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18 스님의 하루
“어릴 적 사랑을 못 받아서 자존감이 낮아요.”

오늘 스님은 아침 일찍 중국으로 출국하였습니다. 「한반도를 푸르게」라는 주제로 북한의 민등산에 나무 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 내 묘목 상황을 알아보고, 지원방법을 의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쁜 일정이라 아침 일찍 갔다가 다음 날 새벽 1시 30분에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법문은 지난 16일 여수에서 있었던 강연장의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38살이고, 두 아이의 엄마예요. 저희 고민은, 제가 어릴 적에 사랑을 못 받았다는 거예요. 가족이 좀 많은데, 저는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였어요. 다른 언니들에 비해 잘하는 것도 없어서 저는 항상 참고만 살았어요. 그래서 제가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도 모르고 살았고, 직장에서는 인간관계가 참 어렵더라고요. 저는 착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주도적이지도 못하고, 리더십도 없어서 항상 다른 사람들의 의견만 쫓아다니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직장을 그만뒀는데, 제가 자존감이 많이 낮으니까 제 아이들도 저를 닮아서 자존감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존감을 좀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질문을 합니다.”

“네. 본인이 잘나고 싶어서 생긴 병이에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잘 났어요, 못 났어요?”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제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잘났더라고요.”(모두 웃음)

“네. 더 잘나고 싶어서 생긴 병이기 때문에 ‘내가 별 거 아니다. 나는 남보다 못하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고, 고만고만하게 쓸 만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저절로 해결이 되지요. 형제가 몇이에요?”

“1남 8녀 중에 제가 여덟째예요. 막내는 남동생이고요.”

“질문자는 ‘아이가 많은 집에 태어나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자존감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질문자의 고민은 주목받고 싶은데 못 받아서 생긴 문제예요. 주목을 못 받은 게 문제가 아닙니다. ‘주목 받고 싶은데’, 즉 질문자가 원하는 것이 안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문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나의 능력이 100인데, 200이 되고 싶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현실은 100밖에 안 되니까 자존감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스스로 ‘너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럴 때 100을 200으로 끌어올려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아니면 200이라는 이 허상을 버려야 해결될까요?"

“허상을 버려야 돼요.”

“예, 200이라는 허상을 버려야 돼요. 그럼 아무 노력할 것도 없어요. 제가 질문자를 보니까, 키도 그만 하면 됐고, 인물도 그만 하면 됐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잖아요. 나같이 결혼 못한 사람도 있고,(모두 웃음) 애도 없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렇죠?”

“네.”

“질문자는 지금 아무 문제가 없어요. 회사에서 왜 질문자가 주목을 받아야 되고, 왜 리더가 돼야 해요? 사람이 10명이 있는데 10명이 다 리더가 되면 그 회사는 풍비박산이 나요. 그러니 한 사람이 리더가 되면 나머지는 따라주면 되는 거예요. 부모들은 다 ‘우리 아들이 리더가 되어야 되고, 우리 딸이 공부를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되면 어떻겠어요? 1등은 1명밖에 못 하는데 어떻게 다 1등을 하겠어요? 우리 아들이 꼴찌를 해 줘서 다른 아이들 등수를 좀 올려줘야지요.(모두 웃음) 꼴찌 하는 것과 자존감은 아무 관계가 없어요.

꼴지가 항상 같은 사람일까요?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 달리기에도 꼴찌가 나오고, 멀리뛰기를 하면 멀리뛰기에도 꼴찌가 나오고, 그림을 그리면 그림에도 꼴찌가 나오고, 키를 재면 키에도 꼴찌가 나오고, 몸무게를 재면 몸무게에도 꼴찌가 나오고, 수학하면 수학에도 꼴찌가 나오고, 영어를 하면 영어에도 꼴찌가 나와요. 그 꼴찌가 항상 같은 사람일까요, 다를까요? 달라요. 그래서 사람의 능력이 서로 다른 거예요. 그럼 이런 식으로 몇 가지 테스트를 할 수 있을까요? 수 만 가지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수학, 영어, 국어… 등 한 10가지만 가지고 테스트를 한 뒤에 등수를 매겨서 ‘잘한다, 못한다’고 나눈단 말이에요.

요즘 잘나가는 야구선수가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공을 던지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을 받았을까요? 또 골프공을 구멍에 집어넣는 게 100년 전에도 그게 능력으로 인정받았을까요? 200년, 300년 전에 ‘노래를 잘한다’,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받았을까요? 옛날에는 한자를 많이 알고, 글씨를 잘 쓰고, 시를 잘 지으면 최고로 인정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뽑아서 국정을 맡겼는데, 그런 사람이 행정을 잘 한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역사 속에서 문제가 생겼던 거예요.

그래서 각자 갖고 있는 능력들을 비교하자면 수 만 가지를 비교해야 되는데, 만약 만 가지를 다 비교해서 점수를 매긴다면 모든 인간이 다 비슷하게 나올 거예요. 그런데 그 중에 10가지, 20가지만 매기니까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든, 자기 자식이든 현대사회에서 몇 가지 능력만 비교해서 매기는 그 등수가 좀 쳐진다고 그것을 두고 ‘모자란다’고 할 것도 없고, 등수가 좀 올라가 있다고 ‘잘났다’고 할 것도 없어요. 지금 법륜스님도 이 정도면 됐어요, 안 됐어요?”

“됐어요.”

“그런데 제가 말을 진짜 잘하는 아나운서하고 비교하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하고 비교하고, 인물이 잘난 배우하고 비교하고, 더 젊은 사람하고 비교하면 저는 어떻게 살겠어요? 말도 못하지, 인물도 못 났지, 늙었지, 이렇게 전부 못한 것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겠지요. 그러니까 잘나고 싶은 생각을 버리세요.”

“예.”

지금 이대로 괜찮아요

“‘이대로 괜찮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성적이 좀 떨어졌다고 울면 엄마가 ‘괜찮아. 이 정도면 괜찮아. 그리고 미래에는 이 지식이라는 건 별로 필요가 없어. 앞으로는 다 검색해서 찾으면 되지, 그것 뭐, 많이 알아봐야 도움도 안 돼.’ 이렇게 격려해 주면 아이에게 자존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엄마가 맨날 ‘너는 공부도 못하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다’고 나무라니까 아이들 자존감이 낮아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들을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렇다고 ‘잘한다. 잘한다’ 하라는 게 아니라 너무 성적으로만 아이들을 나무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럼 자꾸 자존감이 없어지니까요. 그래도 질문자는 9명 중에 끼어 살았기 때문에 엄마한테 별로 야단맞을 일은 없었겠네요?”

“언니들이 다 하니까 제가 뭘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괜찮아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는 건 안 해도 됐다는 얘기 아니에요?”(모두 웃음)

“예.”

“좋은 거예요.”

“예.”

“그런데 어릴 때는 언니들이 다 해 줘서 안 해도 됐기 때문에 좋은 일 같았겠지만 지나놓고 보면 못 배웠다는 얘기 아니에요? 요리를 못 배우고, 빨래하는 것도 못 배웠다는 건 그러니까 좋은 일도 아니에요. 질문자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만 모시고 살림도 살면서 돈도 벌어야 했다면 ‘그러느라고 굉장히 힘들었겠다. 공부를 못했겠다.’ 이렇게도 평가할 수 있지만 질문자는 ‘어릴 때부터 벌써 책임의식을 가지고 잘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인생에는 좋고, 나쁜 게 없어요. 다 질문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예요. 나쁘게 받아들이면 끝도 없어요.

저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때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 졸리고, 염불하려니 목 아프고, 참선하려니 허리 아프고, 경전 공부하려니 머리 아프고, 절하려니 무릎 아프고, 고기도 못 먹고, 술도 못 먹고, 마누라도 없고, 자식도 없잖아요. 이렇게 따지면 스님이 불쌍해요, 안 불쌍해요?”(모두 웃음)

“(대중들) 불쌍해요.”

“불쌍해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같은 일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예요. 이 컵에 물을 담아서 들고 가다가 넘어져서 절반을 쏟았을 때 ‘절반이나 쏟았네’ 하면 슬픈 일이고, ‘그래도 절반이나 남았네’ 하면 기쁜 일이 된다는 거예요. 똑같은 일인데 그렇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인생을 긍정적으로 사고해요, 부정적으로 사고해요?”

“부정적으로 사고해요.”

“예, 대부분 부정적으로 사고해요. 그래서 인생이 늘 힘든 거예요. 저는 긍정적 사고를 하니까 늘 웃고 살아요. 여기 계단을 내려가다가 다리 하나가 탁 부러지면 보통 ‘재수 없이 다리가 부러졌다’고 하겠지만 저는 안 부러진 다리를 얼른 쥐고 ‘부처님, 한 다리라도 안 부러졌네요.’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이게 긍정적 사고예요. 알았지요?”

“예.”

“그렇게 생각하면 자존감은 저절로 생깁니다. 질문자가 모자라서 자존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덟 번째 딸이라 자존감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잘나고 싶어서 그래요. 별로 잘나지도 않았는데요. (모두 웃음) 그럼 질문자가 못 났느냐? 못나지도 않았어요. 그 정도면 됐어요. 알았죠?”

“예, 고맙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금 이대로 괜찮은 존재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란희, 김미정

전체댓글 15

0/200

신무경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존재,
자존감이 팍팍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스님!

2017-11-25 13:17:54

정우맘

감사합니다 스님.......ㅠ.ㅠ

2017-11-25 12:02:44

정지나

지금 그대로 있는 그대로....감사합니다.^^

2017-11-23 09:26:2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