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2.14 공동체 대중을 위한 새해 덕담
법륜 스님께 새해 인사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설연휴를 맞이하여 서울공동체 대중들을 위해 새해 덕담을 해주었습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2월 18일부터 28일까지 스님은 전국을 순회하며 정회원 법회를 하게 됩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순회법회를 떠나기 전 스님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요청하였고, 그래서 오늘 모임이 마련되었습니다.

스님이 법당에 모습을 보이자 대중들은 모두 일어나 삼배로 스님께 새해 인사를 올렸습니다. 삼배가 끝나자 스님은 먼저 몸이 아픈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습니다.

“작년부터 아픈 사람들이 많았는데, 병원에 한 번이라도 다니는 사람 손 한 번 들어봐요.”

(절반 정도 손을 듬)

“절반이나 돼요? 건강하기라도 해야죠. '쟤는 건강한 것 빼고는 다른 것 할 줄 아는 게 없다더니 이제 아프더라' 이러면 안 되잖아요. 요샌 제가 제일 건강한 것 같아요.”

가장 연세가 많으신 스님이 제일 건강한 것 같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크게 웃었습니다. 대중들의 건강이 어떠한지 세심히 확인하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공동체 대중들의 대다수가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올 예정인데요. 스님은 출가수행자가 집에 갔을 때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지 몇 가지 사례와 함께 설명해주었습니다.

“설 연휴에 다들 집에 잘 다녀오시고요. 지난 한해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집에 가면 첫째, 집이라고 해서 '아이고' 하고 마냥 배 깔고 엎드려 누워 있지 마세요. 1년에 한 두 번 오는 집인데 부엌일이 있으면 부엌일도 해주고 청소할 게 있으면 청소도 해주세요. '도저히 피곤해서 안 되겠으니 잠 좀 자야겠다' 하면 집에서 나와 찜질방에 가서 잔 뒤 집에 들어가는 게 좋아요.

또 맛있는 걸 준다고 너무 많이 먹지도 말고요. 여러분들이 막 게걸스럽게 먹으면 어머니가 좋아도 하시지만 마음에 '아이고, 얼마나 못 먹고 지냈으면 저렇게 먹나' 이렇게 생각해요. 와서 막 피곤하다고 누워 있으면 또 '아이고, 살기가 힘든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해요. 내가 부모를 보는 건 좋지만 부모한테 걱정을 끼친다는 얘기예요.오늘 만난 어떤 분이 교도소 면회를 가는데 손자를 데려가겠다 해서 제가 못 데려가게 했어요.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이 아이를 보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이한테는 나중에 그게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우리는 내가 아이를 못 봐가지고 아이를 보려고 해요. 항상 '아이가 지금 어떤가? 만나주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되나, 안 만나는 게 도움이 되나?' 이렇게 아이를 먼저 생각하고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야 하는데 내가 보고 싶은 마음만 우선하는 거예요. 내가 데리고 있고 싶으니까 '떨어져서는 못 산다. 내가 쟤를 키워야 된다' 이런 식으로 싸우거든요. 엄마와 있는 게 아이한테 좋다면 엄마가 약간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하고, 아빠와 있는 게 좋겠다면 내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정을 끊고 아빠한테 있게 해줘야죠.

관점을 이렇게 잡아야 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집에 가는 것도 그냥 여러분들이 집에 가고 싶어서 가면 안 돼요. 출가한 사람들이잖아요.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 하니까 잠시 가서 얼굴 보여드리고 잠시 좀 도와드리고 온다’ 관점을 이렇게 잡으셔야 해요.그런데 여러분들은 대부분 '집에 가면 실컷 먹고 실컷 자고 오겠다,' 지금 마음이 다 그렇죠? (모두 웃음) 결혼하고 나서도 꼭 고향집에만 가면 배 깔고 엎드려서 자듯이 쉬고 싶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부모가 안쓰러워해요. 걱정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더라도 밖에 가서 자요. 많이 졸리거든 찜질방에 가서 한숨 자세요.(모두 웃음) 어머니한테는 '친구 만나러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이러고 찜질방에 가서 서너 시간 잔 뒤에 다시 들어가서 도와주고 이래야 그게 부모한테 여러분들이 효도하는 길이에요. 맛있다고 너무 배부르게 먹지 말고 점잖게 좀 먹고요. 아예 안 가면 몰라도 갔으면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어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보면 부모는 여러분더러 결혼하라 성화지만 결혼해서 온 형제들 보면 집집마다 다 시끄럽게 싸우고 그래요. 그럴 때 여러분들이 오히려 위로를 좀 해주고 해서 나중에 '아이고, 너는 장가 안 가길 잘 했다'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해요. '너는 시집 안 가길 잘 했다. 저런 꼬라지들을 보니 네가 더 잘 한 것 같다' 이런 소리를 들어야 여러분들이 효도가 된다는 얘기예요. 알았죠?”“예!”“그러나 막상 집에 가면 잘 안 될 거예요.(모두 웃음) 업이라는 게 있고, 또 여러분들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집에 가면 다 어린애잖아요.작년 한 해 동안 수고들 많이 하셨고요, 새해에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여기 있다가 몸이 아프면 후회가 돼요. '돈이 있나, 뭐가 있나? 가족한테도 버림 받았지.' 내가 버렸는데 이렇게 말이 바뀌어요. 결혼도 못했지, 돈도 없지, 그러면 건강하기라도 하고 마음이라도 좀 편해야 하는데 마음은 스트레스 받지, 건강은 안 좋지, 그러면 인생이 서글퍼지고 후회돼요. '내가 여기 와서 10년, 20년 있었는데 정작 나한테는 남는 게 뭐냐?'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 세상에 어떤 사람도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마치 세상 사는 사람들은 남는 게 있는데 나는 남는 게 없는 것 같지요. 자기가 느낄 때 이렇게 느끼게 되는 거예요.

제일 중요한 것은 첫째, 몸이 아프더라도 마음이 기뻐야 하고, 둘째, 몸이라도 건강해야 합니다. 매일 병원에 다니지 말고 운동을 하든 약을 먹든 해서 자기 상태를 잘 조절하도록 하세요. 수행자가 아프다고 맨날 누워 있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입 꽉 다물고 억지로 살면 언젠가는 넘어져요.

그리고 '이것도 귀찮고, 저것도 귀찮고, 이 사람도 싫고, 저 사람도 싫고, 그저 만사가 귀찮다,' 가끔 살다 보면 이럴 때 있죠? 그렇다면 우울증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해요. 주위 사람들이 보기 싫다면, 한 명이면 또 모르겠는데 벌써 두 명 이상 보기 싫다면 그것은 누구 문제일까요? 내 문제입니다.

'저 사람은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다!' 이러면 벌써 자기가 '아, 내가 지금 조금 상태가 안 좋구나' 이렇게 알아차려야 해요. 만사가 귀찮으면, 신체가 안 좋든지 정신이 안 좋든지 할 수가 있으니까 신체를 치료하고, 신체가 건강한데 심리가 안 좋다면 안정제를 먹고 자든지 조치를 취해야 해요.그런데 대부분 그렇게 싫어지는 마음이 일어나면 '정토회를 그만두면 해결이 되겠다, 휴가를 내버리면 해결이 되겠다,' 심리가 자꾸 이렇게 움직여요. 그게 아니라 '어, 내 상태가 좀 안 좋은 걸 보니 치료를 받아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기가 자기 상태를 알아차리면 세상에 두려울 게 아무것도 없어요. 자기 상태를 못 알아차리는 게 문제예요. 안 넘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넘어졌을 때 '넘어졌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내 상태가 안 좋은 게 문제가 아니라 안 좋을 때 '어, 내가 지금 안 좋은 상태다' 이렇게 딱 알아차리면 그걸 치료할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짜증이 가득한 상태로 한 달씩 두 달씩 억지로 끌고 오니까 자기만 괴로운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다 죽으려고 해요.(모두 웃음) 주위에서는 '저 사람 또 시작이다' 이러는데 본인만 몰라요. 주변 사람들이 다 참고 기다려 주려니 힘들잖아요.

두 사람이 동시에 싫어지면 벌써 자기 상태를 딱 점검해서 '어, 내 상태가 지금 안 좋구나' 이렇게 자각을 해야 합니다. 만사가 귀찮으면 '어, 내가 지금 신체든 정신이든 건강이 안 좋구나' 이렇게 딱 관점을 잡아야 합니다. 활동을 오래 했거나 정토회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니에요. 이렇게 관점을 잡으면 자기 상태가 안 좋더라도 극복을 할 수가 있습니다.”

출가수행자는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하는지 명쾌하게 말해 주어서 집으로 향하는 공동체 대중들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듯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공동체 대중들에게 세뱃돈을 나눠주었습니다. 대중들은 스님이 나눠준 빳빳한 새 돈을 받아들고 기뻐했습니다. 스님도 농담을 한 마디 던졌습니다.

“요즘은 세뱃돈 만 원을 주면 욕 얻어먹는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래 살도록 욕을 좀 얻어먹어야겠어요.” (모두 웃음)

이어서 공동체 대중들은 다함께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새해를 힘차게 출발한다는 의미로 힘차게 ‘화이팅’을 외쳐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공지]
설 연휴 기간에는 스님의하루를 잠시 쉬겠습니다. 2월18일 정초법회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손명희(녹취) 박세환(사진)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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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넘어지지 않으려고 참는것이 아니라
아! 지금 내가 넘어졌구나~~하고 알아차려봅니다
스승님에 법문을 통해 "아~지금 내가 나를 살피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모두모두 건강이라도 합시다 ㅎ ㅎ ㅎ

2018-02-21 09:20:17

이기사

감사합니다_()_

2018-02-20 18:25:56

김정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02-18 05: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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