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9.17 해외 즉문즉설 강연(13) 시카고(Chicago)
“편찮으신 어머니를 곁에서 돌보지 못해 죄책감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시카고(Chicago)에서 해외 즉문즉설 13번째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오하이오주 데이톤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한 스님은 시카고까지 6시간을 차로 이동한 후 오후 4시에 시카고 성 정하상 성당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어제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강연을 마친 후 데이톤에 위치한 콜럼버스정토회 하일숙 대표님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문 스님은 새벽 6시에 시카고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출발하기 전 하일숙님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콜럼버스정토회 하일숙 대표님 부부

 

오하이오주 데이톤에서 시카고까지는 355마일(571km)에 이르는 먼 거리입니다. 그동안 주로 비행기로 이동했기 때문에 북미대륙의 광활한 벌판을 구경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끝도 없이 펼쳐진 벌판 사이를 6시간 동안이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일숙 대표님과 함께 운전 봉사를 해준 김세희님은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분인데,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허핑턴포스트에 스님의 법문을 영어로 번역해서 올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보기에 스님의 법문이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주로 무엇인지?‘, ’외국인들에게도 즉문즉설이 도움이 되는 것 같은지?’ 등 다양한 주제로 세희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오전 11시 무렵(시차가 –1시간) 높은 빌딩들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시카고의 다운타운에 도착했습니다. 도시 옆으로는 거대한 호수 미시간호가 있고, 호수 위로 고층 빌딩들이 우뚝 솟은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 호숫가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다운타운

 

강연 시작 전까지 여유가 생겨 호수가에 내려 1시간 가량 산책을 했습니다. 호수가 얼마나 큰지 마치 바다 같았습니다. 스님은 지도를 보여주며 “이 호수의 물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지나 대서양으로 흘러간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해외 즉문즉설 강연도 중반부에 접어 들었는데요. 스님은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미시간 호수가에서 SNS 구독자들을 위하 짧은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영상 보기] "시카고에 도착했습니다."


 

시카고 즉문즉설 강연은 오후 4시부터 성 정하상 성당에서 열렸습니다. 성당에 도착하자 신부님 이하 수녀님, 사목회 부회장님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 성 정하상 성당

 

강연 시작 전 대기실에서 신부님, 수녀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내비치자 이에 대해 스님도 한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북한의 두만강 유역에는 홍수 피해가 심각하다고 해요. 두만강변에 사는 조선족들에게 물어보니까 태어나고 나서 이렇게 큰 비는 처음이라고까지 얘기하더라고요. 중국 쪽에서도 다리까지 물이 차서 둑을 더 높이 쌓으려고 막 하던 찰나였는데, 갑자기 물이 싹 빠졌다고 해요. 왜 그런가 보니 북한 쪽에서 둑이 터져버려서 그쪽으로 물이 다 넘어가버린 겁니다.”

 

“북한은 홍수 때문에 난리이고, 남한은 지진 때문에 난리이네요. 아이고, 정말 걱정입니다.”

 

“저도 엊그제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강연을 할 때 한반도의 4가지 이슈에 대해 설명했어요. 북한은 홍수 때문에 난리인데 그 와중에 핵실험을 했고, 남한은 사드 배치 때문에 난리인데 그 와중에 지진까지 났고요. 이번 지진은 그냥 지진이 아니고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된 지역에서 일어나서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게 북한의 핵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특히 경주 지역은 형산강 지구대라고 해서 원래 지층이 불안정한 곳인데, 여기에는 핵폐기물 매립장도 건설되고 있어요.”

 

“나라가 안팎으로 많이 어지러운데, 아무튼 오늘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강연 시작 시간이 되었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성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 자리를 가득 메운 500여 명의 청중들이 큰 함성과 박수갈채로 환영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서 그런지 성당 안에는 시작부터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10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불치병을 앓고 있는데 해외에 나와 있어 돌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힘들다는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크리스천입니다. 어머니의 뒷바라지로 미국에 유학 와서 결혼하여 산지 20년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3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데 곁에서 돌보지 못해 마음이 아픕니다. 남편과 중학생, 고등학생 두 아들을 돌봐야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죄책감이 듭니다.” 

 

“딸로서 편찮으신 어머니를 곁에서 돌봐드리지 못해 불편한 마음은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현실적으로 살펴봅시다. 질문자가 한국에 가서 어머님을 돌봐드리면 어머님 건강이 나아질 것 같으세요?”

 

“그런 건 아니지만 어머님이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하실 것 같아요.”  

 

“그러면 미국의 두 아이와 남편은 어떻게 하나요?”

 

“작년에 한국에서 한 달 동안 어머님 간병을 했어요. 남편과 가족들은 이해를 해 주었지만 저는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되었습니다.”

 

“인생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야 하는데 질문자는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네요. 그것은 인생을 사는 관점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선, 악이라고 불리는 일이 있습니다. 이 선악의 기준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문화마다 다릅니다. 딱 하나의 기준을 잡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민족과 문화와 종교와 시대를 아울러서 보편적인 기준을 알아보려면 자연 생태계를 살펴보면 됩니다. 

 


 

예를 들면, 벌이 꿀을 얻기 위해 이 꽃 저 꽃에 앉았는데 꽃의 수정을 도와주게 됩니다. 벌이 스스로 ‘선의지’를 발휘해서 꽃의 수정을 도운 건 아닙니다. 반면에 벌이 호박꽃에 알을 낳아서 호박을 못 먹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러면 벌의 행동은 악행일까요? 아닙니다. 자연 생태계의 일상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닙니다. 

 

그것처럼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은 ‘선행’이 아닙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모든 자연 생태계는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본능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는 것은 ‘악행’입니다. 동물들도 제 자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악행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에 생태계에서는 늙은 코끼리가 병이 들었다고 젖 먹여 키운 새끼 코끼리가 어미를 돌보는 일은 없습니다. 늙은 쥐가 죽어간다고 새끼 쥐가 와서 돌보는 경우도 없습니다. 생태계에서는 자기 생명은 자기가 책임지는 개체 보존의 본능인 것입니다. 

 


 

그러니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은 ‘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에게서는 그런 행동이 없습니다. 선은 ‘권장사항’입니다. 그렇지만 ‘선’을 행하지 않았다고 ‘악’은 아닙니다. 자식이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이 나쁜 행동은 아니란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은 것은 ‘악’입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자연 생태계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부모는 자식을 언제까지 돌봐야할까요? 모든 생명은 그 생명이 자립 할 때까지 돌봅니다. 닭을 예로 들면 병아리에게 사람이 가까이 가면 어미 닭이 병아리를 품에 안고 사람에게 덤비지만, 병아리가 어느 정도 커서 날개에 검은 털이 나고 모이를 스스로 쪼아 먹을 때면 사람이 병아리 새끼를 잡아도 어미는 상관 안합니다. 이렇게 각자 생명은 각자가 책임지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은 언제까지 어미가 돌봐야 할까요? 자연의 흐름으로 보면 12살입니다. 12살이 되면 아이는 자기 생명을 자기가 보호할 수 있으니 어미가 보호할 필요는 없습니다. 농경 사회에서는 15살입니다. 오늘날 산업사회에서는 학습기간이 길어져서 육체적으로는 15살이면 성인이 되는데 사회적으로는 18살입니다. 한국 나이로는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 20살 정도입니다.  

 


 

여기서 질문자는 질문자의 역할을 혼동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원인이 있어요. 질문자의 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하면 좋은 일이지만 안 해도 되는 일인 반면, 질문자의 자녀를 돌보는 일은 안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지금 그것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는 아이의 엄마인데 아직도 엄마의 딸로 머물러 있으면서 자신의 위치가 바뀐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직도 유아적 사고에 갇혀 있는 겁니다. 그런 질문자를 어머니가 볼 때에는 좋아할지 몰라도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는 적절치 않은 겁니다.  

 

질문자가 우선해야 할 일은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책임져야 할 일을 한 이후에 여유를 내서 부모를 돌보는 것입니다. 우선해야 할 일을 버려둔 채, 부모를 먼저 돌보는 것은 유교적으로 옳을지는 몰라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에요. 막상 부모한테 가더라도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겠지만, 지금 남편과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에 비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우선 가정을 잘 꾸려가면서 틈나는 대로 어머님을 찾아보든지, 간병인을 고용하여 어머니를 돌보게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본분을 다 한 후에 나머지 할 수 있는 일을 더 하는 것은 좋지만, 본분을 다하지 못한 채 다른 일을 하려면 이혼을 하고 해야지요.”(모두 웃음)

 


 

“그동안 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있을 곳은 여기다'라고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낮에는 괜찮은데 밤이 되면 걱정됩니다.” 

 

“저도 가끔 밤에 ‘별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걱정할 때가 있어요.(모두 웃음) 북한에서 원자폭탄이 날아오지나 않을까 걱정할 때도 있고, 지진이 나서 고리원전이 터질까 걱정할 때도 있어요.” 

 

“계속 근심 걱정이 드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안 해야지요. 쓸데없는 걱정인 줄 아는 데도 자꾸 하는 것은 정신질환에 속합니다.(모두 웃음) 그러면 정신치료를 받아야 해요. 그 걱정이 필요하고 유용한 것이 아닌데도 반복해서 한다면 마약중독에 빠진 것과 같아요. 마약 중독자가 마약이 몸에 나쁜 줄 알지만 끊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지 못하고, 담배가 몸에 나쁜 줄 알지만 끊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신 차려야 해요. 그런 엄마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있겠어요?

 


 

질문자가 하는 걱정이 나쁜 것은 아닌데 자신의 본분에 맞지 않는 일을 먼저 하고 있잖아요. 내가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빚을 내서 교회에 헌금한다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훌륭하다 할 지 모르지만 질문자의 상황과 역할에 맞다 할 수는 없어요. 자신이 노력해서 할 수 있는 바를 최대한 하는 것은 좋지만 도를 넘어서는 것은 적절하지 못해요. 걱정이라는 것은 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살면서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하거나, 걱정하는 시간에 직장을 다녀서 돈을 벌어 간병인이 부모를 돌보게 하거나,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게 하거나,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북한에 홍수 피해가 났을 때, 단 10달러라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홍수가 나서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걱정하면서 밤새 울면, 베개나 젖어서 빨래거리만 만들지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이 안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비생산적인 정신작용이에요. 

 

우리가 지금 괴로워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게 많아요. 그런 부정적인 정신 작용 때문에 손해를 보고 살게 됩니다. 사람의 정신작용이 고도화되면서 다른 동물보다 나아졌는데, 나아진 요소만 있는 게 아니라 훨씬 나빠진 것도 있어요. 이러한 높은 정신작용이 선행으로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악행으로 나아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도 지금 자신의 정신작용을 자기를 괴롭히는 데에 쓰고 있는 거예요. 부모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부모를 핑계로 자기를 괴롭히는 데에 정신작용을 쓰고 있는 거예요. 괴로워하면서 눈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부모님이 좋아할까요? 결혼해서 아이들 잘 키우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부모님이 좋아할까요?"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자식이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이 부모에게는 가장 큰 효도예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근심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을 했지만,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서는 다소 편안한 표정을 보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청중들 중에는 연세가 지긋한 노인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노인분들이 조금 섭섭해할 것을 염려하며 한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오늘은 어르신들께서도 많이 참석하셨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좀 섭섭하셨습니까?(웃음) 자식이 나에게 잘 해주면 효자고, 자식이 나에게 잘못 해주면 불효인 게 아닙니다, 내가 내 자식을 ‘효자 만드는 방법’을 아셔야 합니다. 내 자식을 효자 만드는 방법은 내가 자식에게 아무런 기대를 안 하는 것입니다. 자식이 성년이 되어 독립했는데 계속해서 나에게 신경 쓰기를 바라는 것은 자식을 불효자로 만드는 거예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릴 때는 용돈 달라고 매달렸는데 이제 줄 일도 없고, 돈 얻으러 오지 않는 것만도 효자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성인이 돼서 나갔으면 ‘나에게 신경 쓰지 마라, 결혼했으면 너의 아이들과 네 남편에게 잘하고, 부모한테는 신경 쓰지 마라’ 이렇게 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늙은 엄마들은 제 옆에 있는 늙은 남자한테는 신경 안 쓰고, 날마다 젊은 남자에게만 신경을 씁니다.(청중 웃음) 젊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자기 옆에 있는 늙은 남자한테 먼저 신경을 써야지요. 젊은 남자 옆에는 젊은 여자가 있잖아요. 괜히 남의 남자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청중웃음) 

 


 

그러니 젊은 남자가 두 여자 사이에 끼어서 고생입니다. 늙은 여자한테는 은혜를 입어서 외면하지 못하고, 젊은 여자는 애가 있어서 외면하지 못 합니다. 남자들은 이럴 때 관점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은혜를 입었다 하더라도 결혼했으면 새로운 가정의 책임자로 딱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아내와 엄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가장 우선은 아내나 남편이고, 그 다음이 부모입니다. 삶의 원리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까 고뇌가 되는 겁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스님의 답변에 박수로 화답하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외에도 아홉 명과의 즉문즉설이 이어졌습니다. 각각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어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계속 됐습니다. 한참 강연에 몰입하고 있을 무렵 어느덧 약속한 2시간 30분이 다 지나갔습니다. 

 

마지막 질문 내용 중에 기독교 신앙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스님은 경험적이고 실천적인 신앙을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믿음이란 노력하고 애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하다보면 믿음이 저절로 생기는 거예요. ‘믿어야지’ 하는 것은 의지입니다. 믿음은 무의식이고 마음이에요. 생각으로 믿는 것이 아니에요. 믿으려고 노력하면 신앙이 흔들리게 되지요. 

 

예수님이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마음을 내셨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나를 모함해서 내가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되는 상황이라고 칩시다. 아무리 내가 수행했다 할지라도 내가 죽임을 당할 정도가 되었다고 하면 원망이 생기겠지요? 나를 죽이는 놈들을 십자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주여, 딴 놈은 몰라도 저 두 놈은 지옥에 확 떨어뜨려주세요’라고 하지 않겠어요? 이런 마음을 먹는 게 정상이겠지요. 내가 아무리 점잖게 행동하려고 해도 상황에 부딪히면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라고 해도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니, 이 인간이!’ 이렇게 됩니다. 순식간에 사랑이 없어져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어떠하셨나요? 자신을 사형시킨 그들을 내려다보며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어야 신이 아니라 그 분이 곧 신인 겁니다. 그 분이 곧 하나님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사는 게 힘들고 잘 안 될지라도 크리스천이라면 노력은 해봐야겠지요.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도 용서했는데, 우리는 용서까지는 힘들어도 ‘아이고, 그 인간’ 하면서 놓아줄 수는 있어야 크리스천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요게?’ 이러면 신앙이 없는 게 되는 겁니다. (모두 웃음) 

 

그래서 제가 불자지만 예수님을 부처님이나 보살님처럼 존경하는 이유는 비록 믿음은 다를지 몰라도 제가 고문을 당해보니 용서하는 마음이 되기가 어렵더라고요. 억울한 순간이 되니까 내 손에 총이 있었으면 다 죽이고 싶었거든요. 손가락이 총이 아니기에 살인을 하지 않았지요. 제가 어릴 때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을 읽어도 무슨 소리인 줄 몰랐는데 고문당할 때 그런 자신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그러니 십자가를 보면서 기독교인은 십자가 정신으로 돌아가고, 불교도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두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뒤를 돌아보면 그래도 몇 걸음 걸은 셈이 되겠지요? 이 얼마나 굉장한 일입니까. 종교라는 울타리, 불교라는 용어, 기독교라는 입장에 구애받지 않고 성인이 걸어갔던 길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어 우리도 행복이라는 혜택을 보자는 거예요. 신부님이나 목사님이나 스님만 혜택을 보지 말고, 우리 모두가 그 혜택을 보자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좀 더 경험적이고, 좀 더 실천적인 관점에서 신앙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믿음이란 남에게 큰 소리를 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진리에 근접하다 보면 믿음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요. 저절로 생긴 믿음이야말로 가장 굳건한 믿음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이렇게 성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신부님과 성당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큰 박수)

 


 

긴 시간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청중들은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불교가 아닌 분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마지막에 신앙에 대해 이야기해 준 부분이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이어서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참석 인원이 많다 보니 사인회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이름도 써주세요”라고 스님에게 부탁을 했는데, 스님은 “내 이름은 내가 써주니까 당신 이름은 당신이 써야지”라고 재치있게 답변해서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오늘 강연을 준비한 시카고 정토열린법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시카고 정토열린법회는 작년 8월부터 스님의 영상 강연을 들으며 마음공부를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전화 224-388-9302, 이메일 jungto.chicago@gmail.com) 

 

격주마다 토요일 10시에 Arilngton Heights 도서관 2층 미팅룸에서 모임을 갖는데, 오늘 강연에 참석한 분들에게 “다음 모임은 9월24일 토요일 10시”라고 하면서 홍보에 한창이었습니다. 

 


▲ 시카고 정토열린법회 회원들 

 

시카고 정토열린법회는 회원이 아직 3명인 신생법회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카고 강연은 북미 중부지구 지구장인 하일숙님과 자원활동팀장인 미네소타 정토열린법회 김세희님이 지원하여 시카고 정토열린법회 담당자인 이호윤님과 2명의 회원, 그리고 일리노이 샴페인의 이동우님, 미네소타 오종윤님, 인디애나 권효석님 등 중부 지구의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합심하여 준비했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중부 지구 회원들 모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샴페인 이동우님, 콜럼버스 하일숙님, 시카고 이호윤님, 미네소타 김세희님

 

내일은 달라스(Dallas)에서 해외 즉문즉설 14번째 강연이 열립니다. 새벽 5시 40분에 숙소를 나와 시카고 공항으로 이동한 후 8시 15분에 시카고 공항을 출발해 10시 20분에 달라스 공항에 도착합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오후 4시에 강연이 있을 예정이고요. 강연 장소는 수라 대연회장입니다.

 

※ 미국 JTS를 통한 두만강변 홍수 피해 긴급 모금이 미국 JTS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동참을 바랍니다.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세요.

 


 

<북한 두만강 홍수 피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모금 참여 방법>

홈페이지 www.jtsamerica.org

이메일 jtsamerica.ngo@gmail.com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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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yu

먼곳까지 오셔서 좋은 말씀 지혜로운 말씀 잘들었습니다
모든일정 다 잘마치시고 한국으로 무사하고 건강하게 잘 도착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6-09-22 10:34:08

김희선

비효율적이고 부정적인 정신작용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현실을 직시하고 늘 깨어있겠습니다 소식 전해주셔서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6-09-22 09:18:24

^^^^

스님 많이 야위셨네요 우리엄마처럼 ㅜ진짜 송편도 못드셨겠네요..ㅜ스님말씀 번역하시는 김세희님 기사는 읽어서,사진뵈니 알 것도 같아요..참 대단하신 분이네요^^부모 자식간의 냉철하신 스님 말씀은 ,무슨 뜻인지 두고 두고 새겨보겠습니다..

2016-09-21 23: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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