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영통법당
왜 이렇게 열심히 봉사를 하냐구요? 나를 바꾸고 싶어 봉사해요.
영통법당 권윤희 님 봉사 수행담(1)

영통법당에는 도반들에게 수행과 봉사의 모범이 되는 분이 있습니다.
법당이 세워질 때부터 모든 불사를 책임졌고, 또 그 이후에도 불교대학과 경전반, 희망강연 총괄소임까지, 필요한 자리엔 언제나 몸 안 사리고 봉사하는 권윤희 님입니다.

이번 11월 3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문화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진행될 <법륜스님과 행복한 대화> 희망강연의 전체 총괄도 맡으셨는데요, 권윤희 님의 그동안의 수행담과 희망강연을 준비하는 봉사에 대한 몇몇 문답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은 첫 번째 시리즈인 ‘수행담’에 관한 기사인데요, 즉문즉설 희망강연과 수행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만난 윤희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언제나 편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도반들을 대하는 권윤희 님입니다.
▲ 언제나 편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도반들을 대하는 권윤희 님입니다.

머리로만 그린 행복

처음 정토회를 만난 인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음, 그 전에 정토회 만나기 전의 제 모습을 말해드릴까요?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지만, 내 욕심대로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면서 내 성질대로 했어요. 아이는 제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죠. 이런저런 교육방법을 흉내 내다 더 성질 내고 포기를 거듭하던 중, 결국 방향감각을 잃고 자포자기 상태가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그때 라디오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됩니다, 스님의 <엄마 수업> 책을 읽고 뭔가 길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죠. 그동안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쓰여 있었거든요. 2012년 300강 하실 때 강연장에 가서 듣거나, <스님의하루>를 읽으며 행복했습니다.

이듬해 불교대학에 입학했어요. 하지만 ‘나는 다 하고 있다.’ 라는 생각에 성실하진 못했습니다. 그 전부터 즉문즉설은 다 들었고, 새벽 수행도 철저하게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법당에 지각을 밥 먹듯 하고, 봉사는 최소한의 것만 했었죠. 나누기는 겉돌고, 봉사는 도반과 한 달에 한 번 새터민 가정방문 다니며 가볍게 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다 이해한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전혀 바뀐 게 없었죠. 여전히 아이들과의 관계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 피하는 것으로 일관했고, 그러다가 한 번씩 화가 폭발하면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더 괴롭더라고요.

수행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인데 괜히 하고 있다고 억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나에겐 포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왜...? 법문도 듣고, 미친 듯이 절도 하는데, 나는 왜 머리로만 행복을 그릴까... 왜 현실은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고, 용납 못 하는 일들이 나를 우울하게 할까’라고 문득 생각했습니다. 법문 따로 현실 따로, 내 삶으로 와 닿지 않으니 그때까지도 답답했습니다.

수원법당에서 불교대학 경전반을 마치고 영통법당 불사를 맡게 되었는데, 그때 참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영통법당 불사할 당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경전반 졸업을 앞두고 영통에 법당 불사가 진행되면서 제게 ‘불사 담당’을 하라는 제안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하기로 합니다. 사실 그 전까진 책임져야 하고 리더를 해야 하는 상황은 내 평생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자신감 없이 늘 열등한 존재인 내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두려웠지요. 하지만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던 건 경전반 졸업만으로는 미완성 된 공부가 아쉬워서였어요. ‘두 달만 고생하면 되고, 나도 가까운 법당에서 편하게 공부했으니 빚은 갚자...’ 라는 생각에 큰마음을 내었던 것 같습니다.

도반들의 도움으로, 혼자 할 수 없었던 불사 소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영통법당 불사공사를 하기 전, 썰렁한 공간에서 도반들과 한 컷. 맨 오른쪽 두 번째 갈색 외투가 권윤희 님.
▲ 도반들의 도움으로, 혼자 할 수 없었던 불사 소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영통법당 불사공사를 하기 전, 썰렁한 공간에서 도반들과 한 컷. 맨 오른쪽 두 번째 갈색 외투가 권윤희 님.

하지만 불사 일은 이제껏 내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들이었어요. 눈 날리는 겨울밤 초보운전 딱지 붙인 차를 운전하고, 가지급금 받아 공사대금 내고, 물품구매도 하며, 낯선 도반들과 카톡방에서 소통하고 공지하는 일들은 늘 주저하고 망설여졌습니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문장을 완성하듯, 영통법당도 조금씩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집 꼴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큰아들은 각종 간식이며 저녁을 내놔라, 여덟 살 난 막내는 울고불고, 그 와중에 둘째는 아빠에게 전화로 현 상황을 중계하질 않나... 집에서도 나는 동동거리며, 눈치 보며, 불안해하는 아이 같은 어른이었습니다. 이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도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해주고 도와주었어요. 그 덕분에 드디어 2015년 2월 28일 개원법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개원법회가 끝나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잊히질 않습니다.

 영통법당이 자리 잡는 데는 권윤희 님의 열정이 뿌리가 되었습니다. 영통법당 도반들과 JTS거리모금을 하며.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권윤희 님.
▲ 영통법당이 자리 잡는 데는 권윤희 님의 열정이 뿌리가 되었습니다. 영통법당 도반들과 JTS거리모금을 하며.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권윤희 님.

나를 향한 이해의 눈물

하지만 진짜 수행은 그때부터였습니다.
법당이 세워지고 해야 할 일들은 끝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법당에서 활동하는 동안 여러 도반과 업식들이 서로 부딪히는 겁니다. 난 내 업식대로 반응하고, 다른 도반님들은 또 나름대로 업식대로 일을 하고... 괴로움이 클수록 아픈 상처가 드러나니, 내가 왜 그토록 피하고 살았는지, 포장하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절을 하면서 억울한 감정이 뜨거운 눈물이 되어 주름진 얼굴 위로 흘러내릴 때 알았습니다. 내게 필요한 건 해탈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을...

수행과 봉사를 함께 해나가는 사이,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편안하게 보입니다. 밖을 향해 해결하려 했던 내 괴로움은 결국 내 안에 있었음을 알게 되고 나니, 그제야 아이들과 도반님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레 부드러워져 갔습니다.

영통법당이 자리 잡는데 초석을 마련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수행과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일단 시절인연 같아요. 내가 불대나 경전반을 다닐 때, 또는 희망강연에서 아무 걱정 없이 법륜스님 말씀을 들을 때, 그때도 뒤에선 누군가 수고를 했겠죠. 그때 받은 것을 갚을 기회가 지금 내게 왔고, 난 그저 그 일을 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봉사를 놓을 수준이 안된다는 거예요. 봉사하면서 듣는 법문은 학생 때 들었을 때와 다르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듯 달달합니다.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점검은 나의 엇박자를 짚어주는 검진 받는 날입니다. 늘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법문과 수련 프로그램 안에서 나는 내가 만든 한계를 넘어봅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 그런 인연을 만드는 요즘이 행복합니다.

이번 2016 가을불교대학 입학식 때. 두 번째 줄 맨 왼쪽이 권윤희 님.
▲ 이번 2016 가을불교대학 입학식 때. 두 번째 줄 맨 왼쪽이 권윤희 님.

정토회에는 이제 막 봉사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봉사 소임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때 무슨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불대나 경전반에 다니는 분들에게 봉사를 부탁하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아주 많아요. 만약 봉사가 너무 부담스러워 공부에 방해가 된다면 봉사는 안 하셔도 돼요. 봉사보다는 법문이 먼저지요. 그러나 수행을 해도 뭔가 부족하고, 나 자신이 안 바뀐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봉사하시면 좋아요. 내 껍질을 벗길 때 딱딱하면 딱딱할수록 더 큰 힘을 줘야 하듯, 하기 싫은 일 또는 안 맞는 사람과 부딪치면서 피하지 말고 극복하는 길이 제일 빠른 수행의 길이 아닐까요. 수행에는 공짜도 없고, 요령은 더더욱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가족들과는 어떠세요?

아들에게 화가 아닌 이해로 다가가는 소소한 삶, 남편이 밉고 서운한 마음이 들 때 알아차려 숙이는 게 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요즘... 기적을 체험합니다.
몇 달 전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남편은 매일 절수행을 마친 후 나를 보며 합장합니다... 그리곤 웃습니다.
내 꼴을 알게 해주느라 고생한 아들! 내 키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 팔짱을 끼고 수영장까지 걸어가는 데이트 길에 불어오는 바람이 부드럽다는 걸 느껴요.

내가 나를 인정해주자 식구들에게서 ‘행복’이라는 기적을 느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꽃밭에서.
▲ 내가 나를 인정해주자 식구들에게서 ‘행복’이라는 기적을 느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꽃밭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엔 소극적이고 얌전하기만 한 보살님이 ‘봉사로 참 많이 바뀌셨구나!’ 하고 느꼈지만, 정작 보살님은 아직 “난 그저 알아차릴 뿐이에요.” 라고 수줍게 웃으십니다. 봉사와 수행은 절대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오늘 권윤희 보살님의 수행담으로 다시 한 번 느껴봅니다.

이번 여름 <법륜스님 희망세상만들기>의 단체 컷. 맨 아랫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권윤희 님.
▲ 이번 여름 <법륜스님 희망세상만들기>의 단체 컷. 맨 아랫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권윤희 님.

[더하기]

<법륜스님과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희망강연경기도 문화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립니다. 권윤희 님처럼 편안하게 스님과의 즉문즉설을 관람하시다가 내 인생으로 찾아오는 행복의 기적도 함께 맞아보세요. 11월 3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선착순 무료관람이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문의 : 010-4301-8174
※ 원활한 진행을 위해 유아는 동반하지 않습니다.

글_정혜경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 영통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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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심

자랑스럽습니다~

2016-11-13 22:05:38

서기

감동입니다~~~

2016-11-05 10:21:27

채송화

읽으면서 참 힘들었겠다 싶어 눈물이 어리다가, 가족들과 행복한 모습이 그려지며 미소가 떠오릅니다.
감동 수행담입니다~~

2016-11-04 11: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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