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9.24. 해외 즉문즉설 강연(20) 시애틀(Seattle)
“아이가 게임에 중독되어서 자기 스스로 생활을 못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북미 서북부 지역과 미국 워싱턴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해안 항구 도시인 시애틀(Seattle)에서 2016년 해외 즉문즉설 20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강연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정토회 회원인 김영희님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문 스님은 새벽 5시에 숙소를 나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숙소를 나오기 전 잠잘 곳을 마련해 준 김영희님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샌프란시스코 김영희님의 집

 

공항으로 가는 도로에서는 새벽녘에 교통사고가 나서 길이 많이 막혔습니다. 20분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려 겨우 공항에 도착했는데, 자칫하면 비행기를 놓칠 뻔 했습니다. 다행히 숙소에서 일찍 나온 덕분에 무사히 탑승 수속을 마쳤습니다. 

 


▲ 새벽녘 고속도로에 교통사고가 난 모습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지난 3일 동안 LA,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등 북미 서남부 지역 강연 일정 내내 스님의 식사, 숙소, 운전을 뒷바라지 해 준 김명례 지구장님, 이경택님, 배염님 세분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의 강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습니다. 스님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내년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 (왼쪽부터) 이경택님, 배염님, 김명례님

 

6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산호세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을 비행하여 8시 30분에 시애틀 타코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위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IT 기업들의 본사가 들어서 있는 실리콘 밸리의 중심지가 훤히 내려다 보였습니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실리콘밸리

 

시애틀 공항에 도착하자 북미 서북부 신수지 지구장님, 시애틀정토회 주상휴 총무님 등 여러 분들이 마중을 나와 스님 일행을 반겼습니다. 

 


 

공항을 나와서는 만년설로 유명한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Mount Rainier National Park)을 들러서 강연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시간 여유가 좀 생긴 덕분입니다. 시애틀에서 남동쪽을 2시간을 이동해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하늘 위로 솟은 고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짙은 녹음을 선사했습니다. 달라스, 휴스턴, LA에서는 사막과 같은 건조한 모습을 주로 볼 수 있었는데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피크닉을 할 수 있는 지역에 잠시 내려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한 후 계속 해서 산을 올랐습니다. 

 


 

레이니어 산은 로키 산맥과 평행선을 이루며 남북으로 달리는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고도가 4392m에 이르며,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빙하를 가지고 있어 365일 녹지 않는 만년설로 유명한 곳입니다. 

 


▲ 레이니어 산(Mt. Rainier). 해발 4392m

 

오후가 되면서 갑자기 날씨가 맑아지더니 만년설을 이고 우뚝 솓아있는 봉우리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만년설이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잠시 내려 주위 경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SNS 구독자들을 위한 인사 말씀을 남겼습니다. 

 

[영상 보기] “시애틀에 도착했습니다.”


 

레이니어 산을 내려와서는 시애틀 도심에 위치한 시애틀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시애틀정토법당은 법당, 사무공간, 공양간, 숙소 뿐만 아니라 마당도 갖고 있어서 해외에서는 아주 드물게 아늑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법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 시애틀정토법당

 

오늘 강연은 Maple Valley에 있는 Carco theatre에서 열렸습니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주황색 어깨 띠를 한 여러 명의 봉사자들이 청중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 강연장. Carco theatre

 

오후 5시가 되자 강연장은 300여 명의 청중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소개 영상에 이어 스님이 무대 위에 오르자 먼 길을 달려 온 스님에게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아들이 게임에 중독된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는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한 여성 분은 스님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포틀랜드에서 3시간 30분 동안 차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질문을 하기에 앞서 다음에는 포틀랜드에도 꼭 강연을 하러 와달라고 간청을 한 후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15살 딸, 13살 아들이 있어요. 딸은 뭐든지 알아서 하는데 둘째는 오직 비디오 게임만 알아서 할 뿐입니다. 많이 속상합니다. 어떻게 하면 비디오 게임을 덜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자, 그럼 제가 하나 물어볼게요. 그 아이를 누가 낳았어요?”

 

“제가 낳았죠.”

 


 

“누가 키웠어요?”

 

“제가 키웠죠.”

 

“그럼 누구 닮았게요?”

 

“저를 닮았겠죠.”(청중 웃음)

 


 

“그러면 아이 어릴 때 엄마가 다 해줬겠지요. 이불 개고 다 해줬으니까 애가 할 줄 모르겠지요.” 

 

“예. 그 점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가 계속 한국말만 해 놓고, 어느 날 아이에게 ‘영어 해. 왜 영어를 안 하니?’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한국말은 할 줄 알아요?”

 

“잘 못합니다.”

 

“아이가 영어를 하려면 엄마가 계속 영어를 해야 하고, 아이가 한국말을 하려면 엄마가 계속 한국말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말은 엄마가 집에서 한국말을 안 쓴다는 얘기입니다. 아이가 한국 출신인데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면, 장래에 도움이 될까요? 

 

학교에 가면 여러 출신들이 있으니까 친구들이 물을 수 있잖아요. 독일계다, 아일랜드계다, 프랑스계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그 나라에 대해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 나라에 대해서 알면 괜찮은데, 아무것도 모른다면 어떻겠어요? 경주 출신이라는데 경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모르는 건 괜찮지만 그 사람을 무시합니다. 얼굴이 동양계처럼 생겼으니까 당연히 물어보겠죠. ‘너 어디 계니?’, ‘한국계다’, ‘그럼 한국말 할 줄 아니?’, ‘몰라’, ‘그럼 요즘 지진이 났다는데 어떠니?’ 하고 물어봐도 모른다면 약간 무시하게 됩니다.   

 

그런 것처럼 이 아이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니까 미국에 대해서 잘 알아야 되고,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지요. 그러려면 첫째, 말을 할 수 있어야겠죠. 질문자가 법륜스님 법문 듣고 좋다면, 나중에 그 아이가 법륜스님 법문을 들을 수도 있을 텐데 한국말을 알아야 되겠지요. 그 아이가 한국말을 알아서 제 법문을 듣는 게 쉬울까요? 제가 영어를 배워서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쉽겠어요?

 

 

이 하나만 봐도 엄마가 중심을 못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밖에서는 영어를 하더라도 집에서는 한국말을 하라고 딱 중심을 잡아줘야 집에서 한국말을 씁니다. 

 

그것처럼 질문자가 어릴 때부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처음엔 같이 해야겠지요. 엄마가 이불 개면 아이는 베개 정리하고, 엄마가 그릇 들고 오면 아이는 숟가락이라도 들고 오고, 아이의 힘에 맞게 같이 해야 합니다. 같이 하다보면 익숙해지니까 할 수 있겠지요. 아무리 어리고 귀여워도 ‘밥 먹은 그릇은 네가 치워라’, ‘일어나면 이불은 네가 개라’. ‘방청소는 네가 해라’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그런 과정을 안 거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놓고 아이한테 안 한다고 나무라면 어떡합니까.” 

 

“그래도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과보를 받아야죠. 계속 죽을 때까지 해주든지, 아니면 지금부터 가만히 놓아두든지요.” 

 


 

“딸이나 아들이나 똑같이 키웠는데 왜 딸만 알아서 하고 아들은 그렇지 않은 거죠?”

 

“이불을 갤 줄 안다, 모른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게 아니잖아요. 얼굴 생긴 것, 이런 게 생물학적인 거죠. 한국말을 한다, 이불을 갤 줄 모른다, 이런 것은 생물학적인 게 아니에요. 그건 본받아서 익히는 학습능력입니다.  

 

질문자가 큰 아이 키울 때는 어떻게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고, 작은 아이는 어리고 귀엽다고 거의 다 해줬을지 모르지요. 질문자는 똑같이 했다고 하지만, 똑같이 했으면 똑같은 결과가 나올 텐데 다른 결과가 나왔잖아요. 엄마가 집에 오면 똑같이 한국말만 쓰게 했는데 큰애는 한국말 잘하고 작은 애는 한국말 못한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큰애 키울 때는 한국말을 많이 썼고, 작은애 키울 때는 한국말을 적게 쓰고 영어를 많이 써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습관이 들어버렸어요. 방법은 두 가지예요. 그대로 내버려 두든지, 엄마가 대신 해주든지. 원인 제공자는 ‘나’이니까 스스로 하라고 계속 얘기하지 말고 본인이 해주든지, 안 그러면 그것 때문에 아이와 싸우지 말고 지금부터는 네 나이가 얼마니까 이건 네가 해야 하는 것이고 엄마는 더 이상 해줄 수 없다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안 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아이한테 야단치고 본인이 해주고, 야단치고 또 해주니까, 지금까지 아이는 그냥 야단만 맞으면 되었겠죠. 어차피 엄마가 할 거니까요. 그러면 안 고쳐져요.” 

 

“저만 속이 상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만 손해지요. 아이가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이한테 이야기를 하고 다음부터는 일절 관여를 안 해야죠.”

 

“아이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면 해결이 될까요?”

 

“해결책이라는 건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해결책이잖아요.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안 될 수도 있지요. 나 자신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애가 어떻게 내 마음대로 되겠어요. 내버려두면 계속 지저분하겠죠. 그런데 질문자가 지저분하든지 말든지 일절 관여 안 하면 아들은 어떤 식으로든 살 겁니다. 질문자가 신경을 끄면 돼요. 그런데 질문자 성질이 그렇게 못하잖아요.”

 

“아무래도 눈에 보이니까요.”

 

“가서 치워주고, 또 가서 청소 해 주고 그러겠죠, 뭐. 안 봐도 뻔히 알아요.(청중 웃음) 

 


 

첫 번째는 내가 편하도록 하는 방법이에요. 남의 일도 도와주는데 아이가 어떻게 되든 지저분하면 이불도 개주고, 빨래도 해주고, 방청소도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어져요. 

 

두 번째, 아이가 그렇게 계속 하도록 놔두는 건 옳지 않다 싶으면 아이하고 이야기하고 나서 다음부터 일절 상관을 않는 겁니다. 미워서 안 해주는 게 아니라, 너의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거죠. 네가 청소 안 해서 방이 지저분한 것은 네가 받는 과보니까 그걸 나무라면 안 되지요. 그건 아이 인생이니까요. 그러니까 방문을 아예 열어보지 않는 게 나아요.(청중 웃음) 왜냐하면 질문자는 방문을 열어 보면 성질내거나 치우거나 하니까요. 아예 관여를 안 하는 겁니다. 

 


 

‘관여를 안 하면 아들이 게임을 안 하게 되겠지’ 이런 식의 생각은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제가 보니 그렇게 할 수준이 안 되겠는데요. 그냥 청소 해 주는 것이 낫겠어요. 성질내고 잔소리하고 해주는 것보다 아무 말 안 하고 해주는 게 낫지 않겠어요?”(청중 웃음)

 

“아니에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본인을 돌아봐야 한다고 계속 쿡쿡 찔렀습니다. 질문자는 정신이 번쩍 차려졌는지, 마지막에는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보내주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질문한 여성분에게 다가가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얘기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아들에게 ‘내가 그렇게 키워서 미안하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들이 자기 멋대로 하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 괴로워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 지금 이대로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늘 아들이 잘못한다고 생각하고 ‘너 왜 이렇게 해?’ 야단만 쳤는데, 모든 잘못의 근본은 저한테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좀 홀가분해요. 아들은 저를 닮은 거잖아요.(웃음) 오늘 3시간 30분 걸려서 강연장에 왔는데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질문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이 외에도 7명이 더 질문을 했습니다. 특히 세 번째 질문자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보며 경색된 남북 관계가 과연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질문했고, 스님은 이에 대해 약 1시간 동안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벌써 3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자꾸 생겨서 힘들다는 질문을 했는데요. 스님은 마지막 질문에 답변하면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질 때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지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나는 내 주장을 하고 상대는 상대 주장을 하니까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는 나도 고집하고 상대도 고집하고 서로 자기 의견을 고집하니까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이 때 내 고집을 철회할 수 없으면 갈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하고, 갈등이 싫으면 내 생각을 내려놔야 해요. 

 


 

그걸 힘들어한다는 것은 그 원리를 알아서 접근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내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괴롭다, 그럼 나는 저 인간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이렇게 자꾸 접근하면 결국 무지(無知)로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지로 빠져드는 것이 점점 심해져서 정신적으로 약해지면 병원을 방문해서 의사 처방을 들어보는 것이 좋아요. 의사가 ‘그 정도는 사람들 다 겪는 정도입니다.’ 하면 그 때는 수행을 해야 하고, 의사가 ‘치료가 좀 필요합니다.’라고 이야기 하면 먼저 치료를 받고, 그 다음에는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나하고 저 사람 생각이 다르구나. 저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런 훈련을 자꾸하면 훨씬 좋아집니다. 

 

제 법문을 듣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겁니다. 오늘 강연에서도 질문자들이 저와 대화해 보니까 ‘아, 그럴 수 있겠구나’, ‘남편이 그럴 수 있겠구나’, ‘아내도 그럴 수 있겠구나’, ‘애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걸 넓혀서 사회문제로 생각해보면 ‘북한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 하게 되는 겁니다. 북한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분노가 생기는데 이해하면 분노는 안 생긴다는 겁니다. 분노가 안 생긴 상태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거냐, 이렇게 접근해나가야 합니다. 

 


 

산에 가보면 토끼도 괴롭지 않게 살아요. 다람쥐도 괴롭게는 살지 않아요. 다만 우리가 괴롭게 사는 게 문제에요. 괴롭게 산다면 짐승보다 사는 게 못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괴로움은 정신작용의 잘못됨으로 인해서 생기는 거예요. 육체 작용이 잘못되어서 몸에 병이 생기듯이 괴롭다는 것은 정신 작용이 잘못되어서 생기는 현상이에요. 육체가 아프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정신작용 자체가 괴롭도록 되어있는 게 아니에요. 육체가 아픈 사람은 의사가 육체의 작용 원리를 알아서 조절하면 병이 치유되듯이 괴롭다는 것은 우리들의 잘못된 정신작용, 즉 무지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걸 조금만 조정하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수가 있어요.   

 


 

제가 지금 64살인데 이렇게 나이 먹은 저도 행복하게 사는데 저보다 젊은 여러분들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혼자 사는 저도 행복한데 결혼해서 사는 여러분들이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여러분이 불행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직장 없는 사람이 볼 때는 직장 다니는 사람이 ‘힘들어 죽겠다’, ‘사장 성격이 이상하다’ 이런 불평을 해도 직장이 있는 것 자체가 부러울 겁니다. 학교에 못 다니고 있는 학생이 볼 때는 학교 다니는 학생이 ‘공부하기 힘들다’라고 불평을 해도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부러울 겁니다. 

 

여러분이 처한 현실은 괴로운 일도 아니고,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그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행복한 일이 되기도 하고, 불행한 일이 되기도 해요. 혼자 사는 것 자체는 행복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에요. 저는 혼자 살기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니라 혼자 사는 이 조건을 행복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행복한 거예요. 

 

자신에게 놓여진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하는 이것을 ‘긍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해야 인생이 행복해집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하면 불행하게 만들까 이런 궁리만 하는지 자꾸 부정적 사고를 해요. 미국에 와서 어떻다 저떻다 해도 미국 오지 못한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미국 간 것만 해도 혜택 받았다고 생각하겠지요. 유학생들이 여기 와서 힘들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유학 못 온 학생들은 미국에 유학 갔다는 것만으로도 혜택으로 보겠지요. 그런데 혜택 받은 사람들이 죽겠다고 그럽니다.(청중 웃음)

 


 

자기에게만 빠지면 모든 게 다 힘들고,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얼마든지 살만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강연을 시작한 지 3시간이 다 되었지만, 해외에서 마음고생이 심한 교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한 마디라도 더 들려주려는 스님의 애정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중들은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 준 스님에게 기립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이어서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의 사인을 기다렸습니다.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청중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한 어린 아이가 사인을 받으려고 하자 "3시간 동안 강의 듣느라 안 힘들었어? 엄마 따라 와서 괜히 고생했구나."라며 격려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 책 사인회

 

다음은 오늘 강연을 준비한 시애틀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대부분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사진 촬영 후 돌아서서 각각 불교대학 학생인지 경전반 학생인지 정회원인지 하나 하나 확인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악수도 해주었습니다. 

 


▲ 강연을 준비한 시애틀정토회 회원들

 

마지막으로 강연을 총괄한 시애틀정토회 주상휴 총무님과 실무를 담당한 남희숙님, 외부 안내를 총괄한 박현수님, 정토회 북미 서북부 지구장 신수지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왼쪽부터) 신수지님, 남희숙님, 주상휴님, 박현수님

 

스님은 지난 세계 100회 강연 이후 2년 만에 시애틀을 방문했습니다. 봉사자들 모두가 오랜만에 시애틀을 방문해 준 스님에게 너무나 감사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시애틀의 다운타운을 잠시 둘러본 후 시애틀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다운타운에서는 등대처럼 원반 모양의 비행 접시가 우뚝 솟아 있었는데요. 시애틀을 상징하는 ‘Space Needle’이라고 합니다. 

 


▲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이름처럼 끝부분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25개의 피뢰침으로 구성돼 있고, 특이한 모양 탓에 건설 당시에는 '외계인과 전파를 주고받기 위한 시설이 숨겨져 있다'는 음모론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시애틀의 야경을 잠시나마 둘러본 후 시애틀정토법당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에 법당에서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후 8시에 시애틀을 출발해 자동차로 캐나다 밴쿠버까지 이동합니다. 밴쿠버에서는 2016년 해외 즉문즉설 마지막 강연인 21번째 강연이 9월 26일 오후 7시에 크로아시안 센터(Croatian centre)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 미국 JTS를 통한 두만강변 홍수 피해 긴급 모금이 미국 JTS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동참을 바랍니다.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세요.

 


 

<북한 두만강 홍수 피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모금 참여 방법>

홈페이지 www.jtsamerica.org

이메일 jtsamerica.ngo@gmail.com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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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

어릴때부터 자발적인 생활을 하게 해보려 많이 궁리했는데도 쉽진 않더라구요~그래도 꾸준히, 분노없이 해보겠습니다~

2016-10-04 12:43:33

김성일

법륜스님 마인드가 곳 나의 마인드네요
법륜스님 화이팅 하세요!

2016-10-02 17:59:35

최종희

스님의 말씀은 제 삶의 힘이고 희망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2016-09-29 09: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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