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8.28 서원행자대회 2일째 (회향식)
“8월15일 건국절 제정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원행자대회 2일째를 맞이하여 오전에 모둠토론 발표 내용을 듣고 이에 대한 스님의 조언을 들려준 후 오후에는 서원행자대회를 마무리하는 회향 법문을 했습니다. 

 

500여 명의 서원행자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새벽 4시에 기상해 천일결사 수행을 함께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7시부터는 정토회 이기혜 대표님으로부터 1박2일 동안 진행된 전국대의원회 회의 보고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2016년 하반기 사업계획에 대해 자세한 보고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통일의병 운동을 전국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서 역시 하반기 사업계획 관련해서도 통일의병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서원행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많은 질문이 쏟아지면서 예정된 1시간 보다 질의응답 시간이 많이 길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모둠별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500여 명의 서원행자들은 20여 명씩 한 조가 되어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모둠토론 주제는 한국 사회에서 ‘통일’을 주요 이슈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 통일의병 운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 제안, 정토회 정회원의 가입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법륜 스님의 컨텐츠를 일반인에게 더 널리 알려내는 방안, 이렇게 네 가지가 주어졌습니다. 모둠별로 이 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서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토론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한 후 11시 20분부터는 모둠별 토론 결과를 전체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창의적이고 재미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발표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통일운동에 대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발표되어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발표하는 도중 통일운동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열망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서원행자대회는 용광로와 같은 열기를 뿜어내었습니다. 이 여세를 몰아서 곧바로 3분 스피치 시간을 가졌습니다. 3분 스피치는 모둠별 활동이 아니라 개인이 정토회에 대해 제안하고 싶은 무엇이든 마음껏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스님은 서원행자들이 내어 놓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사항들을 경청한 후 발표가 끝나자 법상 위에 올라 소감과 더불어 이에 대한 스님의 생각도 함께 들려주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는 독립운동 유공자를 찾아가는 운동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좋은 제안을 해주었다고 하면서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 8월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었습니다. 

 

“8월15일이 대한민국 건국절이냐,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을 상해임시정부라고 하면 대한민국이 출발할 때의 목표가 ‘나라의 독립’이 됩니다. 이 때는 나라의 독립에 기여한 사람은 모두 독립운동 유공자가 되고, 독립에 기여하지 않고 친일 행위를 한 사람들은 모두 민족의 배신자에 속하게 됩니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1945년 8월15일은 광복절이고, 1948년 8월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입니다. 

 


 

그런데 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정해버리게 되면, 대한민국이 194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되기 때문에 독립이 국가의 최대 목표가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독립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이 되니까요. 그래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도 건국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 사람들이 되고, 친일을 한 사람들도 건국에 도움이 된 사람들이 됩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부터 대통령도 맡고, 장관도 맡고, 군대도 만들고, 경찰도 만들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으니까 이 사람들은 친일 행적에 관계없이 다 건국유공자가 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건국유공자가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일 세력들입니다. 왜 그럴까요? 해방 직후에 정부를 새로 수립해서 학교를 운영하려니까 일제 강점기 때 선생 했던 사람을 데려와서 선생을 시켜야 할 것 아니겠어요? 법원을 운영하려고 해도 아무나 데려와서 판검사를 시킬 수가 없으니까 일제 강점기 때 판검사 했던 사람들을 시켜야 할 것 아니겠어요? 경찰서를 만들었는데 서장이나 간부들도 일제 강점기 때 경찰했던 경력이 있던 사람을 데려와야 할 것 아니겠어요? 군대를 만들어도 일본 군대에 있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장교로 시켜야 할 것 아니겠어요? 행정 관료를 시키더라도 일제 강점기 때 면서기라도 한 번 해본 사람을 시켜야 할 것 아니겠어요?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니까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러다보니까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을 다 빼버리고는 국가를 운영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필요는 했어요. 그러나 8월15일을 건국절로 만들어버리면 이런 사람들이 다 건국유공자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친일했던 내용을 모두 없앨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상해임시정부의 법통과 3.1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구도 다 빼야 되겠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건국절과 정부수립일의 이 엄청난 차이를 잘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고 있는 건데요. 사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국체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사건에 해당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유공자들은 대부분 민족주의자인 경우가 많잖아요? 왜냐하면 사회주의자로서 독립운동 한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독립 유공자로 인정해주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민족적인 성향의 사람들조차도 건국절 제정은 말이 안 된다고 지금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국가지도자가 역사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역사의식을 갖느냐에 따라서 역사에 대한 가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지나갈 뻔한 건국절 논란이었는데 대중들은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모두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였는데 무감각하게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일의병이 되어서 해야 하는 역할 중에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널리 전하는 것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지금까지 우리는 통일의 필요성을 알려내는 영상 만들기만 생각해 왔는데, 전쟁의 참혹함을 다룬 영상을 확산시켜보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왜 우리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자꾸 하게 되는지 그 원인을 짚어 주었습니다. 

 

“전쟁은 정말 참혹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은 물론이고, 이산가족이 생기고, 재산을 다 잃고 난민이 되어서 국제 사회를 떠돌고, 이런 참혹함이 담긴 영상들을 찾아보면 많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영상들 밑에 자막으로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넣어서 널리 알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감정이 상하면 ‘까짓것 저 놈들 한방 때려버리자’ 이렇게 되는 것이 우리의 국민감정이잖아요?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니까 ‘우리도 사드를 배치하자’, ‘저 놈들은 굶어 죽어야 된다’ 이런 주장들을 하게 되는 겁니다. ‘북한은 맨날 우리를 협박하는데 왜 우리는 바보 같이 가만히 있느냐. 우리가 힘이 더 세지 않느냐’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입니다. 미국에서 트럼프 후보가 국민을 선동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대다수의 감정이 소수의 이런 선동에 의해서 끌려가고 있습니다. 전쟁하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인데도 국민감정이 점점 그쪽으로 쏠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중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항상 적을 만들어서 그것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경우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든지, 중국을 공격 대상으로 삼죠. 히틀러의 경우는 유대인을 적으로 삼았죠. 이렇게 적을 삼아야 대중을 선동할 수가 있거든요. 모든 사회적인 모순을 ‘그 놈들 때문에 그렇다’고 몰아붙이는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구를 적으로 삼아서 몰아붙이고 있습니까? 바로 북한입니다. 조금만 국내 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해도 종북이라고 몰아세웁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밝혀달라’라고 말했을 뿐인데도 종북이라고 공격합니다. 적을 하나 만들어놓고 전부 다 거기로 집어넣는 이런 선동 정치에 더 이상 우리가 휩쓸려 가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서 전쟁의 피해가 얼마나 참혹한가에 대해 알리는 역할을 우리가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대중들의 다양한 발표 내용 중 중요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발표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모두 마친 후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원행자들은 1박2일 동안 각 부서 상반기 상업보고와 하반기 사업계획을 보고 받으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하나씩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김천에 사는 한 서원행자는 지금 사드 배치 반대 집회로 동네 사람들이 아우성이고, 집회에 동참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데, 개인적인 차원과 정토회 차원에서 사드 반대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내용이 많아지다 보니 즉문즉설 시간이 예정보다 늦게 끝났습니다. 서원행자들은 서둘러 대청소를 마친 후 다시 대수련장에 모여 스님을 모시고 서원행자대회를 마무리하는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어제부터 갑자기 선선해진 날씨 이야기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시원한 곳에서 잘 지냈죠? 어제까지 한창 더울 때는 ‘이 폭염이 언제 끝나나’ 생각했습니다만, 더위가 꺾이려니까 하루만에 팍 꺾여버리잖아요. 기온이 서서히 떨어져서 오든, 안 떨어지고 유지되다가 한꺼번에 푹 떨어져서 오든, 결국 올 건 오고 맙니다. 세월은 못 속인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8월 하순이 되면 기운이 점점 서늘해지다가 지금에 이르기도 하지만, 폭염이 계속 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팍 떨어져서 평년 기온에 이르게 됩니다. 만약 늦가을인 11월에도 추워지지 않고 계속 따뜻하다면 연말이나 연초에 가서 한꺼번에 기온이 팍 떨어져서 결국은 평년의 기온을 유지하게 되고, 내년 3월이 되어도 따뜻해지지 않고 계속 추웠다면 4월이 되어 어느날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게 됩니다. 이것이 세상의 원리입니다. 

 


 

그것처럼 지금은 남북 관계도 전혀 안 풀리고, 한국 사회의 어려움도 여러 가지가 누적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노력을 해도 아무런 변화가 안 일어나고,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거꾸로 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들인 노력은 헛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어느 순간 발현될 때는 그동안 누적되어 있던 것이 한꺼번에 팍 일어나버립니다. 이 때 인연과보를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난 줄로 알지만, 인연과보를 모르는 사람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없다’라고 하면서 헛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면 ‘기적이 일어났다’라고 평가를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리가 한 모든 것은 인연의 과보다’라고 하셨습니다. 연료를 땐 만큼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지 에너지 법칙을 벗어나서 에너지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많은 노력을 해서 금방 성과가 나면 좋겠지만, 성과가 금방 일어나고 말고에 상관없이 우리의 열의는 아무런 차이가 없이 그대로 가야 합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 모아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적어도 무언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봅시다. 정말로 통일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서 입가에 미소를 띨 수 있는 그런 희망을 만들어 봅시다. 꽉 막힌 남북관계와 미·중의 갈등 속에서 우리가 숨통이라도 좀 틀 수 있는 그런 희망의 싹을 만듭시다. 답답한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재래시장에서 평생 일하던 노인들은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점점 살림이 어려워져가고 있습니다. 권리금도 다 잃어버리고, 가게를 문 닫자니 할 일은 없고, 가게 문을 열고 있자니 적자가 나고, 이런 답답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큰 돈을 벌게 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도 그저 작은 희망이라도 갖고 하루하루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살 수 있는 그런 희망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한편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마음공부를 해서 입가에 미소를 띠도록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놓여진 세상을 조금 더 변화시켜서 이런 사람들이 좀 더 두려움 없이 안전함 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한 번 만들어 봅시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해지는 그런 희망의 삶을 살려고 하느냐, 나 하나 일신의 안일함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려고 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서원행자들은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해지는 해탈과 열반의 삶을 살고자 원을 세웠지 않았습니까. 이런 원을 놓치지 말고 꾸준히 간직하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모둠토론과 발표를 통해 서원행자들의 높은 열의를 함께 보지 않았습니까. 이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적재적소에 필요합니다. 독립운동을 할 때 앞장서서 전투를 해나가야 했던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해나가야 했고, 후방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물자를 모으고 식량과 의복을 공급해야 했듯이, 역할에는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살리면서도 전체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흔쾌히 담당하고,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일심동체가 되어서 우리가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갑시다.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이 땅에 실현해서 국민들을 좀 더 행복하게 합시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하고, 분단된 조국을 통일해서 100년의 한을 풉시다. 그래서 새로운 100년의 희망을 만듭시다. 

 

이렇게 개인적인 과제와 사회환경적인 과제를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로 ‘상구보리 하화중생’입니다. 이것이 ‘자리이타’입니다. 이것이 ‘일과 수행의 통일’입니다. 이런 서원을 세운 사람이 바로 정토행자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세운 서원을 다시 한번 굳건히 하셔서 일상에서 더욱더 활발히 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은 아주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도적적으로 살도록 가르치신 분이지만 결코 쫀쫀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부처님의 제자가 된 사람 중에는 ‘앙굴리말라’라고 하는 99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출가해서 아라한과를 증득한 수행자가 되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변화된 그를 이해해주지 못했습니다. 어떤 집에 밥을 얻어 먹으러 갔더니 한 여성이 앙굴리말라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기절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앙굴리말라는 다시 부처님께 찾아가서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앙굴리말라여, 다시 그 집으로 가서 내가 태어난 이래로 살생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해라’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요.’

‘너는 출가한 이래로 한 생명도 죽인 적이 없다.’ 

 

즉 과거를 묻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는 새 사람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불법은 때로는 엄격하지만 때로는 열려 있습니다. 사람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계율을 지키고 엄격한 수행을 하는 것이지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정토회에서 여러 가지 실천 활동을 하면서 힘들다고 하는데, 제가 여러분들을 괴롭히려고 이러는 것은 아니에요. (모두 웃음)

 


 

이 힘든 과정을 넘어가면 ‘보람’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쁨이 있기 때문에 이 장애물을 한번 넘어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장애물을 넘어야 하니 자꾸 인상을 쓰게 되긴 합니다. 그래서 바깥 사람들이 보기에 별로 희망을 못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다들 수행을 하셔서 앞으로는 주위에서 뭐라고 하면 ‘내 얼굴을 한번 봐라’ 이렇게 얘기하면서 웃을 수 있어야 해요.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봐라’ 이렇게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수행정진을 했으면 합니다. 

 

항상 어떤 일을 하든 정진이 바탕이 되어야 세상의 비난과 비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비난과 비판은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이 때 중요한 것은 내가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의 반대, 아내의 반대, 직장의 반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저항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내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흔들려 버립니다. 첫째, 흔들리지 않는 당당함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오히려 그들을 교화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교화는 말로 이겨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음으로 해서, 꾸준히 지속하는 힘을 보여줌으로 해서, 언젠가는 오히려 그들이 설복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너무 단기간의 목표를 세우지 마세요. 우리는 언제든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넘어졌을 때 넘어진 줄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넘어진 줄을 알아차려야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되돌아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수행자이지 되돌아올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제법이 공한 줄 알면 경계에 부딪힐 때 알아차려야 하고, 놓치더라도 다음 단계에서라도 알아차려야 합니다. 

 

방금 3분 스피치를 하면서 어떤 분이 실패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연습하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는 지금 연습하는 중이에요. SNS 활동하는 것도 연습하는 중이고, 대의원 회의하는 것도 연습하는 중이고, 통일 한국을 만들기 위한 활동도 지금 연습하는 중이에요. 이렇게 연습하는 자세로 꾸준히 해나갑시다. 

 


 

언제나 우리의 지표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삶입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우리는 부처님의 삶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 기준을 잊지 않고 간직할 때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행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법문 속에서 다시 수행자가 가야할 길을 되짚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원행자들은 감로의 법문을 설해준 스님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하반기 사업계획안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행정처 집행부, 지난 1박2일 동안 열띤 토론과 고심을 거듭하며 수고가 많았던 대의원들의 노고를 각각 언급하며 서원행자들에게 큰 박수를 부탁했습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서원행자대회를 모두 마친 대중들은 현수막을 앞에 두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서원행자대회를 통해서 뜨겁게 느꼈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서 “가자! 통일로!”라고 힘차게 외치며 활짝 웃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수련원에서 따끈한 절편을 나눠주었습니다. 길쭉한 절편을 한 입 베어물고 대중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련원을 내려갔습니다. 

 


 

대중들이 모두 집으로 떠난 후 저녁부터는 결사행자회의가 열렸습니다. 결사행자회의는 밤10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결사행자들과 함께 포살과 자자 법회를 한 후 오후 2시부터 행자대학원 9기 졸업식이 대웅전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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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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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이상

소파 규정에 따라 미군은 방위무기를 들여온 권리가 이미 있습니다. 그 말은 규정이 바뀌기전에는 남한은 그걸 막을 권리가 없다는 겁니다. 괜히 모양새 갖추기위해 이 정권이 국익을 위해 들여 온다하지만, 남한이 설사 원치 않더라도 현재로서는 못들어 오게 막을 아무 권한이 없는 겁니다.

2016-10-01 18:15:15

이은복

건국절은 나라없이 이국 땅에 임시정부 차린것을 깃점으로건국이라 할수 없고 헌법이 선포되고 삼권이 구성되어 세계만방에 선포한 날이 건국이 맞다고본다.. 이러한 건국이 있기까지 임시정부로 부터 독립을위해 수고했던 모든분들의 역시를 토대로 삼아야합니다. 과거를 들어서 현제를 인정하지 않는 주장과 현제의 건국에 동참했다고 역사의 실제를 무시하는 양변 논리와 주장이 멈추지 않는 한 어리석은 비런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연합시키지 못하고 분리시키는 가르침이 있는한 따르는 이들은 양분될수 밖에없다. 이런식 논리는 북한처럼 한쪽이 없어져야 된다는 결과를 만든다.

2016-09-22 19:08:59

꼬꼬닭

다행히도 여기 게시판은 아직 국정 댓글 알바들이 진입을 안한듯 ㅎ 곧 오것지요 딴나라 감시하라고 돈줬더니 자국민 태러나하는 잡것들

2016-09-05 18: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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