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25 부탄 3차 답사 4일째 (젬강, 트롱사)
“가장 불리한 것을 뒤집으면 가장 유리해집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과 함께 부탄을 답사하는 4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오늘 답사 일정을 점검하고 원고 교정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JTS 답사단은 콤샤르 치옥의 마을 주민 집에 짐을 풀고 하룻밤을 잤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밤새 촛불을 켠 채 밥도 먹고, 업무도 보고, 세면도 했습니다. 핸드폰 충전을 못해서 다들 핸드폰이 꺼졌습니다.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가네요.” (웃음)

한국에서 온 전문가 분들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며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희미한 촛불 아래에서 밥을 지어먹은 후 집을 빌려 준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주인에게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새벽 6시에 콤샤르 치옥을 출발했습니다.

산사태가 나서 비포장 도로가 군데군데 무너져 있었습니다. 차로 5시간을 달려 젬강 종각까지 가야 합니다. 중간에 한 번씩 휴식을 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부지런히 달려 11시 15분에 젬강 종각에 도착했습니다. 젬강 종각의 부지사 님이 스님과 JTS 답사단을 반갑게 환영했습니다. 지사 님은 팀푸에서 일정이 있어 부지사 님이 대신 영접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트롱 헤리티지 빌리지(Trong Heritage Village)를 방문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을 위해 특별히 배정된 시간입니다.

젬강의 문화유산 담당 직원이 이 마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젬강 종각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에 27채의 전통 석조 벽돌 주택이 골목을 따라 나란히 모여 있었습니다. 16세기 경에 만들어진 마을로 추측하고 있는데 가장 오래된 집이 50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로등, 배수로, 시멘트 벽 등 최근에 새로 증축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통이 간직한 미적 특성과 독창성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스님이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전통문화 보존을 목적으로 이 마을을 개발하려면 콘크리트로 새로 지은 부분은 전부 뜯어내야 합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500년 된 집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과 덜컹 거리는 손잡이는 실제로 500년이 되어 보였습니다.

“집 내부도 한 두 곳은 원래 옛날부터 살던 모습 그대로 복원을 해 놓아야 합니다. 옛날에 사용하던 농기구도 그대로 복원해서 걸어 놓고요.”

마을 안에 카페를 만든다는 계획도 있었는데, 스님은 마을 안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마을 위나 아래, 외곽에 짓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의 제안에 젬강의 공무원들도 모두 동의를 했습니다.

“예,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문화유산 마을을 나와 젬강 종각의 본청으로 들어갔습니다.

회의실에 모두가 자리를 잡자 스님이 젬강 부지사 님에게 인사말을 청했습니다.

“스님께서 진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한 시간만 지사 대행을 하겠습니다.” (웃음)

간단하게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후 스님이 오늘 대화를 나눌 주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올해 안에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해 가닥을 잡고 확정하는 것입니다. 올해를 표본으로 실험해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5년간의 계획을 설계하려고 합니다. 둘째, 이번에 농업, 임업, 상하수도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셨기 때문에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먼저 한국에서 온 전문가 분들이 부탄을 답사해 본 소감을 이야기하고, 이어서 젬강의 공무원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했습니다.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젬강의 빈곤율이 5년 전에 25퍼센트였는데 지금은 41퍼센트로 오히려 늘어났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5년 전보다 빈곤율이 늘어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표상의 빈곤율은 높아졌지만 실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부탄 경제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면서 파로, 팀푸와 같은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 간 발전의 불균형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빈곤율 측정 기준이 높아져서 생긴 문제입니다. 젬강과 같은 농촌 지역은 특별히 5년 동안 발전한 것이 많지 않아 기준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빈곤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5년 동안 빈곤율이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는 있지만, 낮추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파로나 팀푸의 성장률이 여기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빈곤율보다 중요한 것

저희 활동의 핵심은 단순히 빈곤율을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첫째,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고, 월 소득이 1,000눌트럼이었던 사람이 1,500눌트럼까지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공무원이니까 빈곤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주민들에게는 실제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JTS는 하위 20%의 삶을 우선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빈곤율 자체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는 확실히 낼 수 있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제공하고, 생활환경이 열악한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개선할 거니까요. 그렇게 되면 그들의 경제력이 부탄의 평균 경제 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실질적인 빈부 격차는 줄어들게 됩니다.

둘째, 그들의 경제적 상황이 어렵더라도 삶이 개선되면서 얼마나 행복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평가를 하는 기준이 경제적 소득이 아니라 행복지수입니다. 세상에 더 가난한 나라도 많지만 부탄에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행복지수 때문입니다. 젬강이 빈곤율이 가장 높다고 해서 일부러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빈곤율이 40%를 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빈곤율이 더 상승하면 지역정부가 뭔가 잘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농업 방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특히 농업 전문가인 주형로 님이 여러 가지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모판을 만드는 방법, 모내기하는 방법,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위한 대안, 농수로를 관리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제안들이 많았습니다.

토론 내용을 경청한 후 스님이 농법에 대한 개선 사항을 정리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농사짓는 방법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

“첫째, 모를 키우는 시기와 방식을 조정해야 합니다. 모를 키우는 시기를 앞당기고, 모내기할 때 줄을 맞춰 심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가 골고루 햇빛을 받고, 통풍이 잘 됩니다. 그러면 벼 이삭이 많이 생기고, 이삭에 벼알이 많이 달립니다. 또한 일의 양이 줄어 일하기도 수월해집니다. 둘째, 한국에서는 논에 화학비료를 넣는데 여기서는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까 다른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소똥이나 닭똥, 사람 똥으로 거름을 만들어서 쓰면 되는데 그런 건 또 안 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녹비작물을 키워 거름을 대체하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셋째, 수로를 개선해야 합니다. 풍부한 물을 논에 잘 댈 수 있도록 시설이 보강되어야 합니다. 답사를 해보니 수로는 있지만 관리가 잘되지 않아 해가 갈수록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었어요. 그래도 수원지에서 농지까지 설치된 수로는 양호한 편이에요. 그런데 농지에 이른 물이 각 논에 골고루 돌아가야 하는데 그 구간에서 누수가 아주 많았습니다. 이 문제는 자기 논에 들어가는 물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에 관계됩니다. 그래서 각 개인에게 시멘트를 지원해서 수로를 보완하도록 하면 잘할 거예요. 그리고 수로 옆에 농로도 조금 더 넓혀야 합니다.

넷째, 겨울에도 논에 물을 조금 대서 논에 늘 수분이 함유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모내기할 때 물을 조금만 대도 됩니다. 겨울에 논을 바짝 말렸다가 모내기할 때가 돼서 한꺼번에 물을 대니까 물이 부족한 겁니다.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더라도 이렇게 조금만 개선하면 소득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주로 기계를 사달라거나 파이프로 수로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그런 방법은 돈만 많이 들뿐 실제로 문제를 개선하는 데 특별히 도움이 안 됩니다. 물론 기계가 편리합니다. 하지만 기계는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사용은 잠시 하고 안 쓸 때가 더 많아요. 한국 농촌도 기계화를 해서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농민들이 다 빚을 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세심하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해요.

주민들이 전통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왔는데 갑자기 바꾸라고 하면 불안해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됩니다. 따라서 지역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를 표본으로 선정해서, 그 농가의 소득이나 일의 양이 어떤지 주민들이 1년 내내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1년이 지나서 주민들이 새로운 농법이 낫다고 의견을 내면 그에 맞춰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표본에 참여하는 농가에는 일정 수익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1 에이커에 1,200kg를 수확했다면, 새로운 농법을 시도했을 때 1,200kg 이하가 나오더라도 1,200kg는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이어서 산림 정책, 야생 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시범 사업에 대한 역할 분담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JTS와 시범 사업을 진행할 시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 갈래를 잡았습니다. 게옥과 치옥은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농업용 수로와 주거 환경 개선을 담당하고, 종각은 공공시설에 해당하는 도로와 학교 보수를 맡고, JTS는 자재를 제공하기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화가 끝날 무렵 젬강의 부지사 님이 질문을 했습니다. 아무리 생산량을 늘려도 한 가지 문제점은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젬강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외진 곳에 사는 농부들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젬강의 빈곤율이 41.4%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제가 이곳에 부임한 지 6개월 밖에 안 되어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남부 사르팡(Sarpang) 출신인데 거기서는 팀푸 같은 큰 도시로 생산물을 쉽게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젬강은 외진 곳이라 농부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도 게옥에서 생산한 채소나 과일을 겔레푸(Gelephu)까지 운반하면 90%는 상합니다. 무엇보다 시장 접근성을 개선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문제에 대해 스님이 생각하는 해법이 있을까요?”

“좋은 지적입니다. 저도 시장 접근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것이 젬강이 빈곤한 원인이기도 하고, 빈곤율이 높은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앞으로 젬강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젬강이 인도 국경에 접해 있다는 겁니다. 지금 인도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도에 부자들이 늘어나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 자란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 젬감은 국경이 멀지 않으니까 그쪽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둘째, 겔레푸 마음챙김 도시(Gelephu Mindfulness City) 개발입니다. 이 신도시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젬강의 판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겔레푸에서 가까운 사르팡이 가장 혜택을 보겠지만 사르팡만으로는 수요를 다 충족하지 못할 겁니다. 겔레푸에서 젬강까지 좀 멀긴 하지만 팀푸보다는 훨씬 가깝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겔레푸 개발이 젬강의 소비 시장을 확대할 겁니다.

냉장 트럭을 이용해서 농산물을 신선하게 운송하거나 작물의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자의 경우 젬강이 남부 지역보다 지대가 높으니까 출하 시기가 한 달 정도 늦거든요. 이런 것을 조절해서 판매 계획을 세워본다면 좋은 길이 열릴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은 공동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겁니다. 오렌지의 경우 인도 상인에게 굉장히 싼 값에 팔리고 있는데 공동 판매 전략을 세워서 판매 가격을 좀 높일 수 있습니다. 카다멈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같이 많이 의논해 봅시다.

가장 불리한 것을 뒤집으면 가장 유리해집니다

가장 불리한 것을 뒤집으면 가장 유리해집니다. 산에 오르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되돌아가야 한다면, 맨 마지막에 있던 사람이 가장 유리해집니다. 현재는 개발되지 않은 지역을 미개발이라고 부르고, 마치 뒤처진 것 같은 인식이 있었습니다. 요즘 같은 세계적인 기후 환경 위기 시대에서는 거꾸로 미개발 지역이 제일 유리해집니다. 환경이 잘 보존된 젬강, 또는 부탄이 오히려 유리해지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자꾸 선진국을 따라가려고 하면 늘 뒤에서 허덕여야 합니다. 개발하려는 입장에서 ‘지금 세상이 잘못됐다, 뒤로 돌아가자’ 하는 입장으로 관점을 바꾸면 젬강이 제일 앞장서게 됩니다. 그 길이 무엇인지 우리가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 식의 사고를 처음으로 한 것이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 개념입니다. 그런데 그 개념은 혁신적이었지만 그 이후에 업그레이드가 안 되고 없어져 버리다시피 한 것 같아요. 우리가 같이 노력해서 국민총행복지수를 발전시켜 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제가 부탄에 와서 여러 차례 마을을 둘러보면서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대강 알게 됐습니다. 이제 마을을 방문하기보다 여러분과 더 많이 대화를 나누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일단 모임을 마쳤습니다.

젬강 종각에서 준비해 준 음식으로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부지사 님에게 양말과 우산을 선물했습니다.

“마을 개발을 하려면 이 양말을 신고 부지런히 다녀야 해요. 우기에 비 온다고 쉬면 안 돼요. 이 우산을 쓰고 계속 다녀야 합니다.” (웃음)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하나씩 준 후 젬강 종각을 나와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주형로 선생님은 젬강의 공무원들에게 전지가위를 선물했습니다.

“하늘 공경, 땅 사랑! 이것이 친환경 유기농의 정신입니다. 명심하세요.” (웃음)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젬강을 출발하여 트롱사로 향했습니다. 다시 산으로 난 도로를 오르고 내리는 것을 반복하며 3시간을 달렸습니다.

오후 5시에 트롱사 종각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트롱사 주지사 님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트롱사 주지사 님이 앞에 보이는 트롱사 종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종 안에 35개의 불상을 모신 방이 있습니다. 왼쪽이 사무를 보는 공간이고, 오른쪽이 종교 의식을 하는 공간입니다. 부탄 왕실이 이곳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황태자가 되면 이곳에 와서 머무는 시기를 가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트롱사 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미팅을 하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밤새 푸나카(Punakha)까지 이동을 해야 해서 저녁 식사는 하지 않기로 하고 곧바로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을 소개하고, 이어서 트롱사 종각의 공무원들을 소개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이 부탄을 답사하고 난 소감을 듣고 나서, 트롱사 종각의 공무원들이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했습니다. 부탄의 GNH 정책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산림 정책은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100퍼센트의 유기농이 정말 가능한지, 농업 생산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한 질문과 대화가 오갔습니다.

트롱사 주지사 님은 부탄의 청년들이 외국으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부탄의 GNH 개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 좋겠다고 하면서 그 방향성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청년들이 해외로 나가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지수)에 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보건, 교육, 맑은 공기와 같은 비경제적 요소는 크게 향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발전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합니다. 청년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경제 개발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하고,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해외로 기회를 찾아 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발전 속도와 일자리 창출이 일치할 시점이 오겠지만 현재는 발전 속도가 느려 사람들이 기다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부탄의 청년들이 일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거나 한국의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않고 방에만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웃음) 이는 경제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와 이미 일정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의 차이일 뿐입니다. 결국 인간은 개발 시기에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고, 개발된 후에는 자립하지 못하고 방구석에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한국의 시골에서는 가장 젊은 사람이 약 65세입니다. 10년 후에는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농촌에는 대부분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농촌에 외국인들만 거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시골에서는 식품점에 오는 대다수 손님도 외국인입니다.

한국이 잘 산다고는 하지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 이렇다면 한국이 잘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부탄에서도 아이들을 교육시켰지만 결국 시골을 떠나 외국으로 나가버린다면, 그 교육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외국에서 돈을 벌어 시골에 사는 부모님께 집을 지어 드렸지만, 그 부모가 평생 죽을 때까지 자식을 못 보고 산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일까요?

부탄의 4대 국왕이 GNH 개념을 도입한 것은 혁명적이었습니다. 그러나 GNH를 도입한 초기에는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물질적 지원을 받으면 당장 생활이 편안해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면 결국 그들은 애완동물이나 가축과 다를 바 없어집니다. 동물이 야생에서 뛰어다니며 스스로 먹이를 찾고 살아야 동물로서 사는 의미가 있듯이 사람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어야 생기가 돌고 눈이 반짝반짝해집니다. 외형적으로, 물질적으로 잘 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단순히 집을 새로 짓고 길을 새로 닦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집을 짓고, 도로를 닦고,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지을 때 그 사람에게 생기가 돕니다.

그래서 올해 JTS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정말 자기 힘으로 할 수 있지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식물에게 거름을 주는 것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찾아 지원해야 합니다.

JTS가 이 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이유는 주민들을 고생시키려는 게 아니에요. 그들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의미와 행복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더 깊어지고 높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GNH 개념을 중요시하며, 이를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제 이야기를 듣고 ‘스님은 잘 사는 한국에서 왔으니 그런 소리를 하지, 우리도 우선 경제적으로 잘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부탄이 한국이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어서 트롱사 주지사 님은 물이 풍부한 부탄에 사는 사람들이 물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는 물 관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농지나 가정의 물 부족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부탄은 물이 부족하지 않지만 실제로 농지나 가정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이 보시기에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까?”

“선조들은 물이 부족하면 수로를 새로 만들기도 했는데 왜 후손들은 만들어진 수로도 관리를 안 하는 겁니까? (웃음)

식수 부족은 처음에 작은 샘이 있는 곳에 마을이 만들어졌는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물 소비가 증가한 결과입니다. 앞으로 세탁기, 수세식 화장실, 샤워 시설이 보급되면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될 겁니다. 물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물 사용량이 증가하면 폐수도 많아집니다. 폐수 처리 시설이 없기 때문에 토양과 강물이 오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지금부터 세워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물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물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단 물 공급을 늘리고, 각 가정에서 폐수를 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을이 더 커지면 폐수를 모아 정화해야 합니다. 현재 부탄에서는 개울물을 마시지만 앞으로는 한국처럼 물을 사 마실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마을에 물이 부족하니 새로운 수원(水源)을 찾아 달라고 요청해서 현장을 가보면 수도꼭지가 제대로 잠기지 않아 물이 계속 흘러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먼저 물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부탄에는 물이 흔해서 잘 모를 수 있겠지만, 물은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향후 기후 위기 시대에는 물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물의 총량도 중요하지만, 청정한 물을 얼마나 확보하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개울에 흘러가는 물을 유기농 농사에 사용할 수 있는지 수질 검사해 보면 대부분 불합격입니다. 반드시 정수를 해야 물을 쓸 수 있습니다. 물 자체가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천연수라도 불합격입니다. 10년 후면 파로와 팀부 지역은 물과 공기가 오염되어 관광객이 다 여기로 올 거예요.”

마지막으로 야생 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트롱사 종각의 공무원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다음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탔습니다. 저녁 7시에 트롱사 종각을 출발하여 어두운 산길을 계속 달렸습니다.

해발 3,400미터 지점을 지나기 위해 산을 올랐다가 내려오고, 다시 해발 3,100미터 지점을 지나기 위해 산을 오르고 내렸습니다.

산길을 3시간 30분 달려서 밤 10시 30분에 푸나카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답사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푸나카 종을 답사하고, 팀푸로 이동한 후, 오후에는 부탄 중앙 정부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고, JTS와 부탄 정부 간의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MOU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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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고맙습니다

2024-05-02 07:07:27

임영현

관점을 어떻게 잡느냐?가 참으로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4-30 18:27:00

이윤주

가장 불리한 것을 뒤집으면 가장 유리해 진다는 말씀 새겨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4-04-30 13: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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