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읍법당
내 마음에 연꽃을 피우니 가족들 맘에도 연꽃이 폈어요
김순임 님 가족 전법 이야기

힘들었던 나의 삶

30여 년 전,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부모님께서 “이만하면 참 좋은 인연이다”라고 말씀하셔서 연애도 많이 해보지 못하고 곧바로 결혼했어요. 우리는 나름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복잡한 가족 관계 속에서 자란 탓에 항상 화를 품고 사는 사람이었지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목장을 운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삶은 녹록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남편의 의견을 따라 함께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우리는 더욱 부딪혔죠. 힘든 삶의 연속이어서 그런지 남편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힘든 일은 가슴에 묻어두고 자식들에게 삶의 초점을 맞춰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남편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때때로 나를 지치게 했습니다.

큰딸은 몸이 불편한 관계로 휠체어 생활을 했어요. 저는 어떻게든 건강한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딸을 매일 등하교를 시키며 일반 고등학교까지 보냈습니다. 물론 목장 일을 병행하면서 말이죠. 지금 큰딸은 직장에 다니며 나름대로 자기 일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목장 일은 나에게 위로가 되었어요.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목장에서 함께 일해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지만, 예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하던 일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그야말로 몇 사람 몫의 일을 감당해야 했지요. 남들은 목장 일이 힘들다며 그만두는 상황이었지만, 나에게는 목장이 삶의 터전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만둔다는 생각을 아예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 넓은 목장도 허전한 내 마음을 채워줄 순 없었습니다. 그때 법륜스님을 만나게 된 거예요.

8-9차 입재식, 도반과 함께 즐거운 한 때. 가운데 염주 건 분이 김순임 님.
▲ 8-9차 입재식, 도반과 함께 즐거운 한 때. 가운데 염주 건 분이 김순임 님.

스승님을 만나다

어느 날 불교방송을 보다가 정읍에 법륜스님이 오신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희망강연이 열리는 정읍사 예술회관에는 800여 명의 대중들이 모였습니다. 얼마나 진지했던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더군요. 그때 뵈었던 스님의 환한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고 나를 미소 짓게 해요. 내가 또 다른 행복의 문에 들어서는 순간이었지요.
희망강연 이후, 매주 수요법회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기도하고 수행하며 가슴으로 울고, 또 울고, 그렇게 가슴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하나둘씩 쏟아냈습니다.

스님 법문 중 “상대를 있는 대로 봐주고, 그가 자란 환경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라”, “남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라는 두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어요.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남편이 차츰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더군요. 그때의 작은 깨달음이란! 스님의 법문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저의 생활은 어땠을까요. 아마도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도반들의 인연으로 작년에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1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경전반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난 5월, 깨달음의장을 다녀왔습니다. 이후 내가 누구인가를 알게 되자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의 행복 찾기에서 벗어나 남을 위한 마음, 자연과 나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인식하며 이 세상 모든 존재에 감사의 마음을 내게 되었어요. 깨달음의장에서 같이 했던 도반들,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밝은 길로 안내해주신 법사님, 법륜스님께도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때 도반들과 함께. 맨 왼쪽이 김순임 님.
▲ 불교대학 졸업식 때 도반들과 함께. 맨 왼쪽이 김순임 님.

연꽃처럼 화사해진 우리 집

특강수련 때, ‘왕사성 가는 길을 가르쳐 주겠다’라는 스님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 법문 덕분에 새벽기도를 시작했어요. ‘눈이 오고 비가와도 걸어가리라. 돌부리에 채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걸어가리라’고 마음먹으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원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전법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열심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가족들에게 감사기도를 하니, 모든 것을 남편 탓으로 돌리고 살아왔던 나를 보게 되었어요. 나의 업식으로 남편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고,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왜 이리 안 되는 거냐”고 지적했던 나를 살피며 참회하고 또 참회했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이 바뀌니 식구들의 마음도 차츰 바뀌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남편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깨달음의장 다녀오느라 수고했다. 법당에 시간 늦지 않게 어서 가라. 밥은 내가 차려 먹겠다.”라고요……. 또 어느 날인가 불교방송을 보다가 출가하신 스님들과 콘서트를 하시는 법륜스님을 보고는 “나도 이제 정토회를 가야겠네.”라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완고하고 고지식했던 남편의 변화에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자식들은 티 없이 잘 자라주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큰딸은 어느덧 청년학교를 졸업했어요. 퇴근하고 힘들 때는 108 참회문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또 아들이 군에서 휴가 왔을 때의 일이예요. 가족들이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 동생 내외가 아이들과 들어오면서 말하더군요.
“고모부님 얼굴이 왜 이렇게 좋으세요? 고모님도 밝으시고 가족 모두 얼굴에 꽃이 피었네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 마음에 피어난 연꽃이 가족들 마음속의 연꽃도 화사하게 피어나게 했다는 걸.

이제는 참 행복합니다. 요즘 경전반 공부를 하며 행복하다는 걸 느껴요.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기기 위해 인도 성지순례도 신청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잘 이겨내고 새벽기도도 빠지지 않고 수행하는 나에게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밝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살아가기를 발원합니다. 나의 밝고 환한 모습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전해져 부처님 법과 함께 밝은 행복의 길로 가기를 서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글_정영실 희망리포터(전주정토회 정읍법당)
편집지원_전은정(강원경기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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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김순임 님 얼굴에서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보입니다. 많이 배웁니다. 고맙습니다_()_

2016-07-05 15:01:37

김희선

감동이네요..내가 밝아지니 주위가 자연히 밝아지는 이치를 새삼 보게됩니다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히 잘들었습니다^^

2016-06-30 09:09:59

보리수

잔잔한 감동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주변도 바뀐다는걸 새삼 깨닫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06-29 1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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