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두북 농사 울력
자급자족하는 그날을 꿈꾸며

아직 해 뜨기 전, 4시 40분이 되자 잠 깬 사람들의 기척이 들립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발걸음 소리, 삐이걱 문 여는 소리.

5시가 되어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함께 아침을 열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아침 공양이 준비되는 동안 스님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식전 작업에 나섰습니다. 어제 마련해 둔 퇴비를 골라서 밭을 넓히고 가져다 둔 돌로 가지런히 구획을 만들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모양이 가지런하고 괜찮은 것은 밭을 구획하는 데 쓰고, 크고 좀 투박한 것은 입구 감나무 아래에 놓을 계획입니다. 곧 아침 공양이 준비되어 본격적인 작업은 공양 후에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공양 후, 흙과 퇴비를 가지러 가는 일을 하였습니다. 황토 흙과 퇴비를 30여 포대를 가져다 밭을 만들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옮길 수레도 하나 구입해야 해서 한 사람이 장 보러 갔습니다.

스님과 다른 사람들은 본격적인 밭 넓히기 작전을 수행하였습니다. 올해는 최소한 밭에서 나는 것은 자급자족을 해보자는 작은 원이 있으므로 일상에서 자주 먹게 되는 채소들을 심으려면 일단은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도 노동력을 투여한 시간의 한계가 있으니 한꺼번에 밭을 많이 만들기 보다는 해보면서 조금씩 밭을 넓혀가는 식으로 계획하였습니다.

잔디가 깔린 곳을 밭으로 만들자니 먼저 잔디를 걷어 내는 작업부터 했습니다. 잔디 뿌리는 깊지 않으니 살짝 떠내듯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땅을 일부러 깊게 패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떠낸 잔디는 뒷 감나무 가는 길에 다시 깔아서 자리잡도록 하였습니다. 말라버리지 않게 수분이 남은 흙으로 덮어주었습니다.

이제는 흙을 넣어야 합니다. 가지고 온 황토와 퇴비를 붓고 부엽토도 넣어 섞은 후 레이크로 돌은 돌대로 골라내면서 평평하게 골라줍니다. 또 벽돌을 가지런하게 놓아 밭을 구획하고 가장자리를 마무리하니 깔끔하고 예쁩니다.

또 예쁜 돌로 국화 밭을 구분해 주었습니다. 돌을 뒤집어도 놓고 가로도 놓고 전체적으로 높이가 맞도록 살펴가면서 놓습니다. 호미로 약간 땅을 파서 돌을 놓고 고무망치로 톡톡 두들겨가며 지지해주었습니다.

마주보는 곳도 크기를 조금 늘려 밭을 만들었습니다. 어제 골라서 쌓아 둔 퇴비를 펴서 고르게 하고 동시에 황토 흙도 섞었습니다. 이곳도 돌로 구획을 예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작년에 배추를 심었던 밭도 비료와 부엽토, 황토를 섞어 갈아엎었다가 다시 고랑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점심 공양 시간이 되어 일을 일단락 하였습니다. 공양을 하면서 스님이 말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오늘 한 일이 제일 눈에 띄는 성과구나.”

밭을 늘여 두었으니 이제 씨 뿌릴 생각이 막 납니다.

점심 공양을 하고 부엽토 채취하러 산책겸하여 계곡으로 갔습니다. 새로 산 수레를 동원하여 이번에는 부엽토 포대를 제대로 싣고 내려올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화광법사님도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끈을 가지고 가서 부엽토 포대를 묶어 마감하였습니다. 입구가 봉해져야 포대를 위로 많이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지난번의 경험을 살려 일부러 끈을 가져왔습니다.

포대마다 그득하게 부엽토를 담아 내려왔습니다. 한층 진화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몸을 움직이니 조금 출출해서 참을 먹은 것이 아예 이른 저녁공양이 되었습니다. 일행들이 쉬는 동안 스님은 장갑과 모자를 챙겨 다시 나섰습니다. 입구 감나무 밑에 둔 돌을 마무리 하는 것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감나무 밑에 놔둔 큰 돌을 가지런하게 제대로 심어 두었습니다.

마른 감나무 잎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것은 걷어서 퇴비 만드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감나무 밑에 더덕을 심을 계획입니다. 그늘에 자라는 더덕의 성질도 살리고 감나무 밑 땅도 살리는 방법입니다. 마른 감나무 잎들을 걷어내고 보니 잔돌들이 많아 몇 번을 옮겨 날랐습니다. 레이크로 삭삭 잔돌들을 구분하면서 평평하게 땅을 골랐습니다. 금세 작은 밭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공구를 정리하면서 스님은 오늘 일 한 곳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덜 마무리 된 곳은 없는지, 보완해야 할 곳이 따로 있는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스님의 눈이 뒷쪽 그늘진 밭에서 멈췄습니다.

“여기 돌을 옮겨야겠구나. 잔돌들도 골라내야 하고. 이건 내일하자.”

공구를 정리하고 공중목욕탕으로 가서 목욕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정토 일은 대중부가 맡도록 하고 공동체 식구들은 모두 시골에 내려와서 정토 농장에서 농사짓고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면서 웃으십니다. 며칠 전에도 자급자족하며 넉넉하지는 않아도 풍요롭게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갈만한 골짜기로 답사하기도 했는데 그 시기가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오늘 다들 수고했다. 푹 쉬어야지.”

해가 뜨기 전에 일을 시작해서 해가 지면 일을 끝내는 오늘의 일과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푹 쉬세요.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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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정토농장~~~^^
수행 공부하며 자급자족하는 공동체 ~~^^♡

2017-03-15 01:24:42

^^^^

아이구..정말로 큰 성과가 있으신 날이셨네요..모두들 힘드셨겠어요 ㅠ

2017-03-13 03:42:39

흐르는물

아 좋겠다. 스님과 농사 짓고 사는 삶

2017-03-10 08: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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