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22 해외 즉문즉설 강연(26) 뉴저지
미국인 아내를 따라 이민 온 지 5개월, 막막하고 답답해요

각자 숙소에서 아침예불과 천일결사기도를 하고 오전 6시30분에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밖은 어둠에 싸여있지만 새벽 3시 30분부터 어김없이 일정을 시작합니다. 조용한 새벽에 이렇게 기도하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짚어보는 것은 더 없이 소중한 일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번 해외순회강연중 4번째이자 북미동부/중남부지역에서 1년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공부한 분들의 수계식과 졸업식이 있는 날입니다.

뉴욕정토회 산하 3개법당인 뉴욕플러싱법당, 맨하튼법당, 뉴저지법당 뿐만아니라 워싱턴 D.C. 정토회 산하 워싱턴법당, 버지니아법당, 휴스턴 정토법회, 보스턴 정토법회등에서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뉴욕플러싱에 위치한 뉴욕법당으로 전부 모입니다.

내일 새벽에 조지아주 애틀란타와 알라바마주 몽고메리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러 비행기를 타고 남부지방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 이동때 짐을 줄이기 위해 오늘 졸업식에 참가하러 온 워싱턴법당 정토행자편으로 개인짐은 미리 보내놓기로 하였습니다. 어제밤과 새벽 일찍 워싱턴 D.C로 보낼 짐을 챙겨 졸업식과 수계식을 거행하는 뉴욕법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뉴욕법당에 들어서니 법당이 오랜만에 꽉찼습니다. 오늘 불교대학 졸업식에만 36명이나 참석한다고 하니, 진행스탭과 합치면 60명이 넘어 법당이 비좁게 보입니다. 각 지역에서 흩어져 있다 한 곳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도반들이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어제 많은 분들은 맨하튼 강연장에서도 만났었고, 오랜만에 보는 워싱턴도반들이 반가웠습니다.

8시부터 지광당 법륜스님을 수계법사로 모시고 묘덕법사님의 인례로 북미동부지역의 수계식을 시작하였습니다. 스님은 먼저 미동부지역에 속하는 보스턴, 뉴욕, 뉴저지, 맨하튼, 워싱턴, 버지니아, 휴스턴의 각 법당에서 1년동안 교과과정을 마치고 졸업식을 하면서 삼귀의, 오계를 수지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는 말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3번의 수계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삼귀의와 오계 수계식은 어떤 연유로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와 삼귀의, 오계수계를 받은 의미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었습니다.

오늘 수계식에는 워싱턴2명, 버지니아 7명, 뉴욕 8명, 뉴저지 7명, 맨하튼 7명, 보스턴 2명, 휴스턴 3명으로 총 36명이 수계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한 우리가 수행자로 거듭나야 함을 재차 강조해주었습니다.

“삼귀의.오계 수계를 한다는 것은 불교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수행자가 된다는 것이 진정한 수계의 의미입니다. 수행자가 되는 사람은 어떤 가치,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가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진정한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참자유와 참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 길에는 5가지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만약에 계율을 지키지 못했다면 참회하고 다시는 어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합니다. 이 오계는 불교신자가 아닌 수행자 한사람 한사람의 행동지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엄숙하고 거룩하게 수계식 전체가 진행되었고 연비의식은 늘 보아도 감동적인 시간입니다. 그 동안의 모든 죄를 참회하고 오늘 부처님의 제자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입니다.

드디어 스님으로부터 불명을 받는 시간입니다. 아마도 모두들 이 시간을 가장 많이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수계자 36명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상하게 불명을 설명해주었습니다.

3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수계식이 끝났습니다. 수계식을 하는 끝부분에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데 한 분이 계속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그 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을 하면서 인생이 바뀌고 행복해졌기 때문에 본인이 행복해지고 감동스러운 만큼 스님께 그 감사함을 다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또 직접 스님을 뵙고 이렇게 수계를 받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고마워서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이 언젠가 ‘우리의 경쟁력은 수행력이다’ 라고 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부지런히 수행정진하여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수계를 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20분정도 휴식시간을 가지고 바로 불교대학 및 경전반 졸업식을 하였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생은 워싱턴 2명, 버지니아 6명, 뉴욕 9명, 뉴저지 8명, 맨하튼 8명, 보스턴 2명, 휴스턴 3명으로 총 50명입니다. 그리고 경전반은 워싱턴 2명, 버지니아 5명, 보스턴 3명, 휴스턴 3명으로 총 13명입니다. 새벽부터 워싱턴, 버지니아, 보스턴, 휴스턴등에서 와서 이렇게 합동졸업식을 하게 된 것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워싱턴과 버지니아는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왔다고 합니다. 불교대학, 경전반 1년 과정을 마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49명이 졸업하는 것 자체가 감동적입니다.

“수계식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수계를 받았다는 것은 불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불자가 되었다는 것은 수행자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불교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가 되는 정토회에 참여하였으니 정토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오래 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수행에서는 ‘믿어라’라고 믿음을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믿음은 중요한데 억지로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믿음이 저절로 자리잡게 하는 것입니다. ‘신해행증’ 중 ‘신’은 그냥 믿어라하는 믿음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믿음이 확고히 자리잡는 믿음을 말합니다. ‘해’는 이치를 분명히 아는 것으로 어리석음을 벗어나는 합리성이 동반됩니다. ‘행’은 나의 실천을 통해 검증하는 것입니다. ‘증’은 이치를 체험했다는 것이다.

1년동안 우리는 불교란 무엇인가?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은 무엇인가? 그리고 불교가 어떤 변화과정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있는가? 하는 불교의 변천사등 총 4과목을 3개월씩 해서 배웠습니다.

불교란 무엇인가를 통해 우리의 잘못된 사유체계, 마음작용을 알아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되면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의 장을 통해 수행의 맛을 보게 됩니다. 수행에 대해 맛을 보면 자기 스스로 수행해야겠다는 자발성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법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이런 의문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두 번째, 부처님이 누구인가?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게 됩니다. 추상적인 인물이 아니라 우리의 고뇌를 연구하신 구체적인 인물로서 부처님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인도성지순례를 가서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 즉 중도, 8정도, 12연기, 삼법인, 오온 12처, 18계 등 근본 가르침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공부를 했습니다. 이것을 이론으로 공부하면 철학이 되지만 수행의 관점에서 중도적 관점이 어떤 것인지, 8정도를 수행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등을 하게 되면 위파사나 관법수행이 됩니다.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입니다. 지식으로 이치를 알고 지식으로만 하면 온갖 지식을 알고 행복하지 못하게 됩니다.

미세한 자기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이 명상입니다. 명상은 자기의 카르마, 업식을 더 깊이 알아차리는 수행입니다. 예를 들면‘깨달음의 장’은 방을 청소할 때 큰 쓰레기를 밖에 내버리는 작용입니다. 청소가 다 된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먼지가 가득합니다. 먼지는 쓸어내고 닦아내어야 합니다. ‘나눔의 장’은 미세한 마음의 작용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먼지를 쓸어내고 나면 이제 방안이 깨끗한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바닥에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습니다. 이것은 빡빡 문질러서 딱아내어야 합니다. 이것은 명상수련입니다.

첫 번째 과목은 깨달음의 장, 두 번째 과목은 인도성지순례, 세 번째 과목은 명상수련, 나눔의 장, 이렇게 불교대학에서 배운 이치대로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명상수련을 체험하도록 교과목이 이론과 체험이 짝이 되도록 잘 짜여져 있습니다. 네 번째 과목이 불교변천사인데 어떻게 소승불교가 되었고, 어떻게 대승불교가 일어났는지, 어떻게 선불교가 일어났는지 등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대승불교가 민중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종교화된 것이 밀교입니다. 밀교는 인도의 전통종교를 대부분 수용하다보니 종교의식, 모양 이런 것이 대부분 힌두교와 비슷합니다. 윤회사상등은 불교가 힌두교에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렇게 1학년 과정에서 배우고 나면 초기경전인 아함경은 천일결사기도시간에 읽기 때문에 따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전반에서는 초기 대승경전이고 조계종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금강경을 4개월 공부하고, 그 다음에 법회의식 때 매번 읽는 반야심경을 4개월 공부합니다. 그리고 선불교의 요지가 담겨있는 육조단경을 공부합니다.

이렇게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공부하고 나면 자기수행, 보시, 봉사를 해야 합니다. 정토회원이 되면 수행, 보시, 봉사를 하고, 우리가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신자의 유혹을 떨치고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다시한번 불교대학과 경전반 여러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자상하게 불교대학 과정을 다시 복습해주시며 졸업 축하도 함께 해주었습니다.

졸업식 이후에는 각 법당별로 졸업식 기념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 보스턴과 휴스턴 합동 불교대학 졸업식 사진입니다.


▲ 워싱턴정토회 워싱턴법당과 버지니아법회 불교대학 졸업식 사진입니다.


▲ 뉴욕정토회 뉴욕법당, 맨하튼법당, 뉴저지법당 졸업식 사진입니다.


▲ 휴스턴, 보스턴, 워싱턴, 버지니아에서 1년간 경전반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들입니다.

이어 스님은 오늘 수계한 수계자들과 1명씩 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수계식 후 숙소로 이동한 스님은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잠시 취한 다음 원고교정등 업무를 보셨습니다.

금요일 오후라서 뉴욕에서 뉴저지로 이동하는데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연락이 와서 3시 30분에 뉴저지로 출발하였습니다. 거의 1시간 이상이 걸려 5시 직전에 뉴저지 법당에 도착했습니다. 뉴저지 법당은 뉴저지주에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Fort Lee 근방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근에 새로 이전하였습니다. 스님은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삼배하고 새로 이전한 법당을 둘러 보았습니다.

곧이어 뉴저지에 거주하고 계시는 속가 형님께서 찾아오셔서 두 분은 잠시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이어 스님은 법당 주변을 둘러보고 보살님들께서 마련해준 음식으로 간단히 저녁요기를 하였습니다.

오늘 뉴저지 강연은 Tenerfly에 있는 아르메니안교회에서 열렸습니다. 이 교회에서는 2003년부터 스님이 강연을 해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미국교회인데 스님이 강연을 할 수 있도록 흔쾌히 강연장을 빌려주는 곳입니다. 교회에 도착하니 새메니저가 퇴근하지 않고 스님을 기다리고 있어 스님은 감사인사와 함께 사인한 영어책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강연장에 들어서니 봉사자들이 1년만에 만나는 스님께 반갑게 인사합니다. 스님도 함께 잘 지냈느냐며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민주평통 북미지역 부의장을 역임한 조병창 회장님께서 스님을 기다리고 계셔 두분이 반갑게 인사하고 잠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소개영상이 끝나자 큰박수와 함께 스님이 연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바로 질문자와 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총 6명이 질문하였습니다.

물질작용, 생명작용, 자연생태계나 인간생태계에 있어 어떤 인과 연이 만나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 작용원리가 궁금하다는 분, 혼자서도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분, 미국시민권자인 아내와 결혼해서 미국으로 이민온 지 5개월이 되었는데 현지 적응이 힘든데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는 분, 평소에 감정기복이 심한데 감정조절이 가능한지 묻는 분, 죽음의 정의, 종교적으로 자살을 왜 중지하도록 하는지,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분, 미국온 지 14년되었는데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는데 현재 북한사태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어떻게 답변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현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분등 6명의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저는 미국 시민권자인 아내를 만나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지 5개월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8년 정도 대기업에 다니다가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생활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정해진 틀도 있고, 안정적인 생활 때문에 나의 미래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안의 장남으로 평소에 이민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제가 아는 인맥도 모두 한국에 있으니 지금까지의 제 인생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곳에서 취업을 하려고 하니 언어 장벽이 느껴져서 현재 대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고 또 처음 예상한 방향과는 사뭇 다르게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와이프와 다투기도 많이 했습니다.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해도 원어민처럼 하는 것은 힘들 것 같고, 그러다보니 직업적인 부분에서도 생각처럼 잘 풀릴지 걱정이 됩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앞이 막막하고 답답했던 적이 없었는데,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자처럼 아내를 따라 남편이 이민을 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남편을 따라서 이민 온 아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문자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살거나 비슷한 종류의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자는 평균적인 사례들보다 어쩌면 그 고통이 심할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우리는 아내가 남편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문화 속에 있다보니까 아내들은 남편을 믿고 기다리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질문자는 남편의 입장이니까 조금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물론 질문자도 아내를 믿고 기다릴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가 한국에서는 잘나가던 사람이니까 아내만 믿고 기다리기가 어려운 점이 있을 거예요. 그러다보니 아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갑(甲)이 아니라 을(乙)의 입장에 있게 되었어요. 아내는 시민권도 있고 언어도 되고, 또 주변의 인간 관계도 모두 미국에 있으니까 소위 본인의 활동무대에서 그냥 지내는 셈인데, 질문자는 그렇지가 않으니까 어찌보면 질문자는 그저 아내를 따라서 미국에 온 껌딱지 신세가 되었어요. (청중 웃음)

질문자는 언어도 안 통하고 한국에서 회사에 다닐 때처럼 어디 가서 이렇다 할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질문자 나름대로 불평이 쌓이게 되고, 아내 입장에서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결혼도 하고 같이 미국으로 왔는데 불평이 이어지니까 아내는 또 아내 나름대로 실망을 하게 됩니다.

설령 어느 정도 언어를 습득한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기업에 들어가서 나름 승진의 계획도 세우고 그에 따라 일도 해나갔을 텐데 여기서는 그런 식으로 미래가 보이지는 않으니까 막막함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민 5개월 정도면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다가 1년이 되면 가장 힘든 시기가 찾아옵니다. 1년 정도 되면 모두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러니 아내와의 관계가 지금부터 안 좋으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니까 조심해야 해요.

그 시기를 이겨내고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이제 괜찮아지고 안정적인 시기가 찾아옵니다. 나무를 심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가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으면 새로운 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는 데에는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중간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것도 질문자의 자유예요. 하지만 3년이 되기 전에 돌아간다면 이곳 생활의 맛을 다 보진 못하고 돌아가는 거예요. 나무로 비유하자면 어쩌다가 아내한테 뽑혀서 새로운 땅에 심어졌지만 아직 뿌리를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인데 중간에 돌아가면 새로운 땅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채 원래 땅으로 돌아가는 형국이에요. (청중 웃음)

질문자 입장에서는 아직 뿌리를 못 내린 상황에서 막막하기도 하고 많이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돼요. 그런데 이민 온 사람들은 그 시기에 누구라도 다 힘듭니다. 그러니 한국으로 돌아갈 때 돌아가더라도 3년은 살아보고 결정을 내리는 게 어떨까 싶어요. 지금은 누구에게나 가장 힘들 시기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이곳에 대해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그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고 자칫 섣부른 결정이 될 수 있어요. 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이곳을 제대로 경험해 본 다음에 ‘이 길은 정말 아닌 것 같다’라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수술 받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우선 수술을 제대로 다 마친 다음에 회복 과정을 지켜보고 이 수술이 잘 됐다 안 됐다를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수술을 한참 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통증을 못 견딜 것 같아서 링겔을 뽑고 치료를 그만 받을까 하고 고민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과정을 잘 견디고 나면 통증도 차츰 진정이 되고, 결국 수술하기 전보다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지금은 통증이 가장 심할 때니까, 즉 언어도 잘 안 되고 막막함도 이겨내야 하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니까, 우선 스스로가 그런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견뎌보면 어떨까 싶어요.

아내 입장에서도 남편이 지금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입장을 이해하고 헤아려줄 필요가 있어요. 본인도 새로운 땅에 적응하려면 힘이 드는데 아내가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지’ 하고 이해를 못하면 더 힘들 수 있잖아요. 남편도 지금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시기라고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야지,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를 떠올리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세우거나 조급한 마음은 내지 않는 게 좋아요. 지금은 언어 배우기 바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벌써 미래를 설계하고 전망을 세울 욕심부터 내면 어떡해요? (청중 웃음)

이미 이 사회에 오래도록 기반을 두고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이사 온 지 5개월 되는 사람이 미래를 계획하고 전망을 세운다는 건 무리잖아요.

이건 한국으로 이주 와서 사는 사람들을 봐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 와서 사는 사람들 중에는 베트남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도 있는데, 제아무리 베트남에서 하노이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베트남 사회에서 잘 나갔다고 해도 한국이라는 새로운 곳에 와서 적응하며 살 때는 베트남에서 잘 나갈 때를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로펌에서 어떻게 성공할 지 전망을 세우는 건 무리잖아요. 베트남에서 잘 나갔더라도 한국에 오면 일단 공장이든 어디든 일을 하면서 한국 사회의 분위기부터 파악하고 난 뒤에 시작을 해야죠. 적어도 3년 정도는 살면서 새로운 곳의 분위기가 어떤지 파악하고 난 다음에 전망을 세워도 세워야지, 그 전에 어떤 계획을 세운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우선 스스로가 지금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알았으면 해요. 지금은 적응하면서 이곳에 대한 파악을 해나가야 하는 시기이지 전망을 세울 때가 아니라는 관점을 가지셔야 합니다.

또 하나 각오해야 하는 점은, 한국 사회에서 질문자는 주류에 속했지만 이곳에서는 소수자에 속한다는 점이에요. 한국에서는 질문자가 가진 사회적인 배경, 학벌, 학교 성적, 고향, 인간관계 등을 보면 주류에 속했습니다. 주류에 속하니까 그 사회에서 전망을 세울 수가 있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내가 마흔이 되면 어느 위치에 있을 것이고, 쉰이 되면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질 것이다’ 라고 전망을 세울 수 있었을 거예요. 그건 주류였으니까 가능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질문자는 소수자에 속해요. 가령,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한국에 노동자로 이민 와서 사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아무리 자기 나라에서 똑똑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한국에 와서는 큰 비전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한국에서 생각하던 그런 비전들을 이곳에서 갖기는 어려워요. 그런 생각을 계속 고집하면 오히려 질문자만 실망하게 돼요.

이곳에서는 이곳 환경에 맞는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은 일을 많이 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이니까, 사회적으로 잘 나갈수록 저녁이 없는 삶, 가정이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남자들의 사회적 진출에 대한 욕구는 만족시킬지 모르지만 그만큼 다른 곳에서 대가를 치르게 돼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렇게 살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와서도 악착같이 사는 한국 분들이 있어요. 그렇게 악착같이 살 거면 그냥 한국에서 계속 사는 게 나아요. (청중 웃음) 여기는 적절하게 노동하고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잖아요. 그러니 한국에서의 악착같이 살던 습관을 유지하기보다 오히려 이곳 환경에 맞는 관점을 갖는다면 오히려 이곳은 천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질문자도 악착같이 노력해서 조금 더 높은 곳에 오르는 삶을 살고자 하면 그건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질문자가 주류에 속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주류가 아닌 소수자에 속하는 이 사회에서 그런 방식으로 노력해서 치고 올라가려고 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생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우선 반드시 목표한 지점에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어요. 나아가서 설령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서 조금 더 높이 올라가면 뭐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관점이 잡히고, 그런 삶에 큰 의미가 없다고 받아들여지면 삶에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즐기게 돼요. 가족과의 시간도 보다 여유 있게 보낼 수 있고, 취미나 여가활동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삶의 방향이 달라져야 합니다.

사회적인 성취를 목표로 한다면 질문자가 주류에 속하는 한국사회가 오히려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개인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삶을 추구한다면 미국이나 캐나다가 더 나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아내한테 뽑혀서(청중 웃음) 새로운 땅에 심어지게 되었는데, 한국사회로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에요. 그리고 질문자의 인생관이 사회적인 출세를 중시한다면 한국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꼭 그런 게 아니라면, 이미 새로운 사회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까 3년 정도는 살아보고 먼저 이 사회를 파악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이렇게 살아보면 새로운 곳에 살아본 것도 하나의 인생 경험이 됩니다. 설령 3년 뒤에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미국에서 3년 살아본 경험은 질문자의 삶에 큰 경력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처음 1년은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것은 아셔야 해요. 그건 새로운 환경에 뿌리내리는 과정에 꼭 따르는 성장통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자동차 운전도 처음에는 어렵잖아요? 뭐든지 처음할 때는 다 어려워요. 지금 겪는 어려움도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에요.

그런 과정은 적어도 1년은 각오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이민 온 지 이제 5개월이 되었다고 하니까, 앞으로 몇 개월은 지금보다 오히려 더 어려울 거예요. 그러다가 1년이 지나면 여전히 어려운 시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점을 지나갔다고 보면 됩니다. 그 뒤로 2년 정도 더 견뎌서 3년이 지나가면 살만한 시점이 찾아와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6명하고 대화를 하였는데도 벌써 시간이 2시간 45분이 훌쩍지났습니다. 서둘러 마무리를 하면서 스님은 어떤 경우에도 행복하라고 다시 한번 당부해주십니다.

오늘 강연은 약 390명이 참가했고, 봉사자는 30명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무대앞에서 북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책을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고 스님과 사진찍기를 원하였습니다.

참가자들께 오늘 강연이 어떤지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한 청년은 스님의 말씀을 유튜브로 듣고 있는데 오늘도 역시 시원하고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천주교신자이지만 스님의 법문을 유튜브로 많이 듣고 있다고 하면서 오늘 강연도 정말 좋아서 종교는 다르지만 스님을 존경한다고 얘기하였습니다. 현 한반도 및 북한사태에 대해 질문한 분께 물어보니 뉴욕에 살고 있고 지난 뉴욕플러싱 강연때 질문하려고 했는데 못해서 오늘 뉴저지 까지 와서 질문했는데 너무 질문을 잘한 것 같다고 남은 여정 스님 건강하게 마치고 돌아가길 기원을 해주었습니다.

사인회가 끝난 후 자원봉사자들과 강연을 축하하면서 한바탕 신나게 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자원봉사자들 한 분 한 분과 악수를 하며 강연준비해주신 것에 감사인사를 하였습니다.

강연을 총괄한 뉴저지법당 부총무인 이영숙님과 아내가 정토회 활동을 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강연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거사님께도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스님 조카가 찾아와 스님께 선물을 전달하면서 전자기등이니 스님께서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강연장을 찾아와 스님강연을 들은 조카와 스님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바탕 즐거운 마무리 시간을 가지고 스님은 봉사자들께 묘덕법사님과 나누기 시간을 가지라고 하면서 숙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 보니 뉴저지회원분께서 선물로 떡을 스님께 드렸습니다. 이렇게 곳곳에서 스님께 드리는 정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덧 11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애틀란타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애틀란타행 비행기가 6시에 출발하므로 4시에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하고, 내일 일정을 공유한 다음 스님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북미지역으로 들어온지 6일째 밤이 깊어갑니다. 내일과 모레 주말에는 남부지방의 중심지인 조지아주 애틀란타,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들어와 한인들이 새롭게 많이 살게 된 앨라바마주 몽고메리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은 애틀란타에서 영어통역강연과 한인대상 즉문즉설강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1

0/200

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7-11-01 15:46:04

구름

환경이 바뀌어 겪는 어려움이 있을때 법문을 되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0-01 11:27:49

^^^^

스님 답변이 일리 있으시네요^^처음엔 적응이 어려워도 다시 시간이 지나 넓은 땅에서, 부와 여유를 누리며 잘들 살드라구요~스님 조카분 너무 귀여우세요^^부럽네요~불대 숫자가 틀립니다 ㅎ[불교대학 졸업생은 워싱턴 2명, 버지니아 6명, 뉴욕 9명, 뉴저지 8명, 맨하튼 8명, 보스턴 2명, 휴스턴 3명으로 총 50명입니다 ]합치면 총 50명 아니에요 ㅎ

2017-09-27 06:14:3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