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1.19 대중대표단 회의, 한반도 평화 만들기 강연(서울 마포)
"주한미군 방위비 더 내라,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실무자들과 미팅 및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출가해서 수행공동체에 들어와 살고 있는 상주 대중을 대표하는 대중대표단과 2시간 동안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지난 3년 동안 대중생활을 책임지느라 수고한 대중대표단의 노고를 격려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대중들을 보살피느라 수고들 하셨습니다.”

서울공동체, 문경공동체, 선유동연수원, 세 곳에서 대중의 살림을 책임지는 12명이 참석했습니다. 대중대표단은 대중대표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수행공동체를 만들어온 경험을 토대로 대중대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여러분들도 ‘이곳은 수행자들의 모임이다’ 하는 목표 의식을 우선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가 사는 주변 세상을 좀 더 정의롭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하자는 거예요.

대중대표단은 사회적인 실천, 정토회의 확산과 같은 사업적인 지도를 하는 단위가 아니고, 그런 일을 하는 대중들이 어떻게 수행의 원칙을 지키고, 수행자로서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돕는 단위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중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자비심도 필요하고, 대중이 수행자로서의 원칙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도록 울타리 역할도 해야 합니다. 울타리 역할을 하려면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원칙을 인지하도록 안내도 해야 합니다. 대중들의 삶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역할과 원칙을 지키도록 계도하는 두 가지 역할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스님은 1년 계획을 세울 때, 미리 주말에 농사일을 할 수 있도록 해서 업무에 치중된 공동체 생활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주말에 농사짓는 것을 각 개인이 일 년 동안 며칠을 해야 하는지 원칙을 먼저 정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이 신청을 해서 농사를 지으러 가도록 하면 좋겠어요. 이렇게 사전에 신청을 받아서 주말마다 몇 명 정도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파악이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농사를 짓는 전담자와 물류를 담당하는 전담자도 각각 배정이 되어야 할 것 같고요.”

이외에도 공동체 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짧게 이야기를 마치고 스님은 대중대표단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 편안하게 말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3년 동안 대중대표를 맡았습니다. 원칙적으로 하다 보니 대중의 반발을 사게 되고, 대중의 의견을 따르려고 하니 원칙이 흐려지는 모순이 있었어요. 원칙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예외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려운 점은 포살, 울력 등 공동체 일정이 있을 때 업무상 불참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업무 때문에 빠진다는 게 이해는 되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겨요. 어디까지 예외로 인정해 줘야 할까요?”

“외부에서 수련하러 오는 대중의 편의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할까요?”

“보일러 담당자나 걸레 소임, 공동체 일정 담당자 등 역할을 정해야 할 때 미루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소임을 자발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장이 많은 사람, 한 달 이상 출장 가는 사람의 경우 생활 소임 배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경에서 법사단은 수련, 출장이 많다 보니 생활 소임에서 제외해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생활이 우선이었는데, 요즘엔 일이 더 중심이에요.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큰 공동체 속에 살다가 작은 공동체에 오니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외로움도 있지만,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몫을 해야 해서 힘들어합니다.”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기도 하고, 공동체 운영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스님은 오후에 다른 회의가 있어 12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에서 연이어 실무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질 무렵이 되었습니다.

저녁 7시에는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환호하는 청중에게 스님이 질문했습니다.

“오늘 주최한 단체가 어딘지 알고 오셨습니까?”

“네.”

“그냥 법륜스님 즉문즉설 한다고 왔어요?”

“네.” (모두 웃음)

첫 번째 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더 컸습니다.

“오늘은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 발전을 위해 통일을 추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통일의병’이라는 단체에서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개인 고민은 질문받지 않는데, 그래도 뭐 저만 보면 뭐든지 물으려고 하시니까 한 두 개 정도는 질문을 받고 통일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동아시아의 정세가 최근에 들어와서 굉장히 급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그동안 전쟁 직전까지 갈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는데 요즘은 서로 사랑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요. (모두 웃음)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혈맹 관계를 유지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요즘은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문제로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그동안 아무리 정치적인 갈등이 있어도 경제 문제는 손을 안 댔는데, 일본이 드디어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함으로 해서 한일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도 사드 배치 때문에 서로 관계가 나빠졌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떤 한 정부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이것은 지금 동아시아의 안보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어제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기도 하는, 나쁘게 말하면 혼란이고, 좋게 말하면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국제 정세를 우리가 같이 이해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함께 대화를 나눠 봅시다.”

이어서 스님은 전쟁 위기가 극심했던 2017년 연말을 떠올리며 지금은 비록 안정이 되긴 했지만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켜내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동아시아 정세를 간략히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주로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미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고 과도한 방위비 분담을 요구합니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국인지 의심스럽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앞으로 한미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을까요?"

스님은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미국이 셰일 가스 개발로 인한 에너지 자립과 중국의 부상 이 두 가지 이유를 들며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지소미아 문제,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문제에 대해 연이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안 내면, 과연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 의견은 주한미군을 빨리 철수시켜 버리고 싶거든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웃음)

질문자는 본인의 의견을 먼저 강력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자기네가 알아서 갈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가라고 하면 안 돼요.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려도 안 돼요.

예를 들어 우리 딸이 약간 우울증이 있어서 ‘엄마 나 죽을래’ 하면서 3년간 계속 죽지도 않고 ‘죽을래’ 하고만 있다 합시다. 어느 날 성질이 나서 ‘그래! 나가서 팍 죽어버려라!’ 이렇게 말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말한 후 딸이 자살을 해버리면 내 책임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고, 내가 말해서 죽였다’ 이렇게 평생 후회해요. 딸이 아무리 죽겠다고 해도 겉으로는 ‘그래도 엄마 놔두고 죽으면 안 된다. 엄마는 너 없으면 못 산다’ 이렇게 말을 자꾸 해야 합니다. 그래야 딸이 죽어도 내 책임이 아닌 거예요.

예를 들어 남편이 호텔 가는 걸 목격해서 바람피우는 증거를 잡았다고 합시다. 성질이 나서 ‘당신 이랬지!’ 이러면 나중에 뒷감당이 안돼요. 이혼을 할 건지 말 건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해요. 안 그래도 이혼을 하려고 했는데 합당한 이유가 생긴 경우라면, 바로 증거를 확보하고 이혼 사유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분은 나쁘지만 이런 일로 이혼하면 혼자서 아이 키우기도 힘들고 생활도 어려워지고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면, 이 일을 문제 삼으면 안 돼요. 이 일을 꺼내놓고도 이혼을 못 하면 내 자존심이 형편없이 상해요. 그래서 이 일은 호주머니에 넣어놓고 모른 척하고 있다가 남편에게 해달라는 게 있을 때마다 카드로 꺼내 써야 합니다. 기분 나쁘다고 확 꺼내버리면, 나중에 이혼을 못할 형편이 되었을 때 뒷감당이 안 돼요. 같이 살면서 계속 미워해야 하는데 그러면 내가 고통이에요. 이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성질대로 대응하면 안 돼요. 그것처럼 주한미군도 기분 나쁘면 ‘당장 나가!’ 이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가만히 있어도 나갈지 모르는데 뭐 하러 쫓아내려고 그래요. 그것은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는 바보 같은 짓이에요. 힘센 사람한테 그렇게 함부로 하면 안 돼요. 비굴하게도 굴지도 말아야 하지만, 우리가 좀 산다고 건방지게 목에 힘을 줘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손실이 생겨요.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많이 달라고 하면 ‘SOFA 협정에 안 맞다’라고 계속 말하면 돼요. 그러면 자기들이 성질나서 뛰쳐나갑니다. 그래서 자기들이 가겠다고 하면 우리는 ‘그래도 있으면 좋은데요’ 이렇게 말하면서 가더라도 가게 해야 해요. (모두 박수)

또 있겠다고 하면 당분간 장소를 좀 빌려줘야 해요. 왜냐하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해 준 공로가 있잖아요. 있겠다고 하면 ‘그동안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쓰십시오’라고 하면 돼요. 그러면 돈은 자기들이 내겠지요. 이제 가겠다고 하면 ‘그동안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우리가 책임지고 지키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하면 돼요. 이렇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으면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오늘 뉴스를 보니까 지소미아 종료 폐기를 취소한다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기사를 받거든요.”

“그 두 가지를 연결시켜서 우리가 손해를 입을 필요는 없어요. 지소미아는 폐기해야 하고, 방위비는 협정에 맞게 내야 하는 거예요. (모두 박수)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수출 규제를 했기 때문에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정보 교류를 못 한다.’

이렇게 말해서 공을 일본으로 넘겨야 해요. 미국이 지소미아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일본이 저러는데 어떻게 합니까. 언제든지 일본만 입장을 바꾸면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지소미아는 종료하는 것이 좋겠는데,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아직은 우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할 처지이니까요. 기분은 나쁘지만 남북문제를 풀려면 아직은 미국과 협력을 잘해야 합니다. 그러니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돼요. 그렇다고 옛날처럼 무조건 비굴하게 굴어서도 안 돼요.

방위비 문제를 지소미아와 연결시켜서 ‘지소미아를 유지하고 방위비를 덜 내자’ 하는 식의 꾀를 써서도 안 됩니다. 이 둘은 서로 관계가 없는 문제예요. 지소미아는 일본 문제로 돌려서 딱 끝을 내고, 방위비 문제는 ‘지금도 많이 내고 있다’라고 자꾸 강조해야 해요.

‘우리나라가 수입한 무기 값이 얼마입니다. 평택에 주한미군 기지를 지어주는 데 얼마가 들었습니다. 또 지금도 우리가 방위비의 절반 이상을 내고 있고, 땅세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제반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모두 계산하면 이미 50억이 넘는 돈을 우리가 내고 있습니다.’

자꾸 이렇게 주장해서 자기네들이 화가 나서 회담장을 나가도록 해야 해요. (모두 웃음)

원래 방위비 금액은 1년에 5% 내지 7% 올리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만약 그 자금이 1조라면 내년에는 1조 500억 정도가 되고, 많이 올려야 1조 1000억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6조를 달라고 했습니다.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하는 수법이에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불러서 협박을 하다 보면 어리숙한 사람은 마지막에 4조를 깎아주면 ‘2조 낼게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100%를 더 내게 되는 거예요. 자기 스스로는 ‘그래도 6조 중에 4조나 깎았다’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이런 트럼프의 장사술에 놀아나서 바보 같은 짓을 할 위험이 있어요.

아무리 6조를 내라고 해도 우리는 ‘1조 500억 내겠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5조를 내라고 하면 ‘그러면 1조 550억 내겠습니다’ 계속 이렇게 말하면 돼요. 장사꾼에게 손해 나지 않게 대응하려면 이렇게 대응해야 해요.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이거 얼마예요?’ 그랬더니 100원이라고 했다 합시다. 이때 트럼프가 거래하는 수법은 ‘그게 무슨 100원이에요? 10원 하세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안 팔아요. 가세요!’ 이렇게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아이고, 돈이 좀 부족하신가 봐요. 그러면 95원 주세요’

이렇게 얘기해야 해요. 그러면 사는 사람이 ‘15원 하세요!’ 그럽니다. 그러면 다시 ‘90원 주세요!’ 이렇게 말해야 해요. 인도 사람들이 주로 이렇게 장사합니다. 그래서 인도 사람과 거래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중국 사람은 100원짜리를 10원에 달라고 깎으면 문을 쾅 닫으면서 ‘가세요!’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런데 인도 사람은 100원짜리를 10원에 달라고 해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95원 주세요’ 그럽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이 인도 사람한테 못 이겨요. 한국 사람이 제일 장사를 못 합니다. 성질이 나서 ‘안 팔아요!’ 이렇게 말해버리거든요. (모두 웃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는 질문자의 성질처럼 대응하면 안 돼요. 이 문제는 천천히 시간을 끌어가면서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방위비를 빨리 안 준다고 손해날 일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은 성질이 조급해서 그렇게 느긋하게 대응을 못하죠.

이 문제는 국가의 위기관리에 해당하는 문제니까 신중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절대로 미국을 욕하지 말고 오히려 미국한테 이렇게 사정을 해야 합니다.

‘아이고, 그래도 한-미가 피를 같이 흘린 동맹인데 너무 돈으로 계산하지 맙시다. 그동안 미국이 우리한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발전하는 데 미국의 도움이 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돈을 더 내야지!’

’그래서 기지도 지어주고 무기도 사주고 방위비도 부담하고 있습니다’ (모두 웃음)

이렇게 미국을 대해야지 성질대로 하면 안 돼요. 이런 입장이 딱 서 있어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 이런 입장이 안 서 있으면 자꾸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서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게 됩니다.”

“잘 들었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명쾌한 해법에 청중 대부분이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음 질문자는 이런 상황에서 국익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지금 외교적으로 어려운 국면입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지소미아 문제도 그렇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도 그렇고, 국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만약 국민들까지 분열해서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절반이고, 지소미아를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절반이라고 합시다.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봐 겁을 내서 덜덜 떠는 사람들이 절반이고, ‘주한미군은 이 땅에서 당장 나가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절반이고, 이렇게 국민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라져 있다고 합시다.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어 있으면 정부의 결정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100%는 아니더라도 60~70% 정도의 여론을 국민들이 좀 모아 줘야 해요. 현 정부의 다른 정책은 비판하더라도, 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정부의 정책을 확실하게 지지해줘야 정부가 힘 있게 그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친일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소미아 문제는 일본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가 폐기해야 된다’라고 말해야 하고, 아무리 친미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방위비 요구는 너무 심하다. 여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렇게 국민이 진보와 보수를 떠나고, 친미와 친일을 떠나서, 힘을 좀 모아 주면 정부가 이 문제를 푸는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의 능력도 부족한데, 국민까지 분열이 되어 있으면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우습게 봅니다. 이번에 유니클로가 발열 내복을 공짜로 준다고 하니까 한국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200미터나 서고 난리라고 하잖아요. 일본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미친놈들!’ 이러면서 우리를 얕볼 겁니다.

만약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철회하면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도 우스운 입장이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이 힘을 좀 모아줘야 해요. 한일관계는 근본적으로 좋게 풀어나가야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일본 여행을 좀 자제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도 최소한 1년은 동참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왕에 사람이 칼을 뺐으면 그래도 한 1년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네.”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익이 걸린 이런 일에는 같이 동조를 해 줘야 해요. 이렇게 해야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합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여야가 싸우더라도, 적어도 미국의 방위비 부담 요구에 대해서는 너무 부당하다고 의견을 일치시켜 줘야 합니다. 일본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지소미아는 폐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일치시켜 줘야 합니다. 이렇게 한국 국민은 모두 입장이 같다고 해주면,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할 때 힘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국민의 수준이 그렇게 안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국내 갈등은 그것대로 싸우더라도 국익이 걸린 일에는 힘을 합해 줘야 합니다. 집안에서 형제들끼리 싸우더라도 바깥에서 적이 침입해 오면 딱 힘을 합쳐서 대응하고, 적이 간 뒤에 다시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부의 적을 끌어들여서 집안 형제한테 이기려고 하고 있어요. 이것은 마치 부부싸움을 하다가 화가 나서 이웃집 아저씨 데려와서 자기 남편 두들겨 패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이겨서 뭐하려고 그래요? (모두 웃음)

지소미아는 3일 후에 종료하니까 지금 당장 운동을 할 건 아니에요. 그러나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광화문에 100만 명이 모여서 이렇게 외쳐야 합니다.

‘미국은 지나친 방위비 요구를 철회하라’ (모두 박수)

그런데 이런 주제로는 100만 명이 잘 안 모이죠. 이런 주제로 100만 명이 모여서 주장을 해야 국익을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국내의 정파적인 이익에 관계되는 일에는 100만 명이 모이면서, 나라와 민족의 이익에 관계되는 일에는 1000명도 안 모여요. 이 문제를 가지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한 번 열어보세요. 1000명은 고사하고 50명 오면 많이 오는 거예요.

2년 전 만 해도 전쟁 위기가 큰 이슈였지만 지금은 전쟁 위기가 잦아들었습니다. 이럴 때 ’ 방위비를 요구하려면 주한미군은 당장 물러나라!’ 이런 플래카드를 붙이면 안 돼요. 오히려 이런 플랜카드를 붙여야 합니다.

‘그동안 미국에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동맹입니다. 동맹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친구라고 강조하면서 친구 관계를 돈으로 계산하는 건 너무 유치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지혜롭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일본과의 무역 전쟁 때도 ‘NO 아베’라고만 주장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NO JAPAN’이라고 주장했는데, 그건 바보 같은 행동이에요. 일본 국민 전체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되고, 아베만 콕 찍어서 반대해야 해요. 오히려 반 아베에 일본 국민들은 참여시켜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국익에 이롭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일반 즉문즉설 강연을 기대하고 온 청중을 위해 스님은 인생에 대한 질문도 사이사이 받았습니다.

  • 제가 우울증이 있어서 작년에 자해 시도를 2번 했어요. 딸은 엄마가 행복한 게 소원이라고 해요. 자꾸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해요. 딸이 심리치료를 받아보니 가성숙 상태라고 해요. 부정적인 감정은 표현하지 못하고 좋은 감정만 표현합니다. 제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 아버지가 40년 동안 이어온 사업을 오빠가 이어온 지 20년 됐습니다. 아버지가 오빠 혼자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같이 일을 했으면 하는데 오빠가 저를 견제해요.
  • 아홉 살이에요. 저에게 못 되게 하는 친구와 절교하고 싶어요. 친구 마음에 상처 주지 않고 절교할 수 있나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2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왜 평화와 통일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인지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지금 괜찮습니다. 지난 50년을 돌아보면 밥도 못 먹는 그런 절대 빈곤에서 지금은 세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독재 시대를 극복하고 지금은 민주주의 사회에 도달했습니다. 요즘 홍콩 사태를 보면 옛날 생각나죠?”

“네.”

“최루탄 쏘고, 방망이로 때리고, 우리가 1987년도에 겪었던 모습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볼 때 대한민국은 부러운 나라예요. 그러니 대한민국은 괜찮은 나라라는 자긍심을 우선 가져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 괜찮다는 자긍심이 없어요. 심지어 떠나고 싶은 나라라고 해서 ‘헬 조선’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만 괜찮은 나라예요. 그런데 멀리서 보면 괜찮은 나라이긴 한데, 막상 직접 와서 살아보면 좀 힘든 곳이기도 해요. 그 이유는 빈부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성장도 필요하지만 성장보다는 빈부격차를 완화시키는 분배정책이 더욱더 필요합니다. 멀리서 볼 때만 괜찮은 나라가 아니라 직접 와서 살아봐도 괜찮은 나라를 우리가 만들어야 해요.

민주주의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굉장히 발전해 있어요.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는 미국보다 더욱 잘 갖추어져 있어요. 그런데 그 뽑힌 지도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측면에서는 과거와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대통령이든 군수든 시장이든 뽑히고 나면 그 이후로는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필요한 절차적 민주주의는 아직 안 갖춰져 있어요. 그래서 반쪽 민주주의입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더 보완할 게 있고, 정치적으로 더 보완할 게 있어요. 그러나 보완할 것이 있는 것이지 그 기본 바탕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앞으로 좀 더 개선할 것을 우리가 찾아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지금 이렇게 괜찮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궈 놓은 것을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은 절대로 안돼요. 그래서 평화를 지킨다는 입장을 확실히 가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전쟁 위험을 줄인 것에 대해서는 공로를 인정해야 합니다. 진보, 보수, 여, 야 관계없이 앞으로 더 완전하고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남북이 양 강대국의 하위 변수로 휩쓸리지 않으려면 남북이 화해를 해야 합니다. 양쪽의 하수인 역할을 이제는 그만 해야 해요. 그러려면 정치군사적인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평화가 유지되고, 자유 왕래가 되고, 교류 협력이 되고, 경제 협력을 할 수 있는 사실상의 통일을 우선 이뤄내야 합니다.

정치군사적인 완전한 통일까지는 좀 시간을 길게 보는 게 좋아요. 그 이유는 정치군사적인 통일을 급하게 추진하면 첫째, 분쟁이 일어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경제적 부담이 너무 한꺼번에 들이닥칠 수 있어요. 이것은 남북 어느 쪽에도 안 좋아요. 그래서 완전한 통일은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추진해야 합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지면 통일코리아만으로는 지렛대 역할을 하기가 좀 어려워요. 그래서 만약 통일코리아가 일본과 협력을 하게 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크게는 미국 편에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중국을 적대시하면 안 돼요. 비중을 조금 미국 편에 더 주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해요.

그렇게 하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평화를 유지하면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국가 비전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희망이 있는 새로운 100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1세기 전반기인 앞으로 30년 안에 사실상의 통일을 이뤄내고, 그다음 21세기 중반기에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내게 되면, 한 세기가 지나고 나서 세계 문명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올 때 우리가 그 중심 국가가 될 수가 있어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발해 멸망 이후 잃어버린 1000년의 영광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100년의 꿈이 아니라 1000년의 꿈입니다.

이런 비전을 갖고 통일의병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현실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박수)

강연이 끝나고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긴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스님의 옆모습이라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핸드폰을 드는 사람들에게 스님이 한 마디 합니다.

“자꾸 사진 찍으면 혼 빠져요.” (웃음)

강연을 준비한 통일의병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회 수행 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특허청 초청 강연, 저녁에는 천안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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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2-27 00:08:43

최강호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의 하루가 고맙습니다.

2019-12-20 07:25:13

김정화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2019-12-20 07: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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