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해운대법당
가을불교대생들의 천일결사 입재식

정토행자 여러분, 입재식 잘 다녀오셨나요? 지난 5월 29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정토회 만일결사 중 제8차 천일결사 8차 백일기도 회향식과 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있었습니다. 이날은 제가 해운대 가을불교대 주간반 소속으로 이제 두 번째 입재식에 참가하여 ‘예비 입재자’의 타이틀을 떼고 정식 입재자가 되는 날입니다. 작년 11월에 시작한 수행맛보기를 시작으로 오늘 저와 함께 입재식에 참가한 가을불교대 도반들이 수행을 해온 지 200여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만.일.결.사.’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이 말을 접하고 느꼈던 비장함과 무게감이 100일이 지난 지금 도반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바뀌었을까요?

제 8-9차 천일결사 입재식 김천 실내체육관
▲ 제 8-9차 천일결사 입재식 김천 실내체육관

아침 6시 30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눈에 띄게 늘어난 입재식 참가자들로 해운대법당에서도 대형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타고 김천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 버스에는 가을불교대 학생들과 함께, 지난 3월에 입학한 봄불교대학 새내기들 다수가 예비입재자로 처음 참가하였습니다. 차 안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되는 예불을 드리며, 어색하기도 했지만 경건함이 가득했던 100일 전 제 모습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해운대법당 가을불교대 학생들
▲ 해운대법당 가을불교대 학생들

‘아! 나는 이렇게 일요일 하루 일찍 나온 것만으로 스스로 기특하다 여겼는데, 더 앞서 와서 행사를 준비하고 환영해주는 봉사자들이 있었구나. 내게 이 잠깐의 즐거움이 생기기까지도 다른 이들의 수고가 따르는 거였구나’ 연기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미리 오신 봉사자들의 환영세례를 받으며 입장
▲ 미리 오신 봉사자들의 환영세례를 받으며 입장

부산울산지부 자리는 3층 무대 뒷편이었습니다. 미리 안내 받은 자리로 갔더니 무대 뒤 안내 현수막에 가려 무대를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속속들이 입장하며 체육관 전체를 빠른 속도로 메우는 참가자들을 보니 이 자리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활동가들이 미리 양해를 구해서인지 주위에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부별, 법당별 참가자 숫자가 호명되면 일어나 인사를 하였습니다. 전국 각지의 구석 구석에서 모인 정토행자들이 한날, 한시, 한곳에 이렇게 다시 모여 있음을 눈으로 귀로 확인하며 가슴벅찬 전율이 일었습니다. 지난 100일, 꼬박 꼬박 5시에 일어나 하기로 한 108배 수행정진을 빼먹기도 하고, 중간에 쉬기도 하고, 잠시 그만 두기도 했었지만, 오늘 다시 모였습니다. 빼먹고, 쉬고, 그만두기까지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만큼 내 마음도 건강해지고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오늘 다시 모이게 되었습니다.

참가자들로 속속들이 메워지는 체육관과 부울지부 좌석에서 본 무대 모습
▲ 참가자들로 속속들이 메워지는 체육관과 부울지부 좌석에서 본 무대 모습

조금 후 8-8차 회향식 스님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수행의 관점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수행도 사치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남에게 무거운 짐을 떠 맡기고 자신은 홀가분하게 올라가 남보다 빨리 108배 하며 경쟁적으로 복을 빌고 있는 형상입니다. 매일 108배 수행을 하는 목적이 우선은 내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그래서 행복해지는 것이 목적이지만 관점을 잘못 잡아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밟고 올라서 나의 복을 빌고 있는 기도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간 순간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예전부터 그리고 수행자가 되었다고 한 이후에도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내가 잘 되기를, 또 가족의 건강과 발전을 비는 기도를 얼마나 쉽게 해 왔을까요."

점심식사 후에는 여러 도반들이 각자의 깨달음의장 동기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전에는 서로 전혀 몰랐던 사람들 20여명이 4박 5일을 함께 했을 뿐인데, 입재식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말 반가워했습니다. 깨달음의장 동기들과 함께 무대 앞쪽에 앉은 법사님께 찾아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경험도, 업식도 모두 다른 이 사람들을 반갑게 하나로 뭉쳐주는 것은 아마도 ‘깨달음의 그 순간을 함께 했다’는 형제애 같은 어떤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입재식에는 이렇게 또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깨달음의장 동기들과 법사님
▲ 깨달음의장 동기들과 법사님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어떤 일을 꾸준히 하려고 할 때 자주 듣던 흔한 문구지만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유난히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법문이였습니다. "자신의 업식이나, 성질, 기질은 단단하고 큰 바위이고, 우리가 지금 정진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은 물방울처럼 약합니다." 51년간 꾸준히 정진하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라고 하시니, 오전보다는 좀 산만했던 오후 분위기에도 정신이 번쩍 들며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도반들의 나누기는 또 다른 법문입니다.

"100일 동안 나름 정진해왔지만 100일이 가까워오자 나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태한 마음, 방일한 마음을 다잡아 보고자 왔는데, 역시나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불방일’이라고 하셨는데, 마음을 한번 내는 것보다 그 마음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수행을 하면서 느낍니다. 꾸준함을 지켜나가겠습니다."

"4,000명 정원에 5,300명이 참가한다는 소식에 앉을 자리가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참여인원이 점점 늘어나면 법륜스님의 얼굴을 직접 보며 입재식을 할 수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이 참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스님의 법문 속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목표뿐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비전을 말씀해 주시니 이제 전보다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넓게 바라보며 정진하겠습니다."

"수행맛보기를 시작으로 백일, 천일, 만일… 이라고 하였을 때 두려운 마음이 앞섰으나 입재식의 법문에서 들은 대로 그리고 입재식에서 받은 큰 기운으로 하루 한번만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꾸준히 하겠습니다."

"저는 눈물이 별로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감정에 좀 무뎌지는 것이 아닌가 하였는데, 오늘은 수행담이나 법문을 들으면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첫 번째, 제 자신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었습니다. 두 번째, 환희심의 눈물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그 동안 불교공부를 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눈밝은 스승과 맑게 정진할 수 있는 도반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오늘 그러한 스승님과 여러분들을 만났다는 인연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100일 후 또 만나요!
▲ 100일 후 또 만나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으려면 천 년으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천년 중 하루, 오늘도 낙숫물 한 방울 떨어뜨립니다. 종종 가뭄이 들어 물이 마르면 물이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 물길이 나면 물은 그 길을 기억하고 다시 흐르겠지요. 이제 200여일 수행을 해온 저를 비롯한 해운대법당 가을불교대학생들은 큰 바위를 향해 물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겨우 200일 졸졸 흘렀을 뿐이지만, 오늘 입재식이 가뭄에 단비가 되어 내일부터는 좀더 힘차게 흘러가길 바래어 봅니다.

글_권수진 희망리포터 (해운대정토회_해운대법당)
편집_이혜진 희망리포터 (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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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령

8-9차 천일결사를 리메이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낙수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정진할뿐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6-06-16 07:36:35

관불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16-06-14 19: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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