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마포법당
행복해지는 최고의 비법

작년부터 몰아닥친 코로나로 우리 일상은 바뀌었고, 정토회 또한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법회는 온라인으로 열리고. 법당은 정리되고 있습니다. 정토회 조직이 재편되는 변화의 시기에 서대문정토회 대표 소임을 맡았던 마포 법당 이영미 님을 온라인 인터뷰로 만나보았습니다. 봉사활동이야말로 인생이 행복해지는 최고의 비법이라며 봉사의 기쁨을 전해주고 싶다는 이영미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디지털 시대 개인법당에서 온라인 법회에 참가하고 있는 이영미 님
▲ 디지털 시대 개인법당에서 온라인 법회에 참가하고 있는 이영미 님

실의에 빠진 시절 맺은 인연

2007년 어느 날, 저처럼 딸이 둘인 대학 친구가 '경주 평지 순례'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자고 했습니다. 당시 넓은 들판이었던 경주 황룡사지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니 좋았습니다. 그때 법륜스님 법문도 처음 접했습니다. 유튜브가 없던 당시 '다음 카페'에서 스님 법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2005년에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했습니다. 아침에 “다녀올게” 하고 출근했던 남편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아프다가 갔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허망한 남편의 죽음에 참 당황했습니다.

그 후 1~2년 동안 저는 집안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이들도 잘 돌보지 못하고 방치했습니다. 그런 제 상태를 보고 친구가 경주 평지 순례를 권했던 것입니다. 친구는 불교대학 입학금도 대신 내주면서 배워보라고 해서 2008년부터 서초동으로 불교대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큰 전환점

법륜스님 법문을 들으니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이 보였습니다. 제 인생은 스님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전의 저는 우울증이 심했습니다. 사람들은 절 보고 ‘객관적 조건은 남 부럽지 않은데 왜 맨날 우거지상을 하고 다니냐’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열등감이 심했고, 스스로 만든 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결혼도 부모님이 하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했습니다. 자존감 제로인 사람이었는데 스님 법문을 공부한 순간부터 급격히 변했습니다.

6-1차 천일결사1에 처음 입재 한 후 스님과 약속대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정진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시간은 좀 차이가 있어도 새벽정진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수행문을 읽으며 제가 살았던 것들에 대한 오해, 부모에 대한 오해를 발견했습니다. 저에게 천일기도는 이러한 것을 깨닫는 계기였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봉사도 꾸준히 하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10-1차 서대문정토회 예비 지역대의원 회의(앞줄 오른쪽 두 번째)
▲ 10-1차 서대문정토회 예비 지역대의원 회의(앞줄 오른쪽 두 번째)

놀이 삼아 기꺼이 맡은 봉사소임

불교대학을 열심히 다니고 있을 때 소임을 맡으라는 제안이 들어왔고, 저는 내치지 않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다녔던 서초동 옥사 2층 불교대학 바로 앞이 환경 사업부였습니다. 환경에 관심 있던 터라 환경사업부에 찾아가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말부터는 중앙 사무처(현 행정국) 불교대학 담당으로 본격적으로 소임을 맡기 시작했고, 그 다음 경전반 소임, 중앙사무처에서 행사를 맡고 팀장, 부장까지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몸이 너무 힘들어 쉬기도 했습니다. 2020년 2월에는 선거를 통해 서대문정토회 대표가 되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청소봉사
▲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청소봉사

지금도 서대문정토회에서 경전반 임시운영자를 맡고 있고, 마포 법당 모둠장, ‘(사)좋은벗들’에서 회계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10일 온라인정토회 선거를 통해 마포지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즐거운 마음으로 놀이 삼아 기꺼이 봉사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상대의 나누기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봉사를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저를 돌아봅니다. 봉사하는 것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분께 봉사할 것을 권합니다. 아침기도도 중요하지만, 초창기에 저는 천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하면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문경수련원에 바라지 봉사하러 가길 좋아했습니다. 문경수련원은 제가 속한 지역 법당을 넘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나누기하면서 여러 관점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재작년 문경수련원에서 명상 바라지를 하면서 제 자식 또래인 어느 20대 도반의 나누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엄마가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것을 알지만, 나를 옥죄는 느낌이었다.”라는 20대 도반이 자식 입장에서 말하는 솔직한 나누기를 들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아이들을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제 생각대로 키웠을 뿐이라는 것을... ‘내 입장에서 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갔을 수 있겠구나’ 제 아이들에게 참회가 되었습니다.

문경수련원의 명상 바라지 봉사(두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
▲ 문경수련원의 명상 바라지 봉사(두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

문경수련원에 명상하러 가는 것도 좋지만 ‘공양간2 바라지 봉사’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봉사하면서 상대방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4박 5일 바라지 봉사를 갔습니다. 바라지 봉사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직접 묻고 들은 가르침이 큰 용기가 되다

약 10년 전 무상사에서 법륜스님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초등학교 1~2학년일 때 아버지 없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법륜스님은 ‘유화부인과 고주몽’ 일화를 말씀하시며 어머니가 당당하면 아버지와 상관없이 잘 키울 수 있다는 가르침과 기도문을 주었습니다. 10년 동안 그 기도문은 큰 힘이 되었고, 덕분에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자립심 있게 잘 자라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제가 정토회에서 수행하다 보니 아이들 사춘기 시절에도 잔소리하지 않았고 대학에 진학할 때에도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게 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간섭이 너무 없는 엄마를 보며 “너무 쿨한 것 아니에요? 뭘 믿고 그래요?”라고 반문합니다.

지금은 독립심이 강해 뭐든 스스로 잘 알아서 하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어디선가 요리법도 배워 식사도 스스로 잘 차려 먹고 요리 솜씨도 엄마보다 좋아 제 생일상을 직접 차려 주기도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는 수행정진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그로 인해 괴로움이 생기지만 지금은 그런 욕심이 없어졌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만든 상, 그전에는 대단한 사람이고 싶은 욕심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길가의 풀 한포기도 달리 보이고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 오늘도 계속 수행정진을 할 뿐입니다.


2007년 정토회와 첫 인연을 맺은 이후 14년 동안 부처님 법을 실천하는 정토행자로서 다양한 소임을 맡았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이영미 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의 바쁘고 대상포진에 걸릴 만큼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봉사가 최고의 수행 비법임을 강조하는 이영미 님의 수행담을 들으니 봉사의 기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소중한 수행담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_최문영 희망리포터(서대문정토회 마포법당)
편집_허란희(용인정토회 용인법당)


  1.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2. 공양간수행과 생명공경 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정토법당 대중들의 안정적인 식생활을 보장하는 곳. 공양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수행으로, 정토회 공양간은 생태적이고 소박한 밥상을 지향함. 공양간 봉사자들은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과 환경을 살릴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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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묵묵히 수행봉사 하시는 영미보살님께 많이 배워요. 보살님 감사합니다

2021-05-29 13:17:29

봄봄

함께 수행 정진 활동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멋지심요~~ ^^

2021-04-28 10:15:05

김정희

꾸준한 봉사를 수행 비법으로 삼으시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말씀 제 일상에서 연습하겠습니다~

2021-04-23 07: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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