! 어쩜, 그런 말을 해~’ 하고 돌이켜 곱씹으며 ‘흥, 지는 잘하나 두고 보자!’ 그러면서 오래도록 상처를 받았습니다. 또한, 집안을 청결히 하는 일, 밝은 표정으로 친절하게 말하는 일,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는 일 등 어떤 일에서도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마음에 저는 명절 내내 변비에 걸려 있는 것조차 잊을 만큼 피곤하고 힘들었습니다. 반면, 친정에서는 반가운 친척들과 떠들썩하게 인사를 나누며 좋아하는 것도 나였고, 따뜻한 아랫목을 차지하고 깨끗한 잠자리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것도 나였고, 맛있는 음식상 앞에서 이것저것 골라 먹으며 신나하는 것도 나였습니다. 그렇게 친정에서는 며느리의 모습이 아닌 딸로서 명절을 한껏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린 시절, 늘 심각한 표정으로 바쁘게 일만 하던 친정엄마의 명절 모습이 떠오릅니다. 나도 엄마처럼 시댁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명절 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스님이 법문에 “어차피 치를 일이라면, 온 가족에게 식사초대 한 것으로 생각하고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과 즐겁게 보내는 것은 어떠하겠냐" 하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초대에 응해준 시댁 식구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즐거우니 오는 식구들도 편안하고 명절을 즐기다 가니 가족에게 잘 쓰여서 좋습니다.

 

달라진 두 분의 명절 나기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한민국의 모든 며느리들이 정토행자 며느리가 된다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는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며느리들을 응원합니다.

 

글_전혜영 희망리포터(천안정토회 천안법당)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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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기회는 이때다 생각하고 공덕쌓을 마음을 내면 수명이 더 길러질텐데<br />인생은 복을지어 그 복력으로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다고 하였다<br />복력은 복을지어야 나온다는것.....잊지 않겠습니다<br />

2016-02-17 18:38:00

정근환

ㅋㅋㅋ.명이 짧아진다.명절.참 기막힌해석입니다.잘 읽었읍니다.

2016-02-17 11:59:46

청정심

명절을 힘들게 보내는 며느리들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기사네요^^ 잘 보았습니다~_()_

2016-02-16 08: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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