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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법당에는 오 자매가 있습니다. 자기들은 자매라고 하며 꼭 붙어 다니는데 희한하게 하나도 안 닮았습니다. 알고보니 같은 직장에서 점심 도시락을 같이 먹다 친해져 의자매의 인연까지 맺게 된 사이였습니다. 1997년 4월부터니깐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두 번째 넘기고 있습니다. 나이도 희한하게 모두 다섯 살 터울에, 둘째와 셋째만 두 살 터울이라는데, 막내가 마흔일곱이니 일일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겠죠?^^
정토회와의 인연은 201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막내는 막내대로 다니고, 셋째와 넷째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에서 만나서는 “역시! 우리는 자매!”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듬해에 둘째가 맏언니 손을 잡고 불교대학을 입학하면서 모두 정토행자가 되었습니다.
자매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모두 수료하였고, 7차 천일결사에 다 같이 입재하여 수행과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퇴직하여 자연인이 된 맏언니와 같은 직장이지만 부서가 다른 이들 자매에게는 석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백일 입재식은 스님 법문도 듣고 그 옛날을 추억하며 함께 도시락도 먹는 더없이 좋은 선물 같은 날입니다.
자매에게는 정토회와 함께한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2012년 8월에는, 다 같이 여름휴가를 내어 스님을 따라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우리 조상들이 누비던 고구려와 발해, 고조선의 유적지와 항일운동 유적지, 그리고 압록강을 따라 북한 산천을 지척에서 보고 느끼며, 두만강, 백두산 일대를 돌아보는 중국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여행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통일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중국역사기행에서 유수스님과 함께
그해 문경수련원에서는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희망세상만들기 24시간 300일 정진이 있었습니다. 오 자매는 희망세상만들기에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릴레이 기도에 동참했습니다. 수련원으로 갈 때도 환경실천을 위해 가장 에너지 소비가 적은 둘째 언니의 소형차에 몸을 부대끼며 왕복 6시간을 조심조심 운전도 번갈아 해가며 소풍처럼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합니다.
▲ 2012 희망세상만들기 기도 정진을 마치고
그 사이 독신인 맏언니는 정년퇴직하고 사회에 적응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고, 둘째는 친정아버지를, 셋째는 남편을 여의었습니다. 넷째는 함께 살던 친정엄마가 치매 판정으로 요양원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대학을 보내며 타지로 떠나보내며 홀로서기를 하고 있고, 막내는 자궁근종으로 인한 빈혈로 고생하다 결국 자궁적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입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 철길로 뛰어든 지체 장애우를 구하려다 순직하신 경찰관인 셋째 형부의 갑작스러운 사고소식은 TV와 각종 언론에 보도되어 전 국민을 애통하게 했었습니다.
▲ 셋째 언니 형부 영결식을 마치고
오 자매는 올 1월,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부처님이 태어나 출가, 성도, 열반하신 땅! 인도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스님과 함께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자매가 손잡고 한발 한발 밟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자매에게는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한 지붕 아래에 모여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일어나 수행 정진하고 법회도 하고 이웃과 나누는 삶!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평소 친자매보다 더 자매 같았던 사이지만 이번 순례 기간 동안 함께 하면서 하마터면 관계에 금이 갈 뻔했습니다. 순례 마지막 날 자매는 한 방에 모여 나눈 길고 긴 나누기를 통해, 그 긴 세월 동안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마치 가족처럼 서로 무조건적인 양보와 배려로 본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남이 만나 마치 가족처럼 모두 그런 마음을 내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또 고마웠지만 그건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러한 관계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순례 기간 함께 지내면서 상대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볼 기회를 가진 것이 대해 모든 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였습니다.
▲ 인도성지순례 때 스님과 함께/ 오른쪽 맏이부터 순서대로
척박한 땅, 인도에서 함께한 보름은 순례 마지막 날 밤에 내리던 가뭄의 단비처럼 그들에게 부처님의 법비로 내려 언제까지나 촉촉하게 이어주게 될 것이며, 재정처리, 수요법회 영상담당 등의 소임으로 각자 나름대로 부처님의 삶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이들 5자매를 보면서 경주법당은 힘들 때나 손이 모자랄 때 언제든지 힘을 보태 달라는 손을 내밀 수 있어 든든하고 이들은 작은 힘이나마 잘 쓰일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글_김희경 희망리포터(경주정토회 경주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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