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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님은 오후에 아메리칸대학교에서 강연을 마치고 인근 B-CC 지역 센터(Bethesda Chevy Chase Regional Service Center)에서 외국인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워싱턴 D.C. 북쪽 인접지역인 베데스다- 체비 체이스 지역은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B-CC 지역 센터는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강연장을 둘러보고 봉사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로 피자를 먹었습니다.
강연을 하기 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 교장 쁘리앙카 님의 조카입니다. 마침 베데스다 가까이 살고 있어서 스님께 인사도 드리고 강연에도 참가했습니다. 10년 전 인도 델리에서 스님을 처음 만났는데, 이제 성인이 되어 부인과 함께 미국에서 만났습니다. 세월도 빠르고 세상도 참 좁습니다.
강연장에는 85명의 외국인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모여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즉문즉설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간단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시간은 제가 강의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과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특별히 전달할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된다’라고 정해진 게 없습니다. 자기가 좋을 대로 살면 돼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사는데 괴롭다는 거예요. ‘자기 좋을 대로 사는데 왜 괴로울까?’ 이것은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과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문제 삼았던 일이 ‘어, 괴로울 일이 아니네’ 이렇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화가 났던 일도 ‘어, 별로 화낼 일도 아니네’ 이렇게 자각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아, 내가 고집했구나’ 알게 될 때도 있고요. 이렇게 스스로 깨닫는 것을 ‘자각’이라고 해요. 우리가 가진 성격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성격을 사람이 태어날 때 타고났다고 해서 천성이라고 불렀습니다. 변하기 어려운 천성도 자각이 일어나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비난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좋은 사람으로 변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그 사람에게 자각이 일어난 거예요. 누가 강제로 변화를 시키는 게 아닙니다.
오늘 대화를 하는 중에 자신에게 어떤 자각이 일어난다면 여러분의 문제를 푸는 계기가 될 거예요. 저는 어떤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면서 자각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어떤 대화를 해도 괜찮아요. 어떤 주제가 좋다고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다만 지식보다 자기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합니다. 저와 대화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가 겪고 있는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감정을 숨기려고 하면 자각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솔직하게 얘기를 하시면 됩니다. 자, 시작해보겠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습니다. 질문자들은 긴장을 풀고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총 12명이 질문했는데요. 그중 부모님의 말을 들어야 할지 자신의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둘 다 가질 수 있으면 좋지만, 욕심 내지 말고 하나만 가지세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려면 능력이 출중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그런 능력이 안 됩니다. 자기가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아요. ‘난 두 개 다 할 수 없다, 하나만 하겠다’ 이렇게 결정을 내리세요. 두 개 다 하고 싶어요?”
“Unfortunately, I do, yes.” (네. 유감스럽게도 두 개 다 하고 싶습니다.)
“능력이 없는데 그렇게 하려면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계속 노력을 해서 두 가지를 다 할래요, ‘두 가지 다 하기는 내 능력이 부족하다, 둘 중 하나만 선택을 하겠다’ 이렇게 하나를 버리시겠어요?”
“I would like to honor my parents. I would like to take care of them. But what I feel is though what if the best way to do that is further my career and further myself. But I found that’s hard to do if I always have to listen to their advice and heed their suggestions. Because then I will end up doing what they say, even if that is not what is the best for me, which will make them happy. But then I may not be in great position to take care of them when they’re older. And be there for them and support them. Do I honor them now or honor them later?”
(저는 제 부모님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부모님을 보살피고 싶어요. 그러나 그보다 제가 살 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부모님이 제안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제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힘듭니다. 결국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할지 몰라도, 나중에 부모님이 나이 드셨을 때 제가 부모님을 돌볼 수 있는 최선의 위치에 있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제 부모님을 존중해야 할까요, 아니면 나중에 존중해야 할까요?)
“부모가 중심이 아니에요. 질문자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부모 집에 가서 공짜로 방을 얻고 밥을 먹고살면 부모 말을 들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질문자는 부모에게 방도 공짜로 얻고 밥도 공짜로 먹으면서 자기 마음대로 살려고 해요. 그건 합당한 것이 아니에요. 부모의 도움을 얻으려면 부모 말을 들어야 합니다. 부모 말을 듣는다는 것은, 성인이 아니라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거예요. 부모의 귀여움은 받지만, 어린애 상태로는 나중에 부모를 돌볼 수가 없습니다. 부모를 떠나 독립적인 한 인간이 되려면, 지금 조금 어렵더라도 독립을 해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부모를 도울 수 있습니다.
한 집에 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도 있기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질문자가 노력을 많이 해야 됩니다. 방을 쓰는 대신에 방값을 내야 합니다. 돈으로 못 내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 준비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파트타임으로 부모 집에 와서 방값에 해당되는 일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부모 집에 살아도 독립된 인간이 됩니다. 그러면 부모님의 간섭이 줄어들 거예요. 왜냐하면 어른이 되어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에요. 대신 좀 피곤하죠. 이렇게 살 바에야 방을 얻어서 밖에 나가서 살겠다 싶으면 나가면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귀여움을 받는 어린애가 될 거냐, 지금 내가 독립된 한 사람이 될 거냐를 선택해야 됩니다. 자기 문제지 부모 문제는 아니에요.”
“Thank you. 감사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셨어요?” (모두 웃음)
“I have to make it now?” (지금 해야 해요?)
“지금 결정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못 합니다.”
(질문자 침묵)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괴롭게 살겠네요.” (모두 웃음)
질문자가 앞으로 괴롭게 살겠다는 스님의 말에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질문자들의 고민도, 스님과 대화도 모두 새로웠는지 아주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느덧 예정된 2시간이 훌쩍 지나 9시 20분이 되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지금까지 열린 외국인 강연 중에서 오늘 스님의 책이 가장 많이 판매된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들은 외국인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스님과 대화를 통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사전 영상으로 보여준 유튜브 법문이 직장동료의 상황과 너무 똑같아요. 제 동료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어디서 볼 수 있나요?’‘다음 강연에 또 오고 싶어요. 다음은 언제인가요?’
지금까지 미국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즉문즉설이 여러 차례 열렸지만 대부분 대학이나 외부단체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오늘 강연은 정토회 국제국에서 워싱턴 D.C 지역에서 처음으로 장소 대관부터 행사 진행까지 주관했습니다. 워싱턴 정토회 회원들이 메릴랜드, 버지니아, 워싱턴 디씨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홍보를 하고 지인들에게도 열심히 홍보한 결과 많은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오늘 강연 장소는 2003년 가정법회로 시작한 워싱턴 정토회가 2004년도에 처음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한국인을 위한 법회를 진행한 곳이기도 합니다. 16년이 지난 오늘, 같은 자리에서 이제 영어로도 부처님 법을 널리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온라인 영어 수행자 모임에서 함께 수행하고 있는 영어권 수행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분들도 오늘 하루 함께 강연 행사 봉사를 했는데 모두 뿌듯해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과 함께 강연 뒷정리를 하고 어두운 밤길을 달려 숙소인 미주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 평화 관련 미팅을 하고, 영어권 수행자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내일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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