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29 INEB 평가회의 해외 활동가 수련 입재식
새로운 역사의 스토리가 되겠습니다

INEB 한국 방문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입니다. 도량석이 울리자 공동체 성원들이 하나 둘 법당에 내려왔습니다. 절하며 개인 정진을 하는 법우님도 있고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는 법우님도 있습니다.

스님은 일찌감치 내려와 조용히 명상을 하였습니다. 종송이 울릴 때 쯤, 동남아 스님들도 한 분, 두 분 자리하셨습니다. 예불이 시작되고 법당에 자리한 모든 성원이 합장하고 예불문을 염송하였습니다. 스님은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모습으로 예불하였습니다.

어제는 선운사로 출발하느라 아침 예불만 참석하였는데 오늘은 예불 후 천일결사 수행에 동남아 스님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108배 정근을 할 때에는 스님과 대중들을 따라 끝까지 함께 절하는 동남아 스님도 계셨습니다.

한 시간 남짓 아침 예불과 기도가 끝나자 30분 후 함께 할 발우공양 시간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하였습니다. 이미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발우공양을 경험하신 스님들이셨기 때문에 간략히 발우와 자리 안내 등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큰 장방형으로 발우공양 자리가 만들어지고 동남아 스님들은 공동체 식구들의 사이사이에 모셨습니다. 죽비 3성으로 발우공양이 시작되었습니다.

‘불생가비라, 성도마갈다, 설법바라나, 입멸구시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세계의 제자들이 함께 모여 소심경을 외는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이미 문경정토수련원에서 발우공양 경험이 있는 스님들은 한결 편하게 의식에 임하셨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대중공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개인 참회 후, INEB 스님의 마지막 인사말씀을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가슴 깊이 후원자와 봉사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일정 동안 저희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널리 양해를 해 주십시오.
저는 이번 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 나라로 돌아가면 제가 배운 것을 잘 새겨서 다른 분들과도 나누겠습니다. 삼보에 힘으로 인해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함께 가는 수행자이므로 '안녕'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미얀마 스님의 ‘안녕이라 하지 않겠다’는 인사 말씀에 다들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중공사의 예법에 따라 지도 법사님께 말씀을 요청하였습니다.

“대중이 법당 가득하니까 보기가 좋습니다. 먼저, 여러분이 참회하고 공지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주어진 계율을 지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어떠한 때라도. 어쩔 수 없이 어겼을 때 참회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원래로 복구됩니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습관 때문에 계를 지키지 못한 것을 고치려고 참회를 하는 것인데, 즉,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내가 알아차림을 놓친 것을 알아차려 다시는 어기지 않겠다고 해야 고쳐지는데 여러분들의 참회를 들어보면 거의 하나의 관습 같아요.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아침에 참회하면 되지.’ 하는 태도는 형식화된 것입니다. 그래도 숨기고 참회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흘러도 습관이 고쳐지지 않습니다.

대중 공지하는 것은 투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적인 업무로 저녁예불에 빠지겠습니다.’ 하는 것은 듣는 대중들의 의혹을 없애지 못 합니다. 어떤 ‘개인적인 업무’인가, 등등의 의혹이 생기게 되지요. 그러니 궁금함이 생기지 않도록 투명하게 이야기해야합니다. 그것을 주의하시면 좋겠고요.

오늘 INEB 방문단의 일정이 마치게 됩니다. 원래는 가는 사람이 ‘안녕히 계세요’ 하고 삼배로 인사를 해야 하지만 테라밧다 스님들이니까 저희들이 가시는 스님들께 삼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대중 모두 삼배)

삼배를 하고 스님은 국제국에서 준비한 선물을 스님들께 드렸는데 국제국에서는 작은 종을 예쁜 주머니에 담아 스님의 책과 함께 드렸습니다.

국제국의 선물이 모두 전달되자, 스님은 가장 어르신인 비구 스님 두 분과 비구니 스님 세 분께 북한산 인삼 엑기스를 준비하여 직접 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통역하느라 수고하신 분들께 책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대중공사를 마치고 법당에서 뒷마무리에 대한 안내 후 8시 30분부터 평화재단에서 INEB 전체 일정에 대한 평가회의를 하였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진지하게 평가회의에 임했습니다. ‘가장 도움이 된 정보나 활동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 법문이 아닌 QnA 처럼 진행되는 즉문즉설이 아주 신선했다.
  • 백일출가 프로그램. 청년들이 자가 동력을 가지고 함께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감명 깊었다. 우리 테라밧다에서도 스스로 돌아봐야겠다. 청년들의 참여를 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청년들에게 꽃피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 (버스 안에서의) 나누기. 서로 얘기를 들으면서 또 배울 수 있었다. 좋은 문화인 것 같다.
  • 법륜 스님과 질의응답, 나누기 시간
  • 법륜 스님의 삶과 생활 그 자체
  • 발우공양
  •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만났을 때 축복의식을 했는데, 그들이 아주 감동했고, 정말 좋아했다. 한국에 살면서 기독교와 대승불교만 접할 수 있는데 고향의 테라밧다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또, ‘고국에 돌아가면 적용해 볼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 법문이 아닌 QnA / 즉문즉설 스타일
  • 환경 실천(문경 수련원의 실천)
  • 청년 활동 : 청년들이 스스로 좋다고 느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
  • 깨달음의 장 개념, 팀 워크
  • 나누기
  • 함께 절하는 것. 테라밧다인 우리들은 절을 받으면 맞절을 하지 않는데 이번에 함께 맞절하는 법륜 스님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등의 답변을 주셨습니다.

동남아 스님들과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토회 국제국 스텝은 진지하게 평가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점심 공양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이어서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해외 활동가 수련회의 입재식에서 법문을 요청받아 서둘러 점심 공양을 하고 문경으로 향했습니다.
문경수련원 명상원에 도착하여 스님은 해외 각지에서 참가한 활동가들과 마주하였습니다.

“이번 INEB프로그램 중에 이런 질문을 하신 동남아 스님이 계셨어요.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을 불교로, 절로 오게 할 수 있는가?’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답해 드렸습니다.
‘왜 젊은이들이 절로 와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가?’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고 연구를 할 때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야 될까요?
‘우리가 고뇌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관점과 ‘어떻게 하면 우리 절에 젊은 사람을 오게 할 거냐?’는 관점은 성격이 많이 다르지요.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우리 가게에 손님들이 많이 오게 할 건가?’ 하는 관점에서 연구를 하다 보면 홍보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기가 쉽지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좀 더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적절한 때에 공급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관점을 우선으로 하지는 않잖아요. 우리는 늘 내 이익을 위해서 고객을 필요로 하지,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내가 일한다는 생각은 잘 안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에게도 그런 요소가 있다는 말씀을 지금부터 드리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인도성지순례 신청자가 많아서 다 받을 순 없으니까 500명만 선발했는데, 인도에 500명이 들어갈 호텔이나 전세버스도 없고, 안내할 법사도 부족한 상황이라면 그건 조금만 연구하면 방법이 나옵니다. 500명이 한꺼번에 수용될 호텔을 구할 수 없다면 거기로부터 100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호텔에 방을 구해보면 되고, ‘그럼 아침에 집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제기되면 다시 ‘그럼 여기서 떠날 때 아예 두꺼운 침낭을 가져가게 하고, 멍석은 현지에서 따로 준비해 뒀다가 나무 밑에 깔아주는 방식으로 해 보자’고 해 보면 되지요.

성지순례를 가고 싶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방이 없어서 못 가게 될 상황이라면 참가자들에게 솔직히 상황설명을 해서 양해를 구하는 게 가능하지요. ‘지금 인도에 숙소가 부족하다. 그래도 꼭 가고 싶다면 잠자리가 불편한 건 각오해야 된다. 괜찮겠느냐?’하고 물어서 ‘괜찮다’는 답이 나오면 나무 밑에서 자는 방식으로도 순례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건 실제 우리가 작년에 경험한 일입니다. 작년에 인도성지순례 참여희망자가 700명은 넘으리라고 예상했고 그 중 500명만 선발할 계획으로 비행기도 500좌석을 예약해 놓는 등 다 500명에 맞게 준비를 했는데, 막상 모집을 해 보니까 처음에는 600명이 신청하더니 취소자가 계속 생겨서 막상 출발일 몇 달 전에는 500명 이하만 남은 거예요. 그래서 추가모집 공지를 해야 될지, 말지 고민을 했습니다.

원래는 자격조건이 불교대학생 이상이었는데 상황이 그러니까 ‘불교대재학생도 받자. 외부 사람도 받자’는 의견이 나온 거예요. 그러면 이제 부작용이 생기지요. 원칙을 벗어나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추가모집을 한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원칙대로라면 70세 이상은 참가가 불가능한데, 자리가 비니까 75세도 좋다, 불교대학 안 나와 좋다, 정토회 안 다녀도 괜찮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도 데리고 가니까 막상 현장에 갔을 때 불평하는 사람이 나오죠. 그래서 나중에 평가를 하면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하거든요.(모두 웃음)

그런데 ‘올해 한 해 정도는, 이왕 벌어진 일이니까, 어떻게든 채워보자’ 하는 건 일시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거죠. 왜냐하면 한 번의 실수이니까요. 실수 한 번했다고 이왕에 기획한 행사를 그만둘 수 없잖아요. 그런데 잘못된 방향으로, 거꾸로 된 방향으로 매년 이렇게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럼 세상에 있는 여행사랑 똑같이 되는 거죠. 여행사는 여행자를 많이 모집해야 되는데, 실제 모집해 보면 적게 오니까 매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부탁을 하러 다녀야 돼요. 이 절, 저 절 다녀야 되고, 광고도 내야 되고요. 시간이 흐르면 광고비도 자꾸 높아져서 여행사의 이익도 자꾸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첫째,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다음에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효과적입니다.

다시 말해서, 첫째, 목표를 분명히 알아야 위축되지 않고, 힘이 들어도, 돈이 들어도 보람이 있게 돼요. 우리가 하는 일 중에 돈 들고, 시간 드는 일이 한두 가지입니까?(모두 웃음)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술 마시고, 춤추고, 골프 치고, 그러잖아요. 그러자면 얼마나 힘이 들어요? (모두 웃음) 그런데 술 마시고, 춤추고, 골프 치는 것보다 더 돈이 들고, 시간이 들고, 힘이 들어도 그것보다 더 재밌거나 보람이 있으면 한번 해볼 만하잖아요.

우리가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부처님의 법을 따라서 수행하거나 원을 세우고 일을 하는 게 너무나도 재미가 있고, 보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노는 게 더 재밌다면 결국 노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요.

그런 면에서 오늘 여러분들의 토론이 ‘힘이 든다, 시간이 없다, 돈이 든다’는 내용이 주가 되기보다는, ‘돈을 들일만큼 보람이 있느냐? 시간을 들일만큼 재미가 있느냐? 그만한 성과가 있었느냐?’는 내용이 주가 된다면 돈이나 시간이나 힘이 좀 드는 건, 물론 힘이 들면 순간적으로는 좀 어렵지만,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의 근본적 장애요소는 아니라는 겁니다. 때문에 돈, 시간, 힘이 들지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으려면 이 목표 부분에 대한 동의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자기 참여, ‘내가 이런 일을 하는데 참여했다’는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목표에 대한 동의가 있고, 자긍심도 갖게 되면 다른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한 베트남 교민이 ‘아, 이 법이 정말 베트남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싶어서 어떤 역할을 했는데, 시간이 흘러서 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이 공부를 하게 됐다면, 그래서 자꾸 수요가 늘어났다면 그 사람은 역사가 흐른 뒤에 어떤 사람이 됩니까? 베트남에 불법을 전한 시조가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 사람은 신라의 아도화상이 되는 거고, 고구려의 순도화상이 되는 거고, 백제의 마라난타 대사가 되는 거고, 가야의 장유화상이 되는 거란 말이에요.(모두 웃음)

제가 미국, 캐나다, 유럽에 갔을 때 거기서 만난 교민들 중에는 한국에서 살기 힘들어서 이국땅까지 돈 벌러 온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이 한 30년 지나서 한국에 가보니까 한국도 다 먹고 살만해졌더라는 거예요. 그럴 때 사람이 얼마나 허무해지겠어요? ‘내가 한국에서 계속 살았어도 지금쯤 먹고 살만 해졌을 건데, 괜히 외국까지 가서 그 생고생을 했구나.’(모두 폭소) 이렇게 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그때는 뭣도 모르고 벌어먹고 살려고 외국으로 왔던 건데, 알고 보니 이 좋은 법을 내가 여기에 전하러 왔구나.’ 이렇게 생각을 전환할 수도 있는 거지요.

저는 우리 스승님이 ‘세상에서 살면 단명할 거다’라고 해서 이렇게 중이 되어서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모두 웃음) ‘내가 아직도 안 죽고 살아있지 않느냐. 우리 스님이 나한테 사기를 쳐서 이렇게 나를 끌어들였다’고 생각하면 제 인생에 무슨 보람이 있겠어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때야 단명한다는 말을 듣고 참여하게 됐든, 무슨 이유로 참여하게 됐든, 다 지나고 보면 ‘아, 그런 이유로 이 좋은 법을 만나게 됐구나’로 돌이켜야지요.
그러면 설사 사기를 당해서 참여하게 됐다하더라도 나한테 사기 친 그 사람이 나의 보디사트바, 보살이 된단 말이에요. 여러분도 이 좋은 법을 만나게 된 건 다 남편이 애를 먹이거나 누가 애를 먹여서 괴로웠기 때문이겠지만, 이 좋은 법을 만난 뒤에 되돌아보니 ‘아, 결국은 남편이 나를 이 길로 인도하려고 그렇게 술을 먹었구나’(모두 웃음) 싶지요? 그러면 남편도 보살이 될 수 있고, 나도 보람이 있게 된다는 겁니다. 저는 여러분들께서 그런 진리를 터득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동남아 스님들의 질문을 말씀드리는 건, 그분들이 처음 한국에 올 때는 목적이 뭐였겠습니까? 그분들은 당신들이 한국에 와서 부처님의 법을 배울 거라든지, 체득할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을 겁니다. 단지 한국 여행하고, 한국불교 좀 알아보고, 한국 사찰 좀 구경하려고 오셨던 거예요. 그랬던 분들이 한국을 떠날 때는 전혀 상상도 안 했던 붓다 담마를 얻어간다며 감동을 안고 가셨어요.

어제 스님들 중 한 분이 저한테 ‘부끄럽지만 제가 해결이 안 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오늘 스님을 만난 김에 이 문제를 얘기해 보겠다’고 하셨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동남아 스님들의 질문이란 한국에는 불교가 언제 들어왔는지, 정토회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모으는지에 대한 게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그 분은 당신이 승려생활한지 10년이 넘는데, 처음에는 어머니께서 ‘너는 제발 승려가 되라’고 하셨기 때문에 억지로 승려가 됐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승려생활이 아주 보람되고, 재미가 있어서 만족스러운데, 이제는 어머니께서 ‘그만 했으면 됐다. 이제는 나오라’며 목을 매신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동남아에는 아들 중에, 또는 가족 중에 누가 하루만 출가해서 스님이 되어도 그건 엄청난 복이 된다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태국은 하루출가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늘 계 받고, 이튿날 그만두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 행사의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니까 출가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기복행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집안이 어려울 때 그 스님의 어머니께서‘우리 집 아이 중 하나가 출가를 해야 이 액운을 좀 없애야 겠다’ 싶어서 맏아들인 그 스님이 어릴 때 출가를 시킨 건데, 그 아들을 어릴 때 출가시키고 10년 정도 지내고 보니까 아들은 이제 공부도 다 마쳤고, 다 컸으니까 집으로 왔으면 좋겠는 거예요. 그런데 아들이 안 나오니까 매일매일 아들을 찾아가서 우는 소리를 하는 거죠. 아시아에서 맏이는 좀 특별한 존재잖아요. 그러니까 그 스님은 ‘제가 맏이인데다가, 어머니를 안 볼 때는 덜 한데, 어머니와 전화를 하거나 집에 가서 직접 뵙게 되면 어머니께서는 울기만 하신다. 저는 승려로서 내 괴로움도 없어야 되지만 남의 괴로움도 없도록 해야 된다고 배웠고, 실제 지금 저는 그렇게 법문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 어머니의 괴로움의 원인이 되어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하루는 ‘그래도 이 길을 가야 된다’고 했다가, 하루는 ‘어머니가 저렇게 괴로워하시는데 내가 어머니 생전에 함께 살다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가, 이렇게 고뇌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우리 정토회에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고뇌를 가지고 있다’면서 대화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스님의 질문이 최고의 질문이다’고 했어요. 그동안 제가 동남아 스님들께 받은 질문은 다 지식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그 질문은 즉문즉설, 즉 자기 문제를 내놓은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주제로 대화를 나눈 뒤에 그분의 얼굴이 밝아졌어요. 그때 나눈 얘기를 여기서 다 되풀이 할 순 없는데, 어쨌든 대화를 통해서 그 스님의 마음이 편안해지신 거예요.

스님의 하루 2017. 05. 28. ‘부모님의 원으로 출가하게 되었는데’ 다시 보기 ☞

그러니까 그분들이 지금까지는 무상이라는 걸 외우고, 무아라는 걸 지식으로 익혀서 남에게 말하다가 오늘에야 무상 -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고뇌가 사라지고 ‘아, 뭐 하나 영원히 잡을 게 없다’는 걸 자각해서 나의 고뇌가 사라지는, 소위 담마를 체득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방법을 연구하는 기술적인 걸 배우러 왔다가, 붓다 담마에 대한, 새로운 공부에 대한 요구가 커졌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저는 ‘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게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이 가르침이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제가 ‘장사꾼’처럼 얘기하자면 ‘수요는 확실히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은 아직 소통이 안 되니까 전달할 방법이 없는 거고, 한국어를 하거나 한국문화권이라면 어느 정도 전달이 가능하겠다 싶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논의가 되어야겠습니다. 그 모든 논의에 우선해서 여러분들이 이에 대한 중심이 먼저 잡혀야 된다는 겁니다.

제가 만약에 인도나 미국 베트남에 가서 전법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면 연구를 하지, 괴롭진 않을 것 같아요.(모두 웃음) 말이 안 되면 말을 배우고, 건물이 없으면 ‘어떻게 하면 건물을 구할까?’ 하면서 7, 8시간은 일하고 거기서 번 돈으로 장소를 렌트해서 일 끝난 저녁에는 거기서 사람들과 명상을 하든, 대화를 하든, 뭘 하겠지요.

우리 정토회가 시작할 때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사무실을 하나 얻어서 새로운 시도를 해 봤어요. 제가 늘 얘기했듯이 처음에는 안 먹혔어요. 그렇게 하는 게 힘 드는 건 맞아요. 그러나 그것이 괴로움은 안 됩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 불교대생 1명 데리고 강의했던 건 전설이 됐잖아요.(모두 웃음) 처음부터 100명이 모였다면 정토회에는 스토리가 없는 거잖아요.

제가 문경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이렇게 절 지어놓고 시작했다면 이 문경수련원에도 스토리가 없었을 거잖아요. 제가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 저 나무 밑에 텐트 쳐놓고, 살다가 움막 쳐놓고 살다가 무너진 집을 헐어서, 등짐으로 져다 새로 지어서 살다가, 그 다음에는 이쪽에 돌담으로 몇 칸 만들어서 살다가,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 것처럼 여러분들이 사는 지역에서 여러분들 자신이 그런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이미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이미 스님이기 때문에.(모두 웃음)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사는 지역, 베트남에서는 저 보살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 쉽잖아요. 베트남에서 처음에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어려움을 겪어서, 어떤 풍파를 거쳐서, 이렇게 됐다, 그런데 지금은 현재와 같은 추세에서 보면 동남아시아에서 한류바람이 불어서 한국에 대한 기대가 커지잖아요. 그걸 기반으로 해서 그들의 고뇌에 대응을 하면 한류는 정토회에도 유리하겠지요.

그러니까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정토회는 작지만 확산되어 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나중에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스토리 주인공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스토리의 주인공은 꼭 첫 번째 시작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처음 시작하면 이 사람 했다, 저 사람 했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딱 뿌리를 내릴 때부터 스토리가 되거든요. 이건 커질 수밖에 없고 더 이상 허물어지는 않는다, 그때부터 스토리가 되거든요. 나무가 살아야 스토리가 생기지, 심었다고 스토리가 되는 거는 아니란 말이에요. 살아야 세월이 흐르면 거목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럴 때, 그 전에 어느 나무를 심었는데 5년 살다가 죽었다, 어떻게 됐다, 이런 건 다 스토리가 아니고, 이 나무가 결국 그런 과정을 거쳐서 거목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그 스토리를 만드는 중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해외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다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에 들어갑니다. 그 초기 멤버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요.

‘내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겠다’ 그런 욕심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볼 때는 정토회는 그냥 한국불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먼 미래를 볼 때 정토회에서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얘기 들어보면 자기 생각, 자기 궁리, 자기 수준으로 이러니, 저러니 얘기한다든지, 아니면 기존 불교로 논한다든지 이런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거든요. 안타깝지요. 여러분들은 모르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그 전통불교 속에서 자란 사람이잖아요. 또 그 전통불교의 맥을 잇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 지위를 던지고 새로 시작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이런 데서 정토회에 대한 이해를 바르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에게 힘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고뇌가 있다면 그것을 솔직하게 내놔야 합니다. 아까 저한테 질문했다던 동남아 스님처럼 솔직하게 내놔야 그 문제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서 정토회가 하고 있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라는 게 전통불교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불교가 아닌 게 아닙니다. 또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종교로서의 불교의 개념은 아니에요. 이것은 진리로서 우리가 추구해 가야 할 길입니다. 그런데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런 자리는 가볍게 보면 해외활동가가 모여서 ‘대화를 나눴다’고 되겠지만 나중에 스토리가 된다면 ‘세계 각국에서 와서 어마어마한 집회가 있었다’고 기록에 남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프라세나짓왕이 부처님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작은 데도 불구하고 무시하지 못하고 어마어마하게 큰 게 뭡니까?’ 저 같았으면 ‘너 왜 쓸데없는 질문을 하느냐?’고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부처님께서는 어떤 사람의 질문도 존중을 하시는 분이잖아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세 가지 예를 드셨어요. 첫째가 용, 용이 새끼일 때는 미꾸라지처럼 작지만 크면 그게 비를 내리고 어마어마어하게 드넓은 하늘의 신이 되잖습니까. 둘째가 왕자, 왕자라도 어릴 때는 꼬마에 불과하지만 그게 크면 나중에 천하를 호령하는 왕이 되잖습니까. 셋째가 뭘까요?”

“(한 대중) 수행자”

“예, 맞아요. 수행자입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수행자입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서 수행자는 길거리에서 밥 얻어먹는 하잘 것 없는 존재잖아요. 그런데 그런 그가 깨달으면 신들의 스승이 되는 붓다가 되잖습니까. 그러니 그 부처님의 말씀으로 오늘 법문을 마감하겠습니다.

지금 여러분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별 볼일 없는 미꾸라지 같지만 사실은 용 새끼로서 잘만 크면 용이 될 거고, 어린애 같지만 크면 위대한 왕이 될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위대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각자가 친구이면서 동시에 매우 존중해야 될 사람들임을 아시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토론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각자 부족한 게 있으면 숨기려고 하지 말고, 내 부족함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나를 바꾸면 그게 본인에게 유리하겠지요. 세상 사람들은 이미 내가 뭐가 문제인지 다 알고 있는데, 그걸 숨기고 움켜쥐고 있어봐야 나만 괴롭고, 아무런 발전이 없습니다. 오히려 드러내고, 나누고, 해결을 해 가면서 나도 좋고, 다른 사람도 좋은 그런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원을 가진 수행자가 만들 수 있는 스토리, 한 작은 정토회가 가지는 역사 속의 스토리, 그 씨앗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입재법문을 함께 한 해외 활동가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스님이 이야기한 자기 원을 점검해보는 과정으로 이 큰 스토리가 시작될 수 있겠지요.

문경 수련원 명상원의 정정당, 해질녘의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이후 각 지에서 오신 활동가들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먼저, 함께 자리해 주신 법사님들을 소개하고 해외 사업국와 국제국 활동가의 소개에 이어 북미 동부, 중남미에서 오신 활동가들, 북미 서부지구, 아시아 태평양 지구,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구의 활동가들이 차례로 나와 이름과 소임을 소개하였습니다.

스님은 함박웃음을 웃으며,

“맛있는 것 드시고, 여행도 함께 하고 싶은데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사무국에서는 그런 것 보다는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가 봐요.
멀리서,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은 고생을 해가면서 활동하고 계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바쁜 중에도 이렇게 직접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라고 따뜻한 환영 인사를 덧붙여 주었습니다. 이어서 저녁 공양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양간에는 멀리서 오신 활동가분들을 위해 정성을 기울여 준비한 저녁 공양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양물을 가지러 가는 활동가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반갑게 울려옵니다.
스님은 저녁 공양을 하는 것을 살핀 뒤,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정토회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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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사트바

스님 감사합니다.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런 어려움들이 있었군요. ㅎㅎ 저는 스님은 똑똑하셔서 처음부터 다 술술 잘 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

실제 생활에서 법을 적용해보고 체험하는 기쁨... 보살행의 중요성. 참 귀한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법륜스님과 정토회 여러분들의 공덕을 수희찬탄합니다. _()_

2019-06-24 14: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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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합니다! 해외서 고생을 하시는 활동가 분들에게 스님 얼마나 미안하시고 고마워하시는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문경수련원 만들기 전 스님께서 그곳에서 텐트치시고 움막지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ㅠ [ 여러분들은 모르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그 전통불교 속에서 자란 사람이잖아요. 또 그 전통불교의 맥을 잇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 지위를 던지고 새로 시작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느냐는 겁니다.] [ 또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종교로서의 불교의 개념은 아니에요. 이것은 진리로서 우리가 추구해 가야 할 길입니다. ] [ 지금 여러분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별 볼일 없는 미꾸라지 같지만 사실은 용 새끼로서 잘만 크면 용이 될 거고, 어린애 같지만 크면 위대한 왕이 될 사람들입니다.앞으로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위대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 스님 말씀들 모두 너무나 감동입니다! 제목도,글쓰신 분의 아름다운 마무리도,,너무나 환상적이네요^^*

2017-06-01 06:03:07

이장호

스님 감사합니다^^

2017-05-31 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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