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5.2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즉문즉설(23) 부산 진구
“즉문즉설 강연은 왜 무료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가한 후 저녁에는 부산 진구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북한 관련 전문가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아홉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서둘러 봉하마을로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해부터 매년 새벽에 봉하마을을 참배해왔습니다. 올해는 10주년이라 2시에 열리는 공식 추도식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행사에 늦지 않기 위해 점심도 거르고, 화장실도 들르지 않은 채 봉하마을로 향했습니다. 과연 1만 2천여 명이 참석한 행사답게 3km 떨어진 곳부터 차가 꽉 막혔습니다. 스님은 지도를 꺼내 골목과 산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행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1km 이내에 다가가자 걸어가는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겨우 행사장 근처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려 고무신이 뜨겁도록 뛰어갔습니다. 가는 길에 만난 시민들이 스님을 알아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가까스로 행사가 시작되기 3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외빈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습니다. 행사장을 둘러싸고도 많은 시민들이 앉거나 서 있었습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땀과 눈물을 닦아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렸습니다. 추도식이 끝난 후에는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스님도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조용히 애도했습니다.

행사장을 나오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행사장을 나오는 길에 만난 시민들도 스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스님, 즉문즉설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많은 중년 남성들도 스님에게 즉문즉설을 잘 보고 있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스님도 밝은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행사장을 겨우 빠져나와 스님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주유소 화장실이었습니다. 아침에 봉하마을로 출발하고 오후 4시가 되도록 화장실을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유소를 나와 곧장 저녁 강연이 열리는 부산 진구로 향했습니다.

“운전하느라 정말 고생했어요. 기사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되는데 덕분에 기적적으로 도착할 수 있었어요.”

스님은 운전을 해준 실무자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 부산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으로 국수를 먹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 무척 맛있었습니다. 부산 진구청에 도착해서는 구청장 서은숙 님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진구청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강연을 보기 위해 낮 12시부터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자 봉사자들은 한 시간 일찍 좌석표를 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강당의 400석이 꽉 차고도 계속 사람들이 밀려왔습니다. 2백여 명이 통로에 앉거나 서서 강당 안이 바글바글했습니다. 발을 밟거나 밟히거나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이 드신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이미 밀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대강당 바깥으로 170개의 의자를 깔아 중계화면으로나마 강연을 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사람들은 서거나 계단에 앉아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이를 본 구청 직원이 위층 로비에도 강연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습니다. 덕분에 150여 명은 위층 로비에서 강연을 보았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님이 입장을 했습니다. 청중은 뜨거운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먼저 구청장 서은숙 님이 웃으며 “구청장이 된 후로 제일 많이 오신 행사입니다. 진구청이 부산 구청 중에 제일 큰 강당을 가지고 있는데도 여러분을 다 모시지 못했네요. 오늘 구청 강당이 좁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모두 웃음)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안에 못 들어오고 밖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밖에 계신 분들 위해 격려 박수 한번 치겠습니다. 밖에 계신 분들, 죄송해요. (모두 박수)

법문 들으러 많이 오는 건 좋은데 요즘 너무 많이 와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비난을 해요. 그래서 제가 아무 소득도 없이 욕을 얻어먹고 있습니다. (모두 웃음)

즉문즉설은 단순한 개인상담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말한 삶의 이야기를 소재로 대화를 하며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아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있으려면 다리도 아프고,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여러분의 고민을 들어보겠습니다.”

총 9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스님이 왜 무료 강연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색다른 질문을 듣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은 왜 무료 강연을 하시나요?

“대부분 강연료를 받고 강연을 하는데, 스님은 무료로 강연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모두 웃음)

“그게 왜 궁금해요? 제가 무료로 하겠다는데요.” (모두 웃음)

“너무 궁금해서요. 사실 무료로 강연을 하신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놀랬습니다. 스님 정도면 일류 호텔에서 지내시고 음식도 일류 음식을 드실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또 충격을 받았습니다. 강연할 때 대관료까지 내신다니 또 놀랍습니다. 어떤 이유입니까?”

“아무 특별한 이유가 없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니다가 절에 들어왔잖아요. 그래서 대학을 간다든지 유학을 간다든지 하는 현대 교육을 안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저와 대화를 할 때 ‘법륜스님이 아는 것이 많다’, ‘지혜가 있다’ 이런 것을 느꼈다면, 그것은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이후에 세상 경험도 많이 했겠지만,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 밖에 영향을 받은 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도 저는 지금까지 부처님한테 지적소유권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불한 적이 없어요. 부처님의 지적소유권을 공짜로 가져와서 쓰고 있는 거예요. 저도 이렇게 덕을 봤으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 나눠가져야 하는 거죠.

이 좋은 법을 알려주신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길은 이 좋은 법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라 생각해요. 부처님도 강사료를 안 받았기 때문에 저도 강사료를 안 받는 겁니다.

제가 강사료를 안 받기 시작한 또 하나의 계기가 있어요. 한 30년 전쯤 일입니다. 옛날에는 다방이 많았습니다. 다방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 자리에 불교 신자들 한 10명이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면 잘 나가는 보살들이었어요. 돈도 있고 지식도 있고 시간도 있으니까 괜히 절에 가서 스님들 행동에 실망하지 말고 자기들 모임에 스님을 초청해서 법문을 과외처럼 듣는 분들이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앉아서 이번에 누구를 초청할까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무개 스님이 어떠냐고 누가 얘기를 하니까, ‘그 유명하신 분이 우리가 초청한다고 오시겠나’, ‘안 오실 거다’ 하고 설왕설래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분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아니다. 돈만 많이 드리면 오신다, 100만 원만 드리면 오실 거다.”

제가 그 얘기를 듣고 아찔했어요. 법문도 전부 돈으로 계산이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들끼리 의논하면서 ‘법륜 스님도 돈만 주면 온다’ 그럴 것 아니에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제가 시간이 되면 가고, 안 되면 안 갔지, 강사료는 안 받고 강의를 다녔습니다.

오늘 같은 강연은 당연히 강사료를 안 받습니다. 또 교회, 성당, 절이나 군대, 시청, 경찰서 등 관공서에서도 받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강사료를 안 받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경우는 회사 초청입니다. 제일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안 받기도 어려운 곳입니다. 회계 처리를 해야 하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가끔 돈을 받았을 때도 있었습니다. 강사료를 많이 준다고 하는 곳은 백화점 우수 고객 강연입니다. 백화점 우수 고객을 한 200명쯤 모아 놓고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데, 이것은 유료 강연은 아니지만 엄격하게는 회사에서 고객들한테 돈을 받는 거나 다름없잖습니까. 이 경우에는 제가 강의료를 받아야 됩니다. 제가 안 받으면 회사만 돈을 벌잖아요. 그래서 유료 관객을 모아 놓고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면, 아무리 강연료를 많이 준다고 해도 강의 자체를 안 합니다.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 이유는 제가 강연료를 안 받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에요. 정토회에서 밥을 줍니다. 오늘도 강연장에 오다가 국수 한 그릇 사 먹고 왔는데 그 정도는 정토회에서 내어 줍니다. 강의하러 갈 때 기차를 탔다면 정토회에 영수증을 제시하고 청구하면 다 지원이 나와요. 주로 봉고를 타고 다니는데, 운전 봉사를 해주는 분이 있어요. 그래서 돈 들 일이 특별히 없어요. 돈을 줘도 쓸데가 없어요.

북한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데 쓰라고 보시해주는 돈은 받습니다. 그런데 승복을 해 입으라고 보시하는 것은 안 받아요. 제가 입고 있는 이런 옷은 다른 사람이 입을 수도 없잖아요. 이런 옷을 몇 벌 갖고 있으면 뭐해요. 여름옷, 겨울 옷, 갈아입을 옷만 있으면 되죠.

그리고 호텔에 가서 자면 뭐해요. 눈만 붙일 수 있으면 충분하죠. 그래서 저는 비행기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공항에서 많이 자요. 공항은 잠자기에 아주 좋아요. 화장실도 있지, 물도 나오지, 에어컨도 틀어져 있지, 겨울에는 히터도 나와요. (모두 웃음)

부처님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자는 것은 나무 밑에서 잤어요. 먹는 것은 얻어 드셨어요. 입는 것은 시체를 덮는 천, 분소의를 입으셨어요. 저는 그런 분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에요. 원래대로 하려면 부처님처럼 살아야 되는데 그렇게는 못 살더라도 이 정도로 사는 것은 제가 굉장히 혜택을 받고 사는 겁니다. 여기에 또 무슨 불만이 있다면 스님을 안 하는 게 낫지요. 스님을 하면서 굳이 호텔에 잘 이유가 뭐 있어요. 그럴 거면 차라리 그냥 세속에 살면 되죠. 그렇다고 절대로 호텔에서 자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에요. 국제 컨퍼런스 같은 행사가 호텔에서 열린다면, 저만 로비에 내려와서 잘 수가 없잖아요. (모두 웃음) 제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불편해한단 말이에요. 그런 행사에서는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자야 되겠죠.

하지만 식사 초대가 있거나 누가 만나자고 하면, 저는 밖에 잘 안 나갑니다. 만나야 될 일이 있으면 평화재단 사무실에 오셔서 식사를 하자고 하죠. 우리가 밥을 해 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지위가 너무 높으면 평화재단 사무실에 오기가 어렵다고 호텔 같은 곳에서 만나자고 해요. 그 사람들은 자기 체면이 있잖아요. 우리처럼 국수집에 앉아서 먹을 수가 없나 봐요. 그런데 정부 관리는 식사비가 3만 원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호텔에서는 3만 원짜리 식사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제가 그런 곳에 안 가려는 거예요.

잘못 이해하면 스님이 거만해서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제가 이렇게 승복을 입고 호텔 로비에서 서성이면 보기 이상하지 않아요? 저 스님이 왜 왔을까, 저기서 무슨 일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저야 어떤 일이 있어서 가지만 남이 보긴 그렇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안 가려고 하는 겁니다.

물론 피치 못하게 안 갈 수가 없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가서 보니까 메뉴판에 있는 것 중에 제일 저렴한 것이 6만 원이 넘더라고요. 이런 경우에는 3만 원을 고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안 가는 게 제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집에 초대하는 것도 안 갑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면 스님 왔다고 자꾸 거하게 차려요. 그러면 민폐잖아요. 밥하고 김치만 달랑 준다면 초대에 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식사 초대에는 안 가요. 저 혼자 가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잔치국수 하나 후루룩 먹는 게 나아요. 북한에는 그것도 못 먹어서 애들이 굶주린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스님이 일부러 그렇게 먹고 다니느냐? 그런 건 아니에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식당 가서 먹어야 할 때가 있어요. 거기까지 가서 혼자 안 먹는다고 한쪽 구석에 앉아 있지는 않아요. (모두 웃음)

그리고 비행기를 탈 때 비즈니스 석으로 그냥 올려주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저는 비행기를 많이 타니까 마일리지가 많거든요. 그래서 일반석이 풀로 예약이 돼 있으면 가끔 비즈니스 석으로 그냥 올려줘요. 그러면 안 탈 수가 없어요. 내가 돈을 주고는 비즈니스석에 안 타지만 그런 경우는 타고 갑니다. 그래도 그런 자리에 앉으면 약간 눈치 보여요.

제가 옛날에 한 번 혼난 적이 있어요. 서울에 급한 일이 있어서 부산에서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길이 너무 막혀서 약속 시간에 도착을 못할 것 같았어요. 시간을 맞추기 위해 KTX를 타고 가려고 동대구 역에 내렸어요. 급하게 표를 구하니까 좌석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특실에 좌석이 하나 남아서 그거라도 타야겠다 싶어서 표를 사서 탔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차에 탄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술을 드시고는 저한테 욕을 하는 거예요.

‘중 놈이 걸어 다녀야 되는데, 어디 KTX를 타느냐. 그것도 특실에 타냐?’ (모두 웃음)

서울 오는 내내 욕을 얻어먹었어요.(모두 웃음) 옆에 할머니가 말려도 안 되었어요. 나중에 그것이 저한테 굉장히 약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그 말을 입 밖으로 했기 때문에 제가 알 수 있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했겠어요? 사람들은 그렇게 느낀다는 거예요. 승복을 벗고 다니면 몰라도 승복을 입고 다니면서 사람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지은 죄에 들어갑니다. 제가 여자 손을 잡고 길거리에 다닌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게 만들잖아요. 제가 불고기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그걸 보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겠죠. ‘저 스님이 왜 저러지…’ 이럴 거 아니에요.

제가 괴산에 가서 즉문즉설을 했는데, 첫 번째 질문자가 75세쯤 된 할아버지였어요. ‘뭐든지 질문하라고 했는데 정말 뭐든지 물어도 괜찮냐?’라고 물으셨어요. 그래서 ‘네, 괜찮습니다’ 이랬더니 ‘요새 중들은 뭘 쳐 먹어서 얼굴에 기름이 번질번질하게 해서 다니느냐’ 이러는 거예요.(모두 웃음) 근데 그분은 홀쭉했어요. 그분이 그 날 군청에서 표창을 받았다고 해요. 아낀 돈으로 정자를 하나 지어줬데요. 그분 얘기가 자기가 입고 있는 양복이 30년째 입는 거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중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비단옷 같은 걸 입고 다니느냐는 항의였습니다. 그분이 욕을 해서 그렇지, 욕만 빼면 그분 말이 맞는 말입니다. 자기는 이렇게 검소하게 살았는데 스님들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느냐는 거죠. 그래서 제가 다 듣고 나서 웃으면서 물었어요.

‘부인 살아 계세요?’
‘네.’
‘애들은요?’
‘셋입니다.’
‘가족들이 어르신하고 살기 굉장히 힘들어하죠?’
‘그렇습니다.’
‘스님이 우리 집안을 어떻게 아십니까?’
‘어르신 얘기를 들어보니 어르신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피곤할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내가 검소하게 사는 것은 좋은 일인데, 내가 검소하게 산다고 남보고 검소하게 살라고 하면 같이 사는 사람들이 힘들어요. 내가 고기 안 먹는 건 좋은데, 남 보고 못 먹게 하면 같이 사는 사람들이 힘들어요. 내가 좋은 일을 하는 건 좋은 거예요. 그런데 남보고 좋은 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돼요.’

이렇게 얘기를 풀었더니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여러분도 말을 안 할 뿐이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스님은 어떠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같이 살면서 너무 눈치 볼 것까지는 없더라도 남을 너무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안 좋아요. ‘내 자유니까 간섭하지 마라’ 이렇게 생각하면 승복을 벗고 다니면 되잖아요. 고기 먹고 싶으면 사복을 입고 먹든지, 고기를 사 와서 집에서 먹든지요. 왜 대낮에 불고기 집에 앉아서 먹느냐는 겁니다. 이건 자유가 아니라는 거예요. (모두 웃음)

스님이 고기를 남이 안보는 곳에서 먹는 것은 나쁜 사람이에요? 예의가 있는 사람이에요?”

“예의가 있는 사람이요.”

“네. 그 스님은 예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남을 불편하게 안 하려고 그러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좋게 보셔야 돼요. 먹는 음식 갖고 뭐라고 하면 안 돼요.”

“감사합니다.”

“무료 강연이지만 여러분들도 자기 자리 값은 내고 가는 게 좋아요. 스님도 무료로 출연하고 봉사자들도 무료로 이 강연을 준비했지만 최소한의 비용은 좀 들기 때문이에요. 강연장을 무료로 제공받는 경우도 있지만 사용료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강연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현수막도 걸고 포스터도 붙여야 해서 돈이 좀 들어요. 만약 오늘 강연 듣고 그냥 가면 빚쟁이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 나갈 때 다른 건 안 내어도 자기 자리 값은 내고 가는 게 예의예요.

절에 가서 복을 비는 데에는 십만 원씩 내면서, 강의 듣고 마음의 행복을 얻었는데 이럴 땐 돈을 안 내고 가요. 보통 이렇게 강의를 하면 후원금이 백만 원 정도 들어오는데, 그러면 적자예요.

제가 1년에 100강 정도를 하는데 전체 수입과 지출을 다 계산하면 적자가 한 5천만 원 납니다. 그래서 큰 강연 장소는 못 빌려요. 큰 강연장은 대관료도 비싸지만 음향 장비를 설치하는데 더 큰돈이 들어가요. 이렇게 작은 장소에서 강연을 하는 이유는 강연장 빌리는 경비가 제일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 일일이 말을 못 했지만 오늘 말이 나왔으니까 그런데, 무료 강연이라 하더라도 갈 때 자기 의자 값은 내고 가야 돼요. 그래야 그걸 모아서 다음에 또 강연을 하고, 다음에 또 강연을 할 수 있으니까요.” (모두 박수)

재미있고 가벼운 질문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가슴에 많이 남았는지 자신의 자리값은 내고 가는 분들이 평소보다 많기도 했습니다.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시간은 계속되었습니다.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해결됐습니다”하고 시원하게 말하고 앉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_“아이고. 잘했어요!”_하고 웃으며 칭찬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 8개월 차 아기 엄마입니다. 출산 후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요구하고 있어요.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워도 아이에게 문제가 없을까요?
  • 다른 사람 앞에서는 밝은 척을 하지만, 혼자 있으면 자꾸 나쁜 기억이 떠올라요.
  • 15년 전 남편과 별거를 시작했습니다. 2년 전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어요. 병간호를 하려는데 애들이 말려요. 어떤 기도라도 해줘야 할까요?
  • 뇌 속에 염증이 있습니다. 통증이 심할 땐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 남편이 절에 가는 걸 싫어해요.
  • 남편이 제가 일을 잘 못한다고 구박했었는데, 회사에서도 일을 못해서 혼납니다. 슬프고 두려워요.
  • 컨테이너 운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적이 위험하지만 과적을 많이 해요. 어떻게 과적을 없앨 수 있을까요?
  • 5년 전 죽은 남편이 너무 불쌍하고, 아직까지 마음이 아파요.

오늘은 두 시간 동안 질문을 신청하신 모든 분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노력을 하면 부처가 되는 게 아니에요. 원래 존재 자체가 부처입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생각에 둘러싸여서 자신을 불행하고 천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정신만 차리면 됩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서서 듣거나, 바닥에 앉거나, 바깥에서 티비로 보거나, 그 어떤 불편함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지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돌아가는 분들을 안내하고 평소보다 많은 의자를 정리하는 봉사자들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지만,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수백 번의 사인을 마친 스님은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인사를 나눈 뒤 밤새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전체 강연을 책임지는 담당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하반기에는 기본적으로 천 석이 되는 장소를 섭외해주세요. 최소 700석 이상은 돼야 해요.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한두 사람도 아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고 있어요.”

서울에서 김해로, 김해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다시 서울로, 긴 하루였습니다.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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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승

오늘도 지혜로운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2-21 09:14:21

강상원

이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집에서 즉문즉설을 듣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0-12-19 20:59:31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6-15 00: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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