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5 (오후) 안산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전에 성남시청에서 진행된 성남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저녁에는 한양대 ERICA 캠퍼스 컨퍼런스홀에서 안산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 사전 준비를 위해 안산정토회 회원들은 아침 9시부터 모여서 역할분담과 리허셜을 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오늘 강연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신 분들 중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가운데 반차 휴가를 내고 와서 접수대를 지키는 분도 있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의 땀과 정성으로 오늘 강연이 열리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안산 한양대 ERICA 캠퍼스 컨퍼런스홀

 

강연장에는 6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자리가 부족해 계단에도 많은 분들이 앉았습니다. 저녁 7시가 되자 스님 소개 영상과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진행되는 강연이여서 그런지 대학생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엄마와 이모의 손을 잡고 온 초등학교 3학년 아이부터 중년의 부부, 머리가 희끗하신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했습니다. 낮의 차가운 기운과는 다르게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습니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법문을 듣기를 기다리고 있는 청중들의 얼굴을 보자 스님의 얼굴은 금새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추석 인사와 함께 말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예로 들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유럽, 미주, 남미, 오세아니아, 일본까지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을 했어요. 115개 도시를 115일 동안 하루에 한 개 도시를 찾아다니며 강연을 했는데,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남자든 여자든 무엇을 하든 관계없이 다 괴로워해요. 혼자 살다가 괴로워서 ‘결혼하면 나을까’ 싶어 결혼을 해도 별로 나아지지는 않고, ‘애 낳으면 나을까’ 싶어서 애를 낳아보면 골치가 더 아프고, ‘이혼하면 될까’ 해서 이혼을 해봐도 해결이 안 되고, ‘미국 가서 살면 나을까’ 싶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봐도 해결이 안 되고, ‘직장을 그만두면 나을까’ 싶어서 그만둬도 해결이 안 돼요. 그래서 인생은 괴로움이라고 하지요. 

 


 

산에 사는 다람쥐도 별로 괴로워하지 않고 사는데 왜 만물의 영장인 사람으로 태어나서 괴로워하며 살아야 할까요? 이것은 좀 생각해볼 문제예요. 여러분들이 요즘 쓰는 스마트폰은 옛날 전화기보다 유용하죠?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그것 때문에 공부를 더 안 해요. 기기가 좋을수록 잘 쓰면 좋지만 잘못 쓰면 더 나빠요. 쓰기에 따라 스마트폰이 옛날 2G폰보다 못할 수 있어요. 그것처럼 인간은 동물보다 더 진화했어요. 다시 말해 정신 작용이 더 뛰어납니다. 스마트폰의 예처럼 뛰어난 정신 작용을 잘 쓰면 동물보다 낫지만 잘못 쓰면 동물보다 못합니다. 

 

그럼 마음을 어떻게 쓰면 동물보다 낫고 어떻게 쓰면 동물보다 못할까요? 어떤 사건이나 일에 임할 때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면 만족이 크고 기쁨이 생깁니다. 반면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면 불만이 크고 괴로움도 커요.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괴로운 거예요. 부정적으로 보는 사고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것만 바꿔도 행복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주니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작용하는 이치에 대해 요점을 이야기한 후 곧바로 청중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문답의 과정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고의 경향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총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6살의 아이를 둔 엄마는 아이에게 자꾸 욕심이 생겨 학습지도 시키고 이것 저것 요구를 하는데 아이가 응하지 않아 화가 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38살의 치킨집을 운영하는 청년은 자신의 의심병과 집착으로 여자 친구와 갈등이 생겨 결국 결혼식도 취소되고 이별 통보도 받았는데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자신도 자존감이 많이 낮은 것 같다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20대 여성은 결정 장애가 있고 행동이 많이 느린 편인데 어떻게 하면 더 빨라질 수 있는지 물었고, 현재 해양융합과학과를 다니고 있는 한양대 학생은 학과가 적성이 맞지 않고 고위 공무원이 되고 싶어 편입을 하거나 학교를 옮기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는지 물었고, 한 남성 분은 아이의 엄마가 일본인인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교육에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많이 들어 있어서 이 부분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지 물었고, 또 다른 한양대 학생은 세월호 사고를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이들을 위로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그 중에서 남편이 갑자기 가출을 한 이후 관계 회복과 자녀 양육 때문에 고민인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여성 분은 울먹이며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지난 6월에 차안에서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 남편이 가던 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들에게 ‘아빠는 엄마가 할머니랑 아빠 형제들을 싫어하는 게 싫어서 앞으로 말을 안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남편이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몰라요. 집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들과는 연락을 하고, 월급 통장도 원래 제가 관리하던 대로 관리 중입니다. 얼마 보내달라고 문자를 보내오면 그 금액만 남편 통장에 다시 보내주고, 몇 달 간 부부 간에는 전혀 연락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원래 화가 나면 얘기를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여러 번 대화를 시도했지만 저와의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어요. 추석 전에는 옷을 챙기러 오겠다고 문자가 오길래 대화를 해볼까 싶어서 밥을 차려놓고 기다렸는데, 역시 밥도 먹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고 옷만 챙겨서 나갔습니다. 추석에도 아이들은 시댁에 갔지만 저는 오지 말라고 하고요. 주로 문자로 대화하지만 그나마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남편이 답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옷 챙기고 나간 후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라는 문자를 제가 보냈더니 ‘이제는 미워하는 마음은 없는데 앞으로 예전처럼 살 수 있을지 고민이다. 당분간 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답이 왔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방법으로든 대화를 시도해봐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지요? 그리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제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자가 계속 울먹이자 청중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즉설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제가 결혼 안 한 게 얼마나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여러분의 고통을 먹고 살아요. (질문자도 웃고 청중도 모두 웃음) 그래도 질문자는 결혼해봤잖아요?”

 

“예,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요. 아이도 있잖아요. 그런데 상처를 질문자가 받았을까요? 아이들이 받았을까요?”

 

“아이들이 더 많이 받았겠죠.” (질문자 울먹임)

 


 

“그런데 왜 질문자가 받은 것처럼 울어요? (질문자 웃음) 질문자가 상처받았으면 아이들도 상처받고, 질문자가 상처 안 받았으면 아이들도 상처 안 받습니다. 아이들은 항상 자기의 거울이에요. 아이들을 정말로 걱정한다면 질문자가 상처를 안 받아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상처를 받았어요. 상처를 안 받았다면 울 일이 없잖아요. 이야기만 꺼내도 운다는 건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예요. 그러면 아이들도 상처를 받은 거예요. 자기 아이들한테 상처를 주니까 좋은 엄마는 아니죠. 밥은 다른 사람도 해줄 수 있어요. 엄마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안 주는 게 중요해요. 질문자는 아이들한테 상처를 주면서 밥은 해주고 빨래는 해주죠? 밥이나 빨래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정작 안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재미나게, 즐겁게, 쾌활하게 살면 아이들은 상처 안 받아요. 아빠에 대해서 물을 때 ‘엄마가 잘못해서 그래, 아빠는 참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래’ 하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너희 아빠가 문제다, 연락도 없다’ 자꾸 이러면 아빠가 나쁘다는 소리잖아요. 그러면 아이들은 상처 받아요.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는데 그 자식인 자기 자신이 좋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그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가 했으니 더욱더 사실이 되잖아요. 

 

여기서 두 가지 모순이 생겨요. 엄마 말이 사실이라고 하면 아빠는 나쁜 사람이 되고, 아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엄마가 거짓말쟁이가 돼요. 그것도 자기 자식한테 거짓말 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엄마든 아빠든 둘 중 한 사람은 나쁜 사람이에요. 아니면 둘 다 나쁘든가요. 그러면 아이들이 자존감이 없어져요. 

 

 


 

그러니 아이들이 아빠를 원망하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질문자는 항상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 아빠는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하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럼 왜 안 오냐고 하면 ‘엄마가 잘못해서 그래. 아빠가 엄마 때문에 상처를 입어서, 너희들은 보고 싶지만 엄마가 보기 싫어서 안 오는 거야. 그러니 아빠를 나무라면 안 돼. 아빠가 너희들을 사랑하니까 월급도 이렇게 다 보내주잖니.’ 그러면 좋은 아빠를 가진 아이들은 자존감도 생기고 상처를 안 입어요. 그리고 엄마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가 자기 문제를 알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질문자가 상처를 안 받으면 아이들도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가 상처를 안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많이 힘들겠구나. 혼자서 저렇게 밖에서 빙빙 돌려면 얼마나 힘들까.’ 이렇게 생각하고, 남편에게 연락이 오면 남편 입장을 생각해서 받아주세요. 지금 질문자 이야기를 죽 들어보면 자기 답답한 말만 하려 들지, 남편이 어떻게 힘든지는 관심 없잖아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면서 접근하잖아요. ‘옷 가지러 가겠다’ 문자 오면 ‘그러세요’ 이러면 되죠. 와서 편안하게 옷 챙기고 밥 먹고 갈 수 있도록 밥상 딱 차려놓고 질문자는 안 보이는 데에 있으면 되잖아요. 먹고 간 뒤에는 ‘고마워요’ 하고 문자 보내주고요. ‘맛있었지?’ 이러면 안 돼요. (청중 웃음) 

 

 


 

그건 생색내는 거예요. ‘먹어줘서 고마워요’ 하면 돼요. 그리고 또 추석날 와서 옷 가져가겠다 하면 ‘그러세요, 챙겨 놓을게요’ 하고, 가져가면 ‘그래도 추석날 와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보내주세요. 그래도 아직 미련이 남아 있으니 월급을 보내주는 것이예요. 저 같으면 안 보내줄 텐데요. 하하.” (청중 웃음)  

 

“그건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질문자 울먹임)

 

“그런데 그게 뭐 울 일이에요? 반성할 일이죠. 대화를 하고 싶다고 ‘왜 대화를 안 하니?’ ‘언제 들어오니?’ 하는 건 모두 내 상처, 내 문제의식이에요. 자기 걱정만 하지 말고 ‘저렇게 밖에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까’ 하고 남편 걱정도 좀 하세요. 질문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원래 사람은 자기 걱정부터 하게 되어 있어요. 제가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식에 가보면 아내 되는 분이 저를 붙들고 이렇게 말하면서 울어요. ‘아이고, 스님. 이제 남편 죽고 저 혼자 어떻게 살아요? 아이들은 혼자 어떻게 키워요?’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좀 이상해요. 이 여성 분은 지금 죽은 남편 걱정 안 하고 자기 살 걱정만 하잖아요. (청중 웃음) 상대가 죽었는데도 죽은 사람은 걱정 안 하고 자기를 걱정하고, 아이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 키워야 하는 자기를 걱정하는 거예요. 이게 인간이에요. 인간은 남 걱정할 줄 몰라요. 길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도 다친 사람보다 자기 걱정부터 해요. 존재 자체가 이래요. 그러니 질문자도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그러나 그것이 사랑은 아니에요. 

 

 


 

교회에 좀 다니세요. (청중 웃음) 예수님이 자기를 십자가에 매단 사람들을 보고 뭐라고 했어요? 저라면 ‘주여,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둘은 지옥에 확 처넣어버리세요.’ 했을 거예요. 그런데 예수님은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이랬어요. 죽는 순간까지도 자기 걱정이 아닌 남 걱정을 하셨어요. 예수님이 있기 전까지의 하나님은 징벌의 하나님이었어요. 하나님 말 안 듣는다고 유황불로 확 지져버리고 소금 기둥으로 만들어버린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들어봤죠? 그런데 예수님 이후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에요. 말은 똑같은 하나님이지만 성격이 180도 달라요. 어떤 기독교인들이 저에게 ‘하나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하는데 이건 징벌의 하나님을 믿는 것이지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유대교 신자이지 기독교 신자가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해놓고 자기는 크리스천이래요. 이렇게 교회를 다녀도 성경을 모르듯이 절에 다녀도 불교를 모르는 거예요. 

 

지금 질문자는 자기 걱정 하지 말고 ‘얼마나 힘들까, 밥이나 제대로 먹을까’ 이렇게 남편 걱정을 해야 해요. ‘나는 애 둘 키우느라 힘든데 이 놈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돼요. 불평할 게 없어야 해요. 남편 걱정을 조금이라도 해주세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돈을 봉투째로 주면 큰소리 치면서 돈값을 하잖아요. 그런데 자기는 얼마나 좋아요? 혼자 살면서 돈은 돈대로 받고 잔소리도 안 듣고요. (청중 웃음) 

 

 


 

좀 시간이 지나서 남편이 집으로 들어오면 또 귀찮아져요. (청중 웃음) 들어온 뒤에 나가라고 하지 말고, 없을 때 혼자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세요. 또, 남편과 같이 살 때는 자주 싸웠는데 막상 남편 없이 살아보니 아쉽지요? 쓸모가 없으면 그냥 그대로 혼자 살면 되지만, 쓸모가 있다면 귀한 존재인 줄 알아서 다음부터는 잘 해주면 돼요. 걱정할 문제는 아니에요. 언제 들어올 거냐 하는 건 자기 걱정이지요. 점 보러 가지도 말고 그냥 들어올 때까지 놔두세요. ‘나가신 김에 실컷 놀다 들어오세요’ 이러고요. 

 

돈도 10만원 보내 달라 하면 20만원 보내주고, 50만원 보내 달라 하면 70만원 보내주세요. ‘밖에서 혼자 사는데 얼마나 힘드세요? 우리야 집 있으니 괜찮아요. 조금 더 쓰세요.’ 이렇게 문자 보내주고요. (청중 웃음) 

 

그런 수준에서 왜 결혼을 했어요? 안 한 나도 이 정도는 아는데요. 이만큼 아는 나도 결혼 안 하고 사는데 그것도 모르면서 왜 그리 겁도 없이 결혼을 했어요? 반성 좀 하세요. 하하하.” (스님 웃음)

 


 

“예, 잘 알겠습니다. 겁이 없어서 결혼을 했어요.” (질문자 웃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엄마가 상처를 받지 않으면 아이들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말씀에 질문자도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헤아리게 되면 미움과 원망이 사라지고 질문자가 받은 상처도 근본적으로 치유될 것이라는 말에 다시 용기를 얻은 눈빛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울먹이며 질문을 했지만 자리에 앉으면서는 편안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자는 남편이 시부모님을 너무 챙기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고, 스님은 시어머니, 며느리, 남편 삼자가 각자 어떻게 입장을 가져야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지 지혜로운 방법을 들려주었습니다. 

 

답변을 모두 마치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청중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며 마지막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네” 

 

“유익했어요?”

 

“네” 

 


 

“재미만 있고 유익하지 않으면 여기서는 다 웃지만 문 열고 나가면 허전합니다. 요즘 억지로 웃기는 코미디 프로들이 그렇잖아요. 유익하긴 한데 재미가 없으면 지루해서 졸아요. 재미도 있으면서 유익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요. 재미있으면 지금 좋고, 유익하면 나중에 좋거든요. 

 

그리고 나만 좋고 남에게 손해인 것은 오래 못 가요. 상대가 참지 못하기 때문에요. 남이 좋고 내가 손해인 것도 오래 못 가요. 나도 세 번 이상 못 참거든요. 그래서 이 이익이 지속되려면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합니다. 이것이 진리예요. 불경이 어떻고 성경이 어떻고 하는 게 진리가 아니라,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재미도 있고 유익하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게 진리입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그랬다면 진리의 바다에서 놀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날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청중들도 정말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는지 스님을 향한 박수 소리가 아주 크고 오래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무대에서 내려와 청중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고 무대로 다시 올라가 책 사인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대에서 입구까지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다들 차분하고 여유롭게 서 있는 모습은 스님 강연의 덕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했던 한 여성 분에게 가서 오늘 소감을 물어보니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며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 같다” 고 하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나서는 이곳 안산에 있는 JTS 다문화센터에서 월광 법사님을 비롯해 미얀마 스님과 청년이 강연을 모두 듣고 스님에게 찾아왔습니다. 스님이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서 답답하지 않았어요?”라고 묻자, “모두 다 잘 알아들었다”며 “감명 깊은 법문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두 분은 한국에 온지 오래 되어서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했습니다. 

 


▲ 안산 JTS 다문화센터에서 법문을 들으러 온 미얀마 스님과 청년

 

그리고 오늘 강연을 준비한 안산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후 스님은 강연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봉사자들은 다들 처음 맡아보는 소임들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가는 안산 시민들을 보며 강연이 잘 마무리되어 뿌듯해 했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님은 안산을 출발하여 서울 정토회관에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집무실에서 업무를 더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백담사로 출발해 선방 스님들을 위해 법문을 해준 후 오후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저녁 7시부터 동대문 구민회관에서 서울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0/200

보현심

스님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2015-11-20 22:34:17

보현심

스님께 언제나 감나드립니다

2015-11-20 22:32:07

조수진

스님.감사합니다. 항상 존경합니다.

2015-11-08 00: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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