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2.8 평화연구원 송년 좌담회
“외로움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송년 좌담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래경 ‘다른 백년’ 이사장님이 "촛불시민 정신'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가능성'에 대하여 기조 발제를 했고, 김형기 연구원장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 후에는 연구원에서 진행되는 10개의 콜로키움 대표 연구자들도 함께 참석하여 촛불정국이후 우리의 과제와 한반도의 평화실현에 대한 내용을 전체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구원 좌담회를 마치고 스님은 참석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시며 좌담회에서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이후에는 평화재단 전체 실무진들과 연구원과 교육원 원장님들, 운영위원들이 모여 2018년 평화재단의 각 단위별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좌담회 참석 및 회의일정이라 지난 5일 부천에서 열린 강연 중 한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연말에 온갖 모임으로 바쁘기도 하지만, 한 편 외롭기도 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질문 중 외로움에 관련 된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스님은 외로움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외로움을 극복하시는 스님만의 방법이 있는지요?”

“특별히 없어요.(모두 웃음) 외로우면 좀 외로워하면 되지, 그게 뭐 그리 큰 걱정이에요? 외로워한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외로워한다고 손해날 일이 없잖아요. 혼자서 좀 외로워하면 되죠.”(모두 웃음)

“그건 맞는데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잖아요.”

“네, 스님도 가끔은 느껴요.”

“그럴 때 외로움을 극복하는 스님만의 방법 같은 게 없나요?”

“그냥 외로움을 느끼면 된다니까요.(모두 웃음) 외로움을 왜 극복을 해야 해요? 그냥 외로워하면 되죠.”

“...”(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할 말 있으면 더 물어보세요.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면 됩니다.”

“누구나 외로우면 힘들어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그냥 즐기라는 말씀이세요?”

“외로운데 왜 힘들어요? 질문자는 무엇 때문에 힘들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그 외로움이 없어지겠어요? 여자 친구가 하나 있어야겠어요? 그럼 귀찮아지잖아요. 그러니 외롭다가도 여자 친구가 같이 있을 때 귀찮아질 것을 생각하면 외로운 쪽이 훨씬 낫잖아요.”(모두 웃음)

“그러면 혼자 사시는 것에 대해서는 별 불편이 없나요?”

“네, 별 불편이 없어요.(모두 웃음) 그런데 사람이 만든 제일 두텁고 높은 장벽이 뭐라고 생각해요? 만리장성일까요? 아니에요. 부부가 서로 싸우고 한 침대에 누워서 토라진 남편이나 아내의 돌아누운 등을 보는 게 제일 높은 벽이에요. 그보다 더 높은 벽은 없어요.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 가장 높은 장벽이에요. 마음의 문을 닫으면 외로워지고 감옥살이가 되는 거예요. 산속에서 혼자 살아도 마음의 문을 닫지 않으면 새하고도 놀고 나무하고도 놀고 토끼하고도 놀 수 있지만, 부부가 한 침대에 누워 있더라도 토라져서 누워 있는 배우자를 보면 엄청나게 외로워요.

다시 말해서 자기 마음을 닫으면 외롭다는 거예요. 요즘은 아파트 위층에도 사람이 있고, 아래층에도 사람이 있고, 옆에도 사람이 있고, 그저 어디를 가도 사람 투성이잖아요. 도시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해요. 그런데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하잖아요. 그건 뭐예요?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왜 외로울까요?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혼자 있는 게 좋으면 그냥 혼자 있으면 되고, 외로운 게 좋으면 마음의 문을 닫고 장벽을 쌓은 채 고독을 즐기면 되고, 내가 그게 싫으면 마음의 문을 열고 옆 사람하고 얘기를 나누면 됩니다. 그렇다고 꼭 얘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왜 우리는 같이 있으면 꼭 무슨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시골 살면서 농사일 짓는 부부를 한 번 보세요.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두 부부는 거의 얘기를 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각자 자기 밭고랑 매고 각자 자기 일하죠. 그렇다고 내가 상대를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얘기 안 한다고 불평하는 것도 아니에요. 사실은 사는 데 별 얘기가 필요 없어요. 그래서 경상도 남자들은 하루 세 마디밖에 안 한다잖아요. 그 농담 아시죠? ‘밥 먹었나? 애는? 자자!’ 이게 다잖아요.(웃음)

질문자가 지금 외롭다는 건 질문자가 지금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는 뜻이에요. 부모에게 닫고 있든, 형제에게 닫고 있든, 친구에게 닫고 있든, 동료에게 닫고 있든,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외로우면 마음의 문을 여세요.”

“네, 감사합니다.”(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지금 내 마음의 문은 열려있으신가요? 따뜻한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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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주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19-10-11 04:19:21

최혁준

감사합니다 ^^ 스님

2018-01-17 17:50:24

박미란

스님 감사합니다.^^

2017-12-20 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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