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28. 수행법회, 행복한대화(27) 대구청년
“직장 생활이 힘들 때, 참아야 할까요, 그만둬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서울 정토회관에서 수행 법회 생방송 법문을 하고, 대구로 이동하여 저녁에는 수성대학교에서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전국 정토법당에서는 수행 법회가 진행됩니다. 수행 법회는 정토회 회원들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마음 나누기를 하며 수행자의 관점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대중들은 스크린으로 스님을 만나곤 했는데, 지난달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스님이 직접 법문을 하고 전국으로 생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은 여느 수요일보다 더 설레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활기차게 인사를 나눈 후 먼저 수행자의 삶에 대해 설법하였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내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방식입니다. 둘째, 주어진 환경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해나갑니다. 어떤 때는 적응도 하고, 어떤 때는 변화도 시키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적응하는 게 힘들고 적응이 잘 안 됩니다. 정토회에 와서도 적응이 잘 안 되는 사람이 있잖습니까. 그래서 환경을 나에게 맞게 변화시키려고 해 보지만, 그것도 잘 안 됩니다. 남편이 나에게 맞도록, 자식이 나에게 맞도록 변화시키려니까 잘 안 되죠? 결혼을 해보니 남편에게 적응도 안 되고, 내 맘에 들도록 바꾸는 것도 안 돼요. 그래서 삶이 힘들고 괴롭습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을 ‘중생’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사는 게 힘든 이유는 적응하기도 힘들고 변화시키는 것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수행자는 어떨까요? 적응해야 될 때 능히 적응을 합니다. 천 가지 만 가지 모습으로 나투어서 적응을 합니다. 더우면 옷 벗고, 추우면 옷 입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해요. 서울 가면 서울 법도를 따르고, 유럽 가면 유럽 법도를 따르고, 경상도 가면 경상도 법도를 따르고, 혼자 있으면 한적하게 지내고, 둘이 있으면 사이좋게 지내고, 이렇게 환경에 적응을 합니다.

환경에 적응을 잘하려면 고집하는 게 없어야 해요. ‘이거다’ 하고 움켜쥐는 게 없어야 천 가지 만 가지 모습으로 나툴 수가 있습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기 때문에 컵에 담으면 컵 모양, 바가지에 담으면 바가지 모양이 됩니다. 인연에 따라서 그냥 적응을 하는 겁니다. 아이를 만나면 엄마 역할을 하다가, 남편을 만나면 아내 역할을 하다가, 어머니를 만나면 딸 역할을 하다가, 절에 오면 수행자 역할을 하다가, 가게에 가면 손님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인연을 따라서 나툽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나에게 맞게끔 세상을 바꿉니다. 옷이 필요하다면 옷을 만들고, 음식이 필요하다면 음식을 만듭니다. 음식 재료가 없다면 음식 재료를 구합니다. 필요하다면 음식 재료를 심고 가꿉니다.

옛날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의 얘기인데요. 만공 스님이 스승인 경허 스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술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이렇게 자유스럽습니다.’

그랬더니 경허 스님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야, 굉장하다. 그런데 나는 술 먹고 싶으면 밀을 심고, 파전 먹고 싶으면 파를 심는다.’

그냥 우스개 소리 같지만, 전자는 뭘 고집하지 않고 인연 따라 나툰다고 볼 수 있고, 후자는 내가 필요하면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능히 적응도 하고, 능히 변화도 시키는 자를 ‘수행자’라고 합니다.”

스님은 법문을 자기화하는 시간인 마음 나누기 시간을 도반들과 꼭 가질 것과 계율을 지켜가는 삶에 대해서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서도 설명하였습니다.

“자,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은 궁금한 게 있으면 설명을 해 드릴게요. 그러니 매주 수행 법회에 나와야 되겠죠?

“네.”

“매주 수행 법회에 나오셔서 부지런히 정진해나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수행 정진을 강조하는 스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법문을 마친 스님은 다음 강연을 위해 대구로 이동하였습니다.

대구, 청춘 톡톡

대구 수성대학교 대강당에서는 강연이 시작되기 3시간 전부터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도 일찍 왔는데, 좌석이 다 차서 입장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더 빨리 왔어요.”

그 뒤에도 사람들은 점점 모여들었고 퇴근시간이 되자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강연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법륜스님 궁금해요. 한 줄 질문!’ 판에 포스트잇에 한 줄로 고민을 적어 붙이기도 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열기가 대단했는데요. 입장이 시작되자, 1층과 2층 좌석이 가득 찼고 계단에 한쪽에 앉아 강연을 들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계단에 앉을 틈마저 없어 발길을 돌린 분들도 있었습니다.

“늙은 청년들은 위로 가고, 젊은 청년들을 앞에 앉혀주지 왜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모두 웃음)

오늘은 청년들을 위한 강연입니다. 일반인들은 참관 자격만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어떤 것으로 고민을 하고 사는지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인 즉문즉설을 하기 전, ‘법륜스님 궁금해요, 한 줄 질문!’에 적힌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포스트잇에는 ‘제가 보통 인간처럼 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 질문은 초등학생 아이가 적었습니다.

“쪽지에 ‘제가 보통 인간처럼 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에요? 자기 고민이 뭐예요?”

아이가 무척 수줍어하며 대답을 못하자 스님은 자기소개를 해보도록 했습니다.

“그럼 자기소개를 한 번 해봐요.”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3반 000입니다.” (모두 웃음)

“자 그럼, 이번에는 노래 한 곡 해보세요.”

청중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지만 아이는 얼어 있었습니다.

“한 번 불러 봐요. 스님이 지금 놀리려는 게 아니라 대중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아이는 스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귀여운 목소리에 청중들은 박수를 쳤고, 스님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질문할 것은 없어요? 있으면 해 봐요.”

“공부하는 게 힘들어요.”

“공부하기 힘들면 안 해도 돼요.(모두 웃음)
그러면 대학은 안 갈 거예요?”

“갈 거예요.”

“공부 안 해도 대학 갈 수 있어요?”

“아니요.”

“힘들어도 공부해서 대학 갈 거예요, 아니면 공부하기 싫으니 공부 안 하고 대학 안 갈 거예요?”

“공부해서 대학 갈 거예요.”

“그러면 공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지 알려줄게요.”

아이의 고민이 귀여워 다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은 공부 잘하는 법에 대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세 가지로 설명을 했습니다. 수줍어하던 아이는 설명을 다 듣고 ‘감사합니다!’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몇 가지 한 줄 질문에 답한 후 청중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5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곧 입사를 앞두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물은 청년의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곧 입사하는데...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하죠?

“저는 내년 3월에 타지에 있는 병원에 입사할 예정입니다. 병원에 입사를 하면, 인간관계로 힘들고, 타지 생활로 심신이 지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칠 때 참는 게 맞는 건지, 퇴사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여쭙고 싶습니다.”

“참으면 병이 됩니다. 성질을 부리면 쫓겨나든지 손해가 생깁니다.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손실을 택하겠다고요?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병이 되고, 그렇다고 성질대로 하면 사이가 나빠지거나 쫓겨나거나 비난을 받거나 내 삶에 손실이 생깁니다. 손실이 생기는 게 나아요, 병이 생기는 게 나아요?”

“병이 생기는 게 나아요.” (대중 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래요. 참으면 병이 되고 답답하니까 성질을 팍 부립니다. 성질을 팍 부리면 손해가 생기니까 후회를 합니다. 그래서 또 참습니다. 참으니까 또 병이 나고, 그래서 또 못 참아서 터트리고, 그래서 또 후회하고. 후회해서 또 참고, 참다 참다 못 참아서 또 터뜨리고, 터트려놓곤 또 후회하고, 사는 게 그렇습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인생을 괴로움 없이 살려면, 참지도 말고 성질부리지도 말아야 돼요. 어렵지요?

마음에 안 든다고 성질을 부리면 손실이 생기고, 참으면 병이 생깁니다. 그런데 원래 이 세상은 내 마음에 다 들 수가 없어요. 자꾸 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이 둘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죽을 때까지 이러다가 죽어야 돼요.

남편 하는 꼬라지를 보고 확 성질이 나서 헤어지려다가도 아이도 있고 뭐도 있고 하니 또 참고 살게 되고, 참다가 참다가 ‘이 인간하고 못 살겠다’ 하면서 또 터트리고, 터트려놓고 또 후회하고, 좋아서 결혼을 했으면서 같이 사는 걸 또 후회하고. 후회해서 이혼해놓고는 또 이혼을 후회하고, 그래서 구관이 명관이다 싶고, 이게 인생입니다.

참지도 말고 성질도 부리지 마세요. 그러려면 자기가 자기 마음을 봐야 됩니다. 첫째, ‘화가 나는구나’ 하는 걸 알아차려야 됩니다. ‘화가 나는데 터트릴까’, ‘화가 나는데 참을까’ 이렇게 흑백논리에 빠지지 말고, 그냥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둘째, ‘왜 화가 날까?’ 하고 탐구를 해야 합니다. ‘저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왜 화가 날까?’ 이렇게 탐구를 하는 거예요. 내가 괴로우니까 마치 그 사람이 나를 괴롭히려고 한 것 같이 느껴지지만, 정작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나를 괴롭히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만약 욕을 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성질이에요. 그 사람도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해서 그냥 그렇게 사는 거예요. 그냥 비가 올 뿐이고, 날이 추울 뿐이듯이 그 사람은 그렇게 할 뿐이에요. 비가 오면 내가 우산을 쓰면 되지, 비 온다고 성질부릴 필요는 없어요. 날이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면 되지, 춥다고 성질부릴 필요는 없어요. 그 사람은 그냥 자기 성질대로 살뿐입니다. ‘아, 저 사람 성질이 저렇구나.’ 하고 알면 됩니다.

첫째,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둘째, ‘아, 저 사람은 성질이 저럴 뿐인데 내가 거기에 놀아나는구나’ 하고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해요.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이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사실대로 본다는 뜻이에요. ‘저 사람 말버릇이 저렇구나’, ‘저 사람 성질이 저렇구나’ 이렇게 사실대로 보면, 참거나 터뜨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어요. 그러면 어디로 가서 일하든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이나 아내가 자주 술을 먹는다면, 내가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술을 먹는 사람에게 내가 적응해서 사는 방법이 있고, 술을 못 먹도록 그 사람을 고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날씨가 추울 때, 내가 옷을 하나 더 입고 가는 방법은 적응하는 방법이고, 집을 지어서 난방을 하는 방법은 환경을 나에게 맞게 변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적응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나를 고집하기 때문이에요. 상대가 말버릇이 거칠면 거기에 적응하면 돼요. ‘아, 저 사람 말버릇이 저렇구나.’ 이렇게 적응하는 거예요. 그러나 불법적인 행위나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변화를 시켜야 합니다. 그게 사회정의예요. 만약 상사가 욕을 한다면 ‘부장님, 욕은 하면 안 됩니다. 욕 하니까 제가 기분이 나쁘네요’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한 번 욕했다, 두 번째 욕했다, 세 번째 또 욕했다, 이렇게 수첩에 적어놓으세요.

한 번 실수했을 뿐인데 성질 발칵 내고 고발하면, 내가 성질이 더럽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만약 상사가 이쁘다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면 처음에는 ‘싫습니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두 번째 손을 얹으면 ‘성추행입니다'라고 경고를 합니다. 세 번째 손을 얹으면 이렇게 말하세요.

‘제가 한 번 싫다고 표현했고요. 두 번째는 분명히 성추행이라고 얘기했고요. 그런데도 안 고쳐지네요. 고발하겠습니다.’

그리고 고발을 해버리세요. 이것이 상대를 변화시키는 방법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상대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안 쓰려고 해요.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또 자기를 고집하기만 하지 적응하는 것도 안 하려고 합니다. 자꾸 상대의 말버릇을 바꾸려고 하는데 그건 굉장히 어려워요. ‘저 사람은 말버릇이 저렇구나’ 이렇게 그냥 적응하는 게 훨씬 쉬워요.

새로운 직장에 가면, 고치기를 먼저 해야 될까요, 적응을 먼저 해야 될까요?

적응을 먼저 해야 됩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으니 너무 따지지 말고 일단 적응을 먼저 해보세요. 적응할 때는 좋게 생각해야 됩니다. ‘선배는 환자를 다섯 명 보면서 나 보고는 열 명 보라 그런다’ 자꾸 이렇게 생각하면 불만이 커집니다. 이왕 간호사가 됐는데, 환자 다섯 명 보는 게 낫습니까, 열 명 보는 게 낫습니까?”

“열 명 보는 게 낫죠.”

“어차피 제가 여기까지 와서 즉문즉설을 하고 있는데, 강연을 조금만 해주는 게 낫습니까, 온 김에 많이 해주는 게 낫습니까?”

“많이 해주는 게 낫죠.”

“자꾸 꾀를 내면 안 됩니다. ‘선배니까 다섯 명 맡고, 나는 열명 맡고, 왜 이렇게 불공평하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나는 경험을 많이 해야 되니까 열 명을 맡아본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선배가 하루에 다섯 명 맡으면 열흘에 50명밖에 못 돌보는데, 나는 열흘 일하면 100명을 돌볼 수 있잖아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선배와 내가 3년 차이가 났는데, 이렇게 해서 1년만 시간이 지나면 선배와 나는 임상 경험이 같아집니다. 이것은 나한테 좋은 기회예요.

처음에 입사하면 일단 적응을 먼저 해야 돼요. 3개월이나 1년 동안 적응을 다 하고 나서 다시 살펴봤는데 부당 노동 행위나 불법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면, 사회 정의적 측면에서 그것을 고치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귀찮다고 내버려두면 안 돼요.

저도 승려 생활을 하려면 먼저 적응을 해야 되겠죠. 하지만 저는 적응만 하는 게 아닙니다. 개선을 위해서 노력합니다. 개선을 할 때는 ‘파사현정’과 ‘현정파사’,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삿된 것을 때려 부수는 것을 ‘파사현정’이라고 합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얘기되는 적폐 청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바른 것을 계속 일으키면 잘못된 것이 저절로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현정 파사’라고 합니다. 현정파사는 새로운 모델을 계발하는 방식입니다. 수행자가 가야될 좋은 모델을 자꾸 계발하면, 서로 안 싸우고도 ‘참 괜찮네’ 하면서 좋은 모델을 따라오게 됩니다.

변화를 위한 노력과 적응하는 훈련, 이 두 가지를 늘 함께해야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문제는, 변화시켜야 할 일은 적응하겠다고 하고, 적응해야 할 일은 변화시키겠다고 하고, 이렇게 거꾸로 하는 겁니다. 적응하기 위해서는 나를 이겨야 하고, 변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듯이 상대를 이해하고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낫을 갈더라도 어떤 각도에서 갈아야 될지, 낫을 쓸 때는 어떤 각도로 낫을 써야 효과적인지, 이런 이치를 알아야 됩니다. 이것을 지혜라고 합니다. 수행자는 지혜가 굉장히 중요해요. 무턱대고 하면 안 됩니다.

질문자는 늘 갔던 곳을 가는 게 좋습니까, 낯선 곳에 가는 게 좋습니까?”

“낯선 곳이요.”

“그렇다면 낯선 곳에 가는 걸 고민할 이유가 없어요. 늘 가는 곳에 가면 익숙하긴 하지만 재미가 없고 배우는 게 없죠. 낯선 곳에 가면 약간 두렵기는 하지만 구경거리가 있어요.

질문자는 늘 만나던 사람을 만나는 게 좋습니까,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좋습니까?”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요.”

“낯선 사람을 만나면 학습을 할 수 있어요. 낯선 곳에 가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여러분들은 하던 일 하라고 하면 ‘지루해서 못 하겠다’라고 하고, 낯선 일 하라고 하면 ‘몰라서 못 하겠다’ 그럽니다. 그래서 늘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예요. 낯선 곳에 간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고 대학도 졸업했으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제 새로운 세상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 가슴이 두근두근 뛸 거예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세요.

우리는 늘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이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항상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하던 일만 계속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안전 위주로 갑니다. 젊을 때는 실험을 하고 자꾸 도전을 해야 돼요. 낯선 데도 가보고, 낯선 사람도 만나보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해요.

저는 단식을 30일도 해보고, 40일도 해보고, 50일도 해보고, 70일도 해보고, 그래서 죽나 안 죽나 체크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물을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하고, 소금을 먹어보기도 하고 안 먹어보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 보면서 ‘아, 몸이라는 게 이렇구나. 죽을 것 같더니 지나고 나니 괜찮네. 또 어떤 때는 죽을 것 같이 아프네.’ 이렇게 체크해 보는 거예요.

평상시에는 여러분과 제가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러나 사고가 나서 오지에 떨어지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막 겁을 내지만, 저는 겁을 안 냅니다. 한두 달 밥을 안 먹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걱정하는데 에너지를 안 쏟고, 구조될 시간을 고려해서 자기 에너지를 잘 보존하면서 요령껏 생활을 합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가는 게 좋아요. 좀 더 시달려 보세요. 많이 시달려야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경험을 섞은 생생한 설명에 청년들은 물론이고 나이 지긋한 분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갑자기 우울하고 불안해질 때가 많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스타트업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청년을 위한 조언을 해주세요.
  • 어머니와 누나 사이에 갈등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요. 사람들은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질까요?

스님은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질문을 받은 후 짧게 인사하고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자, 재밌었어요?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연이 끝나고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길게 줄지어 선 청년들과 한 명씩 눈을 마주치며 환한 미소를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포항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오후에는 인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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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연구하고 실험하고...감사합니다 꾸벅^^

2018-12-19 16:21:10

규원

밝은지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

2018-12-11 13:53:32

대광

많이 시달려야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라는 마지막 말씀이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2-09 08: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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