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18 (오전) 정토불교대학 경주 남산 순례 (봄학기 저녁반)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불교대학 봄학기 저녁반 수강생 1000여명과 함께 경주 남산 순례를 한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식사를 한 후 6시에 경주 남산으로 출발했습니다. 7시에는 경주시 배동에 자리한 망월사에 잠깐 들러 참배를 한 후 주지인 청운 스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망월사는 우리나라 18개 불교 종단 가운데 하나인 원효종의 사찰입니다.

 


망월사

 

스님이 20대 때 영남불교학생회를 지도할 때 이곳에 교육원을 차리고 활동을 했던 곳이여서 스님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곳입니다. 스님은 그 때 사무실로 사용하던 기와집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반가워 했습니다.

 


스님이 20대 때 영남불교교육원 사무실로 사용했던 곳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각 지역 별로 봉화골, 용장골, 삼릉골, 포석골, 부처골, 다섯 골짜기로 흩어져서 법사님들의 안내에 따라 순례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그 중에서 삼릉골에 출발하는 청년팀을 맡아서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망월사를 나온 스님은 7시 40분부터 청년 정토불교대학 봄학기 수강생 108명과 함께 경주 남산 순례를 시작했습니다청년팀은 원래 순례에 별도로 참가할 계획이 없었는데 갑자기 변경되면서 안내를 해줄 법사님이 미처 배정되지 않아 스님이 직접 안내를 하게 되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특별 케이스인 셈입니다스님이 직접 안내를 해준다고 하자 청년들은 너무나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스님은 이곳은 신라 제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무덤이 한 곳에 모여있어 삼릉이라고 불러요라고 소개하면서 맨 앞에 서서 삼릉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삼릉

 

청년팀의 꽁무리를 따라오는 팀이 연이어 출발을 하기 때문에 스님은 밀리지 않으려면 우리가 초반에 좀 서둘러야 한다입재식은 저 위에 올라가서 할게요” 라고 한 후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삼릉골에는 총 7개의 유물이 있는데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차례대로 둘러보면서 금오봉 정상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0분 정도 지나자 첫 번째 불상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애관음보살입상입니다. 스님은 불상을 가르키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마애관음보살

 

똑바로 선 작은 바위에 관세음보살을 새겼습니다. 왼손에는 감로수병을 들고 있고 가슴에 댄 오른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습니다. 왼손에 감로수병을 든 것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 물을 마시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해요. 오른손에 연꽃을 든 것은 어떤 중생도 깨달으면 부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고통 받는 사바세계에 오셔서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길로 나아가도록 인도하는 보살입니다. ‘대자대비 구고구난 관세음보살(大慈大悲 救苦救難 觀世音菩薩)’이라고 하죠.

 


 

입술이 연지 바른 듯 빨갛죠? 일부러 바른 게 아니라 바위에 붉은 색이 나는 부분이 딱 입술 자리에 오도록 조각했어요. 그리고 보통 불상을 새기면 광배(光背)를 새기는데 여기에는 자리가 없으니까 뒷바위를 배경 삼았어요. 그래서 멀리서 보면 관세음보살이 하늘에서 살포시 내려오는 형국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 계곡의 첫 번째 불상인 관세음보살상입니다. 남쪽을 보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한겨울에 눈이 와도 여기는 금방 녹아버려요. 여기서는 각자 원을 발하면서 딱 10번만 관세음보살을 독송하겠습니다.”

  

스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독송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자세히 불상을 바라보니 정말로 하늘에서 막 하강한 듯 바위 속에서 살포시 걸어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 두 번째 불상이 나타났습니다냉골 석조여래좌상입니다. 머리와 손이 잘려나가고 없어 처음에는 다소 흉측하게도 느껴졌는데, 자세히 보니 편안히 앉은 자세며 기백이 넘치는 가슴이며 넓은 어깨가 아주 돋보였습니다. 신라 시대 당시에는 그 위풍당당함이 대단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냉골 석조여래좌상

 

스님은 불상 앞에서 간절히 염불을 한 후 다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냉골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불상입니다. 이 불상은 가슴팍을 아래로 하고 등 부분이 노출된 상태로 계곡에 묻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상인 줄을 전혀 모르다가, 1964년도에 이게 불상인 줄 알고 일으켜 세웠더니 앞면의 조각이 그대로 아름답게 남아 있었어요.

 

 

특이한 점은 앞면의 가사 모양입니다. 부처님의 가사는 인도 가사니까 통가사인데 여기는 매듭이 있죠? 우리나라 승복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이 불상은 부처님의 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장보살이 스님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아마 지장보살상이거나, 이 땅에 태어난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원효를 조각한 원효상일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옷이 이렇게 아래로 흘러내리게 되어 있어요. 용장계곡에 있는 삼릉대좌불도 모양이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지장보살상일 확률이 높아요. 머리 부분이 있다면 석굴암 불상에 버금갈 만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고등학교 때 이 불상의 머리 찾기 운동을 했어요.

 

계곡을 다니면서 머리를 찾아서 복원을 하자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는데, 제가 나중에 깨달은 것은 머리를 복원한다는 것은 이 불상의 머리를 찾아서 붙이는 게 아니라 바른 불교를 하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즉 이 불상은 현재 한국 불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교라는 몸뚱이는 있지만 그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이 없잖아요. 그러니 이것은 머리가 없는 것이고, 두 손이 없는 것은 실천이 없는 것입니다. 자비를 말로만 하지 실제로 다 행하지는 않잖아요.

 

이 불상은 한국 불교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불상을 복원하는 것은 머리를 찾아서 붙이고 두 손을 만들어 붙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른 불교를 행함으로써 머리를 복원하는 것이고 실천 불교를 행함으로써 두 손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원을 세워서 정토회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의 정토회는 바른 불교와 실천 불교를 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제가 큰 원을 세운 곳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불상을 보면서 이 불상의 모양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서서 부처님의 바른 법을 세우고 그것을 행하는 실천을 하자라는 원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바른 가르침과 실천이 없는 한국 불교를 보여주는 것이니 이것을 복원하는 것은 바른 불교와 실천 불교를 행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청년들은 스님처럼 각자 발원 기도를 잠시 한 후 다시 산행을 계속 했습니다.

 

세 번째로 만난 불상은 선각육존불입니다. 널따란 바위에 선각으로만 불상이 새겨져 있는데 마치 바위 위에 그려진 한 폭의 회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선각육존불

 

왼쪽에는 내생을 나타내는 아미타 삼존불을 그렸고, 오른쪽에는 현생을 나타내는 석가모니 삼존불을 그려서 육존불이라고 불리우는 곳입니다. 스님은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여기는 선각육존불입니다. 여러분이 보는 왼쪽의 삼존불은 아미타여래불입니다. 극락세계의 부처님이죠. 아미타여래불이 서 계시고 두 분 보살이 연꽃을 들고 부처님께 바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극락으로 오는 것을 환영하는 내영(來迎) 아미타여래불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공기가 문제인지 지금은 검은 이끼가 끼었습니다. 이끼 때문에 불상 가운데 부분만 보이죠? 가운데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항마상으로 앉아 계시고, 뒤에 두 분 보살이 부처님을 향해 서 있습니다. 어느 보살님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보통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라고 봐요. 여기 아미타부처님 옆의 두 분 보살은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해요. 사바세계의 교주가 석가모니 부처님입니다. 여기 말고 저기, 즉 타방의 이상세계가 극락세계입니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온 우주에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고 무수히 많은 세계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앞선 문명의 세계도 있고, 여기보다 살기가 훨씬 더 나쁜 악조건의 세계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살기 좋은 세계, 가장 대표적인 세계가 극락세계예요. 극락세계에 계신 부처님을 아미타불이라고 부릅니다. ‘나무아미타불에서 나무는 인도 말로 귀의한다라는 뜻입니다. ‘나무아미타불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라는 뜻이에요.

 

 


아미타불은 극락세계에 계시는 부처님입니다. 이 세상이 힘드니까 옛날 사람들은 죽어서 고통이 없는 세상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세상 중에서 가장 좋은 세상이라고 인도에 알려진 세상이 극락세계이고 그 세상의 교주가 아미타부처님이니까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면 극락세계에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죽을 때 나무아미타불을 부릅니다.

 

그런데 신앙 중에는 내가 죽어서 좋은 데 가는 것도 있지만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마치 우리가 통일한국을 꿈꾸듯 앞으로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을 미래정토라고 해요. 앞서 말한 정토는 타방정토입니다. 이곳이 아닌 저 먼 곳에 있는 정토예요. 미래정토는 정토가 이곳이긴 한데 지금은 아니고 미래에 있어요. 미래정토가 곧 미륵정토입니다. 미륵정토는 용화세계라고 해요. 거기에 오실 부처님이 미륵불입니다. 아직은 부처님이 아니기 때문에 미륵보살, 인도 말로는 마이트레야(Maitreya)라고 부릅니다.

 

정리하자면 여러분이 지금 여기 계시는 세계는 사바세계이고 여기 계신 부처님은 석가모니불입니다. 저 곳에 있는 이상세계가 극락세계이고 거기 계시는 부처님이 아미타불입니다. 이곳이기는 하지만 미래에 도래할 이상세계는 용화세계이고 거기에 오실 부처님은 미륵불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이 어려울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미륵신앙이 성했습니다. 앞으로 좋은 세상이 온다는 믿음이에요. 신라 말, 고려 말, 조선 말을 보면 항상 미륵신앙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미륵불을 자칭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어요. 신라 말에는 궁예가 그랬고 고려 말, 조선 말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 미륵신앙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부처님이 우리를 환영한다 해서 내영 아미타불이라고 해요. 지금은 노천에 있지만 원래는 이 위에 지붕이 있었어요. 그냥 노천에 있으면 비를 맞고 이끼가 끼잖아요? 그래서 저 위에 올라가보면 빗물이 바위를 타고 내려가지 않도록 옆으로 빠져 흐르도록 골을 파놓았어요.”

 

스님의 자세한 설명에 청년들은 금방 몰입이 되었습니다. 스님의 설명 대로 불상이 그려진 바위 위에 올라가니 정말 빗물이 옆으로 빠지도록 골이 깊게 파여 있었습니다.

 


빗물이 빠지도록 바위 위에 깊게 파인 골

 

계곡을 계속 거슬러 올라 등성이로 200m 쯤 올라가니 절벽 바위가 서향으로 서 있고, 그 암벽 중앙에 연꽃 위에 설법인을 하고 앉아 계신 마애여래좌상이 보였습니다. 몸체는 모두 선각으로 나타내었는데 얼굴만은 깎아 내어 돋을새김으로 표현한 것이 특이했습니다. 삼릉골에서 만난 다섯 번째 불상입니다.

 

마애여래좌상  

 

뒷 팀이 꽁무니를 거의 다 ?아왔다는 소리에 발걸음이 빨라진 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것은 마애불입니다. 선각으로 새긴 마애불인데 남산에 있는 불상 중 가장 독특합니다. 우선 얼굴이 좀 재미있게 생겼죠? 코가 무척 크고 입술도 두툼하신 분이에요.

 

 


연좌 위에 딱 앉아 계시는데 잘생겼다기보다는 아주 자비롭게 생겼습니다. 조각 기술로 봐서 신라 시대의 불상은 아니고 고려 초기의 불상이리라 짐작합니다.

 

서쪽을 보고 있는데 서쪽을 보면 제일 높은 산이 단석산입니다. 김유신이 수양하다가 칼로 내리쳤더니 바위가 두 쪽이 났다고 해서 단석산이에요. 거기 가면 무 잘리듯 두 쪽으로 잘린 모양의 바위가 있어요. 단석산을 향해 서쪽을 보고 있는 불상입니다. 삼배 하겠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단석산


소박한 위엄이 느껴지는 마애불을 향해 삼배를 정성껏 하고 다시 산행을 계속 했습니다. 한참을 걸어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앞에 도착했습니다. 삼릉골에서 만난 다섯 번째 불상입니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순백 화강암으로 조성된 여래상이 화려한 연화대좌 위에 앉아 계셨습니다. 스님은 이 불상은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면서 민중 친화적인 남산의 불상들이 갖는 특징을 함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남산에 있는 불상 대부분은 선각이나 부조, 즉 약간 돌출되도록 새긴 불상들이에요. 부조는 릴리프(relievo)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불상은 입상입니다. 법당에 있는 불상처럼 완전하게 조각이 되어 있습니다. 남산에는 입상도 아주 많았지만 입상은 두 가지 이유로 많이 파괴되었어요. 하나는 조선 시대에 유생들이 와서 다 목을 쳐버렸어요. 그래서 박물관에 가면 남산에서 가져온 몸뚱이뿐인 불상이 40~50개가 넘게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일제 침략기에 일본 사람들이 작은 입상은 죄다 가져가버렸어요. 이건 좀 규모가 커서 들고 가기가 쉽지 않으니까 살아남았는데 광배는 비교적 최근에 누군가가 파괴를 했어요. 그래서 무너진 광배를 다시 복원해 놓은 것입니다. 1960년대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에 무너진 겁니다. 1970년대에는 광신적인 기독교 신자들이 불상에 붉은 페인트로 십자가를 칠해놓는 등 근래에 와서도 이런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CCTV를 설치해놨으니까 그래도 보존이 잘 되는 편이지요.

 

얼굴 부분이 색깔이 서로 다른 것이 보이죠? 성형수술한 거예요. 얼굴부분이 부서져 있었는데 처음에는 시멘트로 붙여서 좀 조잡하게 해놓았다가 최근에 성형수술 기술이 나아져서 조금이나마 복원을 했는데, 그래도 모양이 아주 매끈하지 않고 좀 어색해요. 아직은 기술이 좀 부족해서 그래요. 그리고 오른쪽 팔에 구멍이 나 있죠? 사람들이 그 구멍에 손을 넣어 팔짱을 끼고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법당에 있는 불상은 저 단 위에 높이 황금색으로 빛나서 우리가 가까이 가기 어렵습니다. 특히 신라시대에 일반 백성이나 천민은 귀족사찰에 출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산은 이렇게 불상을 바로 앞에서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고 심지어 팔짱도 낄 수 있어요. 이렇게 부처님이 우리 가까이에 와 계신다는 게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남산은 민중불교의 요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석조여래좌상을 지나 계곡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바위 절벽면에 머리 부분만 선각으로 새긴 선각마애여래상이 보였습니다. 바위 속에 숨어 있다가 살며시 그림자를 드러내 반겨 주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삼릉골에서 만난 여섯 번째 불상입니다.

 


선각마애여래상


그런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금방 눈에 눈에 들어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안 보인다는 청년들에게 업장이 두터워서 그렇다며 농담을 던지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불상 머리와 어깨 부분이 보여요? 바위가 갈라지는 곳이 머리 부분입니다. 이게 보이는 사람은 업장이 그래도 좀 얕고, 아무리 봐도 안 보이는 사람은 업장이 두터운 사람이에요. 왼쪽 그림을 보면 바위의 금간 부분을 따라 얼굴이 크게 나와 있는데, 그래도 안 보이면 육체의 눈 문제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어요. 안 보여도 보이는 척 하고 올라오세요.” (모두 웃음)


 

 

스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곳곳에 불상이 새겨진 것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마치 바위 속에서 부처님이 나오시는 것 같은 순간을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삼릉골의 여섯 부처님을 참배하는 것을 모두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올라갔을 무렵 상선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약수물로 목을 축인 뒤 불전함에 작게 정성을 표한 뒤 다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오르막길을 올랐습니다.



상선암

 

언제쯤 능선이 보일라나 하는 찰나에 넓직한 거북 바위가 나타났습니다.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먹었습니다. 모두 어제밤 12시에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밤새 버스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피곤했을 법도 한데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며 웃는 얼굴들입니다.

 

 

거북 바위

 

거북 바위에서는 경주시의 전체 전경이 한 눈에 보였습니다. 간식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스님이 일어서서 지팡이로 곳곳을 가르키며 경주 시내 전경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아이 낳기를 바라며 기도했다는 남근석과 기도처가 있는 상사암과 소석불을 지났습니다.


상사암과 소석불 


다시 한참을 걸어가니 저 멀리 일곱 번째 불상인 마애대좌불이 보였습니다.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불상입니다. 얼굴 부위가 약간 돋을 새김이 되어 있어서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하면 너 왔느냐?” 하고 얼굴을 내미시는 것 같은 형국이었습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애대좌불을 향해 석가모니불정근을 10번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애대좌불


스님은 정근을 마치고 오늘 남산 순례하고 부처님을 참배한 공덕으로 건강하시고 여러분들이 바라는 바가 원망성취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축원도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삼릉골에 대한 안내를 모두 마친 후 드디어 정상인 금오봉에 도착했습니다. 높이가 해발 468m라고 비석에 적혀 있었습니다.



금오봉 정상 468m

 

스님은 청년들에게 금오봉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라고 말한 뒤 이영재에 도착해 휴식 시간을 30분 준 후 곧바로 통일암으로 내려왔습니다.

 


이영재

 

아마도 스님이 안내한 청년팀이 가장 먼저 순례를 마친 것 같았습니다. 통일암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마침 경주 중·고등학교 동문회에서 등반대회를 하러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경주 중·고등학교 출신이라 혹시나 동기 동창들을 만나면 제 시간에 내려갈 수가 없어지기 때문에 눈길을 피해 조심히 내려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동기들이 스님을 알아봐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통일암으로 내려왔습니다.

 

 

▲ 스님의 경주 고등학교 동기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스님은 통일암 입구에서 정토불교대학 학생들 모두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스님의 손이 너무 보드랍다며 기뻐했습니다.

 


통일암 입구에서 학생들 모두에게 악수를 해주고 있는 스님

 

용장골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 길이 막혀 용장골로 올라간 팀은 다시 내려와 칠불암 쪽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1시가 되었지만 아직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전체가 도착할 때까지 여유 시간을 이용해 장기자랑대회가 열렸습니다. 각 지역별로 내노라 하는 장기를 가진 사람들이 나와 신나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장기자랑대회

 

웃고 노는 사이에도 도착하지 않은 팀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해를 구하고 110분부터 즉문즉설 시간이 곧바로 시작되었습니다.

 

2시간 동안에 걸쳐 총 8명이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물은 청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더러 착하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에게 끌려다니고,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절할 때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까요? 그걸 벗어나는 게 지금 저에게 가장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자가 어떤 걸 착하다고 해요? 저는 질문자가 착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요.” (모두 웃음)

 

제 스스로가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어른들 앞에서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사실은 스트레스거든요. ‘착하다를 버리고 착함과 나쁨의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그럴려면 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착하고 나쁜 것을 적절하게 조화한다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어요. 쉽게 말해 질문자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자기 마음대로도 하고 싶고 남으로부터 인정도 받고 싶고, 이 두 가지를 다 하려 드는 거예요. 칭찬 받으려니 내 마음대로 못 하는데, 내 마음대로도 하고 싶으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첫 번째, 착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내 마음대로 하지 말고 항상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고,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하고, 어른이 하자는 대로 하면 하나도 스트레스를 안 받습니다.

   

두 번째, 내 마음대로 하겠다면 다른 사람과 갈등도 생기고 욕을 얻어먹는 게 당연해요. 그러니 내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욕을 얻어먹어야 하고, 남한테 좋은 소리를 듣고 싶으면 자기 생각을 내려놓아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 생각을 움켜쥔 채 좋은 소리도 듣겠다는 것은 착한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나쁜 것보다 10배 더 나쁜 욕심쟁이예요. (청중 웃음)

   

 

 

욕심이 과해서 그래요. 그래서 이건 해결하기 어려워요. 두 가지 모순된 걸 다 쥐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해 지금 돈이 좀 궁해서 돈을 좀 빌리고 싶은데 나중에 갚을 생각을 하니 힘들어서 안 빌려야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빌려야 합니까, 안 빌려야 합니까하고 고민하는 것과 똑같아요. 그건 욕심과 어리석음에서 나오는 거예요.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해요. 지금 좋으면 나중에 그 짐을 짊어져야 하고, 나중에 짐을 지기 싫으면 지금 돈을 빌리지 말아야죠. 이건 책임의 문제지, 둘 중 어느 쪽이 낫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게 더 좋은 선택이냐는 없어요. 책임을 안 지고 싶기 때문에 선택에 고민이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통해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방지하려면 또 다른 손실을 일부 각오해야 합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아무 손실도 보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공짜로 먹으려 해요.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심보가 그러면 인생에 별로 비전이 없어요. (청중 웃음)

   

 

 

스무 살이 넘었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어요. 그렇게 하면 이제 부모로부터 야단도 맞고 지원도 못 받는 손실을 감수해야 해요. 그리고 어쨌든 스무 살이 넘었으니 자립해야 하는데도 지금 부모한테 지원도 받고 유학도 가고 옷도 좀 좋은 걸 사 입으려면 좀 비굴하게 굴어야 해요. 그걸 비굴하다 생각하면 안 돼요. 그건 지혜로운 거예요. (청중 웃음)

   

밖에 나가 돈 버는 것보다 부모에게 살랑거려서 돈 받는 게 더 효과적이라면 그것도 괜찮아요.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이 말만 잘 들으면 돈을 줘도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에요. 그러면 회사 가서 돈 버는 게 이로울지 부모한테 살랑거려서 돈 받는 게 나을지 자기가 잘 판단해야죠. 부모 돈을 빼먹는 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제가 지적하는 것은 부모 말은 안 듣고, 즉 부모 간섭은 받기 싫어하면서 또 부모한테 의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잘 보이고 지원 받는 건 자기 재주예요.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 마음이에요. 여러분이 돈 많은 배우자와 결혼해서 돈을 빼먹으려면 그 사람한테 좀 비굴하게 굴어야 해요. 그런데 또 비굴하게 굴기는 싫잖아요. ‘사람은 평등한데 네가 나한테 왜 그러냐이러면서 또 돈 많은 사람을 찾아요. 옛날부터 돈 있으면 돈 값을 하고, 인물이 잘났으면 인물 값을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 그건 선택해서 자기가 할 일이에요. ‘나는 돈 많은 사람 밑에 붙어서 종 노릇을 좀 하더라도 좋은 옷 입고 이렇게 사는 게 더 좋다이렇게 생각한다면 해도 괜찮아요. 저는 그게 바보 같다고 말하지 않아요. 그런데 두 가지를 다 움켜쥐려고 하기 때문에 인생에 괴로움이 생깁니다.

   

내가 노예가 되고 싶다고 해서 노예가 된다면 다른 사람이 그걸 어떻게 막아요? 자기가 원하는 거잖아요. 다만 부처님 말씀은 어떤 인생을 살든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이야기지, 왕이 되거나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주인 되는 게 아니에요.”

 

질문자는 착한 것이 아니라 욕심쟁이라는 말에 질문자도 웃고 청중도 한바탕 웃었습니다

 

 

이렇게 유익하고 즐거운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이어서 염불사로 내려갔습니다염불사에서는 순례를 마친 대중들을 위해 스님이 직접 발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염불사

 

발원 기도를 마치고 나서 모두 자리에 앉자 스님은 1000여명의 대중들에게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수행, 보시, 봉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첫째, 여러분들 모두 정토불교대학 열심히 다니셔야 해요. 둘째, 수행은 공부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봉사 하셔야 해요. 또 보시도 해야 합니다. 큰 돈 하라는 거 아니에요. 푼돈도 자주자주 해야 해요. 법문 들을 때 다만 10원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시해야 합니다. 보시도 습관이고 봉사도 습관이에요. 하다 보면 다 하게 되어 있는데 처음 하면 어색하고 이상해요. 경상도 남자들이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려면 몸에 막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느끼듯이, 영 어색해요. 그러나 하다 보면 괜찮아집니다. 그래서 수행, 보시, 봉사 이렇게 세 가지를 해야 합니다.

   

 

 

지금 아침에 일어나서 수행 안 하는 사람 있죠? 제가 딱 보면 알아요. 별 것 아닌 산길을 그렇게 헐떡거리고 가는 걸 보니까 아침에 기도 안 하고 있구나딱 알죠. 지금 기도 안 하는 사람들은 내일부터 몸 단련 차원에서라도 해야 해요. ‘스님은 산을 펄펄 날아다닌다이런 소리 하지 마세요. 남 칭찬하지 말고 자기 기도나 잘 하세요. (청중 웃음)

   

 

 

오늘은 이렇게 현장학습을 했어요. 영상만 보다가 오늘 이렇게 와서 산행도 하고 직접 보니까 좀 더 실감이 나잖아요.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가 현장학습과 실험을 잘 안 한다는 겁니다. 체화되도록 해야 하는데 맨날 책 보고 외우잖아요. 지식으로만 공부하거든요. 출석도 해야 하고 와서 법당 청소도 해야 하고 길거리에 나가서 모금도 해야 하고, 졸업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러고도 또 출석이 70% 안 되면 졸업 못 하죠. 그 졸업장 받아봤자 취직하는데 도움도 안 되는데요. 취직에는 도움이 안 돼도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하시고 수련이 있으면 참가하세요. 올까 말까 했는데 오고 나니까 잘 왔다 싶죠? 그러니 항상 참여하는 게 좋습니다.”

 

!”

 

대중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하루 동안의 피곤함이 싹 날라가는 듯 했습니다. 스님은 이어서 오늘 순례를 안내해 준 정토회 법사단과 오늘 행사를 주관한 대구경북 지부 활동가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모두들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원래는 통일전 주차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다른 행사와 겹쳐서 주차장이 무척 붐빌 것으로 예상되어 염불사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가운데 스님은 8개 지부와 청년국 소속의 활동가들 모두를 위해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화이팅!” 외치는 모습 속에 기쁨과 보람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회향식을 한 후 오늘 경주 남산 순례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경주를 출발하여 청춘콘서트가 열리는 부산대학교로 향했습니다. 많이 피곤하셨는지 차 안에서 스님은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부산대학교 학생회관 대강당에 800여명의 청년들이 자리한 가운데 스님과 김제동씨가 함께 출연하는 청춘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지구촌 115개 도시, 14만km의 여정 속에서 만난 2만 2천여 명 세계인과의 행복한 삶으로의 대화를 담은 "야단법석"이 출간되었습니다. 세계 100회 강연의 감동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야단법석 북 콘서트와 2016 달력 추첨 이벤트도 진행중입니다.

전체댓글 24

0/200

김성관

전 법륜스님이랑 많은 대중앞에서 웃음과 노래로 행복하게
만드는게 꿈입니다
하하하하하하

2015-10-24 05:47:40

허수정

이번 경주남산순례는 저에게도 알차고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스님~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

2015-10-23 09:53:32

ㅇㅇ

정독했습니다. 상세한 글 감사합니다 스님 법문 잘 들었습니다

2015-10-22 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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