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6.7 구미 & 대구 즉문즉설 강연
힘들게 뒷바라지 해줬는데 음대에 안 가겠다는 딸,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행자대학원 교육과정 중에 있는 행자님들과의 수련으로 아침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행자대학원은 문경수련원에서 백일출가를 마친 후 희망자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좀 더 깊이 있는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3년 전 이 맘 때 백일출가를 마친 4명의 행자님들은, 이후 행자대학원에 진학하여 문경 정토수련원, 평화재단, 인도·필리핀 JTS 해외파견을 거치며 공부를 하였고,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졸업수련으로 법륜 스님의 일정을 일주일 간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스님과의 수련에 앞서 행자님들은 그 동안 행자생활을 하며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해 스님에게 제출했습니다. 스님은 자료를 읽은 후 이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네 사람이 써낸 지난 3년간의 수행 과정을 잘 읽어봤습니다. 읽어보니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관해서는 지난 여러 행자교육 법문에서 어느 정도는 다룬 바 있습니다. 그것을 듣고 해결된 것은 해결 된 거고, 그런데도 실천적으로 안 되는 것은 계속 연습을 해야 되는 것이지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스스로 이런 문제를 늘 챙겨서 극복해야 됩니다. 부담 갖지 말고 다만 알아차릴 수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하루 하루 개선해나가면 됩니다. 이 세상 어떤 일이든 공짜는 없어요. 뭐든지 그저 주어지는 건 없으니까요. 그래도 혹시 개인적으로나 교리적으로나 의문이 있으면 편안하게 얘기해보세요.”

먼저 첫 번째 행자님이 질문했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연습을 하니까 대부분 잘 되는데, 잘 안 되는 부분은 어머니에 대한 원망입니다. 미움이 금새 커지고 잘 사그라들지 않아요. 아무리 참회 기도를 해도 원망하는 마음이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주로 부모에 대한 문제들이 잘 해결이 안 되는 건 부모가 특별히 잘못을 많이 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왜 그게 잘 안 되냐면, 첫째, 어릴 때 형성되었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는 어리석을 때거든요. 어린 아이가 남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에요. 어릴 때는 아버지 어머니가 굉장해 보이지만 커서 보면 그 분들은 여러분들 나이보다 더 어린데도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았단 말이에요. 엄마는 수행자가 아니였잖아요. 엄마는 특별히 나쁜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 아니고 그냥 자기 성질을 부린 거예요.

둘째, 어릴 때 형성된 건 무의식 세계에 각인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잘못되었음을 안다고 해서 변화가 잘 안 일어나요. 그래서 옛날부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잖아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별 일 아닌데 늘 이치를 알아도 자동적으로 감정이 일어나죠. 그러니 쉽게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감정이 올라오면 ‘아, 이게 어릴 때 형성되어 무의식화 되었기 때문에 반복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내세요. 감정이 상해도 ‘어, 또 트라우마가 나타나는구나’ 그렇게 하면 조금씩 조금씩 소멸이 됩니다.”

다음은 두 번째 행자님이 질문했습니다.

“저는 남편 문제로 밖에서 힘들어하다가 스님께 질문을 드리게 되었고, 깨달음의 장에도 다녀와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그 후 법당에서 3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스님과 부처님 가신 길에 좀 더 한 발자국 다가서고자 출가하여 행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보니까 공동체 생활 속에서 집중이 되었을 때와 안 되었을 때 마음 차이가 크더라고요. 해외 파견학기에 인도에 갔을 때는 가족과 완전히 끊겨지고 일하고 적응하기 바빠 그곳에 오롯이 몰입이 되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왔는데 갑자기 큰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되자 공동체 생활을 못 견뎌하며 물러서는 마음, 싫은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람은 닥치면 누구나 하게 되어 있어요. 하기 싫고 하고 싶고 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어요. ‘아이고, 몸이 아파서 죽겠다’ 하면서 누워있다가도 옆에서 폭탄이 터지면 달려 나가게 되는 거예요. 이게 일심이에요. 이걸 제자에게 깨우쳐 주려고 경허 스님이 실제로 제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이야기가 아주 유명하죠.

우리가 ‘못 한다’ 할 때는 정말 못한다는 게 있고,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걸 못 한다고 하는 게 굉장히 많아요. 머릿속에서 ‘못 한다’고 결정이 먼저 나는 거예요. 이것은 머릿속의 가상현실인데도 나는 그 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해보기나 했어?’ 하는 말이 유명하잖아요. 실제로 해봤냐는 거지요. 수행자는 이런 원리를 잘 알아야 돼요. 몸이 아프고 무릎 관절이 안 좋은데 절을 계속 한다던가 하면 지나치지만, 대부분 우리가 ‘안 된다’ 라고 하는 건 실제 안 된다는 것 보다는 자기 생각 속에서 안 된다는 게 90% 예요. 이 사실을 잘 살펴서 가상현실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자식이 스무 살이 넘었으면 신경을 써야하는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도 인도에 있다가 한국에 와서 시간이 나니까 자꾸 가상현실에 빠져드는 거예요. 인도에서는 바쁘니까 현안이 중요해진 거고요. 이건 마치 시간이 남으면 영화를 보는 거랑 똑같아요. 머릿속의 그 영화에 늘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자식이 생각날 수는 있지만 명상할 때 호흡으로 늘 돌아오듯이 아들 생각이 떠오르면 ‘어, 내가 또 사사로움에 빠지는구나’ 하고 돌아오는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관점을 탁 잡아야지 이렇게 양다리 걸쳐서 살면 출가라고 할 수 없어요. 몸만 절에 있지 마음은 세속에 있는 것과 다름 없어요.”

이어서 세 번째 행자님이 질문했습니다.

“저는 남들로부터 문제제기 받는 게 쉽지 않고 작은 문제제기에도 반응을 크게 느끼는 거 같아요.”

“칭찬받고 싶다는 건 누구나 같아요. 그런데 세상은 내가 칭찬받고 싶다고 칭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통제가 안 돼요. 자기 무의식은 통제가 안 되잖아요. 그들이 나를 칭찬해주고 안 해주고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지 내가 칭찬해주길 바란다고 칭찬해주고 안 바란다고 안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내가 자꾸 거기에 매달리니까 좋아하고 미워하며 경계에 끄달리는 거죠. 노예 생활을 하는 거예요. 수행을 하면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되는 거예요.

이런 이치를 알아도 이미 과거에 형성된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남아있어서 자동 반응을 하게 되죠. 마음이 그렇게 일어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어요. 무의식은 통제가 안 되거든요. 방법은 그 사람의 몫은 그 사람의 몫으로 바라보듯이 내 감정도 그냥 남 보듯이 바라보는 거예요. 감정이 일어나도 거기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감정을 알아차려야 돼요. 그렇게 하면 자기 업식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공부하며 자신을 점점 더 깊이 알아 간 행자님들에게 스님이 주신 답변의 핵심은 모두 같았습니다. 다만 알아차리기. 그리고 지금 여기 깨어있기. 행자님들도 앞으로 남은 것은 자신의 과제를 가지고 다만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스님의 답변을 듣고 더 이상 미진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스님은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행자님들과 한 시간 남짓한 수련을 마친 후 강연이 예정된 구미로 이동하였습니다. 구미로 이동하는 길에는 오래된 필리핀정토회 활동가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지나가는 길인만큼 잠시 장례식장에 들렸습니다.

영전에 삼배를 드리고 가족 분들에게 위로를 드린 스님은 이어서 영가를 위해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법복을 입은 보살님들의 집전과 법주로 천도 의식이 진행됐고, 이어서 스님의 축원 기도 차례가 되었습니다. 스님의 축원은 그동안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서 듣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영가시여, 영가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고? 살아 생전에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보고, 몸으로 만지고, 생각으로 알음알이를 하며 ‘나다’, ‘내 것이다’, ‘내 의견이 옳다’ 하며 살았는데.

영가시여,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도 없고, 코로 냄새 맡을 수도 없고, 입으로 맛 볼 수도 없고, 몸으로 만질 수도 없는 지금에 이르러 영가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고?”
.
.
.

스님과의 문답으로 영가가 괴로움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셨기를 바라면서 이어지는 기도 의식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스님은 구미까지 남은 길을 마저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구미 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됐습니다. 강연에 앞서 스님은 상공회의소의 간부 분들과 짧은 차담을 하며 지방 중소기업의 현황과 경제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구미 상공회의소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정기적으로 강연을 열고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유독 재미있는 문답이 많은 강연이었는데, 그 중 한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딸 때문에 고민이 좀 있는데요. 딸이 예술고등학교 3학년인데 제가 마음고생을 좀 했더니...” (질문자 울먹임)

“딸 얘기만 하면 그렇게 눈물이 나요?” (청중 웃음)

“딸이 바이올린 전공을 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음대를 안 가겠다는 거예요. 여태까지 힘들게 뒷바라지 해줬는데 왜 안 가려 하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행복하지 않대요. 바이올린을 처음에 할 때는 제가 뒷바라지 하기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바이올린 할 때 너무 행복하다’고 해서 ‘그러면 힘 닿는 데까지 시켜주겠다’ 하고 이 때까지 시켰어요. 그런데 갑자기 안 한다고 하니까 여태껏 시킨 것도 아깝고 답답해서 ‘그러면 뭘 하고 싶니?’ 라고 물었더니 항공서비스학과로 가서 비행기 승무원이 되고 싶대요.

제가 딸을 봤을 때 그렇게 못생기진 않았지만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승무원이 되기에는 좀 부족해요. 피부과 다니면서 관리도 받아야 하고 제가 지원해줘야 할 일이 많아요. (청중 웃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니까 마음이 불안해요. 항공서비스학과에 떨어지면 음대도 못 가고 아무 데도 못가니까요. 이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이올린 레슨 시키는 게 돈이 많이 들어요, 항공서비스학과 가는 게 돈이 많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딸이 전공을 바꿀 생각을 해준 게 고마운 마음도 들어요.” (청중 웃음)

“그것 봐요. 한마디 하니까 금방 그렇게 바뀌잖아요.”

“예. 빨리 망하고 싶으면 소송을 하고 천천히 망하고 싶으면 아이에게 예체능을 시키란 말이 있듯이 제가 시켜보니까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청중 웃음)

“바이올린은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니라 대학 들어간 뒤에도 계속 지원해야 하고 어쩌면 유학도 보내주고 그래야 돼요. 그러니 딸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딸한테는 말 안 해도 너무 고마워서 혼자 화장실에 가서 박수치고 웃어야 해요.(청중 웃음)

질문자는 지금 진짜 좋은 일이 생겼는데도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네가 하겠다고 해서 내가 여기까지 했는데 갑자기 안 하겠다면 나는 뭐가 되냐?’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렇지 이건 너무 좋아해야 하는 일이에요.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요. 저는 질문을 듣자마자 ‘너무너무 잘 됐다. 아이가 참 효녀다’ 싶었는데요.(청중 웃음)

그리고 예술이나 체육은 부모가 말려도 막 하려고 하고, 도망가서라도 하려고 할 정도가 돼야 성공하지 이렇게 억지로 시켜서 성공하는 예는 없습니다. 변호사나 의사는 억지로 시켜도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체능은 절대로 억지로 해서는 성공할 수 없어요. 돈 들여서 대학 졸업까지 시켜줬는데, 그냥 막일 하면서 살게 될 수도 있어요. 실패하면 다른 직업을 갖기가 더 어려운 분야니까요.

오히려 지금 그만두면 다른 길을 가더라도 음악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비행기 승무원이 되어도 한때 자기가 바이올린을 했기 때문에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면 인기가 있겠죠. 전문가로서는 부족하지만 이게 취미로 하면 엄청나게 인기가 있으니까 결코 낭비적 투자가 아니었다는 얘기예요. 결혼을 해도 부인이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악기를 잘 다루면 멋있잖아요. 질문자가 지금 뭔가 계산을 잘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아무 걱정거리가 아니에요. 질문 그만 하고 그냥 자리에 앉아도 될 일이에요.” (청중 웃음)

“그런데 저는 바이올린을 계속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거든요.”

“지금 그런 수준으로 해서는 바이올린으로 먹고 살 수는 없어요. 그걸 부모가 딱 알아야죠.”

“알겠습니다.” (청중 박수)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니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고마운 일이 되었습니다. 울먹이던 질문자는 마침내 환해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딸이 고집을 피운다고 보지 마세요. ‘아, 우리 아이가 스스로 그만둔다고 해줘서 참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엄마가 지원을 못해줘서 그만두라고 하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그러니 ‘네가 그렇다면 네가 가고 싶은 대로 가거라’ 이렇게 얘기해 주세요.

시험에 떨어지면 그때 또 아이가 가고 싶은 데로 도와주면 돼요.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크게 돈 들여서 지원해주면 안 돼요. 예를 들어 항공서비스학과 간다고 해서 엄청나게 성형수술을 해주거나 하면 안 돼요. 그렇다고 돈 없다는 소리도 하지 말고요. ‘신체는 함부로 손대면 안 좋다더라’ 이렇게 슬쩍 얘기해서 넘어가고, 아이가 울면 우는 대로 두세요. 다만 자식이 하는 걸 말리려고는 하지 말라는 거예요.

유학가고 싶다면 ‘오, 좋은 생각이다. 다녀오너라’ 이러면 돼요. 아이와는 싸울 필요가 없어요. ‘돈이 어딨냐!’ 이러지 말고요. 그래놓고 또 빚내서 보내주지도 말고요. 아이가 ‘엄마, 돈!’ 이러면 이렇게 얘기해야 합니다.

‘돈은 없다. 어디 가서든 물어봐라. 스무 살까지 밥 먹여주고 학교 보내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지만 유학을 보내줘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그리고 엄마는 그러고 싶지도 않다. 스무 살 넘었으니 네가 돈을 벌어서 유학을 가든지 여행을 가든지 알아서 해라.’

이렇게 얘기해야지 자꾸 안달복달하면 끌려갑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울거나 죽는다고 협박공갈을 해도 흔들리면 안 돼요. ‘아이고, 그만한 일에 죽으면 되나? 살아야지’ 이렇게 말을 해야 해요.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 유머러스하게 지내야 합니다.

자식이 사치를 하는 것도 부모가 사치를 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아이가 오토바이 사달라고 해서 ‘안 된다’ 라고 하면 ‘누구네 집은 우리 집보다 더 어려운데도 오토바이 사주는데 왜 안 사주느냐’ 라고 하죠? 그러면 ‘그 집에 가서 살아라. 학교 보내줄 돈은 있지만 오토바이 사줄 돈은 없다’ 이러면 돼요. 그런데 아빠가 벤츠를 타고 다니면서 이런 소리를 하면 안 먹혀요. 겉으로 말은 못해도 속으로 ‘아빠는?’ 이런단 말이에요.

자식이 검소하길 바라면 부모가 검소하게 살아야 해요. 그러면 아이가 할 말이 없어요. 엄마부터도 명품 같은 걸 다 없애버리고 검소하게 살다가 애가 뭐라고 하면 ‘아이고, 돈이 있으면 너는 그거 살래? 나도 그게 좋긴 한데 돈이 없어서 이런 거 쓰는데’ 이러면 아이가 어떡할 거예요?

아이하고 싸우면 안 돼요. 싸우면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상처를 줍니다. 심리가 억압되기 때문에 나중에 크면 부모한테 반드시 보복을 합니다. ‘아,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러면 좋겠다’ 라고 받아 주세요. 아이의 요구를 못 들어주겠다 싶으면 ‘아이고, 엄마도 그러면 좋겠는데 엄마는 할 능력이 안 된다’ 라고 하든지 ‘할 의향이 없다’ 라고 얘기해 주어야 합니다. 울어도 ‘울면 네 목만 아프지’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해야 해요, 성질내지 말고요. 이렇게 해야 아이의 심리가 억압도 안 되고, 아이가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 운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배웁니다.

물건을 훔치든 남을 때리든 아이가 사고를 치면 엄마는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유치장에 보내야 합니다. 다시 돈 주고 빼내와서도 안 돼요. 그러나 면회는 가야 해요. 버릇은 고쳐야 하고, 엄마로서는 사랑을 줘야 하니까요.

남편이 만약에 가정폭력을 가하면 ‘왜 때려!’ 이러고 대응할 필요가 없어요. 때리면 그냥 조용히 나와서 스마트폰으로 경찰서에 신고하면 됩니다. 경찰이 왔을 때도 ‘아이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가세요’ 이러면 안 돼요. 잡아가도록 가만히 놔둬야 해요.(청중 웃음)

그런 후 저녁이 되면 면회를 가야 해요. 이것은 때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한 행동이고, 아내로서는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면회는 가줘야 해요. 뒷돈으로 빼내면 안 돼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예!”

“그런데 여러분들은 딸을 막 욕해놓고는 또 딸 혼수 준비하느라 바빠요. 어떤 분은 저한테 자기 딸 욕을 엄청나게 해요. ‘부모 말도 안 듣고 버르장머리도 없고 성질도 더럽고...’ 이렇게 말해놓고는 또 저한테 물어요. ‘스님, 어디 좋은 총각 하나 없어요?’ (청중 웃음)

대부분 다 그래요. 그런데 자기 엄마가 봐도 문제가 있는 처녀를 누가 데려가겠어요? 제가 그런 사람을 누구에게 소개하겠어요?

이렇게 우리가 모순적입니다. 좋게 말하면 부모의 마음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정말 어리석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 하는 방식으로 하면 죽을 때까지 자식한테 묶여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해요. 제비를 한 번 보세요. 새끼가 어릴 때는 어미가 벌레를 물어 와서 입에 다 넣어주잖아요. 그런데 새끼가 일단 둥지를 날아서 떠나면 어미는 더 이상 새끼를 안 따라다녀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제비보다도 못한 거예요.” (청중 웃음)

스님의 조언대로만 살면 인생살이란 게 고민 할 것도 없이 가볍고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소재로 한 유쾌한 법문에 질문자와 청중들도 함께 가벼워진 것 같았습니다.

구미에서의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대구로 이동하여 저녁엔 청년들을 위한 강의까지 마쳤습니다. 2시간 동안 15명의 청년들과 대화를 나눈 스님은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돌아가서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모처럼 텃밭을 가꿀 계획입니다. 내일 소식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행자대학원 11기(박세환 송치현 조혜림 백은하)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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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스님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8-24 09:28:34

기쁨이

지혜로운 부모의 길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7-26 11:31:11

기쁨이

지혜로운 부모의 길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7-26 11: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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