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뮌헨법회
또 다른 삶의 터닝포인트, 불교대학 담당 후 삶이 바뀐 뮌헨법회 임혜지 님 이야기

마치 내일은 없을 듯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도, 더없는 우아함으로 한껏 봄을 향유하던 목련도 낙화의 정점에서 가장 찬란한 봄을 떠나 보낼 때 즈음 희망리포터 소임을 처음으로 받아든 저에게 첫 인연으로 다가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은 후 삶이 달라졌다는 뮌헨법회 임혜지 님의 수행 이야기!

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에 앞서 유선으로 인사를 나누며 임혜지 님의 삶과 수행이야기를 직접 전해듣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독일에서 건축 박사 학위 취득 후 오랜 기간 현직에서 일하다 몇 년 전부터는 유치원 교사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임혜지 님은 현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답니다. 끝없는 열정으로 다양한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살고 있는 임혜지 님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 무척 감동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몇 년 전 나눔의장에서 서로 인연을 맺은 이후 정말 오랜만에 안부를 나누었는데 변함없이 활기찬 임혜지 님의 목소리가 반갑게 와 닿았습니다. 그간 읽었던 저서 중 잔잔한 감동과 삶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선사했던 '고등어를 금하노라', 그리고 집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전문지식과 더불어 현실적인 안목으로 눈 뜨게 해 주었던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때의 감동이 되살아나 한껏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임혜지 님은 자그마한 얼굴 가득 함박미소를 머금고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분인듯 합니다. 그럼 이제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고 삶이 달라졌다는 임혜지 님의 수행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1.정토회와의 인연, 더 나아가 뮌헨법회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게 된 계기가 있다면?

십여 년 전에 법륜스님께서 처음으로 뮌헨에 강연하러 오셨는데 정토회나 법륜스님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정말로 우연히 가보게 되었어요. 그때는 제가 문화재 실측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옷 갈아입고 갈 시간이 없어서 공사판에서 입었던 작업복 차림 그대로 작업 장비 다 들고 막바로 강연장으로 갔습니다. 무척 지저분한 꼴로 법륜스님께 첫인사를 드리며 살짝 창피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그날 법륜스님의 법문을 듣고 눈이 확 떠지는 경험을 했지요. 성격이 무난하단 소리 들으며 넉넉한 인생을 살아온 제가 알고 보니 스님이 가장 무섭다고 늘 말씀하시는 "착한 여자"에 불과하단 것을 그 자리에서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 다음 주부터 매주 뮌헨법회에 반야심경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그리고는 시간만 나면 인터넷으로 스님 법문을 들었어요. 아이들도 어리고 제가 많이 바쁘던 시절이어서 경건하게 앉아서 들을 처지는 못 되고 집안일 하면서 해드폰으로 들었지요. 법문 듣는 맛에 청소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땐 부엌 바닥이 그릇처럼 반짝반짝했습니다.

독일인인 남편은 철저한 무신론자였기 때문에 제가 자나깨나 스님 말씀을 듣는 걸 처음엔 이상하게 여기고 경계했죠. 그러다가 어느날 그러더라고요. 제가 변했다고. 저는 잘 모르겠는데 가장 가까이 사는 남편은 자기가 가장 큰 수혜자니까 금방 느꼈던 모양이에요. 제가 짜증을 내면 얼른 해드폰을 갖다 씌워주기도 하고 "너의 스님은 또 언제 뮌헨에 오시지?" 하고 기다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법륜스님 말씀은 한 마디도 못 알아듣지만 스님을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오래 함께 살아온 마누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목격해서이기도 하지만 스님께서 인도에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지인들의 참여와 주인의식을 최대화하는 방식이 감명 깊었다고 합니다. 스님이 TED 강연을 통해 그 노하우를 세계인들에게 전파하셔야 한다고 저보고 어떻게 손을 좀 써보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합니다.

법륜스님과의 인연은 제가 시민운동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하며 국가 조직을 상대로 진실게임을 벌일 때, 흥분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내 능력의 한계 안에서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정토회를 통한 불교의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감정의 거품을 걷어내고 본질만 보면 일이 의외로 단순해지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저는 뮌헨법회에는 열심히 나가지 않았어요. 법회가 열리는 일요일은 저희 부부가 춤 추러 가는 날이기도 했고, 제가 종교의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였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스님 말씀 듣는 것만으로도 제겐 충분히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법회에는 드문드문 나가면서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수련, 불교대학 등은 기회가 닿으면 다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제게 직접 이익이 되는 것만 곶감 빼먹듯 골라서 다 하면서도 뮌헨법회에 대한 주인의식도 없이 지내온 저를 그래도 감싸주고 보살펴준 뮌헨법회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제가 주인의식은 없었지만 뮌헨법회를 10년 이상 이끌어온 송혜련 님께는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그분이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의연하게 대처하시는 걸 보며 불교의 가르침의 효력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램을 가지기도 했지요.

송혜련 님이 이젠 힘들다고 도움을 청하셨을 때 처음엔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으로만 고마우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만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불교대학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열린법회였는데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잘 참석하지 않던 사람이 덜컥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지만 별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간 받기만 했으니 이젠 조금이라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뮌헨법회 불대를 잠깐 소개해 주시겠어요?

2016년 뮌헨 불대는 청강생 포함 총 7명이 참여했습니다. 남자 유학생 2명과 대부분 독일인과 결혼한 중년 여성들로 구성되었고요. 특이한 점이라면 먼 타도시에서 기차 갈아타고 오는 도반과 외국에서 비행기 타고 날아오는 도반이 함께하고 있어서 매우 열성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함께 시작한 도반들이 100% 졸업했고, 개근한 도반도 있답니다.

2016 뮌헨법회 불교대학 입학식. (아랫줄 왼쪽부터) 신봉철, 임혜지, 전양숙 (윗줄 왼쪽부터) 최은미, 김현지, 최정화, 신미라, 이민재 님
▲ 2016 뮌헨법회 불교대학 입학식. (아랫줄 왼쪽부터) 신봉철, 임혜지, 전양숙 (윗줄 왼쪽부터) 최은미, 김현지, 최정화, 신미라, 이민재 님

3.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려웠던 점보다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어요. 처음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다가 나중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다니게 된 신미라 도반은 하루 전에 와서 저희 집에서 묵었어요. 덕분에 특별한 우정이 싹트게 되어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또 좋은 추억은 점심식사 시간이에요. 처음엔 독일식으로 각자 빵을 싸와서 간단하게 때우기로 했는데 나중에는 다들 도시락 싸와서 함께 나눠먹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매번 소풍 가는 분위기로 화기애애하게 지냈고, 지금도 서로 살뜰하게 챙겨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즐거운 점심공양 시간♬ (왼쪽부터 시계방향) 임혜지, 최정화, 신봉철, 김현지, 전양숙, 신미라, 허은숙 님
▲ 즐거운 점심공양 시간♬ (왼쪽부터 시계방향) 임혜지, 최정화, 신봉철, 김현지, 전양숙, 신미라, 허은숙 님

4.불교 대학 담당 소임을 맡은 후 개인적으로 얻은 점이나 담당자로서의 소회를 들자면?

제가 불대생일 때보다 공부가 더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간절한 모습을 보이는 모범이 되려고 했는데 그게 저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지요. 특히 수행맛보기를 공들여 준비했는데 이를 통해 저 자신이 아침수행에 대해 제대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희 불대 안에서 싹튼 아침기도의 염원으로 뮌헨법회에서 처음으로 천일결사 입재식을 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수혜자 중 하나가 바로 저입니다.

다른 분들께도 저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광고하고 있어요. 앞으로 뮌헨법회에서 경전반과 다음 불대가 열린다면 저처럼 이기적이고 부족한 사람이 담당의 소임을 맡아 공부의 도약을 맛보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자르강변에서 묘덕법사님과 함께. (왼쪽부터) 전양숙, 묘덕법사님, 임혜지, 허은숙, 김현지, 최정화, 신미라 님
▲ 이자르강변에서 묘덕법사님과 함께. (왼쪽부터) 전양숙, 묘덕법사님, 임혜지, 허은숙, 김현지, 최정화, 신미라 님

5. 수행 관련 앞으로의 계획이나 원이 있다면?

천일결사 아침수행을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하고 싶어요. 아침수행을 열심히 하면 세상 일에 휘둘리지 않고 일상이 차분해지며 스스로 주인이 되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매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참 기쁘고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60살이 됩니다. 평소에 나이 생각을 별로 안 하면서 사는데도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껴요. 새로운 일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어지고, 쉽게 당황하게 됩니다. 이런 시기에 아침수행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가족과 세상에 소소하고도 편안하게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임진선 희망리포터(독일 뒤셀도르프법회)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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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심

임혜지 님 정말 감동입니다. 좋은 소식 전해주신 임진선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017-04-28 02:23:24

감로안

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4-26 08:12:57

외래어

터닝포인트 ??? 지나친 외래어 사용.

2017-04-26 03: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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