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17. 행복학교 리더십 교육 _ 파주 민족화해센터
우리는 행복학교 선생님입니다

아침 7시 반, 스님의 서울 일과가 어김없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손님들을 만나고 오후 1시 30분, 스님은 파주로 출발하였습니다. 오늘은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분들의 리더십 교육이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있습니다.

서울에서 북쪽으로 1시간 쯤 차를 달리니 파주 민족화해센터에 도착하였습니다. ‘인종, 종교, 학력, 지위에 구애 없이 누구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복학교의 제 1회 리더십 교육을 북녘이 멀리 바라보이는 이곳에서 진행하게 되니 의미가 더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모인 70여 명의 참가자들이 막 토론을 끝내고 잠깐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휴식 시간 후, 스님은 요청받은 ‘행복학교의 비전’을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 가량 스님의 강연에 이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 내용은 스님의 강연 중 ‘행복학교가 시작된 이유’에 해당하는 부분을 요약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이런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만 생각하면 세월이 흐르는 대로 그냥 살면 돼요. 남들 사는 대로 따라서 살면 됩니다. 그러나 ‘아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극복을 해야 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다르겠죠. 이건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건 강요가 아니라 한 개인이 자기 인생에 있어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위험이 도래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거냐? 오는 대로 맞을 거냐? 아니면 예방을 해나가고 해결을 해나갈 거냐?’ 하는 문제의식은 먼저 각자 자기 인생의 문제로 받아들여서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 이렇게 모인 것은 어쨌든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예방을 하고, 이미 벌어진 일은 치유를 하고, 치유를 못 해서 일이 벌어진다면 나빠지는 속도를 줄이기라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겠지요.
예를 들어, 만 원 손해 볼 걸 오천 원 손해 보는 방향으로 해 놓아야 우리 후배들이 복구라도 할 것 아니겠어요? 왕창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그냥 넘겨버리면 뒷사람이 너무 힘들어집니다. ‘내가 재산은 못 남겨주더라도 적어도 내 자식에게 빚은 넘겨주지 말아야 하겠다.’ 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우리가 어떤 일이든 이익을 볼 수 있으면 이익을 보는 쪽으로, 이익을 못 볼 것 같으면 손해는 안 나도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으면 손해가 덜 나게라도 누군가 노력을 해야 하겠다, 적어도 이런 해결책은 우리가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말씀을 드립니다.

남이 아닌 나, 자발적인 선택이 가장 중요

이런 관점을 갖는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할 거냐?’를 생각해야지, ‘모든 사람이 다 이 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들이 활동을 할 때 ‘저 사람은 왜 이 일을 안 하지?’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청중 웃음)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에 내가 독립운동을 한다고 ‘왜 저 사람은 독립운동을 안 하느냐?’라고 생각하고, 내가 민족 운동할 때 ‘왜 저 사람은 안 하느냐?’하며 불만을 가지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우리민족을 미워하게 됩니다. 우리가 서로 미워하면 감정이 불편해지니까 진짜 싸워야 할 적과 싸우지 않고 정작 우리가 함께 해야 할 동료와 싸우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각자의 선택의 문제라고 보는 게 좋아요. 크게 보면 선택사항이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에 있어서는 선택사항입니다. 공동체적 입장으로 볼 때는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할 일이지만 각 개인들에게 있어서는 선택사항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기 전에 우리가 진단을 해봅시다. ‘개인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진단을 다시 해 보자면 우리 국민의 행복도가 세계 117위입니다. 왜 이렇게 행복도가 특별히 더 낮을까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를 나누어 생각할 수 있어요. 하나는 개인의 인간성 또는 국민성이고 그 다음은 사회의 조건입니다.

불만족도가 높은 이유 _ 인간성의 문제

개인적인 인간성 혹은 대한민국 국민성의 측면에서 이 불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첫 번째, 한국 사람이 성질이 급합니다.(청중 웃음) 저부터 그렇잖아요. ‘빨리 해라, 빨리 먹어라, 빨리 가자’ 내가 바라는 게 현실에서 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불만도가 높습니다.

두 번째, 한국 사람은 욕심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사람 욕심도 많고, 물질 욕심도 많고, 자식에 대해 기대도 많아요. 욕심이 특별히 좀 많은 편이지요. 이렇게 욕심이 많으니까 역시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한국 사람은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그러니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남북 간에도 보세요. 이웃 나라 간에 싸우는 경우는 많지만, 같은 민족이면서도 겪는 이 갈등이 70년째인데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전쟁할 당시의 기세 그대로 싸우잖아요. 남쪽과 북쪽이 서로 주장하는 걸 보면 세계에서 이렇게 싸우는 나라가 잘 없어요. 북한에서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라고 하고, 남쪽은 ‘평양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라고 해요.(청중 웃음) 말이라도 이렇게 독하게 하는 곳이 없어요. 그리고 남한 안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극심해서 서로 시위를 해도 적대적으로 악을 씁니다. 부부사이에도 그러잖아요. 20년, 30년을 산 부부도 헤어지면 완전히 철천지원수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지냅니다. 이렇게 자기 고집이 굉장히 강한 편이에요. 우리는 우리끼리 다 그렇다보니까 원래 사람들이 그런 줄 알지만 아니에요.(청중 웃음).

이런 것들이 우리 개인의 측면에서 불만족도가 높은 이유입니다. 남이 볼 때는 살 만하지만 이런 성격적인 문제로 인해서 불만이 높고 불안도 높은 거예요.

불만족도가 높은 이유 ? 사회적인 조건에서

다음으로, 사회적인 조건으로 보면 첫째, 빈부 격차가 너무 큽니다. 불평등이 굉장히 커요. 빈부 격차가 큰 걸로 따지면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우리가 2위라잖아요.(청중 놀람) 우리가 잘 살아도 사회적 조건에서 빈부 격차가 크면 불만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죠. 이건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사람의 보편성입니다.

제가 여기 앞에 앉은 분한테 ‘아이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가다가 맛있는 거 사 드세요’ 하면서 10만 원을 주면 좋아할 거예요.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100만 원 주면서 ‘아이고, 동료들하고 같이 맛있는 거 사 드세요’ 이러면 먼저 받은 사람이 기분이 나쁘겠지요. ‘스님이 사람 차별하네. 누구는 100만 원 주고 누구는 10만 원 주나? 쟤는 잘 생겨서 저러나? 스님이 잘 생긴 사람만 골라서 예뻐하나?’ 이러면서 머리가 빠른 속도로 돌아갑니다.(청중 웃음) 이렇게 빈부 격차가 크면, 즉 불평등도가 크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한 명은 100만 원 가지고 한 명은 1000만 원 가졌을 때의 불평등도나, 한 명은 10억 가지고 한 명은 100억 가졌을 때의 불평등도는 마찬가지로 느껴집니다. 그러니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체 부가 늘어났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가 불공정 문제입니다. 불공정이 너무 심하다는 얘기입니다. 공정의 문제는 첫 번째가 출발선상에서의 기회 균등, 두 번째가 과정에서의 공정한 규칙과 관리, 세 번째가 결과의 공평한 분배입니다. 사실은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지금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출발선상에서의 기회 균등이 얼마나 안 되면 흙수저, 금수저 논란까지 나오느냐는 거예요. 지금까지 사회문제에 잠을 자고 있는 대학생들의 오랜 잠을 깨운 사건이 ‘정유라 부정입학’에서 비롯되었잖아요. 이것이 젊은이들의 공분을 사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끌게 된 배경에는 이런 불공정의 문제가 있었다는 겁니다.

세 번째가 불안전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안전불감증’ 이런 말을 하지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세요. 세월호도 그렇지요. 사고가 나는 것도 그렇고 사고를 처리하는 것도 후진국 수준입니다. 사고가 나도 수습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윗선에 보고가 더 중요해요.
그리고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6.25 이후 전쟁 위험도가 최대로 높은 상태입니다. 세계 2대 화약고라면 중동과 한반도지요. 중동과 한반도가 세계에서 제일 전쟁 위험이 높은 곳입니다. 군사적 대치로 보면 중동보다 한반도가 높아요. 그런데 묘하게 우리가 불안을 덜 느끼는 이유는 ‘안전불감증’ 때문이에요.

이렇게 불평등, 불공정, 불안전 이런 것들이 우리 국민이 불행을 느끼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들입니다. 불안, 초조, 분노, 미움, 불만 이런 것들이 대부분 이런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수행을 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는 사회 개혁을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행복학교를 할 때, 개인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수행적인 문제도 다루어야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도 어떤 형태로 놓여있는지 알아서 사회 개혁하는 것에 동참해야 합니다. 굳이 다른 식으로 표현해보자면 ‘이 나라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에 국민이 대한민국을 개혁해야 하는 주체이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현재의 국민은 왕조시대의 신민이 아니지요.

그래서 수행자로서는 경전을 공부하고 국민으로서는 헌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을 뭐라고 규정했는지 알아야 해요.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이라고 명기가 되어 있어요.

3.1독립운동의 민족 혁명의 정신과 4.19혁명의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는 3.1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3.1독립운동은 외세의 억압에 대항한 민족 독립운동이었어요. 또 4.19혁명으로부터 우리는 민주주의 혁명을 이룰 수 있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이 계승할 것은 3.1독립운동과 4.19민주혁명입니다. 3.1독립운동으로부터 계승한 민족정신을 통해서는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하고, 4.19민주혁명으로부터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 과제이지요. 대한민국은 이런 국가 목표를 가지고 수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헌법 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명기되어 있는 거예요....”

막연할 수 있는 ‘행복’이란 주제가 현재, 나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알 수 있도록 스님은 차근차근 짚어가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행복학교의 비전’까지 미래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참가자들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행복한 나’와 ‘행복한 우리 동네’, ‘행복한 우리나라’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100명이 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하며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대구에서 온 한 참가자는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역사 속에서 이런 행복학교와 같은 모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동학 운동 때의 ‘집강소’가 생각났습니다. 농민자치기구이며 생활개혁기구, 사회개혁기구이기도 했던 집강소가 떠오르면서 우리들의 활동에 역사적인 뿌리같이 느껴졌어요. 정말 가능성이 있겠구나. 우리 행복학교가 우리 선조의 실천 속에 이어져 있고 우리가 또 모델이 되어서 후배들에게도 전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얼굴이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서 정말 가슴 두근거림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녁 공양 시간 이후에는 ‘행복학교를 마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스님이 청중으로 참가하여 발표하는 행복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습니다. 9시가 넘어가자 못 다한 발표는 내일 다시 하는 것으로 하고 간단한 다과로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스님도 함께 행복학교 진행자들과 이야기 나누며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조금 더 북쪽, 북한 땅에 조금 더 가까이, 파주에서의 밤이 깊어갔습니다. 종교도, 지위도, 어떤 차별도 없이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고 발원한 사람들의 밤이 그렇게 깊어 갑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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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행복학교 학생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저도 행복전달받았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2017-03-20 14:10:05

구시웅 ㅡ법성

스님~오늘김천에서 처음뵈었습니다.
저는30년전 현재 충남예산 향천사주지스님이셨던 법정스님을 모셨고 13살까지 상자생활을하다가 절을떠나
부모님곁으로돌아왔습니다. 테니스선수생활을했고
나이어린선배들에게 온갖인격적시달림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미국으로건너가 테니스 전문지도자연수를수년간 마치고 지금은 한국에서 지도자와 동호인을 지도하고있습니다.사람관계속에서 스트레스를많이 받았습니다.작년에 유투브에서 스님을 처음알게되어 올해는 구미 정토회불교대학봄학기에 입학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어릴때 배웠던 향피우는걸 지금까지 해오고있습니다.내일부터 새벽5시에일어나 100일기도를 시작합니다.제스스로를낮추며 부처님앞에 두손을모으고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스님~목이아프다고하셨는데 빠른 쾌유를 기도하겠습니다.

2017-03-19 20:14:22

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7-03-19 20: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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