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22 (오전) 행복한 대화(24) 부산 사하
“놀고 있으면 불안하고, 일하고 있으면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입니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 하죠. 소설의 아침답게 아침부터 영하권의 쌀쌀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오늘 강연은 오전과 저녁에 두 번 있었습니다. 먼저 오전에 열린 부산 사하 강연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길을 따라 많은 시민들이 강연이 열리는 동아대학교 다우홀로 들어섰습니다.

850여 명이 강연장에 몰려 준비된 좌석이 부족했고 복도, 무대 앞은 물론 행사장 밖에서 보조 의자를 놓고 스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은 행복학교 경청 리포터의 「우리 동네 사람들의 행복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경청리포터는 부산시민 2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그 결과 시민의 63%가 ‘빨리빨리’라는 말을 별로 하지 않고, 59%의 시민이 요즘 행복하다고 느끼며, 55%의 시민이 우 리 동네에 만족한다는 등 시민의 행복지수와 관련한 통계를 재미있게 전해주었습니다.

이어진 소개 영상이 끝나면서 스님이 무대로 걸어 나오자 행사장 안팎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함성과 박수, 환호로 스님을 기쁘게 맞았습니다.

스님은 “날씨가 춥지요?”라며 인사를 건넨 후 복도에 앉거나 서 계신 청중들의 자리를 배려해 주었습니다. 자리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스님은 “부산 사람이 ‘빨리빨리’라는 말을 많이 안 쓴다거나 59%의 사람이 행복하게 느낀다는 「우리 동네 사람들의 행복이야기」의 통계가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라는 말씀으로 청중들과 눈높이를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우리나라의 위상이 경제적으로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복지지수는 중위권, 심리적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를 독려해서 복지지수 향상에 노력하도록 하는 한편, 개인의 가치관 변화를 통해 심리적 행복지수를 높이자는 것이 행복학교의 취지”라고 강조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총 11명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중 자영업을 시작하고 일중독에 빠진 젊은 여성의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불안을 내려놓고 쉴 수 있을까요?

“자영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되어갑니다. 보통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가게 일을 마감하고 나면 밤 10시가 됩니다. 자영업이다 보니 휴무는 제가 직접 정하는 편인데, 거의 쉬지 않고 1년 반 정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일중독인 거 같다고 말을 합니다. 부모님은 그러다가 골병든다, 병원비로 돈 다 쓸 일 있냐며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최근에는 이런 일중독 문제로 남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는데, 마음에 여유도 부족하고, 쉬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습니다. 그래서 놀고 있어도 ‘내가 지금 놀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일을 하고 있어도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게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쉰다는 건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놀면 불안하고 일하면 힘들다는 거네요. ”

“맞아요.” (모두 웃음)

질문자 스스로 조절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외줄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 쪽으로 넘어지면 다음에는 저 쪽으로 조금 더 힘을 주면 돼요. 저 쪽으로 넘어지면 다음에는 이 쪽으로 조금 힘을 주고요. 이러다 보면 한 번은 이리 넘어지고, 한 번은 저리 넘어지고, 이렇게 몇 번 하다가 보면 조금 조정이 됩니다.

자꾸 연습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완전히 이 쪽을 넘어졌다 저 쪽을 넘어졌다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휘청휘청하며 가다가 이제 좀 덜 휘청거리고 가게 됩니다. 이런 게 경험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아, 일이 힘들다’ 하면 쉬어보는 겁니다. 이것은 외줄 타기할 때 넘어진 것과 같아요. 쉬었더니 이번에는 ‘불안하다’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 일을 해보는 거예요. 이건 외줄 타기할 때 반대편으로 넘어진 거예요. 힘들면 또 쉬어보는 거예요. 쉬어보고 불안하면 다시 일을 해보는 거예요. 일을 해보고 힘들면 또 쉬어보는 거예요. 쉬어보고 또 불안하면 또 일을 해보는 거예요. 이러다 보면 약간 불안하지만 계속 쉬고, 약간 힘들지만 계속 일할 수 있게 됩니다. 제 말 이해하셨어요?”

“잘 모르겠습니다.”

“얼굴 표정을 보니 못 알아들은 것 같네요.” (모두 웃음)

“자. 다시 설명해 볼게요. 처음엔 일을 막 열심히 해보는 거예요. 일을 열심히 하니까 힘이 들어요. 그러면 쉬어보는 겁니다.”

“그런데 마음 편하게 쉬는 게 안 돼요.”

“네, 지금은 당연히 그렇죠. 쉬어보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다시 일하면 돼요. 일하면 또 힘들겠죠. 그럼 또 쉬어보는 거예요. 쉬어보니까 불안하다면 또 일을 해보는 겁니다. 이렇게 열 번 정도 왔다 갔다 하고, 스무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면, 자연적으로 터득되는 것이 있습니다. 일 하다가 힘들다고 금방 일을 탁 안 놓고, 약간 힘들지만 조금 더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쉴 때 불안하면 전에는 금방 다시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불안하지만 조금 더 쉬어볼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너무 따지지 말고 일 하다가 피곤하면 무조건 쉬어버리고, 쉬어보고 불안하면 일하고, 일하다가 힘들면 쉬고,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는 속도가 조금 늦어집니다. 불안하지만 조금 더 쉬어보고, 힘들지만 일을 조금 더 해 보고, 이렇게 하다 보면 쉬는 것과 일하는 것 사이를 스스로 약간씩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힘들다고 일을 팍 놓아 버리지도 않고, 불안하다고 금방 일을 하지도 않고, 그렇게 조정해 나가는 법을 터득하게 돼요. 그래서 큰 문제가 아니에요. 일 중독증이라고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마세요.

일을 하고 있으면 힘들고, 쉬고 있으면 불안한 것은 심리 불안이 있어서 그런 것일 뿐이에요. 일을 하면 일이 힘들다. 쉬면 뒤쳐질까 봐 불안하다. 이 두 가지는 똑같은 겁니다. 이 문제는 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일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힘들면 일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싶어 집니다. 그렇다고 일을 쉬면 불안해지니까 또 일을 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 양쪽을 계속 왔다 갔다 왕복해보면, ‘아, 이것은 일 문제도 아니고, 쉬는 문제도 아니구나. 내 심리가 불안해서 생긴 문제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의 심리 문제이지 쉬는 문제나 일하는 문제 하고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쉰다든지 일한다든지 이런 선택을 갖고 논하지 않고 나의 불안한 심리를 내가 지켜보게 됩니다.

그렇게 되려면 어디로 가야 될까요? 우선 행복학교에 가서 심리치료를 좀 받아야 해요. 그런 후 문경 정토수련원에 가서 깨달음의 장 수련을 하고요. 그것도 부족하면 나눔의 장 수련을 하고요.

그것도 부족하면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저는 편안합니다’ 하고 기도를 해보세요. 만약 기독교 신자라면 ‘하나님의 은혜 속에 저는 편안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됩니다. 불교 신자라면 ‘부처님의 가피 속에 저는 오늘도 편안하게 삽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됩니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저는 편안합니다’ 하고 자기 암시를 주면, 일을 해도 덜 힘들고, 쉬어도 불안하지 않게 되는 쪽으로 점점 나아갑니다. 불안한 마음이 있기는 있지만 지금보다는 좋아집니다.”

“네. 그런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요즘 물이 자꾸 들어오니까 노를 젓고 있는데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좋은데, 질문자는 물에 빠져 죽는다 이 말이에요. (모두 웃음) 질문자는 ‘나중에 물이 안 들어올 때 쉬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일을 하는데, 그건 일을 해도 힘이 안 들 때의 얘기입니다. 저도 대중이 막 법륜스님을 찾을 때 강의해야 될까요, 안 찾을 때 강의해야 될까요?”

“대중이 찾을 때 해야죠.”

“대중이 찾을 때 강의를 해야 하니까 어떤 해는 300회씩 강연을 하고 그랬습니다. 여름과 겨울을 빼고 봄가을에 300회 강연을 하려면 하루에 두세 번 강연을 해야 됩니다. 오늘 오전에 부산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어젯밤에 서산에서 10시에 강연 끝나고 내려왔습니다. 이 강연 끝나면 오후에 약속이 있고 저녁에 또 울산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강연 후에 밤새 서울로 올라가서 내일 새벽에는 조찬 모임이 있습니다. 질문자만 힘든 줄 아나요? (모두 웃음)

세 끼 밥 먹으려면 그것도 안 하고 어떻게 살아요. 그것도 뭐 남을 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영업인데요.”

“네. 맞습니다.”

“장사가 아무리 잘 되더라도 아침 기도를 해야 되겠다면 문을 늦게 열어야 해요. 오늘 법륜스님 강연이 있다고 하면 과감하게 문을 닫고 강연장에 와야 해요. 그런 자세로 일해야지 ‘아이고, 두 시간만 일하면 돈이 얼마 더 들어오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5일간 깨달음의 장 수련 다녀와야겠다 싶으면 문 탁 내려서 잠가놓고 갔다 오는 겁니다. 그 돈은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면 돼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질문자가 잘 받아들이는지 살피면서 거듭 온몸으로 법문을 하였고, 청중들은 스님이 법문 중에 던지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반응하면서 질문자의 고민을 공감하고 응원하였습니다.

웃음과 진지함을 오가는 스님의 말씀에 질문자는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ㅇ이단종교에 빠진 여동생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ㅇ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의 의미와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궁금합니다.
ㅇ남편이 돌아가신 후 집안 제사를 정리한 것이 도리에 어긋난 것인가요?
ㅇ 나는 누구인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ㅇ 상처를 잘 받고 여린 어머니로 인해 힘이 들어요.
ㅇ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요.
ㅇ 고민이나 문제가 없어 성장의 기회도 없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ㅇ 강아지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마음을 이기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ㅇ 사후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ㅇ 다리가 아픈 질병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속에서도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나요?

11명과의 대화 속에서 청중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인 듯 울고 웃으며, 깊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핵심을 찌르는 말씀에 꾸밈없는 웃음을 보였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가득한 두 시간 동안의 대화가 끝나고, 스님은 다리가 아파서 걱정이라는 마지막 질문자의 고민에 대답하면서 이렇게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기

“늘 행복을 유지하려면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이 계단을 내려가다가 탁 넘어져서 한쪽 다리를 다쳤다고 합시다. 그러면 여러분 대부분은 다친 다리를 딱 잡고 ‘아이고, 재수가 없으니까 하나님한테 기도해도 소용이 없네’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이걸 부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넘어졌을 때 안 다친 다리를 탁 잡고 ‘아이고, 하느님께 기도했더니 요건 안 부러졌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는 게 신앙입니다. 이걸 긍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하지 않고 부정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겁니다. 내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궁무진하게 많이 있습니다.

두 다리가 아픈 사람은 두 다리만 안 아파도 행복할 거 같잖아요. 다른 것은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다리 멀쩡한 사람들은 전연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차가 있어야 되고, 뭐가 있어야 되고, 또 다른 무언가가 더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조건이 아무리 좋아져도 부정적 사고를 하는 한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러나 두 다리가 아프더라도 ‘두 눈 보이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휠체어를 몰 수 있는 두 손이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다리가 아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아픈 것과 행복한 것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조건 없이 그냥 행복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행복해진 마음이 된 청중들은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무대 바로 앞에서 강연을 들으셨다는 한 어머님은 몸이 안 좋아서 힘든 상황에서 따님과 함께 오셨는데 “행사 내내 느낌이 좋았고,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서 재치 있게 말씀해주시는 스님을 뵈니 참 좋았고 오기를 잘했다”라고 했습니다. 같이 온 따님은 “취업 준비 중이라 마음이 힘들었는데 외줄 타기 비유를 하시는 것을 듣고 위로가 되었다”라고 하면서 행복해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행사장 로비에서 스님의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은 판매용으로 준비한 책들이 모두 동이 나자, 자신들이 구매해두었던 책까지 기꺼이 청중들을 위해 내어 주었습니다.

겹겹으로 긴 줄을 지은 참가자들에게 사인회를 마친 후 스님은 수고한 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강연장을 한꺼번에 빠져나감에도 질서 있고 차분하게 이동하는 모습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봉사자들은 지난 21일 스님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것을 축하하기 위한 깜짝 파티로 케익을 준비하였고, 스님은 기쁘게 촛불을 끄고 모두에게 주어진 상이라고 하며 겸양했습니다.

어제 서산에서 강연을 마치고, 밤에 부산으로 이동하여 행사에 참석한 스님은 저녁에 울산 강연에 참석하기 전에 부산 시장님과 면담을 위해 또 바쁜 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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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

말씀 잘 듣고 앱봉사자님 정리도 감사합니다 ~^^ 수년째 웹앱을 만드려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뭘까요..계속 사기당하고 진짜전문가 찾기가 힘드네요

2018-11-26 07:08:15

무지랭이

한가한 일요일, 이렇게 성자의 하루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큰 복덕인지를 헤아려봅니다~~!
모든 인연들, 고맙습니다_()_

2018-11-25 21:05:02

정명

“늘 행복을 유지하려면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해요\" 감사합니다.~~^^

2018-11-25 20: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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