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장수 죽림정사 삼일절 기념행사 및 대구 수성대학교 통일강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삼일운동의 정신을 살려야합니다

법륜 스님과 수행팀 일행은 광주 정토회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어제 저녁은 부안 강연이었고, 오늘 오전에는 삼일절 98주년 기념행사가 장수 죽림정사에서 있기 때문입니다.

새벽 4시 반이 되자, 신도님 한 분이 기도하러 오셨습니다. 신도님과 함께 예불과 천일결사기도를 하고 광주 정토회 총무님께서 어제 밤에 마련해 주고 가신 공양물로 아침 공양을 하였습니다.

7시 반, 한 시간 남짓 거리의 죽림정사로 출발하였습니다. 죽림정사에 도착하니 법복을 갖춰 입은 행자님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행사장인 교육관과 손님을 맞이하는 요사채, 경내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에 죽림정사도 활기차게 보였습니다.

스님은 먼저 불심 도문 큰스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요사채로 갔습니다. 먼저 도착한 유수 스님과 함께 불심 도문 큰스님께 삼배로 예를 올렸습니다. 스님이 불심 도문 큰스님께 오늘 행사에 자리해 주셔서 감사함을 전하자 불심 도문 큰스님께서는 백용성 스님이 작사하신 ‘온겨레의 노래’를 부르시며 기뻐하셨습니다. 스님은 ‘온겨레의 노래’ 가사 중 ‘북녘 송화 남녘 낙동’ 부분이 여느 노래에도 살려주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뿌리를 담은 부분이라 말하며 이 노래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새겼습니다. 또, 불심 도문 큰스님께

불심 도문 큰스님께 인사드리는 유수스님과 법륜 스님
▲ 불심 도문 큰스님께 인사드리는 유수스님과 법륜 스님

“내년 많은 법사들이 배출될 것이니 큰스님께서 법사 수계식의 증명 법사로 꼭 자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 삼일절을 포함한 죽림정사 4대 행사에는 꼭 오셔서 법문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며 요청하였습니다.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삼일절 기념 법어를 해주실 백양사 방장 학봉 지선 큰스님께서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스님은 입구에 나가서 방장스님을 맞이하였습니다. 덕담을 주고받으시는 동안 행사가 시작되어 서둘러 기념식이 열리는 교육관으로 갔습니다.

교육관에는 전국에서 모인 경전반 학생들과 내외빈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시작하여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들에 대한 묵념, 향 공양, 민족대표 33인께 꽃 공양, 삼일절 경과보고, 독립선언문 낭독, 만세삼창의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삼일절 노래와 온겨레의 노래를 합창 한 뒤에 법륜 스님의 환영사가 있었습니다.

애국가 제창
▲ 애국가 제창

향 공양을 올리는 불심 도문 큰스님
▲ 향 공양을 올리는 불심 도문 큰스님

천도교 대표 손병희, 기독교 장로회 대표 길선주, 기독교 감리회 대표 이필주, 불교계 대표 백용성 등 민족대표 33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에 꽃을 한 송이씩 올렸습니다.
▲ 천도교 대표 손병희, 기독교 장로회 대표 길선주, 기독교 감리회 대표 이필주, 불교계 대표 백용성 등 민족대표 33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에 꽃을 한 송이씩 올렸습니다.

당시의 학생 복장을 하고 독립 선언문을 낭독하는 청년 대표
▲ 당시의 학생 복장을 하고 독립 선언문을 낭독하는 청년 대표

독립 선언문을 마음에 새기며
▲ 독립 선언문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 모두 국민의 한 사람,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현명하게 권리 행사를 잘 해야 합니다.”환영사를 하고 있는 법륜 스님
▲ 우리 모두 국민의 한 사람,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현명하게 권리 행사를 잘 해야 합니다.”환영사를 하고 있는 법륜 스님

“오늘은 1919년 3월 1일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33인이 독립을 선언한 지 98년이 되는 3·1절입니다. 앞으로 2년 후에는 독립선언기념일이 10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3·1운동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기고 2천만 동포가 고통의 상황에 처해있을 때 그동안 나라의 녹을 받고 나라의 혜택을 받은 관리들이나 그 관리들의 자손들은 아무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나서지 않았는데, 나라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핍박을 받았던 일반 백성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떨쳐 일어난 운동입니다. 이 모습을 보신 용성 진종 조사께서는 ‘이제 더 이상 이 나라의 주인은 왕이 아니다. 진정한 나라의 주인은 이 땅에 살아있는 2천만 백성들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대한제국 부흥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3·1운동은 비록 외향적으로는 실패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그 운동으로 인해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뿌리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혹자들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지정하려는 어리석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919년 3·1 독립선언을 기점으로 성립된 상해임시정부의 수립일이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되어야 독립을 위해 희생한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가 되는데, 만약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한다면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건국에 아무런 이바지를 하지 못한 사람처럼 취급될 뿐만 아니라 침략기동안 일본제국주의에 아부하고 그저 소지하고 있던 몇 가지 기술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한 사람들이 오히려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가 되는 이상한 역사가 전개될 위험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의 뿌리가 1919년 기미독립운동에서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수립된 대한민국의 상해임시정부가 우리의 법통이 된다는 점은 헌법 전문에도 명명백백하게 기록해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혼이 없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이 헌법 전문의 정신을 훼손하는,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국체를 흔드는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국민들이 3·1운동의 의의에 대해서 더욱 더 각성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일본제국주의의 폭압에 비폭력적으로 대항함으로 해서 7,500여명이 사망하고 17,000여명이 상처를 입고 47,000여명이 체포되는 커다란 희생을 치뤘습니다. 기미독립선언 이후 1년여 동안 이런 많은 희생을 치른 것입니다. 특히 1919년 3, 4월 두 달 동안 1,200여회가 넘는 집회를 했다는 것은 하루 평균 20여 곳에서 끊임없이 나라의 독립을 위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이런 기상을 이어받았지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이루어내지 못하다보니 1945년 해방은 되었지만 외세에 의해 나라가 분단되고 결국 그 갈등으로 인해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외세의 갈등에 의해 빚어진 분단이 오히려 민족 내부의 적대·원한관계로 발전되면서 오늘날 분단 7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북이 그 적대적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은 선조들에게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일제시대의 시대적 과제가 나라의 독립이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민족의 평화적 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열리는 3·1절 기념식에서는 옛 선조들을 찬탄하는 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선조들의 얼을 이어서 분단된 민족을 하나로 통일할 때만이 선조의 유업을 계승하는 것이 되고 또 그럴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자주 독립 국가를 이루었다, 진정으로 3·1정신이 실현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1운동 1백 주년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데도, 우리에게는 아직 평화 통일의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들이, 이번 선거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평화를 도모하고 통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국민의 한 사람,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현명하게 권리 행사를 잘 한다면 그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경전반 학생들은 오늘 이 곳 죽림정사를 방문한 의미를 스님 말씀에서 찾는 듯 집중된 모습으로 경청하였습니다.

기념 법어를 하고 계신 학봉 지선 큰스님
▲ 기념 법어를 하고 계신 학봉 지선 큰스님

이어 기념 법어를 해 주실 백양사 고불총림의 방장이신 학봉 지선 대선사, 보조 법현 스님과 수월 일도 스님을 비롯해서 이번에 이곳 죽림정사, 용성기념관, 용성교육관이 국가보훈처, 전라북도와 장수군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주신 독립운동가 백용성조사 기념사업회 상무이사이신 신봉수 이사, 광복회 전북지회 전(前) 지회장이신 이풍삼 목사님등 자리를 빛내주신 내빈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어 청년들의 합창으로 신독립군가를 힘차게 부르고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이신 학봉 지선 대선사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지선 큰스님께서는 불심 도문 큰스님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인간의 도리를 깨달아 공존 공생해야 한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법상에서 지선 큰스님이 내려오신 후 불심 도문 스님께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축원해주셨습니다. 도문 큰스님의 힘이 넘치는 말씀에 대중들이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청중에게 힘을 주고 계시는 불심 도문 큰스님
▲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청중에게 힘을 주고 계시는 불심 도문 큰스님

점심 공양 시간이 되어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각 차량과 교육관에서 공양하였습니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 것을 고려하여 실내에서 공양하시라 안내가 되었는데 막상 밖에 나와 보니 햇살이 따뜻하였습니다.

공양 후 즉문즉설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스님은 두 번째 질문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배탈이 났는지 식은땀이 나고 토할 것 같아서 잠깐 다녀오겠다’ 하며 대중에게 양해를 구하고 유수 스님께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고는 얼른 법당을 빠져나와서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교육관으로 돌아 온 스님은 진행하고 있는 유수 스님에게

“대신하는 사람이 원래하던 사람보다 더 잘하면 어떻게 해요?”

하며 웃으면서 대중들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함을 전하고 즉문즉설을 이어서 진행하였습니다. 총 여섯 개의 대화가 오갔는데,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스님과 대중들의 대화는 가볍고 화통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 중에 부산 동래법당의 경전반 법우님과 스님과의 대화를 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고, 작년부터 정토회에 나오면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혼도 했고, 아버지도 돌아가셨습니다. 친구가 죽기도 하고 사기도 당했습니다. 한 번에 힘든 일이 많이 찾아오니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내 중심을 바로 잡아야하는지요?

그리고 (질문자 웃음) 앞서 말씀드린 공부에 대한 내용인데요, 한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일정한 시스템이 정해져있지만 어느새 그 시스템이 바뀌고, 또 위에 있는 사람 누군가의 목소리에 따라 한 번에 바뀌고, 윗사람에 따라 아랫사람이 일을 지나치게 많이 해야 하는 일이 생기다보니 여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확고한 시스템을 배워 와서 한국에서도 변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했는데요.”

“질문자의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조금 알기가 어렵네요. (대중 웃음)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배우잖아요. 이 우주도 늘 변하는데 미국에 가서 변하지 않는 시스템을 배워온다는 게 말이 되나요? 변하는 것이 진리예요. 그리고 사람도 태어난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죽는 것이 진리입니다. 질문자는 이혼한 것과 사람이 죽는 것을 크게 받아들이는데, 결혼하는 사람이 있듯이 이혼하는 사람도 있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듯이 죽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시스템도 항상 고정되지 않고 조금씩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중생의 삶에서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일이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걸 그리 힘들게 받아들이네요. 질문자는 지금 마치 ‘스님, 기온이 아침에는 떨어졌다가 오후에는 올랐다가 저녁이 되니까 다시 떨어지네요.’하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 뭐해요. (대중 웃음) 혹은 ‘스님, 봄에는 나무에 잎이 피더니 가을에 되니까 낙엽이 되서 떨어져버렸어요. 어차피 떨어질텐데 왜 봄에 잎이 피었고, 또 봄에 피었으면 가만히 있지 왜 가을에 떨어졌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스님이 뭐라고 이야기를 해줄까요? (대중 웃음)

스님도 오늘 겪은 어려운 일을 말해볼게요. 스님은 오늘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도 배가 아파서 토했어요. 그것도 스님이 손가락을 집어넣어서요. 토해놓고 보니까 인삼도 있고 몸에 좋은 게 참 많은데, 버리자니 아깝고 도로 먹으려니 또 그래요. (대중 웃음) 그러다가 또 시간이 되서 법문을 하라니까 여기에 와서 법문을 하고 있잖아요. 법문을 하다가 속이 안 좋아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또 와서 이렇게 하고 있어요. (대중 웃음) 이런 일도 그냥 겪으면서 사는 게 인생이에요.

질문자가 이혼을 했다고 하는데, 질문자는 태어나서 원래 혼자 살았나요, 태어나서부터 결혼을 해서 살았나요?”

“혼자 살았어요.”

“그러니까 혼자 살다가 결혼해서 살았다가 이제 이혼하고 다시 혼자가 되었으니 본전이잖아요. (대중 웃음) 그런데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 누구나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사람들이 죽는 일이 차츰 줄어들까요, 더 생길까요?”

“더 생겨요.”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반증이에요. 여러분들이 어렸을 때에는 어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시는 일만 봤지만, 나이가 들어서 50, 60대가 되면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들리기 시작해요. 저도 나이가 드니까 알고 지내던 스님께서 돌아가시는 소식도 접하고, 어느 날은 동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듣고,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듣고 그래요. 그리고 친척 중에도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으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소식을 많이 접하게 돼요. 제 나이가 있다 보니 굳이 하나하나 따진다면 3일이 멀다하고 생기는 일인데, 질문자처럼 크게 받아들이면 저는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그러니 이 모두 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도 크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고민의 내용도 들어보니 아무 일이 없어요. (대중 웃음과 박수) 질문자도 ‘질문하기 전에는 참 큰일인 줄 알았는데,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무 일도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어요?”

“… 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정말 아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아무 일도 아니에요. 만약 어린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해서 자전거를 사줬는데 다음 날 와서 ‘스님, 자전거를 타는데 자꾸 넘어져요’하면 그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아무 일도 아닌가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대중)

“그건 자전거를 타는 과정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 것처럼 지금 질문자도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이야기를 너무나 큰일처럼 이야기하니까 듣는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한 거예요. (대중 웃음) 매일 일기장에 쓰는, 몇 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학교에 다녀오고, 누구를 만났는지의 일처럼 질문자의 고민은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만약에 그런 일을 처음 겪어서 당황스럽다면 질문자가 아직 어리다는 이야기예요. 앞으로 그런 일은 갈수록 더 많이 일어납니다. 주변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더 많이 생기고, 주변에 변하는 일도 더 많이 일어나요. 질문자의 얼굴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주름이 더 많이 생기고, 머리도 차츰 하얗게 변해요. 그럴 때마다 스님을 찾아와서 ‘스님, 저 얼굴에 주름이 더 생겼어요. 스님, 저 머리가 하얗게 변했어요’ 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스님이 딱히 해줄 이야기가 없어요. (대중 웃음) 물론 처음 겪는 질문자에게는 큰 일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렇게 아무 일이 아닌 줄 알아야 합니다.”

무겁고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으로 꽉차있던 상태가 스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진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없던 무언가를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발견해나가는 기쁨, 대단한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욕심껏 질문하던 여성이 빙긋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교육관을 가득 메운 경전반 학생들이 죽림정사 사찰순례를 끝으로 오늘 행사를 마무리 하고 돌아갑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을 마치고 뒷마무리를 하고 있는 행자님들이 보이자 “오늘 수고 많았어요. 다들 수고했어요.” 인사하고 저녁에 있을 통일 강연 일정으로 대구로 출발하였습니다.

죽림정사에 피어있는 매화 한 송이. 찬바람을 뚫고 봄소식이 옵니다.
▲ 죽림정사에 피어있는 매화 한 송이. 찬바람을 뚫고 봄소식이 옵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심규선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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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많이 깨우치고 배웁니다

2017-03-06 14:36:29

^^^^

용성스님도 일반국민에게 그 행적이 많이 알려졌음 좋겠어요..3.1절 티비에서 그냥 한번씩 지나가고 말아서..국가보훈처와 장수군,전북에서 죽림정사를 그래도 지원을 해주신다니 반갑네요!대한제국을 대한민국수립운동으로 이끄신 업적과,옥에서 결심하시고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신 업적들 외에도,독립운동하시고,뒤에서 이름없이 지원하시구요..불교역사도 끊어졌던 법맥을 다시 올곧게 이어 세우시구요..정작 한용운스님은 만해축전도 하고 하는거같던데요..암튼,스님 즉문즉설 참 좋으시네요..죽음조차 아무일도 아니라는것..우리 살아가는 일..세상사 다 그렇죠..그런거죠..맘이 많이 내려지고 편해지는걸 느낍니다..귀한 법으로,맘을 한결 가벼워지게 해주시는 스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2017-03-04 01:55:36

김혜경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기를!!1

2017-03-03 17: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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