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음성법당
우리는 동갑내기 초보수행자, 봄불교대 이문희·조일순 님 이야기

음성법당은 개원한 지 일 년 반 된 작은 법당입니다. 2016년 봄불교대 주간반에 함께 입학한 7명 중 5명이 탈락하고, 이문희, 조일순 님만 남았습니다. 동갑내기 두 분은 수업과 정토회 봉사도 열심이더니 수행맛보기 기간에 8-9차 천일결사 예비입재자가 되어 수행도 기꺼이 하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8-9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조일순(왼쪽)님과 이문희(오른쪽)님
▲ 8-9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조일순(왼쪽)님과 이문희(오른쪽)님

불교대에 어떻게 입학하게 되었는지

이문희 : 저는 도시의 각박한 삶에 회의를 느끼다 2006년 ‘생명평화결사’의 국토순례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생명철학’에 눈을 떴습니다. 그러다 2009년 순례 중 알게 된 분과 동업하여 농사에 입문한 후로 음성에서 꽃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예전 순례 때 정토회 제천법당에 인연이 닿았는데, 그때 ‘빈그릇운동’과 다용도 에코백을 사용하는 걸 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할지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좌충우돌하다 초심을 잃고 지쳐갈 즈음, 길가에 붙어있던 정토회 불교대 모집공고문을 보았습니다.

조일순 : 저는 충북 괴산군에 거주하며 중2, 초4, 그리고 5살 세 아이 엄마로 늦게까지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살고 있었어요. 평소 유튜브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즐겨 듣던 남편이 권유하여 정토불교대학을 알게 되었고, 마침 막내아이를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 중 시간 여유가 되어 봄불교대 주간반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경주남산순례를 다녀온 소감

이문희 : 경주남산순례는 실질적이고 절절한 스토리를 법사님께 들으며 도반들과 어울려 땀을 흘리며 오르니 온 몸으로 생생히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하산 길에 일일이 맞아주시는 스님의 손길에서 따스한 마음을 느꼈어요. 도반들의 재롱잔치도 순수한 모습 면면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또 행사 때 수신기 사용이나 지역별 구역 지정 등 꼼꼼히 운영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조일순 : 아이들끼리 남겨두고 남편과 함께 참여했어요. 평소 스님의 하루를 보면서 스님은 잠자는 시간도 거의 없이 바삐 움직이시는 게 신기하고, 체력관리를 어찌 하실까 궁금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좀 벅차게 느껴졌어요. 경주에 아침 6시 30분까지 도착하려고 새벽 2시30분에 일어나 출발했어요. 전날 밤 태풍처럼 비바람이 몰아쳐서 남산순례가 가능할까? 걱정 했는데 경주에 도착하자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햇살과 함께 열려서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날씨는 맑게 개어 아주 상쾌하고 기분 좋은 산행이 되었어요. 수신기를 통해 법사님이나 스님의 말씀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충주 희망강연 봉사를 하고

이문희 : 도반들이 자원봉사로 주는 것만 받아먹는 입장에서 제가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네~하며 하겠습니다’라는 명심문 그대로 행할 수 있어 좋았고 스스로 주인된 기쁨을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즉문즉설’을 실제로 접하고 공감하는 현장에 함께할 수 있어 뿌듯하였습니다.

조일순 : 봉사 전 명심문 “방긋 웃으며 네! 하고 합니다.”를 하는 순간 정말 적극적인 마음을 내어 방긋 웃으며 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 전, 후 마음나누기를 통해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며 시비하기 보다 봉사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어 너무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 개별로 희망 강연을 들었을 때나 유튜브 강의를 볼 때보다 정토회에 들어와 스님 법문을 듣고, 봉사하고, 마음나누기를 해보니 제 안에 일어나는 모든 마음을 어쩜 이렇게 세세히 짚어주실까? 감탄스럽고 스님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이 더욱 깊어졌어요..

충주희망강연을 마치고 법륜스님과 함께 한 음성법당 도반들
▲ 충주희망강연을 마치고 법륜스님과 함께 한 음성법당 도반들

JTS 캠페인을 하고 느낀 점

이문희 : 어린이날에는 음성 설성공원에서 JTS캠페인에 참여하였습니다. 일단 모금활동이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낯설었지만 여러 도반들과 더불어 기꺼이 주인 되는 마음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좋은 취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연구하겠습니다.

조일순 : JTS캠페인 하던 어린이날 날은 너무 무더웠어요. 처음엔 아이들과 기분 좋게 놀러와 줄 서 있는 엄마들에게 후원을 해 달라 하면 짜증을 내지 않을까 염려했어요. 그렇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다가가 말해보니 어른들보다 쉽게 후원금을 꺼내 주는 순수한 아이들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는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매월 일정액을 후원한다고 피하거나 아주 조금 성의표시만 하지 않았는지... 어떤 이는 흔쾌히 내고, 또 어떤 이는 돈이 없다며 피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좀더 기꺼이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기존에 매월 후원하던 유니세프나 적십자, 기타후원금을 좀 더 믿을 수 있는 JTS나 평화재단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니면 추가로 더 내던지.

수행맛보기 그리고 이후 달라진 내 삶

이문희 : 수행맛보기를 하면서 명쾌하게도 이름 그대로 ‘수행맛보기’... 수행의 맛을 보는 느낌, 마치 ‘이제부터, 여기부터가 수행이다’라고 선언하는 시점이랄까...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내친 김에 ‘천일결사’ 입재식까지 참가하게 되었는데 엄청난 규모와 조직적인 모습,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일단 100일까지 해보자 다짐하였습니다.

바쁠 때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나 생활 속에서 긴장감을 유지하게 됩니다. 수행을 하면서 좀 더 진중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려 살피게 됩니다. 아직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갈등이 있지만, 수업 중에 들은 ‘마왕’의 정체를 인식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등산을 할 때처럼 한걸음 한걸음씩, 하루하루, 한배 한배를 그냥 하려고 합니다. 식물을 키우듯 내 마음을 키우고 마주 보려 합니다. 마음공부를 하며 안 밖으로 정리를 생활화하여 심신이 가벼운 소박한 삶을 지향합니다.

조일순 : 저는 평소 늦게 자는 생활습관이 있습니다. 수행맛보기를 하면서 주말에 늦잠도 없이 평일과 똑같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남편도 같이 참여해서 108배 수행정진과 나누기를 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매일 아침을 일찍 시작하니 시간이 많아져 생활이 정리가 되어 좋았어요.

그래서 시민통일의병인 남편과 함께 수행맛보기를 하고, 얼떨결에 바로 8-9차 천일결사 입재를 하였는데 처음엔 자세한 설명이 없어 왠지 당했다! 느낌도 들고 ‘100일을 매일 5시에 어떻게 일어나나’, ‘주말 늦잠은 이제 물 건너갔구나!’ 하는 여러 감정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도반들과 함께 해보니 훨씬 잘 이어갈 수 있고, 늘 피곤에 절어있던 내게 오히려 활력과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무엇이든 가볍게 마음 내어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새벽 2∼3시에 자도 5시에 일어나 수행을 해보니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구나 알게 되었어요.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나의 업식을 알게 되었고, 매일 아침 기독교인이었던 남편과 같이 108배 수행을 하며 우리 가정은 전보다 더 평화롭고 행복해졌어요.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하며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수행정진 할 거예요.

외모도 성격도 사는 모습도 서로 다른 이문희, 조일순 님!!

두 분은 같은 시대를 공유한 또래친구입니다. 공부도 수행도 동갑내기 도반과 함께여서 훨씬 수월했을 것입니다. 문경특강수련 1박 2일 동안 함께 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합니다. 아직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토불교대학에서 도반으로 만난 것은 특별한 인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수행자의 길을 함께 가는 도반으로 함께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글_이문희, 조일순
정리_김옥 희망리포터(청주정토회 음성법당)
편집_함보현(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5

0/200

맑은혜안보명

2015년 음성법당에서 출가열반재일정진을 도반님들과 함께하면서 인생의 큰 흐름을 새로 잡게 되었던 곳이라 더 반갑네요^^ 도반님들과 총무님 안보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6-07-21 05:32:25

최영미

동갑내기 두 도반님 끝까지 함께 하시길 응원합니다~~

2016-07-20 17:57:48

정훈웅

여기 반가운 사람 한 명 추가요~^^ 우리 도반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2016-07-20 16:08:2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음성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