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05. 25 INEB 불국사 탐방, 행복한 대화 - 광명 평생학습원
시어머니와 따로 살고 싶은 마음에 죄책감이 들어요

오늘도 예불과 기도를 일찍 마친 스님은 INEB 스님들과 공양을 함께 하였습니다. 특히 오늘은 남방의 식사 예법을 살려 인도식으로 진행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마련된 공양물을 들고 서빙을 하고 동남아 스님들은 앞에 서빙된 공양물을 보고 먹을 만큼 덜어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모두 합장하여 공양찬탄을 마치자 스님부터 밥을 서빙해 주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스님께서 직접 공양 서빙을 하여 놀라고 어쩔 줄 모르는 웃음을 웃으며 공양을 덜었습니다. 신기한 듯 사진도 서로 찍었습니다.

차례로 공양물을 전하여 공양할 준비를 마치고 조용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 공양을 하였습니다.

아침 공양 후 8시부터는 3시간 30분 정도 INEB 스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3일간 정토회와 한국 전통 사찰을 방문한 소감을 나누고 질문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태국에서 오신 스님께서 스님께 태국가사를 선물하셨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오신 스님들도 한국에 초청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드렸고 법륜스님은 선물을 이마 위로 들어 올려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습니다.

법륜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께서 비구 스님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유로이 질문하기 어려워하실 것을 배려하여 비구니 스님들의 소감을 먼저 들어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은 환대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동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나누기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면서 지난 3일 동안 다니면서 많이 배우고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며 고마워하였습니다.

정토회가 자원봉사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이렇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질문도 있었고 법륜스님이 비구니스님들과 지극한 마음으로 서로 절하는 것이 인상적이고 많은 배움이 있었다고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예정된 3시간을 훌쩍 넘겨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끝내지 못한 질문은 내일 더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서 스리랑카에서 오신 비구스님은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선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자연친화적으로 살 수 있는 지, 정토회를 어떻게 시작했고 이끌어오면서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질문하였고 스님은 상세하게 얘기해주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도 계속 이어지는 질문에 다 답변하지 못하여 내일 다시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하고 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식사 후, 방문단은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오후의 햇빛이 강렬하여 동남아에서 오신 스님들도 우산을 양산 삼아 켜서 그늘을 만들어야했습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스님은 중생의 세계에서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는 염원을 담아 만든 불국사의 곳곳을 상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법화경을 토대로 조성한 석가탑, 다보탑을 지나 무설전(無說殿)에서는 스님이 그 이름의 뜻이 무엇을 말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각자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스님은 궁금함이 가득한 동남아 스님들의 눈빛을 보아가며 상세하게 설명을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벽면에서는 ‘보디사트바와 보통사람’을 이야기하며 잘 다듬은 기둥은 보디사트바를, 자기모양대로 벽면을 채우고 있는 돌은 보통사람을 뜻하는데 기둥처럼 잘 다듬지 않아도 서로가 모여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이 보통 사람의 돌이지만 단 한 가지, 한쪽 면은 편평하게 발라야 맞출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자 동남아 스님들은 웃으며 벽을 만져보기도 하였습니다.

어렵고 무겁지 않고 쉽고 재밌게 설명하는 동안 불국사 탐방이 모두 끝났습니다. 다시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 가장 아름다운 불국사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지점에서 다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불국사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므로 경기도 광명에서 오늘 저녁 진행되는 ‘행복한 대화’ 강연에 늦어질 수도 있어서 먼저 동대구역에서 오후 4시 40분 KTX기차를 타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경기도 광명시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통로와 앞자리에도 임시방석을 깔고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하였는데 그 중에 시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한 주부의 사례를 전합니다.

“저는 결혼한 지 13년 된 가정주부입니다. 현재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결혼 초기에 남편이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셋방부터 시작하자는 말을 해서 저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만에 남편이 입장 번복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경제적인 형편이 좋지 않고, 혼자서 꾸려나가시기 어려우니 같이 살자는 입장이었어요. 그렇게 같이 살게 되었는데, 작년부터 함께 지내는 게 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문득 우리끼리 따로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시어머니께서는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신 분이세요. 그래서인지 제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조금 나쁜 생각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건 나쁜 생각이 아니에요.”

“그래도 저는 왠지 모르게 죄스럽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신랑도 저한테 잘하고, 또 시어머니도 저를 좋아하세요. (질문자 웃음)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무조건 저랑 같이 사시겠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말씀을 하셔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병원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노인분들도 많이 계시고 또 저도 어르신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작년부터는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게 힘이 들고, 시어머니의 행동도 보기가 싫어집니다. 너무 싫다는 감정이 올라올 때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우울증 약을 조금 먹었어요. 그냥 가볍게 약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저도 모르게 갑자기 펑펑 울게 되었어요. 그런 다음 6개월 정도 약을 먹고 지내다가 의사선생님이 괜찮아졌다는 진단을 내리셔서 약을 끊었는데, 요즘 이게 다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 강연장에 오기 전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의사선생님께 약을 지속적으로 먹지 않고 필요할 때만 먹을 수는 없는지 여쭈어보니, 그렇게 먹으면 연예인들이 자살할 때처럼 충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우선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약을 지속적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시어머니를 싫어하는 감정에서 올라오는 거니까,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우선 ‘관심끄기’를 시도해봤어요. 집에 잘 안 들어가는 방식으로요. (질문자 웃음) 실은 오늘 강연장에도 ‘어디 밖에 갈 곳 없을까?’하고 고민하다가 오게 되었어요. 밖에만 나오면 괜찮은데, 시어머니를 마주하기만 하면 귀찮은 생각도 들고 싫은 감정이 올라와요. 그래서 집에 들어갈 때도 피하게 되고 그래요. 스님의 다른 법문에서 미워하는 것보다는 관심을 끄는 편이 낫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 저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어머니께서는 여전히 저를 바라보고 계시는 것 같아서 죄스럽고 미안한 감정이 듭니다. 계속 이런 감정으로 살아도 되는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네,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아요. 어떤 여자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같이 살고 싶지, 다른 여자와 나누어서 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늙은 여자든 젊은 여자든 상관없이 그게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입니다.

질문자도 지금까지는 시어머니의 형편이 그렇다 보니, 즉 주변 환경이 그렇다보니 참으면서 함께 살아왔지만, 아까 질문 속에서 말했듯이 ‘우리끼리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거예요. 그런 저변에 깔린 마음이 우울증과 겹치면서 지금과 같이 나타난 거예요. 애초에 없었던 마음이 작년부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저변에 깔려 있었는데도 억눌려서 드러나지 않던 것이 이제 겉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이니 그것 자체에 대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시어머니와 같이 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남편이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아니면 질문자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희 남편은 시어머니와 말도 잘 안 섞는 편이에요. 둘 사이에는 말이 별로 안 통하는 편이에요. 사실 결혼하고 조금 의아했던 것이 가족들이 어머니와 말을 잘 안 하고 주로 어머니 혼자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말동무가 많이 되어드렸는데, 그게 11년 정도가 지나니까 다른 가족들이 왜 어머니와 대화를 하지 않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모두 웃음) 처음에 같이 살기로 한 건 시어머니께서 그렇게 하길 원하셨어요.”

“그러면 최근에 따로 나가서 살자고 한 건 남편의 생각이에요, 질문자의 생각이에요?”

“그건 제가 제안한 거예요. 제가 따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남편은 조금 곤란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왜 곤란하대요?”

“시어머니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저희가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나가시면 저희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조금 더 커지니까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머님 집이에요?”

“아니요. 저희 집에 어머님이 와서 같이 살고 있는 거예요. 경제적으로 독립하실 수 없어서 저희와 함께 살아야 되긴 해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꼭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꼭 한 집에 살지 않고, 가까운 곳에 사실 수 있는 곳을 마련해드리면 되잖아요?”

“그 생각도 안 한 것은 아닌데, 어머님께서 싫다고 하셨어요.”

“어디에 멀리 보낸다고 하면 싫어하시지만, 바로 옆 동 아파트나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되죠.”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청중 웃음)”

“그럼요. 문을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곳을 구해드려도 되고, 조금 더 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으면 아파트 옆 동에 집을 구해드려도 돼요. 그렇게 공간을 따로 쓰면 그만큼 마음이 덜 신경 쓰이니까요. 그런데 같은 공간에 계속 있으면 무의식 세계에서 커다란 압박을 느낍니다.

질문자의 경제적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곳이 30평 아파트라면 그걸 그대로 유지한 채 시어머니의 집을 추가로 구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질문자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을 20평 정도로 줄이면서 어머님의 집을 구하는 건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잖아요. 그렇게 질문자가 사는 공간을 줄여서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지혜를 발휘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아니면 지금보다는 조금 변두리로 옮겨가면서 두 집으로 나누는 방법도 있고요. 경제적 부담이 있다고 하니 그렇게 아이디어를 내보면 어떨까 싶어요.”

“네.. 그런데 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마음이 나아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그것도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질문자가 따로 살아보고 싶은 욕구도 있는데 그걸 억누르면서 억지로 함께 살면 시간이 지나면서 병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어요. 그러니 남편과 솔직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어보세요.”

“남편한테도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둘째 딸이 스무 살이 되면 제가 집을 나가는 방향도 이야기를 했어요. 아직 7년이 남긴 했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 정도 지내면 저도 저 나름대로 몫을 다 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질문자 웃음)”

“지금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남편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더 나누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남편한테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머님을 배척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밑 마음에 당신하고만 살고 싶은 숨어있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 들어 그 마음이 자꾸 올라오는 것 같다. 집이 조금 작아져도 괜찮고, 조금 멀어져도 괜찮으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제안을 해보세요. 질문자에게 우울증 증세도 있으니까 그 이야기도 하면서 ‘나한테 우울증 증세도 다시 나타나는데, 우선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번 해보고 내 증세가 나아지면 다시 같이 사는 것도 한 번 고려해볼게’하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싶어요.

그래도 지난 10여년을 같이 살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잖아요? 그렇게 이야기를 한 번 꺼내보고, 그게 잘 진행되면 가장 좋은 방안이에요.

만약 잘 안되면,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 이유로 남편과 헤어질 건 아니잖아요?”

“네.”

“설령 헤어지더라도 아이들이 스무 살 넘은 다음에 생각해야 하는 문제니까,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질문자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아이들도 돌봐주고, 필요할 때 살림도 도와주는 등 어머님이 계셔서 생긴 많은 고마운 점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내면 싫은 마음이 덜 해집니다.

요약하자면, 우선 남편에게 솔직하게 제안하는 등 내가 해볼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해보세요. 그리고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면 그에 맞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거예요. 늘 내가 해볼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보고, 그게 잘 안되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요.”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어머님을 미워하지는 않거든요.”

“지금 어머님이 미운 것은 아니지만, 남편과 단둘이 살고 싶은 욕구도 있고 또 어른이 안 계시는 환경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니까 싫은 감정이 올라오는 거예요.”

“아…”

“어머님이 나한테 잔소리를 하거나 미운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데, 우리 가족끼리만 살고 싶은데 그게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그에 따른 싫은 감정이 올라오는 거예요.”

“아, 그래서 죄책감도 동시에 드는 건가요?”

“네. 그래서 서두에 질문자가 가진 욕구는 정당한 욕구라고 지지를 해준 거예요. 그 욕구를 가졌다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가지고 있는 욕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현재 질문자가 처한 경제적 환경, 남편과의 관계 등 주어진 조건 속에서는 질문자의 바람을 모두 실현하기 어렵잖아요?”

“네.”

“그러니까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 우리가 뜻하는 대로 다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선 자기의 욕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다만 지금 주어진 조건을 고려해서, 내 욕구를 남편에게 한 번 이야기해보고, 만약 이루어지면 그것대로 좋고 또 만약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 사유로 이혼할 것은 아니니까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마음자세를 다시 잡아보는 거예요.

그 단계가 되면 이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이 싫은 마음이 덜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가 질문이 됩니다. 그때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재 상황이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머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생기는 많은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꾸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내면 지금보다 나아져요.

즉, ‘어머님은 노인이니까, 우리 남편의 부모니까’ 이렇게 당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해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도 어머님이 계시니까 외출할 때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겨놓을 수도 있고, 오늘 강연장에도 마음 편히 올 수 있잖아요? 그러니 잘 생각해보면 어머님이 계셔서 속박 받는 것도 있지만, 어머님이 계셔서 자유로운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부분을 자꾸 생각하면 돼요. ‘어머님은 어른이니까’ 등 의무감으로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 실질적으로 어머님이 계셔서 도움이 되는 부분을 떠올리면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 제가 그 생각은 못 해본 것 같아요.”

“다 그래요. (청중 웃음) 아까 질문한 사람도 보세요. 딸은 어머니가 계신 것은 너무 당연하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만 주로 생각을 해요. 그런데 모든 인간이 그렇습니다. 아마 그 어머니를 찾아가서 물어보면 ‘우리 딸은 다 좋은데 내 마음을 잘 몰라준다’ 며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 하실 거예요. 우리는 모두 자기 관점에서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스님과 같이 지내는 사람들도 겉에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어보면 ‘우리 스님은 저런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하며 각자 자기들이 바라보는 관점들이 있을 거예요. (청중 웃음)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이 100% 다 이루어질 수도 없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100% 맞추어줄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현실이에요.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살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어머님이 계셔서 좋은 점들을 생각하며 고맙게 생각해야 해요.

아까 그 질문자는 딸의 입장에서 ‘내가 어머니를 모신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 입장을 다를 수 있어요. 아마 어머니는 ‘내가 있어서 그래도 딸의 아이들도 봐주고 살림도 해준다. 그런데 우리 딸은 이런 걸 몰라준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친딸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 질문자의 시어머니의 경우에는 며느리한테 그렇게 하는 거니까 더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제가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이고, 어머님 입장에서는 또 그렇지 않습니다. 며느리가 직장에 다니니까 그 사이에 아이들도 봐주고 밥도 해주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그런 고마움을 모르고 있어요.”

“네. 사실 예전에는 고마운 마음이 많이 생겼었는데, 요즘에는 마음이 좀 약해진 것 같아요.”

“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라, 신혼 초부터 남편과 둘만 살고 싶고 어머님 눈치고 안 보고 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마음의 상처가 되어서 묵혀져 있다가 지금 갱년기와 겹치면서 그 상처가 덧난 거예요. 그래서 그것이 지금 우울증으로도 나타나고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 이 분위기, 기분만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래도 사람이 늘 참고만 살 수는 없잖아요? 내가 원하는대로도 한 번 살아봐야 해요. 그러니 남편한테 솔직하게 한 번 이야기해보세요.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되 현재의 고민이 남편과 별거를 하거나 이혼을 할만한 사유는 아니니까 그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나름 노력을 해보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그런 노력을 해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혼 초부터 질문자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시어머니가 아이들도 봐주고 살림도 해준 많은 고마운 부분들을 생각해야 해요. 그런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싫은 마음도 차츰 덜해지고 마음이 많이 편해질 거예요. 그러니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고마운 마음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오늘 ‘행복한 대화’는 여기에 실린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의 입장과 더불어서 딸과 함께 사는 어머니의 입장도 질문이 되어 서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서로 상대의 입장을 확연하게 볼 수 있었던 값진 자리였습니다. 더불어서 평소에 잊고 사는 상대방의 고마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지요.

아침 일찍부터 토론과 불국사 탐방, KTX로 이동한 광명 강연까지 빈틈없이 채워진 스님의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내일은 문경에서 일정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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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스님 늘 감동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2017-07-27 16:59:40

조성우

감사합니다 스님

2017-07-26 10:58:30

감사합니다

제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더 자세히 읽었습니다. 시댁식구들이 너무 잘해주는데도 불편한 감정이 가끔 올라와 제 스스로 마음가짐을 못됐다 탓하며 마음을 다스렸는데 스님 글을 읽고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7-12 16: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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