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4. 20 행복한 대화_ 강릉 단오문화회관 편
꽃이 한창인 봉화

새벽 4시 반, 봉화수련원의 아침을 여는 예불시간입니다. 강당에서는 백일출가 행자님들이, 아래 법당에서는 희광법사님과 수행팀이 기도를 하였습니다.

기도 후, 공양을 하면서 스님은 봉화 수련원에 과실수를 심어보자고 희광법사님에게 제안하였습니다.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 있는 과실수를 길러 보는 것도 좋겠다 이야기하며 묘목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지 찾아보았습니다. 마침 영주장이 서는 날이라 스님은 직접 가서 묘목을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트럭을 타고 수련원을 나서자, 수련원 앞 언덕배기마다 진달래가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산에 들에 진달래. 봉화에는 지금 한창입니다.
▲ 산에 들에 진달래. 봉화에는 지금 한창입니다.

“봉화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구나.
사과나무 꽃도 만발하네.”

스님도 꽃에 감탄하며 이야기 하였습니다. 한 행자님이 “왼쪽 대추나무에는 아무 기별이 없는데요. 아직 잎도 꽃도 필 생각이 없나 봐요.” 하자, 스님은

“대추나무가 모든 나무 중에 가장 늦게 잎을 피운다. 아랫사람이 다 나와서 준비해 있으면 웃어른이 ‘어험’하며 나오는 것처럼 어른 나무라 그래. 그래서 제사상에 대추가 제일 앞에 올라가잖아.”

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행자님은 처음 들어보는 재밌는 이야기가 신기하였습니다. 영주까지 가는 길, 꿀렁꿀렁 흔들리는 트럭을 타고 가며 하는 이야기들이 알콩달콩 재밌습니다.

장날이라 길거리에 난전이 많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봄나물을 소쿠리마다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 트럭별로 과일들을 종류별로 가득 채워서 파는 아저씨들, 파라솔 아래 꽃 화분을 파는 아주머니, 모종, 묘목을 인도에 길게 세워놓고 파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였습니다.

영주 장날. 화사한 꽃모종을 사다가 봉화수련원을 꾸밉니다.
▲ 영주 장날. 화사한 꽃모종을 사다가 봉화수련원을 꾸밉니다.

스님은 과실수로 사과나무, 배나무, 대추나무, 대봉 감나무, 단감나무, 밤나무, 자두나무, 흑포도나무, 복숭아나무를 한 주, 혹은 두 주씩 골랐습니다. 그 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백목련, 별목련, 벚나무, 박태기나무, 장미도 골라두고 밤나무도 한 주 골랐습니다. 모종을 파는 곳에서는 맷돌호박(조선호박), 동그리 호박, 애호박, 가지, 대추방울토마토, 아삭이 고추 등을 샀습니다. 법당 앞에 심어둘 생각으로 아네모네, 백일홍등 꽃 화분도 골랐습니다. 봉화 수련원이 꽃 천지로 변할 것만 같습니다.

스님은 시장 통 빵집에서 막 튀겨낸 꽈배기 도너츠와 알이 굵은 참외도 넉넉히 샀습니다. 수련원에서 수련 중인 백일출가 행자님들 간식입니다. 최보살님께는 점심공양으로 대중들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국수 꺼리도 준비 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최보살님도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게 하려고 넉넉하게 재료를 준비하였습니다. 백일출가 행자님들이 무척 기뻐할 것 같습니다.

마음도 넉넉해진 장보기를 끝내고 봉화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최보살님은 공양 준비를 하고 스님과 다른 행자님들은 희광 법사님과 함께 과실수와 모종의 자리 배치를 시작하였습니다. 벚나무, 별목련, 사과나무 등 묘목들은 맨 앞의 숙소 동 앞 쪽으로 간격과 열을 맞추어 심었습니다.


숙소 동 앞에 묘목을 심었습니다. 박태기나무에 꽃이 만발할 때를 기다립니다.
▲ 숙소 동 앞에 묘목을 심었습니다. 박태기나무에 꽃이 만발할 때를 기다립니다.

스님이 우선 삽으로 땅을 파면 행자님이 묘목을 넣고 흙을 돋우었습니다. 다음으로 뒤 따라 오면서 흙을 고르고 이름표를 붙이는 방식으로 하였습니다. 사과나무는 다른 나무들 보다 땅을 더 깊이 파서 심어야 한다고 묘목상에서 알려주어 스님은 삽질을 더 해야 했습니다.
모종 가게에서 맷돌 호박이라고 알려준 조선호박 20모종은 예전에 화장실이 있었던 자리에 늘어 세워서 간격을 두고 하나씩 심었습니다.

맷돌 호박 20모종은 예전에 화장실이 있던 자리에 구덩이를 파서 심었습니다.
▲ 맷돌 호박 20모종은 예전에 화장실이 있던 자리에 구덩이를 파서 심었습니다.

법당 앞 밭에는 희광법사님이 일부러 풀을 뽑지 않고 재배하는 자연농법이 시험 중이어서 잡초와 풀들이 무성했는데 사이사이를 골라 고추, 가지, 애호박, 동그리 호박 등을 심었습니다.

풀들 사이를 비집고 애호박 심기.
▲ 풀들 사이를 비집고 애호박 심기.

마지막으로 수돗가 옆에 공간을 좀 두고 가지런히 꽃모종들을 심었습니다. 많은 묘목과 모종들이 빠른 시간 내에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가지런히 꽃모종을 심다가 만난 민들레. ‘그래. 너도 함께 있자.’ 민들레도 그대로 두고 이어서 심기로하였습니다.
▲ 가지런히 꽃모종을 심다가 만난 민들레. ‘그래. 너도 함께 있자.’ 민들레도 그대로 두고 이어서 심기로하였습니다.

거의 일이 마무리 되어 가자, 백일 출가 행자님들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우르르 나와 스님께 인사 드렸습니다. 스님은 삽질을 잠깐 멈추고 합장으로 행자님들의 인사에 답하며 ‘공부 열심히 하시라’ 격려하였습니다.

“스님, 국수와 도너츠, 참외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일출가 30기 행자님들의 인사.
▲ “스님, 국수와 도너츠, 참외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일출가 30기 행자님들의 인사.

행자님들이 점심 공양을 할 동안 스님은 일을 더 마무리 한 후, 국수로 공양을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러 일을 한 덕분에 많은 일들이 빠르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을 한 후, 3시에 강릉으로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3시가 가까워 오자 수행팀 일행은 짐을 싣고 출발 준비를 마쳤습니다. 스님 오시기를 기다렸는데 시간이 다 되어도 오시지 않아 살펴보니 지난 번 산책길에 보았던 두릅나무 순을 따러 가셨다고 하였습니다. 3시가 훨씬 지나 20분쯤 되었는데 행자님과 스님이 한아름씩 두릅을 안고 왔습니다. 두릅 군락지를 확인했다며 모자와 옷이 땀에 젖도록 따서 큰 양파 망으로 세망을 가득 채워 왔습니다. 두릅을 가득 실을 차가 강릉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백일출가행자님들, 주변 어르신들 등 봄나물을 맛 보여주고 싶은 스님 마음이었습니다.

봉화수련원에서 강릉까지의 길은 태백을 거쳐 가는 해발 700미터 이상 고개를 넘어가는 굽이 길이었습니다. 깊은 골짜기 굽이 길을 지나고 바다를 거쳐 강릉에 도착하였습니다.
6시 40분 경, 단오문화회관에는 행복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큰 소리로 인사하고 좌석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단오문화회관 밖은 작은 공원으로 저녁나절 운동 겸 산책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안내하는 목소리에 이끌려 강연을 들으러 들어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강릉 단오문화회관이 저녁노을로 물들 때, ‘행복한 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 강릉 단오문화회관이 저녁노을로 물들 때, ‘행복한 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스님과 ‘행복한 대화’를 한 사람은 모두 여섯 분이었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빠졌는데 지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 입사한 친구들이 하는 일을 보며 후회할까 두렵다는 취업준비생, 점을 봤는데 삼재라 액운을 면하려면 삼재풀이를 해야 한다는데 꼭 해야 할지 물어보는 여성분, 대선 이후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물어보는 어머님 등이 있었습니다.

질문자 여섯 분과의 대화가 끝나고 스님은 오늘의 ‘행복한 대화’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지금 자신 그대로가 좋은 줄 알아야 합니다.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나이든 사람은 나이든 사람대로 지금 자기가 놓인 처지가 좋은 줄 아는 관점을 가질 때 이 세상은 훨씬 더 살만한 곳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 인생의 행복도를 높여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도가 세계 117위라고 합니다. 이 정도는 거의 꼴찌 수준에 버금갑니다. 행복도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조건이 나빠서가 아니라 욕심이 많고 집착이 강해서 입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우리들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도 ‘행복한 대화’였습니다. 오늘 질문에서 나왔듯이 취업으로 고민 중이어도, 남자친구가 배신을 해도, 장애의 몸을 가지고 있어도,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과거에 어떠한 경험을 했든, 현재 그 처지가 어떻든, 모두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남자냐 여자냐 하는 문제도 아니고, 젊으냐 늙으냐 하는 나이의 문제도 아니고, 불교냐 기독교냐 하는 종교의 문제도 아닙니다. 신앙은 각자 알아서 하고, ‘우리가 사물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공부를 위해 ‘행복학교’가 있으니 여러분들도 주변에 있는 행복학교에 많이 참여하셔서 보다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장을 빠져나오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스님을 만나다가 오늘 처음 강연장에서 스님을 만났다는 주부는 “그냥 가벼워진 것 같아요. 어떻게 표현할 수는 없는데 기분이 편안하고 좋아요.”라며 오늘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다들 수고 하셨어요.” 스님과 함께 인사 나누는 강릉 행복학교 학생과 선생님들.
▲ “다들 수고 하셨어요.” 스님과 함께 인사 나누는 강릉 행복학교 학생과 선생님들.

강릉에서 두북까지 오늘 밤, 달려가야 할 길이 멉니다. 길은 멀지만 가야할 길입니다. 이왕 가는 길, 즐겁게 달려갑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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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ㅎ스님덕분에 농사짓는 사람이 많아질듯요~ 저도 관심이 ~

2017-07-14 20:12:44

임무진

그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기에 감정이 생기고, 그렇게 생긴 감정은 추스리기가 어려운데 그 사람이 나쁘지 않다는 걸 확연히 깨추이면 추스릴 감정도 없다는 말씀 와 닿습니다. 어리석이 다른 이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쁘다고 생각하며 그로 인해 미워하고, 그 미워하는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괴로워 하던 나를 봅니다. 좋고 나쁨은 다 내 생각이 짓는 것임을 되새깁니다.

2017-04-26 17:38:33

달팽달팽

배신이라고 할 것이 없고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고 그를 만난 나도 좋은 사람입니다. 제 경우에도 적용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2017-04-23 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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