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0.10. 서울시청 즉문즉설 강연
“교회 집사인데요, 법륜스님 법문 듣는 것이 자꾸 눈치 보여요.”

안녕하세요. 해외 순회강연을 마친 법륜 스님은 지난 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하룻밤을 잔 후 10일 새벽에는 정토회 서울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공동체 대중들은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온 스님께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삼배가 끝나자 스님은 공동체 대중들을 위해 해외 순회강연을 마치고 난 소감을 간단히 나누어 주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왔는데요. 사는 모양은 다 다르지만 사람들이 인간관계로 괴로워한다는 문제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우선 세상을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기 인생 하나라도 확실히 관리를 잘 해야지 자꾸 자기 문제를 갖고 괴로워하는 수준이면 수행자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수행 정진을 하셔서 자기 업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런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런 후 이 좋은 법을 나만이 간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을 위해서도 널리 전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우선 자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이 가슴 깊이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오전 7시부터는 사무실로 이동하여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을 가졌습니다. 김명혁 목사님, 박종화 목사님, 김홍진 신부님, 박남수 교령님, 김대선 교무님, 박경조 주교님과 함께 현재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긴장 국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각 부서의 보고를 받고 저녁까지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2017년 하반기 한국에서의 첫 번째 즉문즉설이 서울시청에서 열렸습니다. 이날은 정오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시청 앞마당의 나무들을 보며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많은 봉사자분들이 강연장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했습니다. 다소 헷갈릴 수 있는 강연장 길에 봉사자분들이 방긋 웃으면서 피켓을 들고 있으니 8층까지 찾아가는 것이 수월했습니다. 질문을 받는 책상과 접수처, 강의실 안에도 많은 봉사자분들이 일사불란하게 안내를 도왔습니다.

강연 한 시간 전부터 청중들이 찾아오면서 강연장 2층까지 400여 명이 가득 찼습니다. 즉문즉설이 시작되기 전 가수 분들이 '지금 이 순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려주어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무대에 오른 스님은 "추석 연휴 동안에도 저는 해외 강연을 계속했습니다. 여러분은 열흘이나 쉬었는데 좋았어요?" 하며 웃음으로 강연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번 서울시청 강연에는 총 12명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결혼한 지 8년이 됐다는 어느 주부는 남편이 너무 화를 많이 내고 다투게 돼 힘든데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추석이 끝난 직후라 명절에 꼭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주부도 있었습니다. 마흔 중반으로 중년을 맞은 여자 분은 자신에게 꼭 맞는 평생 직업을 이제라도 선택하고 싶은데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천직인지 물어봤습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청년은 장가를 꼭 가고 싶은데 갈 수 있는지 물어 청중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젊은 주부는 아기를 낳은 후 몸이 너무 아파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며 괴롭다고 하소연했습니다. 25년 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새로운 업무 스트레스로 심장병을 얻게 됐다는 여자 분이 휴직 후 다시 복직해야 하는데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교회에서 집사를 하고 있지만, 스님 법문이 너무 좋아 강연을 찾았다며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게 힘들다는 나이 지긋하신 여자 분의 사연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는 친구 따라서 교회 다녔고, 아이들 어릴 때는 엄마들 따라서 성당 다녔고, 좀 다니다가 좀 쉬다가, 친구 따라서 다시 교회 다니다가, 요즘은 법륜스님 말씀에 빠져있습니다. (청중 웃음)

제가 한 동네에 40년 가까이 살다 보니까 ‘나 교회 다닌다’는 말도 못 하겠고, 또 ‘저 여자는 성당 다니다 교회 다닌다’고 할까봐 성당 다녔다는 말도 못 하겠고, 또 요즘 스님의 즉문즉설 동영상을 보다 보니 주변에서 ‘누구 얘기를 그렇게 듣느냐?’고 하던데 거기다 대고 ‘법륜스님 말씀 듣는다’고 하면 ‘교회 집사가 그런 걸 듣고 있느냐?’며 비난할 것 같아서 걱정돼요. 저는 왜 한 종교에 빠지지 못하고 자꾸 옮겨 다니는 걸까요? 지금도 교회 다니면서 스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예. 괜찮습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볼 것도 같고... 그래서 자신이 없어요.”

“옛날에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국에서만 살았는데 요즘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사는 사람을 ‘한국인’이라고 한다면, 요즘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사는 사람을 ‘코리안-아메리칸’ 이라고 그럽니다. 또 옛날에는 결혼하면 한 남자하고만 살아야 했고 심지어 남자가 죽어도 혼자 살아야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남자가 있는 데도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살아도 되는 시대잖아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그런 것처럼, 옛날엔 한 종교만 믿어야 했는데 요즘은 이 종교 믿다가 저 종교 믿어도 되고, 이 종교와 저 종교 그 두 종교를 다 믿어도 돼요. 이중 국적도 허용이 되는데 이중 종교라고 왜 허용이 안 될까요? 좀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질문자처럼 교회 다니면서 스님 법문 듣는 사람을 미국에서는 요즘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크리스천-부디스트라’ 그래요. 제가 만나본 미국인들 중에는 ‘크리스천-부디스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요? 어릴 때부터 교회 다녔으니까 종교는 크리스천이더라도 어른이 된 지금은 진리로서의 불교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은 거예요.

그러니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나머지 시간은 법문 듣고 공부하면 돼요. 스님은 ‘절에 오라’는 얘기를 안 하잖아요. ‘불교로 개종하라’는 얘기도 안 하잖아요. 종교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기독교라고 하면 돼요. 기독교라고 하면 거기에는 천주교도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자꾸 개신교를 기독교라 하는데, 천주교와 개신교, 즉 구교와 신교를 포함해서 기독교라고 하고, 그 안에서 다시 나눈다면 신교와 구교로 나뉩니다. 다른 말로는 ‘개신교, 가톨릭’ 또는 ‘교회, 성당’ 이렇게 부르지요. 교회나 성당을 같이 다녀도 돼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러면 절에 가끔 와도 될까요? 와도 돼요. 아무 문제없어요.”

“오늘도 여기 같이 올만한 분들이 계셨는데 저더러 ‘어디 가느냐?’고 묻기에 제가 ‘그냥 잠깐 누구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모두 웃음)

“누구 만나러 온 건 맞잖아요. 거짓말 한 것 아니에요.”

“자신 있게 말을 못하고 죄 짓는 것처럼 몰래 왔거든요.”

“그게 잘못된 생각이지요. 질문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당당하게 말해야지요.”

“스님 말씀을 들으면 도움이 많이 될 분이 계셨는데, 또 같이 오고 싶었는데 ‘교회 집사가 거기는 왜 가느냐?’고 할까봐 몰래 왔습니다. 이렇게 항상 당당하지 못한 마음이에요.”

“그건 질문자가 어릴 때 부모의 구박을 받았든지, 학교 선생님이 구박을 해서 질문자의 심리가 위축되어서 자꾸 눈치를 보는 그런 인생을 살아서 그래요. 진리는 그런 ‘눈치 보는 인생’을 해방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이제부터는 그렇게 주눅 들어서 살 필요가 없단 말이에요. 집사로서 할 일은 할 거 아니에요? 일요일에 교회 가요, 안 가요?”

“십일조도 하고, 다 하지요.”

“그런데 뭣 때문에 남 눈치를 봐요? ‘어디 가느냐?’고 하면 ‘법륜스님 강의 들으러 간다’고 하면 되고, ‘기독교 신자가 거기를 왜 가느냐?’고 하면 ‘기독교 신자라고 법륜스님 강의 듣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 그럼 불교 신자라고 유명한 목사님의 설교나 추기경님의 말씀을 들으면 안 되느냐?’고 하면 되지요. 교황님이 여기 와서 말씀하시면 종교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듣잖아요. 그런 건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기독교 신앙을 갖고, 주일마다 교회 가고, 십일조까지 내는데 왜 질문자가 주눅이 든다는 거예요?”

“아들과 며느리가 다 교회를 다니는데 사돈댁에서 알까봐 걱정됩니다.”

“그런 눈치 보면 힘들어서 못 살아요. 그냥 당당하게 사세요. 질문자가 절에만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요. ‘엄마, 뭐 하느냐?’고 하면 ‘법륜스님 법문 듣는다. 너희도 들어볼래? 들어보면 참 도움이 된다’라고 권해보고, ‘그런데 왜 불교로 기울었느냐?’고 하면 ‘아, 이건 종교가 아니고 그냥 인생공부다’라고 얘기하면 돼요.”

“예,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예. 기독교 신자들의 이런 어려운 문제 때문에 제가 머리를 기르고, 양복을 입어볼까, 망설이는 중이에요.(모두 웃음) 기독교 신자들이 저의 이런 겉모습 때문에 강의 들으러 오고 싶어도 눈치 보고 못 오거든요. 질문자를 위해서 제가 머리를 기르는 게 쉽겠어요, 아니면 질문자가 당당하게 ‘법륜스님 법문 들으러 간다’라고 말하는 게 쉽겠어요? 질문자가 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요? 제가 꼭 그러기를 원하세요? 제가 하는 것보다 질문자가 하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요.” (모두 웃음)

“예. 알겠습니다.”

다른 때보다 비교적 많은 12명의 질문과 스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때로는 박장대소하면서 웃으며, 때로는 마음 아픈 사연에 공감하다 보니 어느덧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스님은 긴 해외 강연으로 피곤할 법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애정을 담아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느 분이 그러데요. 스님은 죽는 순간에도 법문해야한다 그러면 벌떡 일어날 것 같다고요. 아프다가도 여러분과 이야기 할 때는 멀쩡하다고 그런 농담을 하는 분도 있어요. 즉문즉설은 그 값어치를 돈으로 따질 수 없어요. 그래서 강의료를 안 받는 거예요. 대화를 즐기면서 하니 힘이 들지 않는 거예요."

강연이 끝난 후 시청 강당이라 스님의 책을 판매할 수 없어서 스님의 책 사인회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청중이 길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차분히 질서 있게 강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강연장을 빠져나가는 청중들에게 “오늘 강연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스님의 말씀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여러 청중들이 이런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내 아까운 재능을 별 볼 일 없는 데에 쓰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산다."
"진리는 재밌으면서 유익해야 한다."
"회사에서 진급 못 한 것은 죄의 과보가 아니고 단지 당신이 원하는 데로 안 된 것뿐이다."
"자책하지 마라."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가 행복하다."

봉사자들은 강연장 안의 의자와 무대를 정리했습니다. 강연장 입구까지도 정리가 거의 될 무렵 봉사자들은 행복학교 홍보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봉사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해졌습니다.

희망리포터가 되어 처음으로 스님의 하루를 맡게 된 동작 정토법당 김은진입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타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남을 원망했던 지난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무리 없이 잘 했는데 왜 상대는 이렇게 하지 못해 나를 괴롭히나 하면서 미워하고 분노하면서 괴로워했습니다. 내 잘못은 하나도 없고 너만 잘못했다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괴로움의 원인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안 하면 그대로 두고, 나는 또 내 것 하면 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다해야 하나. 성질이 더럽네(나쁘네). 하하" 하는 스님의 시원한 말씀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내가 원하는 데로 상대가 전부 따라주길 바라는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있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봤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은진, 최은주(글) 김광섭, 박성희(사진) 정란희(녹취)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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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교회 집사인데 법문 듣는데 눈치가 보인다.?

종교를 바꾸면 됩니다.
성경을 공부하는데 또 눈치가 보인다.?
기독교로 또 바꾸면 됩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요?
내 자신만 행복하면 되는데......

2017-10-18 16:47:43

조수진

스님.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7-10-18 10:34:47

정지나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늘을 되새기며 서로서로에게 자유로운 존재로 함께합니다.^^

2017-10-17 0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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